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HR Review_ Restaurant] 2024 외식산업 총결산: '흑백요리사'가 연 K-푸드의 새로운 지평

2024.12.25 09:00:00

- 위기를 넘어 글로벌 무대로, 콘텐츠와 현장이 만난 혁신의 해

 

2024년 한국의 미식산업은 전례 없는 도전과 혁신의 한 해를 보냈다. 고물가와 고금리, 인건비 상승 등 삼중고에 직면한 외식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지만,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성공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에 앞서 <미쉐린 가이드>의 부산 진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즈(이하 A50BR) 등 굵직한 미식 행사들이 국내에서 잇따라 개최되며, K-다이닝의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글로벌 식품 강국들의 한국 시장 진출 러시다. EU, 뉴질랜드, 프랑스 등 주요 식품 수출국들이 대규모 쇼케이스와 프로모션을 통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고, 동시에 국내 미식산업은 건강식, 비건, 로컬 식문화 등 다양한 트렌드를 흡수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한국 미식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외식업계의 한 해 트렌드와 이슈들을 <호텔 앤 레스토랑>에서 돌아봤다.
 

©Markus Spiske-Unsplash


 

Prologue. K-다이닝의 새 지평을 열다
‘흑백요리사’ 신드롬이 만들어낸 역전 드라마


2024년 외식산업계에 가장 강력한 바람을 일으킨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일 것이다. 100명의 요리사가 참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단순한 예능을 넘어 미식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외식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전환점이 됐다. 특히나 업계인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외식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4년 초만 해도 외식산업은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식자재 가격 또한 꾸준히 상승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며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갔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 임대료 상승 등 악재가 겹쳤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업한 외식업체는 6290곳(4.2%)으로,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1분기 폐업률 4.4%에 준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소비 패턴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 업장들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점심 수요 감소, 혼밥 문화 확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등이 맞물리며 많은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에 공개된 ‘흑백요리사’는 시청자 뿐 아니라 침체돼 있던 업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20인의 ‘백수저’ 요리사와 80인의 ‘흑수저’ 요리사가 펼친 치열한 경연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위기의 외식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요리사들의 열정과 창의성, 그리고 국내 미식 문화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은 업계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했고, 소비자들에게는 외식의 새로운 가치를 일깨워줬다. 


방송 이후 외식업계는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했다. 단순히 매출만 크게 상승한 것이 아니라, 업계의 큰 숙제였던 미식문화 저변 확대에 동력이 생겼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한 방영으로 해외 시청자들의 호응으로까지 이어져, K-다이닝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제 관건은 이러한 모멘텀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다. 단순한 미디어 효과를 넘어, 실제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텔앤레스토랑>에서 올 한 해 다뤘던 외식산업 관련 기사들을 바탕으로, 국내 외식산업의 성장 및 발전 방향성을 가늠해 보자. 

 

2024년 외식산업 주요 트렌드 예측 검증
‘건강식’ 열풍은 O, ‘N극화’는...?


2024년 초 업계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외식 트렌드들은 얼마나 적중했을까? 예상대로 맞아떨어진 것도 있지만, 예상을 뛰어넘거나 빗나간 전망도 있었다.


