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Ⅰ] 코로나19가 몰고 온 ‘호텔 투 고’, F&B 운영난 타개할 효자 상품 되나 - ①

2021.03.04 08:54:59

 

지난해 말, 인기 먹방 유튜버의 호텔 음식 먹방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두에 올랐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해 유튜버의 지인이 한 특급호텔 딜리버리 코스요리를 선물했는데 방송을 통해 비춰진 음식 비주얼이나 맛을 평가하는 유튜버의 반응이 ‘호텔 코스요리’를 기대했을 때의 퀄리티와 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값이 30만 원이 훌쩍 넘는 수준이어서 오히려 시청자들이 유튜버를 대신해 호텔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로 인한 레스토랑 운영 제한의 돌파구로 호텔들이 ‘투 고(To-Go)’ 서비스를 실시한지도 어느덧 1년.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적극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한 끝에 호텔별로 특화된 투 고 서비스들이 자리매김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급격히 커진 시장에 비해 투 고는 음식의 퀄리티는 물론 위생과 안전성, 포장, 유통, 마케팅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터라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이 동반된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투 고 경쟁.

 

호텔들은 어떻게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터키로부터 시작된 투 고 서비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레스토랑의 운영 제한이 생기자 호텔 F&B의 묘수가 되고 있는 ‘투 고(To-Go)’. 어원으로 보면 ‘테이크아웃(Take out)’은 음식을 미리 주문해 포장하는 것이고, 투 고는 먹다가 남은 음식을 포장해가는 의미에 가깝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테이크아웃과 투 고의 의미 차이를 크게 두고 있지 않다. 호텔업계에 투 고 서비스가 떠오른 것은 그랜드 힐튼 서울이 레스토랑 ‘알파인 델리’에서 2015년 11월, 연말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칠면조 요리를 포장 판매하는 ‘터키 투 고(Turkey To Go)’ 프로모션을 실시하면서부터다. 당시 터키 투 고는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칠면조 요리를 가족과 함께 홈파티 메뉴로 즐길 수 있는 양(칠면조 구이 6~7kg)과 더불어 곁들일 사이드 메뉴까지 풍성하게 구성돼 이후부터 추수감사절 시즌이 오면 상징적으로 판매되는 호텔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투 고 서비스는 호텔 셰프가 최상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레스토랑에 방문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강점인 서비스다. 레스토랑 방문 이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투 고는 호텔 입장에서도 F&B 영업의 +a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됐지만, 워낙 F&B 매출에 집중하던 터라 상시적으로 운영하지는 못하고 터키 투 고와 같이 이벤트성의, 특정 기념일에 주로 선보이던 서비스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F&B 영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 문화의 확산으로 레스토랑 취식에 제한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도 가급적이면 방문 외식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경우 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됨에 따라 기존에 요청고객에 한해 구성했던 테이크아웃의 문의가 늘어 스시조와 홍연, 조선델리에서 도시락을 판매하게 됐는데,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테이크아웃 평균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45% 상승할 정도로 인기였다고. 이에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식음 이희종 팀장은 “코로나19 초기, 갑작스레 레스토랑 취식에 제한이 생기면서 생일 또는 기념일에 집에서 홈파티를 즐겨야 하는 홈파티족이 증가했다. 그러면서 특급호텔의 보장된 위생과 신선한 식재료와 함께 전문 셰프의 퀄리티 높은 맛있는 홈파티 음식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고, 대표업장의 시그니처 메뉴를 도시락으로 제작, 테이크아웃 및 배달 서비스까지 기획하게 됐다.”고 투 고 서비스 확장에 대한 배경을 이야기했다.


한편 플라자 호텔의 이재경 조리팀장(이하 이 조리팀장)은 “호텔 레스토랑은 고객과의 대면 서비스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호텔 및 레스토랑 산업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플라자 호텔에서도 기존 고객이 이용하던 테이크아웃 상품을 O2O 기반으로 확대해 투 고 서비스로 출시하기로 했다.”고 전하면서 “이에 특급호텔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난해 4월 드라이브 스루 투 고 상품을 론칭했다. 투 고 서비스는 출시하자마자 많은 고객들로부터 호응과 사랑을 받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호텔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픽업에서 드라이브 스루, 딜리버리로 확장
기존의 이벤트성 투 고 서비스 수요를 더욱 활발하게 끌어 올린 것은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이브 스루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주문한 레스토랑에 찾아가 직접 픽업하는 투 고 서비스에 보다 고객의 편의를 더하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최소한의 접촉으로 호텔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묘수가 더해진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것은 롯데호텔서울로 호텔은 지난해 3월 19일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픽업할 수 있는 시그니처 박스를 출시했다. 픽업은 1층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 픽업 존에서 이뤄지며, 잠시 정차 뒤 주문번호 및 메뉴만 확인되면 예약한 상품을 바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부터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전체 투 고 상품 판매 중 드라이브 스루 이용 비율이 약 80%에 달한다. 그랜드 키친 최재철 선임매니저(이하 최 선임매니저)는 “드라이버 스루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호텔 객실과 더불어 1층 드롭오프 존이 리모델링 중이어서 모든 차들이 파르나스타워 쪽으로 우회 이용했고, 파르나스타워 앞도 일부 공간 공사로 인해 픽업 존으로 이용하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하며 “그러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가 높다고 판단, 여러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당시 임시로 운영되던 지하 2층 발레파킹 존에 그립앤고 픽업 존을 빠르게 마련했다. 그 후 고객 편의를 위해 파르나스타워 앞 공사가 끝나자마자 1층으로 픽업 존을 옮겼으며, 호텔 리모델링을 마친 2020년 12월부터는 호텔 1층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이야기했다.

