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Issue] 로봇 직원, 호텔리어들의 서비스 동료로 떠오르다 - 호텔업계 속 로봇

2021.05.06 16:10:29

 

호텔에 로봇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언택트 수요가 높아지자 로봇을 활용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로봇에게 단순 업무를 처리하게 함으로써 직원들은 보다 대면 서비스에 집중,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다. 사람의 모습을 한 접객 로봇, 편의점의 모든 음식들을 객실에 배달해주는 편의점 배달 로봇 등 이미 로봇은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인정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들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미션에 투입돼 임무 수행 중인 로봇 직원들. 현재 호텔에서 어떤 로봇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효용성에 대해 알아봤다.

 

 

 

뉴노멀 시대 언택트 수요 증가, 4차 산업과 맞물리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발맞춰 전통적으로 인적 서비스가 핵심이던 호텔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호텔 속에 로봇 직원들이 대거 투입된 것이다. ‘뉴노멀(New Normal)’은 새로운 경제 질서를 의미하는 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등장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의미가 확장됐다. 뉴노멀의 핵심 키워드는 언택트, 즉 비대면이다. 이러한 비대면 트렌드는 호텔업계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사람과 최소한으로 접촉하며 안전하게 호캉스를 누리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호텔은 로봇 직원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핵심인 로봇 중에서도 최근 비대면 경제의 확산으로 인해 수요가 증가한 서비스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체 로봇 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0% 가량에 이른다. 3월 23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1 로봇 미래전략 컨퍼런스’는 ‘코로나 이후 로봇 대항해 시대 온다’를 주제로 개최됐는데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요구로 다양한 분야의 로봇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 로봇 시장의 발전과 맞물려 호텔에서 쓰이는 로봇들 역시 비중이 확장될 전망이다.


호텔에서의 로봇 사용은 그간 단순 업무에 치이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줘 서비스 퀄리티를 높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코로나19로 인력운용의 어려움이 생긴 호텔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관광산업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와 호텔업 고용 변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2020.09 기준), 호텔 1곳 당 평균 종사자 수는 52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4.6%가 감소했다. 정규직은 11.1%, 비정규직은 35.4%, 일용직은 65.3%가 줄어 10명 중 예닐곱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줄였지만 업무 특성 상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경우, 로봇은 좋은 대체제로 쓰인다. 메이필드 호텔의 경우 테이블이 40개 있는 넓은 야외 테라스에서 사용하기 위해 실외배송로봇을 도입했다. 메이필드 호텔 라페스타 이건원 주임(이하 이 주임)은 “직원 수에 비해 야외 테라스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일을 도와줄 로봇이 필요했다.”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로봇이 호텔에서 수행하는 미션들


호텔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딜리버리 로봇은 고객이 요청한 물품을 객실까지 배달한다. 최첨단 기술인 자율주행과 공간맵핑 기능이 있어 목적지를 입력만 하면 장애물을 피해 스스로 운행한다. 투숙객이 호텔 단말기를 이용해 터치나 음성으로 필요한 용품을 요청하면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 앞으로 이동, 객실 안 전화기를 통해 도착을 알린다. 제품을 선택하고 받을 때까지 비대면으로 진행돼 고객들에게 안심을 주며 새벽 시간 이용 시 고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코오롱호텔은 호텔 부대시설인 골프장에서 국내 최초로 AI 골프 카트 서비스인 ‘헬로우캐디’를 도입했다. 헬로우 캐디는 캐디 역할을 하는 지능형 자율주행 골프 로봇 카트로 골프백을 싣고 이동하며 실제 캐디처럼 코스 정보, 앞 팀과의 거리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코오롱호텔 허진영 총지배인에 따르면 헬로우 캐디 도입 이후 3월 1일부터 15일까지 골프 연습장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으며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맞아 향후 매출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F&B파트에서의 로봇은 기계 팔을 이용해 기계에 입력된 대로 간단한 음식 제조를 돕고 커피를 만들며 바리스타 역할을 수행하고 생맥주를 따라주기도 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사용된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는 작년 말까지 로비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으며 메이필드 호텔에서는 기계 팔로 생맥주를 따라주는 로봇이 운영되기도 했다. F&B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로봇을 만드는 제조 스타트업 ㈜에일리언 로봇의 이선우 대표는 <월간 나라경제>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로봇은 정확한 스케줄대로 한 번에 여러 잔을 만들 수 있어 제조 시간이 짧아진다.”며 “사람이 하는 동작을 로봇이 똑같이 하기 때문에 바리스타 없이도 바리스타 표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바리스타 로봇의 장점을 전했다. 정확한 작업을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하는 호텔 F&B파트의 특성상 단순 업무를 도와줄 다양한 F&B 로봇이 도입될 전망이다.