가장 적중했던 트렌드는 ‘건강식’ 수요의 증가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잘 먹고 잘사는’ 라이프스타일은 외식 메뉴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저속노화(Slow Aging)’가 하나의 식문화 트렌드로 급부상하며, 이너뷰티와 항노화에 도움이 되는 메뉴 개발이 활발해졌다. 콜라겐이 풍부한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나 항산화 효과가 있는 슈퍼푸드를 활용한 건강식이 인기를 끌었고, 외식 트렌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채식주의를 실천하거나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8%로, 지난해(16%)보다 2%p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무알코올(Non-Alchol)’과 ‘무설탕(Zero-Sugar)’ 트렌드로 확장된 점이다. 오픈서베이의 <주류 소비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일반 맥주(86.6%)와 소주(70.3%) 외에도 하이볼(35.9%), 위스키(23.9%) 등 저도수 또는 취향에 따라 도수 조절이 가능한 주류의 소비가 많이 증가했다. 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웠다. 전체 응답자의 50.8%가 무알코올 주류를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 대비 8%p 상승한 수치다. 무알코올 주류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로는 ‘건강을 위해서’(38.5%)가 가장 높았으며, ‘주량 조절과 취하지 않기 위해’(33.3%), ‘숙취를 피하기 위해’(25.9%)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의 분석 결과,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2년 13억 원에 불과하던 시장규모가 2021년 200억 원으로 약 247% 성장한 것이다. 주류업계는 2025년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924억 원에서 2022년 3683억 원으로 2년 만에 4배가량 성장했다. 이러한 ‘헬시플레저’ 트렌드는 주류 시장뿐 아니라 전통 음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환타는 오렌지, 포도, 파인애플향 등 제로 라인업을 확대했고, 코카콜라도 제로 체리를 새롭게 선뵈며 제로 콜라 라인업을 강화했다. 전통 음료인 식혜도 무가당 트렌드에 합류했다. 팔도의 ‘비락식혜 제로’는 출시 50일 만에 판매량 500만 개를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건강 지향적 소비 트렌드를 입증했다.


다만 ‘제로’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무설탕 감미료(NSS)는 체중을 조절하거나 당뇨, 심혈관 질환 같은 비전염성 질병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WHO는 200여 건의 연구 검토 결과를 토대로, 무설탕 감미료의 장기 섭취가 성인이나 어린이의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제2형 당뇨와 심혈관 질환 및 성인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에 따르면 WHO 영양 및 식품안전 담당 프란체스코 브란카 이사는 “체중 조절을 원한다면 첨가당을 대체한 인공 감미료가 아니라 천연 설탕이 들어 있는 과일이나 무가당 식품 및 음료를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시카고대 의대 찰스 저먼 교수는 “가공식품이 대체로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한 반면, 영국 캠브리지대 니타 포로우히 교수는 “비설탕 감미료가 단기적으로 칼로리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제로’ 트렌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는 소비자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새로운 대안 개발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해 <호텔앤레스토랑> 11월호에서는 국내 비건 시장의 변화와 도전 과제를 짚어봤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레귬의 성시우 셰프는 “예전에는 회식할 때 한 명이 채식주의자면 그 사람이 감내하고 다수가 좋아하는 식당을 골랐는데, 요즘에는 ‘우리 팀의 누구를 위해 비건 식당에 가보자.’는 식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꽃밥에피다의 송정은 대표는 “질 좋은 친환경, 비건 식재료는 아직 유통망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품질 좋은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유니레버코리아의 김용찬 총괄 셰프는 “비건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소금, 설탕부터 주로 사용할 소스까지 모든 부분을 비건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요리하는 도시농부’ 박선홍 셰프는 “많은 사람들이 비건 음식을 단순히 채소만 먹는 것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다양한 곡물, 콩, 견과류 등을 사용해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건이면 무조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공된 비건 식품들 중에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도 많다.”며 올바른 식재료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틀갱스터의 유지영 셰프는 “초반에 비건 레스토랑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즈음에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준 것이 스펀지 식감의 콩고기”라며 “이것과 함께 채소 샐러드만 비건으로 인식을 하다 보니 비건 음식은 영양가가 부족할 거라는 오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비건 다이닝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외식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꼽힌 ‘N극화’와 ‘다각화’는 소비자 취향의 세분화와 업계의 다양한 시도를 반영하는 키워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것이 실질적인 소비 취향의 다양화라기보다 단기적 유행의 빠른 순환을 보여주는 현상에 더 가깝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올해 외식업계는 소비자들의 개인화된 취향을 반영한다는 명목하에 다양한 시도를 선뵀지만, 대부분이 SNS 중심의 일시적 트렌드에 그쳤다. 대표적인 예로 탕후루 열풍을 들 수 있다. 2023년 7월 배달의민족 검색어 3위를 기록했던 탕후루는 한때 창업 시장을 휩쓸며 7~8월에만 100개 이상의 상표가 출원됐으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두바이 초콜릿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SNS에서 화제가 되며 전국적으로 매장이 급증했지만, 유행이 시들해지자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진정한 의미의 다양화란 지속가능한 소비문화의 형성을 의미하는데, 현재의 트렌드는 너무 빠른 순환 속도로 인해 시장의 불안정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 취향의 다양화보다는 단기 유행에 편승한 시장 과열 현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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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앤레스토랑>을 통해 본 ‘진짜’ 2024년 외식산업 트렌드는? 
외식업계가 주목한 세 가지 키워드...‘로컬’, ‘대응’, ‘미식’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의 홈페이지에서 2024년 ‘레스토랑&컬리너리’ 섹션 인기 기사를 분석해 봤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차지한 기사는 9월호에 게재된 이신우 칼럼니스트의 “[Dining Story] 대구 커피 묵어 봤으예?, 커피하면 우리 대구아이가!” 편이었다. 2위를 차지한 기사는 2월호에 게재된 “[신년특집 Ⅲ. 2024 DINING TREND] 2024 식품외식산업 트렌드 - 불확실하고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먹고 마시기를 고민하다”였으며, 2월 22일 부산에서 개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4’ 발간행사를 앞두고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빕 구르망 리스트” 발표 관련 보도기사와 <호텔앤레스토랑> 6월호에 게재된 “[Dining Report] ‘아일랜드 갑각류’, 자연 본연의 신선함과 품질에 대한 확신”, 안세희 칼럼니스트의 “[Dining Story] 전철 타고 떠나는 추억의 맛 여행, 춘천닭갈비” 편이 뒤를 이었다.  