 


딜리버리를 실시하는 호텔도 생겼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글래드 여의도 ‘그리츠’와 글래드 마포 ‘그리츠M’은 지난해 9월 투 고 박스 출시 이후 곧바로 배달앱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에 입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투 고 서비스를 실시하는 호텔들이 드라이브 스루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는 한편, 배달앱 입점에는 주춤하는 모습이 있었던 모습과는 다른 행보였다. 글래드 여의도 최재연 식음·조리 파트장(이하 최 파트장)은 “그리츠의 투 고 상품의 경우 매일 50~60개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고, 지난해 연말의 경우 하루 평균 100개 이상 주문이 들어오기도 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내방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에게도 호텔 F&B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배달앱 론칭에 박차를 가했다.”면서 “배달앱 론칭 이후 배달이 된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다. 배달 정책상 호텔에서 3km 내의 위치에서만 주문이 가능해 이점을 아쉽게 여기는 고객들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배달 서비스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 유지는 물론, 잠재 고객을 유치하고 호텔 브랜드 홍보 등의 차원에서도 긍정적 시너지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바르미 호텔 인터불고 대구는 자체 배달앱을 개발, 호텔은 물론 바르미 외식 브랜드의 딜리버리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바르미는 2018년부터 온라인 시장 진출을 단계적으로 준비 중이었고, 2020년 초 배달앱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대구에 확산되면서 일정을 앞당겼고, 현재 대구 지역의 6개 바르미 외식 브랜드와 호텔 식당 2곳이 입점 중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바르미 앱은 출시하자마자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호텔 뷔페 도시락은 최고의 가성비 도시락으로 매일같이 150개 이상 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도시락에서부터 풀코스 요리까지
호텔 투 고, 한계를 뛰어넘는 중

투 고 박스도 진화하고 있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으로 투 고에 몰두하는 호텔들의 노하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터키 투 고와 같이 단품 단일메뉴로 구성되거나, 프리미엄 도시락, 뷔페, 풀코스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외식 시장에서 테이크아웃 형태의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도시락 메뉴를 구상 중이었다. 때문에 특급호텔 뷔페에서 가장 최초로 프리미엄 도시락 상품을 론칭, 인근 기업체들은 물론, 봄철 야외 관광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최 선임매니저는 “그랜드 키친의 그립앤고 도시락은 모든 셰프들이 약 2달간의 투 고 메뉴 개발 과정을 거쳐 뷔페의 대표 메뉴를 2만 9000원의 도시락으로 구성했다. 샐러드부터 디저트까지 알차게 구성했으며, 첫 출시가 봄이었기 때문에 봄철 야외 활동 시 피크닉 도시락이나 프라이빗 소규모 미팅 자리에서도 손색없도록 구성했다.”고 소개하며 “매 시즌 제철 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변경하고 있다. 가장 최신 버전인 시즌4는 가격을 3만 9000원으로 통일한 대신 웨스턴과 오리엔탈 메뉴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동시에 메뉴를 좀 더 고급화했다. 봄 시즌에 맞춰서는 시즌5도 준비 중에 있다. 투 고 상품의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도시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이크아웃 상품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말 시그니엘과 롯데호텔은 업계 최초로 파인다이닝 풀코스 요리를 투 고와 딜리버리 서비스로 제공하며 차별화 전략을 내걸었다. 럭셔리한 홈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홀리데이 갈라 앳 홈’은 스타터, 스프, 해산물, 스테이크, 디저트 밑 안주류 총 6코스로 제공, 집에서도 레스토랑의 미식을 경험하도록 셰프가 제안하는 간편 조리 팁과 플레이팅 가이드도 박스에 포함됐다. 여기에 롯데호텔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 3종 페어링과 플라워 데코레이션도 추가로 선택할 수 있어 특별함을 더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드라이브 스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될수록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비 11월 매출이 20% 신장되는 등 도시락을 시작으로 혼술족, 캠핑족 등을 타깃한 언택트 상품군에 대한 반응이 좋다. 이에 연말 홈 파티용 프리미엄 상품도 개발했는데, 풀코스 요리 딜리버리는 한 달만 판매했음에도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며 코로나19로 실종된 연말 특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내일 코로나19가 몰고 온 ‘호텔 투 고’,

F&B 운영난 타개할 효자 상품 되나 - ②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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