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의 Hotel IT] 좋은 솔루션을 고르는 선명한 기준

2018.01.07 09:30:00

우리는 마루타가 아니다
“시민은 마루타가 아닙니다.”

2016년 2월 서울시 공무원에게 IoT(사물인터넷) 실증화 사업 제안 설명회에서 했던 말이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의 경우 창업을 예정한 대학생과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하지만 단순 기능만 구현된 아이디어 버전 또는 베타 테스트 버전을 공공시설이나 개인의 집에 설치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이전의 많은 공공 IT 시범사업에서 동일한 문제들이 발생해 많은 민원이 있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IoT 실증화 사업을 통해 대학생이 아이디어로 만든 시제품이나 IT 기업이 베타 테스트 중인 제품을 시민에게 제공한다면 생활의 불편함을 야기해 많은 민원을 발생시킬 것입니다. 개발이 완료된 제품의 공공사업 적합성을 IoT 실증화 사업을 통해 필드 테스트해야 합니다.”


2016년 IoT 실증화 사업 진행 이후 각 솔루션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종합 분석해 서울시는 개발이 완료된 제품만을 실증화 적용 대상으로 지정하는 원칙을 세웠다.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마루타가 아니다. 한 회사를 위한 베타 테스터가 될 수 없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기회를 특정기업에게 굳이 무상으로 제공할 필요도 없다. 솔루션을 설치한 이후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개발 완료한다는 논리. IT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영업 방식이다. 좋은 솔루션을 고르기 위해 우리는 이것을 경계하고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발 중 = 존재하지 않음
솔루션 제안 설명회에서 개발 업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현재 개발 중입니다.”, “3개월 뒤에 구현 예정입니다.”, “말씀 하신 기능은 한 달이면 개발 가능합니다.” 많은 기업의 담당자들이 이 말을 듣고 솔루션의 신빙성을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 솔루션을 도입하고 보면 기능이 없거나, 필요 기능의 개발을 이제 와서 시작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개발 중’, ‘구현 예정’ 또는 ‘개발 가능’이라는 솔루션 업체의 말을 ‘가능하다.’라고 해석해서 활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솔루션을 도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과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는 유명한 IT 업계의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악화되면 발생되는 업무의 손실과 매출 발생 기회의 상실이라는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 지루한 법적 다툼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한가? 그 비용은 또 다른 손해가 아닌가?


기업의 담당자들은 솔루션 업체의 ‘개발 중’, ‘구현 예정’, 또는 ‘개발 가능’이라는 말들을 ‘가능하다’가 아니라 ‘세상에 아직 없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비유 한다면, 직원을 뽑는데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면접 볼 수는 없지 않는가?


똥배짱과 말빨에 속지 말라
“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똥배짱과 입에 발린 말빨이 필요하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1976년 작품. 스미요시 나가야 건물의 건축 일화에 대한 한 네티즌의 평이다.


안도 타다오의 출세작인 스미요시 나가야 건물은 집은 편해야 한다는 상식을 깬 작품이다. 집의 전면은 모두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 있고 3등분된 가운데 부분은 천장 없는 빈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화장실에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것이 자연과 직면해서 사는 길이라는 안도 타다오의 설계의도가 건물주에게 설득됐다는 일화다. 흔치 않은 예시로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잘 발생하지 않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의도적으로 창조적인 것을 찾지 않는 이상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솔루션 업체의 호언장담과 다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구체성이 없는 맹목적인 말들은 경계해야 한다. 솔루션 개발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논리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으로 솔루션 업체의 영업 담당자나 대표이사의 호언장담과 다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어떤 기획과정을 거쳐서, 무슨 개발언어로, 몇 명의 개발자를 투입해서 개발완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또 유려한 영업 담당자의 설명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현재 솔루션에서 구현된 기본 기능 외에 개발 예정인 기능이 있는 것인 것 마냥 묶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솔루션 업체의 호언장담(똥배짱)과 유려한 설명(말빨)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특정 솔루션과 그 분야에 대한 식견을 기업의 담당자가 갖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솔루션을 구분하는 선명한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제안되는 많은 솔루션 중 옥석을 가릴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구글이 제시한 3원칙 ‘Be There, Be Useful, Be Quick’을 소개한다. 참고로 필자는 전 직장에서 한국 국군 가상화 인프라 구축사업 입찰에 참가해 이 개념을 소개 했고, 필자가 속했던 사업팀이 사업을 수주해, 국군의 해당 부대에서 도입 비용 및 운영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Be There, Be Useful, Be Quick.
2015년 9월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마이크로 모먼트(Micro Moment)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론을 정의했다. 고객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시간은 잠깐이며, 그 찰나와도 같은 순간에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Be There, Be Useful, Be Quick’으로 정의했다.


Be There : 고객이 스마트폰을 필요로 할 때 검색 가능하도록 존재하고 있으며,
Be Useful : 고객에게 나타나는 것 뿐 만 아니라 관련성이 있고 요구를 충족시키며,
Be Quick : 고객에게 빠르게 해답을 제시하고 실행 가능하도록 지원함.