침대에 누워 AI를 통해 호텔 객실 내 조명, TV, 냉난방 등을 스크린 터치와 음성으로 쉽게 조절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어메니티, 컨시어지 서비스를 요청할 수도 있으며 호텔 내 다양한 시설정보, 체크아웃 시간, 조식 시간 등 호텔 이용에 필요한 정보들도 손쉽게 음성명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이용하고 있는 ‘기가지니 호텔’은 2019년 기준 일평균 200건의 서비스 요청을 비대면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단순문의 대응에 필요한 시간을 콜 당 3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응대에 필요한 약 10시간을 절약한 셈이다. 또한 호텔리어들이 직접 발굴한 호텔 주변 맛집 정보는 물론 한국관광공사 정보를 연계, 주요 여행지 및 축제 정보까지 알찬 콘텐츠를 갖추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이런 효율성 덕에 ‘KT AI 호텔’은 글로벌 호텔 체인인 아코르(Accor), 하얏트, 메리어트 계열에 서비스가 제공되며 총 35개 호텔, 7200개 객실로 솔루션이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생과 방역이 중요해지자 청소 로봇도 등장했다. 어떤 공간보다 깨끗한 장소를 지향하고 있는 호텔은 이미 완벽한 청소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에 더해 로봇으로 2차 방역함으로써 바이러스로부터 더욱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 또한 방역과 청소를 동시에 함으로 받았던 부담을 줄여 작업자의 피로도를 낮추고 효율적인 작업을 하는데 기여한다. 한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인공지능형 UV 살균 로봇을 도입했다. UV 살균 로봇은 탑재된 자외선램프를 통해 살균 소독하며 객실까지 자율 주행 후 살균 작업을 진행해 비대면 방역이 가능하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의 마르코 피가토 총지배인(이하 마르코 총지배인)은 살균 로봇 도입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 보다 철저한 방역이 필요한 시기에 청결과 안전 부분에서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로봇 도입 계기를 밝혔으며 호텔은 살균 로봇으로 인해 철저한 2차 방역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비스 퀄리티 제고 위한 로봇 활용,
직원 만족도 상승은 물론 운영의 효율까지 더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마르코 피가토 총지배인

 

업계 최초로 딜리버리 로봇에서 나아가 편의점 로봇, 코봇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에도 최근 UV 살균 로봇을 도입해 로봇 도입에 남다른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중국에서 근무할 당시 호텔에서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성과를 내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 총지배인으로 부임한 후 직원들이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비스의 퀄리티를 올리길 원해 똑같은 로봇들을 찾아다니다 케이로보컴퍼니와 협업해 로봇을 도입했다. 로봇 내부 기술은 케이로보컴퍼니의 자체 기술이다. 살균로봇은 코로나19로 방역에 신경 쓰면서 고객들에 더 나은 위생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도입하게 됐다. 호텔은 어느 공간보다 깨끗한 장소여야한다. 방역 로봇을 통해 실제로 청결 부문에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로봇 도입으로 기대했던 바는 무엇인가?


