그렇다면 만약 소독을 열심히 했음에도 호텔에 확진 환자가 들어왔다면 이후의 방역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이 지부장은 “미국의 경우 과학수사와 같이 병행하는 청결 서비스 팀이 따로 있다. 이를 ‘포렌식 크리닝(Forensic Cleaning)’이라고 하는데 살인사건 현장이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간 곳 등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포렌식 크리닝은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오염된 현장에 프로세스를 적용해 역학조사를 통해 최초의 오염원을 찾는다. 그리고 오염원이 지나다닌 경로에 따라 완벽하게 오염원을 제거,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복원해 놓는 작업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포렌식 크리닝은 오염원을 확인한 이후 사전소독, 생물학적 오염원 제거, 2차, 3차 소독이 치밀하게 이뤄지는 방역 작업으로 확진 환자가 있던 곳의 ATP를 ‘0’으로 만든다. 포렌식 크리닝은 소독 전문가 중 가장 최고 경지에 있는 사람들만 실시할 수 있는 기술이라, 아직까지 국내에는 규모로나 기술력으로나 포렌식 크리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는 부족한 상황이며,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ISSA Korea에서 유일하게 포렌식 크리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기본에서부터 시작하는 방역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호텔들의 방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단한 제품과 설비들을 도입해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방역과 소독은 일상에서 이뤄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아직까지 메이드 직무교육은 어메니티를 어떻게 배치해야 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보이는 부분들을 강조하는 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번 기회를 들어 업계도 환경소독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을 재정립해야 할 때인 듯 보인다.
이 지부장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환경소독을 한다고 해서 기존 청소 방식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미화원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어렵다거나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단적인 예로 문제가 많았던 호텔 화장실 청소의 경우, 지금까지 호텔 미화원들이 주로 사용했던 고무장갑은 한 달에 2장 정도 사용하고, 한 장당 가격이 4000원이다. 보통 일회용 라텍스 장갑이 더 비쌀 것으로 생각해 고무장갑을 선택하는데 라텍스 장갑은 100장짜리 1Box에 8000원이다. 어떤 것이 가격대비 효율성이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면서 “호텔은 청결관리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널뛰는 업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결, 위생에 관련해서는 아웃소싱이라는 명목 아래 이러한 호텔만의 위생 점검 시스템을 강구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호텔은 과연 이런 시스템을 용역회사의 몫으로 떠넘기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류 매뉴얼은 화려하지만 과연 이 매뉴얼이 현장에 적용되는데 무리는 없는지, 어떤 상황, 공간의 변화가 있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파한다.
미화원의 동기부여가 핵심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면 호텔의 청결, 위생을 위해서는 미화원의 동기부여가 핵심이다. 한국건물위생과학센터 오 이사는 컨설팅을 실시한 병원 미화원들의 청소 패턴을 바꾸는데 3개월이나 소요됐다고 전한다. 미화원들은 그들이 해오던 습관이 있고, 패턴을 바꿔야 하는 데에 대한 충분한 당위성을 주지 못하면 현장에 바로 적용되는 그들의 행동은 언제고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았던 호텔이었지만 메이드들의 행동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어렵지 않은데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못한 것들은 작업자의 동기만 부여된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다. 따라서 호텔은 어떻게 하면 호텔의 중요한 상품인 미화원의 동기부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그만큼 미화 관리자는 어떤 지식을 가지고 호텔의 청결 상태에 몰입할 수 있을지 가이드를 정확히 세워야 한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인 사스와 코로나19는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72시간으로 심지어 사스는 코로나19보다 더 오래 생존하는 특징을 가졌지만, 치사율은 몇 배나 차이가 난다. 아직 전문가들도 그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변종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그나마 사멸이 쉬운 축에 속하는 바이러스라는 점이 앞으로 호텔의 위생 시스템이 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ISSA Korea 이경훈 지부장은 본지 기고(이경훈의 HOTEL INSPECTION)를 통해 이미 청소와 소독은 함께 이뤄져야 함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소개된 환경소독에 대한 모든 부분을 기고를 통해 다뤘다. 즉, 바이러스가 창궐한 때 이건 평소건 적어도 호텔이라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방역 방법에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호텔을 비롯한 숙박산업에서는 청결업무에 있어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메이드는 힘을 들여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음에도 효율은 없이 몸만 축내고 있었고, 관련 부서 역시 청결업무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방관했던 숙박시설의 기본적인 청결업무를 되돌아볼 때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호텔의 청결, 위생상태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청결 시스템의 재정립이 장기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