 

 

기사들은 외식업계의 세 가지 주요 관심사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로컬 식문화의 재발견’, ‘외식업 경영 환경 변화 대응’, ‘미식 문화의 글로벌화’가 그것이다.


먼저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대구 커피 문화 관련 기사의 인기는 지역 정체성과 식문화가 결합한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보여준다. 특히 방언을 활용한 친근한 서술 방식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급부상한 ‘로컬크리에이터’ 트렌드와 맞물려, 지역 특색을 살린 미식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2위를 차지한 2024년 트렌드 전망 기사는 업계가 당면한 현실적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부담 증가, 소비 심리 위축, 인건비 상승 등 삼중고에 직면한 외식업계의 절박한 관심사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이 기사가 연초에 발행됐음에도 꾸준한 조회수를 유지했다는 점은 업계의 지속적인 경영 환경 개선 모색 노력을 시사한다.


미쉐린 가이드 관련 기사의 높은 인기는 국내 미식 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부산이 가이드에 포함되면서, 지역 미식 문화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첫 번째 인기 기사였던 지역 식문화 콘텐츠와도 맥을 같이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발표식 이후 올해 국내 미식 문화의 저변이 크게 확장됐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크고 굵직한 미식 관련 행사가 잇따라 개최됐다. A50BR(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블루리본 서베이 20주년 기념행사, 라 리스트(La Liste) 2025 한국 에디션 행사, 서울미식주간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수준의 미식 행사들이 연이어 성료 소식을 알려왔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가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며 한식의 세계화와 셰프들의 위상 제고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미식문화의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하반기로 들어서며 판도는 완전하게 뒤집혔다.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이 있지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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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과 호텔 뷔페의 공존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진화하는 프리미엄 다이닝 시장