호텔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계기 때문에 코로나19임에도 불구, 대면 서비스를 원하는 손님들도 많다. 그러므로 로봇에게 사람의 역할을 대신 하게 하는 것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보완해주길 바랐다. 예를 들면 바쁜 시간 객실에서 물품을 주문했을 때 로봇을 대신 올려 보내면 손님들도 좋아하고 직원들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서비스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다른 호텔의 딜리버리 로봇들과 차별화된 편의점 로봇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호텔에서 운영 중인 코봇은 동일한 모델 두 대다. 1대는 객실 팀에서 물품 보충을 할 때 사용하며 1대는 모바일 편의점 로봇으로 손님들이 주문한 편의점 물품을 객실 앞까지 배달한다. 기존 호텔 내 배달 서비스에서 추가 확장했다. 플랫폼 서비스 회사와 로봇회사가 기획에 참여했다. 고객이 각 객실 내 비치된 안내문의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스캔하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의 편의점에 접속되며 실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생필품 등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카테고리는 스낵 종류, 편의점 생필품, 주류, 룸서비스 음식, 호텔에서 판매하는 선물 세트가 있으며 시즌별로 판매되는 프로모션도 소개하고 있다. 호텔에서 투숙할 때 이 페이지를 확인하면 호텔에서 지금 어떤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지, 가성비 좋은 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직원들도 페이지에 상품에 관한 정보를 올리기 굉장히 쉽다.


살균로봇은 어떤 과정을 거쳐 들어오게 됐나?


UV 살균 로봇은 올 3월 초에 론칭했다. 자외선이 닿으면 가구에 색깔이 변하는 현상 때문에 적당한 강도를 조절하고 시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직원이 목적지를 설정하면 객실까지 자율 주행하고 탑재된 자외선램프를 통해 살균 작업을 진행하는 AI 인공지능형 로봇이다. 직원이 1차 약품 소독 및 방역 후, 2차로 미세 세균 살균 시 사용된다. 객실 내 총 세 지점에서 360도 회전과 자율주행을 하는데 회전하는 공간이나 움직임을 호텔 구조에 최적화시켰다. UV램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외선에 사람이 노출되면 좋지 않기 때문에 로봇이 객실에서 살균 작업을 할 때 직원은 들어가지 않는다. 고객들의 공간뿐만 아니라 백오피스나 직원들 공간을 청소하기도 한다. 이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코로나19 이후 강화된 메리어트 방역지침을 일괄 적용해 1차적인 프로토콜이 잘 돼 있지만, 로봇으로 인한 2차 방역을 통해 더욱 완벽하게 청결을 관리할 수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국내호텔 로봇 사용 선두주자다. 앞으로도 다양한 로봇과의 협업 계획이 있는가?


코봇의 경우 손님에게 인기가 굉장히 많아 로봇의 몸이 부족할 지경이다(웃음). 직원들의 서비스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도입했던 로봇이 의외로 호텔의 마스코트처럼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하며 엔터테이너의 역할도 도맡고 있다. 일례로 어린이날에 코봇에 사탕을 실어 어린이 고객이 있는 객실에 서프라이즈를 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운영의 효율은 물론 생각지 못했던 마스코트로서의 활약까지. 어느덧 직원들도 코봇을 동료로 여기고 있어 앞으로도 다양한 로봇들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

 

 

서비스 동료로서의 역할 톡톡히 해


호텔에 로봇이 도입된 이후 인간과 로봇의 업무 분담이 가능해졌다. 단순 업무를 로봇에게 맡긴 후 직원들은 보다 세심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등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 퀄리티 있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사하며 높은 업무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바쁜 주말, 객실에서 배달 요청이 들어왔을 때 직원들은 직접 물품을 가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로봇에게 객실의 호수를 입력만 한 후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 이렇게 단순 업무를 정확도와 일관성 있게 처리할 수 있는 로봇은 어느덧 직원들의 서비스 동료로서 자리 잡았다. 야외 테라스에서 실외배송로봇을 사용한 이 주임은 “호텔에 근무하는 인원을 최소화한 상황에서도 딜리버리를 대신 해주는 로봇이 있으니 편해져 다들 좋아한다. 실외배송로봇에게 ‘갖고 와!’하고 명령을 내리면 바로 물건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멍멍이’라는 애칭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로봇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었고 나중에는 하나의 직원으로써 당연히 있어야 하는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호텔 안에서 작동하는 로봇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돼 타 호텔과의 차별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고객들의 인증 후기로 자연스레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지기도 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의 코봇은 크리마스에는 산타클로스 옷을 입히고 설날에는 한복을 입히는 등 시즌 별로 옷을 갈아입힌다. 마르코 총지배인은 “귀여운 로봇의 모습에 고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다. 로봇의 사진이나 영상이 SNS에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을 보고 궁금증을 느껴 방문한 손님들은 다양한 상품과 식음료를 높은 편의성으로 이용하며 호텔에 부가 가치를 창출해준다. 마르코 총지배인에 따르면 모바일 편의점 코봇을 하루에 일곱 번이나 사용했던 손님도 있다고.

