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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수)

칼럼

[최수근의 Kitchen Tools] 저울과 음식평론

저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도구다. 물건의 무게를 다는데 쓰는 도구를 통틀어 저울이라고 한다. 구조는 저울대, 저울추, 저울판으로 돼 있다. 과거에는 한약방에서는 추저울이 인기가 있었고, 가정에서는 접시저울을 많이 사용한다. 그 외 용수철저울도 있다. 저울의 소재는 쇠, 구리, 플라스틱 등 다양화됐지만 기본은 변함없다. 요즘은 전자저울도 많이 사용한다.


필자는 저울에 관심이 많다. 전세계 저울을 모아 전시회도 열고 싶다. 주방에서의 저울은 5대 조리도구에 포함되며, 제과에서 계량은 매우 중요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저울 다루는 연수를 3개월씩 할 정도로 정확한 계량을 조리인의 핵심적인 역량으로 여긴다.
사진 제공_ 한국조리박물관

 

 

저울과 음식평론의 공통점과 가져야 할 마인드

 


필자는 요리 평가에서도 저울과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의 작품을 평가할 때 평가자는 평가자 기호도나 개인적인 편견을 버리고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상식에 기본을 두고 평가해야 될 것이다. 법을 다루는 곳에 가면 정의의 여신상이 저울을 들고 있는 것처럼, 법원에서 공정하게 법을 다루듯이 요리의 평가도 공정해야 한다. 평론가는 평가자이면서 동시에 비평가이기도 하다. 평론가는 정확한 평가 방법을 알아야 한다. 평가 방법 기준을 정해서 평가를 바탕으로 음식에 덧칠하는 자세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의 음식 트렌드는 좋은 재료 선택, 조리기술, 맛을 내기 위한 과정과 정성이 들어가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들어진 음식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가치가 좌우 된다. 좋은 음식은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데 요즘 요리 평론가들은 신뢰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교육을 받고 다면적으로 요리를 평가해야 하는데, 일부 평론가나 음식 칼럼니스트들의 단편적인 평가로 인해 셰프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가 반복된 것이다. 이는 식문화 발전 에 저해가 된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지식과 기술을 통해서, 음식 평론가가 갖춰야 할 태도와 마인드를 함양시키고, 세계의 음식평론 트렌드를 이해하는 전문가의 양 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조리사는 음식의 평가와 평론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를 수용해야 우리의 식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능력 있는 셰프가 많이 양성될 것이다. 필자는 ‘능력있는 셰프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내부에서만 유능하고 훌륭하다고 하면 안 된다.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셰프가 진정 능력있고 유능한 셰프다. 이러한 기준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 무지개를 보고 싶으면 비를 맞아야 가능하듯이 여러가지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교육을 받다 보면 능력있는 셰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조리사가 되기 위한 음식평론에 대한 태도

 


인정받는 조리사가 되려면 음식평론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 평론가가 되려면 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식문화 전반을 알아야 한다. 식재료의 이해, 식공간 연출, 서양 음식과 동양 음식의 이해, 와인의 이해, 테이블 매너와 서비스 이해, 동서양 음식문화 형성 과정 이해, 미각의 표현과 관능평가, 식당 평가 이해, 식재료를 통한 음식평론, 디저트 이해, 매스컴을 통한 음식평론 이해, 맛집 이해, 음식평가 기준 등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수준에서 한 단계 상승하고 싶은 셰프들은 앞으로 평론가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들의 기 준에서 그들보다도 더 해박한 음식평론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경험에서 비롯된 음식평론 스토리
작년에 프랑스에 휴가 가서 클래식한 프랑스 식당을 찾아 식사한 경험을 소개해본다. 파리 5구에 가면(판테옹 근처) 무프타르 거리가 있다. 좌석 수 50석 내외인데 식당의 장식이 대단하다. 옛날에 쓰던 주방기구들이 벽과 천장에 붙어있고, 식당 주방장의 어머니 사진을 자랑스럽게 붙여 놨는데, 자신감에 한껏 넘쳐 보 여서 마음에 들었다. 코스에서 첫 번째로 양파수프를 먹었는데, 오페라에 있는 그랜드 호텔 커피숍(파리에서 커피 값이 제일 비 싼 곳)에서 판매하는 양파수프보다 맛이 우수했다(그랜드 호텔 에서 양파수프가 만들어졌다는 유래가 있다). 수프에 들어 있는 양파도 제대로 볶아서 색이 적당할 뿐 아니라 치즈와 빵이 내 혀를 녹여주는 기분이었다. 치즈가 짠맛이 있어서 수프 국물이 짜면 안 된다. 이 수프는 이 두 가지 맛을 잘 조화시키고 있었다. 메인 디시는 닭 고기와 양송이크림소스인데 양송이가 흰색이 나는 것을 보니 식재료를 잘 선택한 것 같았다. 크림소스가 약간 묽기는 해도 맛은 좋았다. 고소한 맛과 크림, 버터 맛이 어우러져 닭고기 질감을 더 높여 준 것 같았다. 가니시는 쌀밥 한 가지만 제 공돼서 만족스럽지는 못했었다.


