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윤의 Beverage Insight] 블링 H2O(Bling H2O)

2019.12.31 09:20:52


미국은 1767년 보스톤의 잭슨 온천이 병치유의 기적을 보이면서 시작된 먹는 샘물이 패션을 주도하는 먹는 샘물로 진화했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호텔, 고급 레스토랑에서 프리미엄 먹는 샘물 마할로(Mahalo), 코나 딥(Kona Deep), 마운틴 밸리 스프링(Mountain Valley Spring)을 쉽게 만날 수는 있지만 블링 H2O(Bling H2O)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히트 잡지인 <Forbes>에 연중으로 ‘가장 비싼 가격의 품목’을 뽑은 목록에 블링 H2O가 선정될 정도로 비싸다.


2005년에 설립된 블링 H20의 기업사명은 ‘우리의 절묘한 취향에 맞는 절묘한 얼굴을 가진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특별한 소비자를 위한 물로 각인시키고 있다. 먹는 샘물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블링 H2O Crystal’은 브랜드가 단순한 지역명이 아닌, 만들어진 새로운 브랜드다. 할리우드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케빈 G. 보이드(Kevin G. Boyd)가 제작해서 시장에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먹는 샘물 병을 패션 액세서리로 생각하고 휴대하고 다니는데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기존 먹는 샘물의 시장에서는 상류사회의 소비자들을 위해 제작된 먹는 샘물이 없다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됐다. 오랜 고심 끝에 화려하고 독특하면서 최고급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먹는 샘물의 병 디자인을 생각했다. 750㎖ 샴페인 병처럼 생긴 병 모양에 병마개로 자연산 코르크를 사용했고, 스와로브스키(Swarovski) 크리스털을 수공예로 장식해 재활용이 가능한 한정판으로 제작하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할리우드 스타와 상류층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렇게 블링 H2O는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가방에 휴대하면서 홍보가 됐으며, 해외의 명품 전시장, 그래미 시상식, 에미상 시상식, MTV 뮤직 비디오 상 등에 노출되면서 더욱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또한 할리우드 유명 스타나 스포츠 스타들이 다양한 행사에서 들고 나오면서 명품 먹는 샘물로 자리를 잡았고,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먹는 샘물로 인식됐지만 매일 마시기보다는 특별한 날 특별하게 마시거나 소장하는 물이 됐다.


일반적으로 약 38달러정도면 구입할 수 있지만 2009년 특별하게 제작된 블링 H2O 더 텐 사우전드(Bling H2O The Ten Thousand)는 750㎖ 1병에 2600달러(약 270만 원)에 판매됐다. 이를 위해 물병 자체를 1만 개에 달하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로 꾸몄다. 이 물은 아무 곳에서 살 수가 없었고, 두바이의 하비니콜스 백화점 전용으로 제작된 컬렉션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2007년 미국 연예 매체인 TMZ에서 힐튼 호텔 상속녀이자 배우인 패리스 힐튼 등의 연예인들이 즐겨 마시는 물로 소개, 패리스 힐튼이 LA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애완견에게 이 물을 먹이는 장면이 포착돼 더욱더 화제가 됐다.


블링 H2O 병에는 스와로브스키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 크리스털 큐빅 60여 개를 장식한 물병이 압권이다. 블링 H2O의 광고도 색다르다.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블링’한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묻겠습니다. 당신은 ‘블링’하십니까? 블링 H2O” 블링이라는 신조어는 힙합가수의 치렁치렁하고 번쩍거리는 장신구에서 나온 말로 ‘번쩍 거린다’는 의미가 있다. 즉, ‘블링 블링(Bling Bling)’이란 표현은 우리말로 ‘반짝반짝’이다. 구어적으로 표현하면 ‘있어 보이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화려하고 력셔리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미국의 유명한 먹는 샘물의 전문가인 마이클 마스카 박사는 블링 H2O에 대해 “가격만큼 가치를 하는 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지만, 필자는 먹는 샘물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물의 TDS 가치보다는 브랜드 가치나 희소가치에 더 만족하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일상은 언제나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먹는 샘물도 패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만 먹고 버리던 일회용 페트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소장하고 싶은 물병’을 만들어 마케팅에 성공시켰고, 물이 마시는 물이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 재탄생시켰다. 결국 갖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소비심리를 자극한 블링 H2O는 마시는 물보다는 패션과 명품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블링 H2O의 수원지는 미국 테네스주(Tennessee)의 한적하고 청정지역인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에 있는 단드리드지(Dandridge) 내쉬빌에서 서쪽으로 60마일 떨어진 120ac의 처녀림 가운데 지하 1524m에서 올라오는 자연 온천 인 스톤 클리어 스프링스(Stoneclear Springs)에서 취수한다. 2006년 세계적인 물 평대회인 버클리 스프링 인터내셔널 워터 테이스팅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필자가 블링 H2O를 시음해본 결과, 청정한 숲에서 나오는 시원하고 산소 같은 느낌과 부드러우면서 상쾌한 기분의 청량감이 돋보였다. 미네랄 총 용존량(TDS)이 140mg/L며 경도는 27mg/L인 저경도로, 성분을 분석해보면 마그네슘 6,8mg/L, 나트륨 1.5mg/L, 염화물 1.2mg/L, 칼륨 1,2mg/L, 황산염 8.3mg/L 등이 함유돼 있고, pH 7.7로 약알카리성이며 질산염은 0.38mg/L이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고객에게 스트레스 해소, 피로 회복 등에 좋은 물이라고 소개하면 매우 만족할 것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블링 H2O를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호텔 레스토랑의 홍보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고재윤 교수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한국와인의 세계화에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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