<호텔앤레스토랑>에게 2024년은 이 희망의 빛줄기를 따라가 보려 노력한 한 해였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A50BR 이후 파인다이닝 셰프 및 대표, 음식평론가 등을 섭외해 좌담회를 진행했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 파인다이닝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먼저 A50B 개최에 대해 라망 시크레/이타닉 가든의 손종원 셰프는 “한국 다이닝의 성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울시의 자본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고, 소울 다이닝/에그 앤 플라워의 윤대현 셰프는 “외국인들로부터 한국에 훌륭한 레스토랑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한국의 다이닝 수준이 해외와 비교해도 꽤 많이 성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이 직면해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제들도 함께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힌 것은 인력난이다. 윤 셰프는 “파인다이닝을 정말 ‘파인’하게 하고 싶어도 인력이 부족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소명 의식을 갖고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이 너무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음식문화평론가이자 ‘강지영 미식 아카데미’의 원장인 강지영은 한국의 파인다이닝 현주소를 날카롭게 짚어냈는데, “우리나라에 다이닝은 많으나 파인다이닝은 아직 없다.”고 말하며, 진정한 파인다이닝이 되기 위해서는 희귀한 재료 확보, 셰프 팀의 기술적 숙련도, 수준 높은 아트 서비스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 그린 테이블의 김은희 셰프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2년 단위의 임대차 계약 구조와 높은 월세 부담 레스토랑의 장기적인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 지적했고, 이에 강 원장은 프랑스의 사례를 들며 신규 레스토랑에 대한 5년간의 월세 50% 감면 혜택과 같은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재료 수급 문제 또한 언급이 됐다. 빈호의 김진호 소믈리에는 지속가능한 미식문화를 위해서는 제철 식재료 활용과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높은 주세로 인한 와인 가격 부담을 파인다이닝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한국 미식문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책적 지원, 인식 개선,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식의 세계화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와 오리지널리티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해석을 가미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한편 이날의 좌담회에서 논한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성장은 호텔 뷔페산업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호텔 뷔페 업계 전문가들과의 좌담회가 후속 기획으로 이어졌고, 스탠포드호텔 명동의 김현대 식음팀장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조리운영팀 이정우 팀장,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식음료부 성미연 팀장, 그리고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신종철 총괄셰프가 참석해 국내 호텔의 뷔페 트렌드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다뤘다. 신 총괄셰프는 “뷔페 업장이 향후 10년 정도는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과도한 가격 상승이 이 기간을 단축할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텔 뷔페의 가격은 초기 5만 원에서 현재 20만 원까지 급격히 상승했는데, 이는 물가 상승과 인건비, 식자재비 증가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성 팀장은 “타 호텔의 가격 변동에 무작정 따라가지 않고, 호텔의 위치, 뷔페 레스토랑의 규모, 음식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책정한다.”며 “성수기나 특별한 시즌에도 과도한 가격 인상을 지양하고, 적정한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인력난 문제는 단연 업계 전반의 고민거리였다. 김 식음팀장은 “정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일학습병행, 도제학교, 피테크 등을 활용해보고 있지만 여의찮다.”고 토로했으며, 이에 이 팀장은 현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 중인 ‘촉탁 프로그램’을 통해 정년퇴직한 시니어 직원들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음식물 낭비 감소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는데, 신 총괄셰프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뷔페는 손님들이 다 먹을 만한 메뉴가 세팅된 뷔페”라고 강조하며, 메뉴 구성 단계에서부터 낭비를 최소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텔 뷔페에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하게 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대응하는 호텔업계의 생존전략을 기대한 기획의도와 달리, 여러 도전 과제들에도 불구하고 호텔 뷔페는 파인다이닝과는 다른 독자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성미연 팀장은 “한 곳에서 다양한 국가의 정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뷔페라면, 미쉐린 레스토랑 못지않은 만족도를 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파인다이닝의 성장은 호텔 뷔페 산업의 위기가 아닌, 전체 외식 소비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 인력난 해소, 음식 낭비 감소 등의 과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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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커피부터 춘천닭갈비까지, 지역 미식 콘텐츠의 부상
글로벌 식품 강국들의 러브콜도 이어져 


