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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3 (수)

칼럼

[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눈길을 사로잡는 2개의 장면

- 한국 로컬호텔의 지향점Ⅰ

현재 진행 중인 로컬호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건축주들과 일본 도쿄에 견학을 다녀왔다.

국내에 비해 일본이 다양한 콘셉트의 로컬호텔이 성업하는 배경에는 이미 중규모 로컬호텔이 새로운 사업모델로서 검증됐다는 의미이기도 했기에 건축물들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운영 등에 좀 더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견학을 통해 이미 다양한 매체에 소개돼 있는 6개의 로컬호텔에 2박 3일 동안 직접 투숙해보거나, 호텔 관계자분들의 가이드를 통해 심도 있게 경험했다. 그중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던 2가지 장면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해본다.



Plastic Whale & Muji Hotel
도쿄에 도착한 첫째 날, 몇 군데 호텔 및 상업시설들을 견학 후 힘든 몸을 이끌고 Muji Hotel Ginza에 체크인을 했다. 6층 로비 옆에 있는 라운지에 앉아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라운지 끝 공간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행사를 준비 중인 관계자 분에게 어떤 종류의 행사인지 물어보니 본인들은 ‘Plastic Whale’이라는 기업이고 Muji Hotel과 기획행사의 일환으로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라운지 옆 오픈된 공간에 전시돼 있는 배 모양의 조형물, 비닐에 싸여 있는 플라스틱 물건들이 눈에 들어 왔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Plastic Whale이라는 회사는 바다나 강물 등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고 및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이었고, 전시장에 설치돼 있는 의자들은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들로 제작한 가구였다. 그렇게 넓지 않은 라운지 영역에서 고객들이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한편에서는 강연을 하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그 주제와 부합되는 전시가 이뤄지게 구성된 Multi-Function Space의 디자인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Muji의 콘셉트 중 하나인 ‘자연주의’와 동일한 콘셉트의 전시행사를 유치해 일반 고객들에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마케팅 관계자들의 치밀함에 놀라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BANDAI NAMCO Entertainment & OMO5 Hotel
둘째 날 숙소를 이동하기 위해 오오츠카 역에서 찾아간 곳은 ‘OMO 레인저’라는 지역문화 투어서비스로 국내에도 인지도가 높은 OMO5 Hotel이었다. 저층부는 2개 층이 리테일로 구성돼 있고 호텔 로비는 그 위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건물 끝 Entry Lobby에 있는 셔틀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로비로 연결되는 긴 통로가 우리들을 맞이했다. 리테일과 호텔이 복합으로 구성되는 건축물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생긴 곳인데, 실제로 디자인을 하는 건축가 입장에서는 계획 시 불필요한 공간으로 인지돼 디자인을 꺼리게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OMO5 Hotel에서는 이 통로에 호텔의 콘셉트를 너무도 잘 구현함으로써 처음 본 순간 이 호텔이 고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통로 우측에는 오오츠카 역을 모티브로 한 지하철 손잡이들과 긴 의자가 배치돼 있고, 좌측에는 인터넷 사진으로 많이 접한 ‘Otsuka Tour Map’이 설치돼 있다. 신이 나서 Tour Map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 와중에 그 옆에 술병들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 궁금해 검색을 해 보니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라는 일본 게임회사의 만화 캐릭터들을 오츠카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케와 컬래버한 이벤트를 진행 중인 것이었다. 약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를 위해 공용부의 전시공간을 구성하고, 한 개의 객실을 만화 캐릭터와 사케를 디스플레이해 판매, 리셉션에서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사케가 판매하는 장소들로 지도를 구성한 ‘Otsuka Sake Map’ 수첩을 별도로 제공한다. 



호텔 관계자분들이 ‘로컬을 품은 관광호텔’이란 브랜드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아이템들을 연구해 이러한 결과물을 전시했을지 머릿속에서 상상이 됐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남는 저녁시간에 방문한 인근 술집에서 주문한 사케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만화 캐릭터와 이 술이 연관돼 있을지에 대해 동료들과 한 동안 맞추기 내기를 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2가지의 장면은 필자에게 상당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호텔이라는 용도는 그 특성상 1년 내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어필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로컬(혹은 라이프스타일) 호텔들의 홈페이지를 클릭해보면 여러 가지 기획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이벤트들을 둘러보면 몇 가지 유사점들이 발견되는데 호텔 내 F&B와 연계된 이벤트, 펫(Pet)과 관련된 상품, SNS 후기 작성 이벤트 등이 그것이다. 호텔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콘셉트는 타 호텔과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이벤트에서 큰 차이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은 고객들에게 호텔에 대한 ‘다름’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부대시설의 개수, 인테리어 디자인, 객실의 크기 등 하드웨어적인 요소들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계획 당시부터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되는 콘셉트 부분이 선명하게 규정되지 않고(라이프스타일호텔, 로컬호텔, 부티크호텔이란 용어는 너무 광범위하다.) 다음 단계인 디자인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좀 더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들(건축주, 디자이너, 컨설팅, 운영, 홍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콘셉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하고 이러한 결과물들이 건축물이 지어지고 나서도 실제 마케팅을 담당하는 운영자들에게도 교육이 이뤄지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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