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코로나 아이러니

2020.10.12 08:50:00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벌써 가을이구나, 여름이 정말 짧긴 짧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2020년도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그깟 바이러스 하나에 전 세계가 홀린 듯이 1년을 보내고 있다. 정말 누구 말마따나 2020년은 한 번 다시 살아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는 없는 채로 말이다.

꺼내봤자 우울한 얘기뿐인 코로나19 기사를 쓴지도 벌써 9개월째다. 적응에 뛰어난 인간은 어느새 웬만한 이슈에는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는 단단함이 생겼다. 확산의 위기와 종식에 대한 기대가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다 보니 그 속을 관통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속속 보인다.

지금까지 호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였다. 호텔들은 하나같이 역에서 도보로 도착하는 시간을 어필하고, 중심상권이냐 주변상권이냐에 따라 세일즈 포인트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달랐다. 도심에서도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단 한 가지 아쉬움이었던 호텔들이 오히려 도심에서 벗어난 프라이빗한 공간이 돼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성비 경쟁에 치여, 가지고 있던 럭셔리 아이템들을 뽐내지 못했던 호텔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브랜드 가치를 잃어가고 있던 중, 특급호텔이 MZ세대의 플렉스 소비의 콘텐츠가 되며 대체불가한 필살기를 총망라하고 있다.

뷔페를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피치 못할 상황에 찾는 대안이자, 들이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티가 나지 않았던 룸서비스는 그동안 F&B와 객실 사이에서 눈칫밥 먹기 바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이 정착됨에 따라 룸콕 호캉스의 키워드가 됐다. 어쩐지 바이러스의 열병으로 호텔도 한차례 솎아지고 있는 듯하다.

팬데믹의 여파로 호텔들이 의도치 않게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요즘, 호텔의 핵심 부서인 마케팅, PR, 세일즈의 본질에 대해 연재를 하고 있다. 그동안 많고도 다양한 PR 담당자들을 만나오며 PR의 세계에 궁금한 점이 많았던 터라 사실 이 기획의 가장 큰 의도는 PR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취재를 통해 알게 된 PR의 세계는 보다 심도 깊은 영역이었고, 미디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의 관계였다. 그리고 그동안 석연치 않았던 커뮤니케이션들이 PR과 미디어의 메커니즘 이해 부족에서 생겨나게 됐음을 알게 됐다. PR의 역량은 위기의 상황에서 발휘된다. 때문에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한 호텔은 PR의 역할에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 아이러니로 PR 담당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호텔에 고객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PR해야 할 대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PR만큼은 고객이 있든 없든 존재해야 하는 영역이다.

코로나19로 호텔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어딘가에서 발생한 아이러니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이상할 것 없는 비일상의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 혼란 속에서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저작권자 ⓒ호텔앤레스토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