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의 인명안전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객실 부문 피난에 있다. 객실 부문의 복도는 각 객실의 보안을 위해 폐쇄적이기 쉽고 화재로 인해 연기가 충만할 경우 건물에 익숙하지 않은 투숙객들이 대피할 곳을 찾기 위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숙박시설의 피난은 이러한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계획돼야 한다.
각 객실에는 화재의 신속한 감지를 위해 연기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며(조리시설 및 보일러 등 화기취급 장소가 있는 경우 제외), 수신기는 숙박시설의 프런트, 방재센터 등 상시 사람이 근무하는 장소에 설치해 화재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 객실을 탈출해 피난계단을 통해 대피하는 과정에서 경유하는 각종 출입문은 피난에 용이하도록 설치돼야 하며, 많은 숙박시설에서 보안 문제와 상충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출입문은 피난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쉽게 열릴 수 있도록 설치하고 유사시 피난이 가능하도록 잠기지 않은 상태로 관리돼야 한다. 잠금장치가 필요할 경우 피난하는 쪽에서 작동을 위해 열쇠, 도구 및 특별한 지식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어두운 조명 상태에서도 단순한 조작을 통해 쉽게 문을 개방할 수 있는 것으로 설치해야 한다.
복도는 각층 바닥면적의 합계가 200㎡ 이상일 때 양옆에 객실이 있는 경우 1.5m, 기타 경우 1.2m 이상의 유효너비를 확보해야 하며 피난층 외 각층의 객실 각 부분에서 출입문을 지나 가장 가까운 직통계단에 이르는 보행거리는 50m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건축물 설계 시 확보된 유효너비 및 보행거리가 가구 및 적재물의 배치로 인해 확보되지 못해 유사시 피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으므로 관리 시 주의를 요한다. NFPA 101에서는 호텔 내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및 방화구획의 유무에 따라 보행거리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으며 객실에서 객실 출입문, 객실 출입문에서 비상구까지의 보행거리를 각각 규정한다. 이때 산출되는 총 보행거리(175ft, 약 52.5m)는 우리나라에서 규정하는 보행거리에 근접하며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시 이를 약 85% 완화 적용하도록 허용한다(325ft, 97.5m).
숙박시설의 발화위험 관리 대책
숙박시설의 음식점 및 연회장에 속한 주방은 비교적 큰 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발화위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주방에서 음식물 조리 시 동식물 유지류의 가열로 인해 다량의 유증기가 발생해 배출 덕트 내부 등에 축적되기 쉬우며 조리기구의 사용으로 고온으로 가열되면 발화해 연소 확대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 배기후드에 유증기를 걸러줄 수 있는 그리스필터(Grease Filter)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소방기본법 시행령).
NFPA 96에서는 상업용 조리기구에서 사용되는 그리스 제거장치 및 배출 덕트 설비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국내법에서 규정한 내용보다 상세한 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그리스필터는 국내에서 메쉬 필터와 Baffle 타입 필터를 사용하고 있으나, NFPA 96에서는 상업용 주방에서 별도로 인증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메쉬 필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증기의 축적이 쉬운 메쉬 필터를 사용할 경우 과도한 축적을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 Baffle 타입 필터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유증기를 응축해 기름 받이 트레이로 배수되는 방식으로 유증기가 필터 면에 쌓일 수 없기 때문에 화재 및 연소 확대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상업용 주방자동 소화 장치는 숙박시설을 포함한 상업용 주방에 설치된 열발생 조리기구의 사용으로 인한 화재 발생 시 열원을 자동으로 차단하고 소화 약제를 방출하는 소화 장치다. NFPA 96에서는 고정식 자동소화설비를 주 설비, 소화기(K급)를 2차 예비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주방자동 소화 장치와 관련해 화재안전기준이 개정됐으나,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해 강제성을 두고 있지는 않다. 또한 설비가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점검, 청소주기 등 유지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형호텔 등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 유지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 경우 화재 시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NFPA 96에서는 6개월마다 자동 소화 장치의 정기점검을 받고 퓨져블링크를 교체하는 등의 관리주기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서는 이와 같은 해외기준 및 제조사의 지침을 참고로 해 자체적인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해 관리에 적용해야 한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리조트, 펜션 등 객실 내 개별 취사 및 난방이 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시설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더욱 필요하다. 특히 LPG와 같은 가연성 가스 설비가 설치돼 있을 경우 취급 부주의 시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스설비의 올바른 설치 및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숙박시설의 큰 화재하중은 발화 시 연소범위를 확대하고 다량의 연기를 발생해 인명피해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다른 용도의 건축물과 비교했을 때 숙박시설의 눈에 띄는 특징은 큰 화재하중을 가진 침구류가 매일 다량으로 이동해 일정 장소에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침구류의 이동 경로인 리넨슈트와 보관 장소인 리넨실은 별도로 구획하고 해당 구역 내 발화위험 요소를 철저히 관리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해당 물품이 복도 등의 피난로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화재 시 연소 확대 및 피난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보관될 수 있도록 관리돼야 한다.

숙박시설, 자발적인 위험관리 필요
숙박시설의 경우 다른 건축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명피해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 법규에서 규제하고 있는 부분에만 맞춰 건축물을 설계 및 유지관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므로, 자발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안전의식을 고취해 화재 발생 요인을 보다 많은 눈으로 감시하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대처해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혜원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CFEI(미국화재폭발조사관)
hwjung@kf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