 

한편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 상황에 로봇은 안성맞춤이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고객들의 비대면 수요가 강해진 상황에서 그들의 비대면 수요를 채워줌과 동시에 방역에 투입돼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의 UV 살균 로봇은 사람이 다루기에 위험한 자외선을 방역에 사용, 객실의 세균을 99.9% 제거한다. 그로 인해 호텔에게는 청결에 대한 자신감을, 객실에서 묵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안심을 심어준다.

 

 

로봇 vs 사람, 해고당한 건 의외로 로봇 직원?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로봇 직원들에게도 단점은 존재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로봇 호텔인 ‘헨나 호텔’에서 2019년, 243개의 로봇 중 절반을 해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고된 로봇 중 ‘추리’라는 이름을 가진 인형 모양의 객실 비서 로봇은 투숙객이라면 쉽게 궁금해 할 질문들에 대해 쉽게 답하지 못했다. 투숙객이 자면서 코를 고는 소리에 반응해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십시오.”라고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수화물 로봇 두 대는 100개가 넘는 호텔의 객실 중 약 24개까지만 도달할 수 있었고 비나 눈이 오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호텔 측은 로봇을 수리하거나 관리하는 인력을 이전보다 더 많이 투입해야 했다. 한 외신은 “사람의 일을 대신 하도록 배치한 로봇이 오히려 더 많은 일을 만들고 갔다.”고 평가했다.


한남대학교 컨벤션호텔경영학과 한학진 교수(이하 한 교수)는 로봇의 단점에 대해 “기계의 잦은 고장으로 인해 서비스 중단 문제가 발생하거나 다국어로 서비스 제공 시 방문객과 기계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객실 및 화장실 청소와 같이 보다 세심하고 구체적인 서비스에 대한 실행능력이 부족하며 로봇의 인력 대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로봇은 도입할 때의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돌발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라고 총평했다.

 

 

 

 

“실내에서 실외로 활동범위 넓어진 로봇.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기대돼”
메이필드 호텔 라페스타 이건원 주임

 

로봇을 들여오게 된 계기와 메이필드 호텔에서 사용 중인 로봇이 궁금하다.


실내에서 쓰는 생맥주 기계 한 대, 실외에서 사용하는 배송 기계 한 대를 LG와 컬레버레이션 해 시험 운행했다. 실외배송로봇은 메이필드 호텔 건물 안팎을 오가며 고객에게 음식 서빙 역할을 수행한다. 고객이 야외테라스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은 주방에서 완성된 요리를 고객이 있는 테이블까지 배송한다. 또 고객이 식사를 마치고 그릇들이 선반에 채워지면 퇴식장소로 이동한다. 메이필드 호텔엔 테이블 40개가 있는 야외 테라스가 있다. 직원 수에 비해 부지가 넓고 동선이 길기 때문에 효율성을 위해로봇이 필요했다. 처음에 로봇에게 몇 번 테이블이 어디 위치에 있는지 번호로 지정해 인식시킨 후 번호를 입력하면 그 테이블 앞 쪽으로 간다. 사람들이 앞을 지나면 로봇이 멈춰 있다가, 동선이 트이면 다시 지나가 사람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야외에서 딜리버리 로봇을 사용하기 위해 한 노력이 있다면?