한편 대구 커피와 춘천닭갈비 관련 기사는 향토 음식의 재발견이라는 트렌드를, 아일랜드 갑각류를 다룬 기사의 인기는 프리미엄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각각 반영한다. 특히 올해에는 특히 아일랜드뿐 아니라 EU, 뉴질랜드, 프랑스 등 주요 식품 수출국들이 대규모 쇼케이스와 프로모션을 통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EU는 ‘진짜 유럽의 컬러를 맛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서울푸드 2024)에 주빈국으로 참여했다. 육류 세미나와 네트워킹 디너, 유기농 워크숍, 라이브 쿠킹쇼 등을 진행하며 EU 식품의 품질, 다양성, 지속가능성, 안전성, 정통성을 강조했고, PDO(원산지 명칭 보호)와 PGI(지리적 표시 보호) 등 지리적 표시 제도를 통한 식품의 정통성과 품질 보증에 주력했다.


뉴질랜드는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뉴질랜드 2024 F&B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뉴질랜드의 대표 식음료 브랜드를 선뵈며 한국과의 비즈니스 관계 강화를 도모했다. 특히 유제품, 육류, 해산물, 과일, 건강식품, 와인, 스낵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뉴질랜드만의 특성과 독창성을 강조했다.

 

 

프랑스는 24년 만의 소고기 수입 재개를 기념해 ‘프렌치 비프, 테루아의 맛(French Beef, a Taste of Terroirs)’이라는 주제로 특별 행사를 개최, 프랑스 각 지역의 다채로운 테루아와 전통 기술이 결합된 축산 유산을 소개하며 ‘프랑스식 정육(Découpe à La Francaise)’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들은 한국의 미식 시장이 글로벌 식품산업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각국이 자국 식품의 품질, 안전성,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니즈에 맞춘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Epilogue. 흑백요리사가 열어준 문
우리만의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걸을 시간


2024년 한국의 외식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연초만 해도 고물가, 고금리, 인건비 상승의 삼중고로 인해 4.2%에 달하는 폐업률을 기록하며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이지명 이그제큐티브 패스트리 셰프는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유명 로드숍 셰프들조차 폐업을 고민할 위기 속에서 ‘흑백요리사’의 방영으로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이 셰프는 “전체적으로 식문화 경험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진 것 같아서 기쁘다. 무엇보다 ‘즐긴다.’는 개념이 생겼다는 것에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올해 국내 외식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디저트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셰프는 한국 디저트 문화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성에 대해 깊이 있는 견해 또한 제시했다. 특히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케이크 시장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언급하며, “파리 같은 경우에는 호텔의 셰프들 간에 각자의 고유한 캐릭터나 아이덴티티가 많이 들어가 있지만, 한국은 아직 매출에 포커스를 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각자의 존재에게 다양한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우리는 ‘흑백요리사’의 성공이 업계 판도를 뒤집은 단 하나의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셰프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켜켜이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것이 미쉐린 가이드의 부산 진출, A50BR의 한국 개최 등 굵직한 행사들과 맞물리며 외식산업과 ‘한국 미식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건강식과 비건 트렌드의 부상은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성향을 반영하며, 무 알코올과 무설탕 시장의 급성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대구 커피와 춘천닭갈비로 대표되는 로컬 식문화의 재발견은 지역 미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EU, 뉴질랜드, 프랑스 등 글로벌 식품 강국들의 한국 시장 진출은 K-미식의 국제적 위상을 방증했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적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수많은 도전 과제들 속에서도 한국의 외식산업은 분명한 희망을 보여줬다. 파인다이닝과 호텔 뷔페의 상생 모델 구축, 비건 식문화의 저변 확대, 로컬 식문화와 글로벌 트렌드의 조화 등은 미래 성장의 청사진을 제시한 2024년. 위기 속에서도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업계는 증명해 냈다. 마치 도로시가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노란 벽돌길을 따라 나섰듯, 업계인들 또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그 길이 때로는 험난할지라도, 그 끝에는 우리만의 빛나는 에메랄드 시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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