우리는 꼭 세 가지 이상 주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모두 무시됐다. 그래도 이 집은 기본은 돼 있었다. 다른 집들은 기본을 무시 한 채로 예술과 주관이라는 미명 아래 주방장이 적당히 음식을 만든다. 조리하는 과정은 동서양이 같기 때문에 전문가끼리는 금방 알 수 있다. 접시 위에 곁들여지는 가니시, 주 요리의 조리법 과 칼 다루는 솜씨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곳에서 먹은 음식 중에는 디저트가 일품이었다. ‘바나나 후람 베’였는데 설탕을 캐러멜화하고, 그 위에 바나나를 넣었다. 코냑 술을 넉넉히 준비한 다음 불을 붙여 손님들에게 불쇼를 보여주는 여유가 보기 좋았다. 요즘 젊은 조리사들은 이런 과정을 보면 웃는다. 과거에는 인기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요즘 트렌드하고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화려했던 트렌드도 알아야 한다.
 

 

요리의 기초, 좋은 요리란?
요리는 기초가 충실해야 응용요리도 좋아질 수 있다. 초보 조리사들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요즘 인기있는 그림은 요즘의 트렌드라고 이해해야지, 여기에 너무 빠지면 나중에 큰 조리사로 성장하지 못한다. 모방만 하면 주관이 없어져서 작은 조리사로만 남게 된다.


얼마 전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식당에 간 적이 있다. 5가지 코스였는데, 아주 고급이었다. 다양한 조리법과 신선한 식재료를 쓰는 것을 보고 고급요리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요리는 일반적이기보다는 특별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롯데호텔에 서 식사를 한 후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봤다. 요즘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셰프들의 요리를 예술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철학을 인정해주는 것도 좋지만 요리는 전통, 유행, 주관의 조화 가 잘 이뤄져야 좋은 요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유행과 주관이 요리를 주도하다 보니 전통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소스는 무시되는 듯 하다. 

 

오늘날의 음식
음식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을 판단하는 능력을 평가방법에 포함하는 것을 추구 한다. 필자는 음식에 관한 일을 1975년 부터 했으니 햇수로 40년 정도 관여했 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식평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과거에 필자가 요리경연대회에 참가했는데  사위원이 요리는 주관적이라는 선입관으로 무조건 본인의 평가 점수만을 고집하는 것을 봤다.


현재 우리나라 음식평론은 정말 주관적인 관념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후배들에게 존경받으려면 나름 공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일관성 있는 기준을 세우려면 평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필요성도 느꼈다. 훌륭한 평가는 식문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실 천할 수 있는 것으로 독서만한 것이 없다. 필자는 서양음식평론가 가이드북으로는 ‘외식의 품격’, 우리 음식평론에 도움을 주는 책은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를 추천하고 싶다.

 

최수근
한국조리박물관장/음식평론가
하얏트, 호텔신라에서 셰프를 역임했고, 영남대, 경희대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다 2021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로 정년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장과 음식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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