바닥이 균일하지 않은 야외에서 쓰였기 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물을 흘리거나 음식을 떨어뜨리는 사고는 없었다. 바닥이 많이 출렁거릴 때 움직이지 않게 매일매일 높이를 다르게 해가며 LG 직원이 높이 조절을 했다. 속도 조절도 가능했는데, 실내보다 속도를 느리게 설정했다. 도입이 아닌 테스트용 단계였기 때문에 LG 직원이 항상 상주하며 로봇 관리를 했다.


직접 사용 후 느낀, 실외배송로봇의 장점은?


직원들이 무거운 기물을 들지 않아도 되니 편리했다. 인력은 쓰되 로봇을 보조 기능으로 사용하면 주말 같은 바쁜 때 굉장히 도움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를 고객들이 요구하는 추세인데 그것을 채워줄 수 있었으며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고객들과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메이필드는 리조트형 호텔이기에 아기와 같이 온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다. 직원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지만, 로봇이 가져다주는 것 자체가 콘텐츠로서 기능한다. 로봇의 얼굴 화면에는 표정도 띄워진다. 말을 걸면 눈도 마주치며 웃어서 아이들과 로봇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아이들이 로봇에게 먼저 다가가는데, 사람 직원이었다면 그렇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웃음).


직원들 역시 최근 인건비와 코로나19 때문에 호텔 근무 인원을 최소한으로 둔 현 상황에서 딜리버리를 로봇이 대신 해주기 때문에 좋아했다. 로봇의 시험 기간이 끝나는 날, 다들 아쉬워하며 추후 다시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물어 보기도 했다. 라운지에서 쓰이는 로봇도 유용했지만 요즘 호텔에서 많이 이용하는, 객실 룸서비스를 하는 로봇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한편 느리게 설정해 놓은 속도 때문에 주문이 밀리거나 고객들이 로봇 앞에 길게 줄을 선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외배송로봇과 반 년 간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이 주임은 실외배송로봇의 단점에 대해 “사람이 직접 딜리버리 하는 것보단 스피드가 느렸다. 고객들이 로봇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데, 로봇의 속도는 느리니 음료 제조 로봇 같은 경우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선적도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로봇의 진화 위해 힘 합친 호텔과 기업


호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로봇들이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서비스 로봇 분야 사업에 참전해 호텔과 협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서비스 로봇 산업에 뛰어든 LG전자는 메이필드호텔 서울에서 처음으로 호텔 실외배송 로봇을 선보였다. 이 주임은 “실외배송로봇은 6~7개월간의 시범 운행 기간 중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LG측 담당직원이 상주해 있었으며 추후 다시 진행 여부에 대해 호텔의 판촉팀과 LG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종류의 로봇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 지속적인 미팅 중에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LG 클로이 살균 봇’을 공개하며 방역 로봇 시장에도 손을 뻗고 있다.


한편 국내 산업용 로봇 1위 기업 현대로보틱스는 작년, KT와 손잡고 디자인과 성능을 향상한 2세대 기가지니 호텔로봇 ‘엔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딜리버리 로봇인 2세대 엔봇은 1세대에 비해 유선형의 슬림한 디자인이면서도 적재함을 기존 대비 1.5배 늘렸다. 모터와 바퀴를 개선해 이동 속도는 40% 빨라졌고, 충돌상황에서 회피하는 등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고객에게 더욱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는 호텔 AI 제품이 또 하나 있다. KT가 인공지능(AI) 호텔 서비스를 위해 출시한 ‘기가지니 호텔’ 단말의 보급형 모델 ‘기가지니 호텔 미니’가 그것이다. 이 제품은 기존 12인치 기가지니 호텔 단말보다 작은 7인치 사이즈에, 무게는 1.2kg 정도로 가벼워졌다. 뿐만 아니라 호텔 투숙객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음성 인식 외에 터치 형식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가격은 기존 단말기 대비 약 10만 원 이상 저렴해 비교적 객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호텔에서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미래형 호텔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코로나19 장기화로 안전한 호캉스 수요가 높아지자 호텔들은 서비스에 신기술을 도입, 방역과 차별화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언택트 신기술과 여행을 결합한 ‘테크 투어리즘(Tech+Tourism)’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에 4차 산업의 물결과 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출이 더해져 이미 호텔에 로봇 직원들이 들어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이다. 한 교수는 “호텔 산업 역시 기존의 전통적인 인적 서비스 위주의 산업에서 점진적인 디지털화 및 자동화로 표현되는 ‘RAISAT(Robot Artificial Intelligence Service Automation Technology)’의 적용을 통한 방문객 친화적인 미래형 호텔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러한 기술변화를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따라 호텔에 필요한 인재의 종류 역시 달라질 전망이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의 이윤정 총지배인은 “과거에는 현장에 신속히 적응하기 위해 실무적이고 기능적인 직무와 관련된 업무를 배우는 것이 중요했지만, IT적인 사고와 직무 지식을 결합해 응용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돼야 할 때”라며 “호텔과 교육의 현장인 학교가 상호 긴밀한 관계를 맺어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호텔업계 속 로봇 이슈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본 결과, 우려도 있지만 고객들에게 시대에 발전과 어울리는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 속 로봇들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인적서비스와 기계의 의한 서비스,
조화롭게 공존 필요”
한남대학교 컨벤션호텔경영학과 한학진 교수

 

로봇들이 잘 활용되고 있는 호텔들의 사례를 소개 바란다.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호텔 FLYZOO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호텔로 알려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호텔예약, 호텔 키 대신 맞춤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얼굴 인식을 통한 체크인 및 객실 엑세스, 객실 최적화된 룸서비스가 로봇이 있어 신속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및 로봇호텔로 기네스북에 등록된 헨나호텔은 서비스 자동화 수준이 높은 ‘환경 친화적인 호텔’로 유명하다. 나가사키의 하우스텐보쉬 리조트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호텔 내에는 입구부터 공룡모형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안내로봇이 접객을 하고 셀프 체크인 및 체크아웃, 로봇 팔에 의한 수화물 보관, 로봇 카페, 이벤트 로봇, 객실 지문인식, 객실 내 자동 냉난방 조절장치 등 방문객을 위한 직접적인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호텔에서 로봇이 어떻게 활용될 것 같나?


고객이 기본적인 서비스로서 활용하고 있는 기본적인 업무 분야인 예약, 안내, 각종 정보제공 등에서 범위가 보다 확대되고 자동화 서비스의 수준이 고도화될 것이며, 조리 분야를 비롯해 재난, 보안과 같은 시설관리 및 방역의 영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방문고객을 위한 완벽한 다국어 서비스 제공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까지 발전된다면 방문객의 호텔 서비스 품질 평가 상의 하나의 기준으로써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호텔에서의 자동화 서비스 기술도입에 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호텔 서비스에 있어 로봇 도입이 앞으로 호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 현재, 호텔산업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금은 기술도입의 초창기이기에 다소 혼선이 발생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호텔산업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 첫째,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대응 여부에 따라 사업체의 지속가능성이 판가름 날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 인적 서비스 중 자동화 서비스가 가능한 직종 혹은 직무에 관한 일자리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기존인력의 재배치를 비롯해 직무 재설계, 기술역량강화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계획하거나 자동화 서비스 기술전문가의 채용에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셋째, 고객의 측면에선 호텔에서 제공하는 자동화 서비스에 점진적으로 적응하며 신비성과 재미, 즐거움을 느끼고 호텔 이용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체험하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예정이다.

 

향후 호텔산업이 로봇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조언한다면?


이제 호텔산업도 전통적인 인적 서비스 위주의 산업에서 점진적인 디지털화의 적용을 통한 방문객 친화적인 미래형 호텔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이러한 적용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술변화를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게 좋다. 물론 기술 수용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여러 의문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다. 기술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내, 국외 호텔에서의 사례를 정확하게 분석 후 적용여부를 판단하고 호텔산업 차원의 트렌드 및 방문객들의 자동화 서비스 요구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면 좋을 것이다.


결국 기계를 발명하고 이용하는 건 인간이다. 자동화 서비스가 갖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기계의 공존에 관한 최종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기계에 의한 서비스를 너무 과소 혹은 과대평가하지 않는 통찰력과 호텔산업에서 인적 서비스와 기계에 의한 서비스가 상호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