필자는 바로 이 개념을 차용해 국군 가상화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좋은 솔루션을 고르는 선명한 기준으로 제안했었다. 이미 실존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널리 유용하게 사용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신속한 업무적용이 가능한 솔루션이다. 솔루션은 ‘문제 또는 곤경의 해결책’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말 그대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방안을 말한다. 고객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확한 해답을 빨리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 좋은 솔루션의 핵심이다. 각 개념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선명한 기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Be There_ 고객사가 필요로 할 때 이미 시장에서 존재 하고 있으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한 명성과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호텔 분야면 더욱 좋지만 새로운 개념의 솔루션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유사 레퍼런스, 또는 응용 가능한 사례를 보유한 솔루션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호텔의 시설물 점검 업무 간소화 방안이 필요한 경우 이를 해결할 솔루션은 현재 호텔 분야에서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일반 건물 관리와 시설물 관리 분야에서는 이미 점검 자동화 및 간소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을 달성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의 경우 24시간 냉장, 냉동고 온도 모니터링이 법적 의무 사항인 관계로, 3교대로 점검 인력을 배치하고 있었는데 IoT 온도 센서를 활용해 24시간 온도 모니터링 및 점검 일지작성 자동화를 구현해 야간 근무인력을 줄이고 연간 50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또 일반 건물의 시설물 관리업무를 간소화해 비용 절감 및 업무 효율화를 달성한 사례도 있는데, 30년 된 건물의 낡은 설비에 IoT 센서를 부착해 건물 전체의 주요 설비 점검 업무를 자동화 했고, 기존 인력은 점검 업무로 인한 노동 부담을 없애고 중요한 정비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필자가 속한 회사도 커피 전문 체인점 전국 매장에 시설물 점검 자동화 솔루션을 제안해 PoC를 진행했고 그 성능과 효과를 인정 받았다.



Be Useful_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뿐 만 아니라 고객의 Needs를 충족시키며
솔루션이 ‘유용하다’는 것은 고객의 현재 니즈를 충족시키는 명확한 대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명확한 대안은 기술력의 확인을 통해 필요사항의 대부분을 충족시켜 세부적인 문제해결 도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업체의 기술력이 특정 레퍼런스를 통해 확인되고 이를 우리 호텔에 적용할 경우 현재의 문제점들이 해소 가능하다는 개념적 확신이 서게 만드는 솔루션, 유용함이 느껴지는 바로 그 과정이다. 타 산업분야의 사례를 살펴보자.


국내 최대의 조선소의 경우 배를 건조하는 중에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화재, 유독가스 유출, 구조물 붕괴 등의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큰 사고들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신문 지면에 종종 조선소 인명피해 사고가 등장할 만큼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명 피해로 인한 인력 손실과 직장동료 및 직원가족들의 엄청난 상처가 가장 큰 문제지만, 인명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정부기관 조사 기간(약 2주)동안 조선소 가동을 멈춰 막대한 운영손실이 발생하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는 사고 보상비용의 수백 배를 넘는 손실을 야기한다. 선박 건조장에서 대형사고 발생 시 작업자가 실시간으로 빠르게 대피시켜야 하는 회사의 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IT 기업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문제는 안정적인 통신 연결이었는데, 30만 톤급 대형 유조선의 경우 건물 30층 높이(70m), 축구장 3개 넓이(길이 340m, 폭 65m)로 전체 작업장을 단일 무료통신망으로 연결해 실시간 대피 경로를 안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대형백화점과 반도체 공장의 실시간 대피경로 안내 솔루션을공급한 업체가 900mHz 대역의 LoRa-Mesh 네트워크로 이를 성공시켰는데, 통신사 포함 100여 개 업체가 도전해서 실패한 문제를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PoC를 통해 확인시켰다. 필자가 속한 회사도 LoRa-Mesh 네트워크 방식 실시간 대피경로 안내 솔루션을 자동차 제작 기업에 제안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Be Quick_ 고객에게 빠르게 해답을 제시하고 적용 가능하도록 지원함
‘빨리’라는 것은 솔루션이 해답을 제시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실무적용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스터마이징(고객 맞춤) 기획, 개발, 테스트, 적용, 사후 수정이라는 솔루션 도입 시 발생하는 제반 과정이 짧고 빠르게 진행 가능하다는 것으로 솔루션의 기초가 매우 탄탄하고 호텔 업무 호환성이 뛰어나야 가능한 내용이다. 기술이 있는 것과 제품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제품이 있는 것과 적용이 빠른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기술력을 평가하는 필자 개인의 기준은 다음과 같은데, ‘기술보유 < 제품의 완성 < 빠른 실무적용’으로 평가한다. 기술이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대량생산과 정부인증 및 표준화를 달성하는 제품의 완성에 비하면 한참 낮은 기술력이다. 음식을 할 줄 아는 것과 음식이 맛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완성된 제품을 부분수정을 통해 빠르게 실무에 적용 가능한 것은 차원이 다른 기술력이다.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은 기본이고 커스터마이징 과정을 통해 부분 수정되는 솔루션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한다는 것은 많은 경험이 있지 않고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음식을 맛있게 하는 사람이라도 환경에 따라 식자재가 달라지면 맛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정말 요리를 잘하는 전문가는 식자재의 특성을 파악해 맛있고 안전한 요리를 마치 마법사처럼 제공한다. 마법과도 같은 빠른 현장 최적화, 대단한 기술력을 증명하는 기술 기업의 특성이다. 예를 들면 필자가 PoC를 진행한 커피 전문 체인점의 시설물 원격제어 자동화 솔루션의 경우 다른 PoC 참가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술력을 보여줬다. 무선 통신을 활용한 IoT 시설물 원격제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Wi-Fi이다. 시청역과 같은 서울 중심가의 경우 Wi-Fi AP(Access Point)만 70여개가 한꺼번에 잡히는 통신과밀지역으로 전파간섭현상이 심하다.


이에 반해 국립공원과 같은 산악 지형이나 농·어촌의 경우 Wi-Fi를 쓸 수 없는 통신열악지역으로 다른 통신방식이 아니면 기기 간 연결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Wi-Fi 통신 주파수는 2.4GHz로, 진폭이 짧아 직진성이 뛰어난 초단파이기 때문에 철제 문, 콘크리트 벽과 같은 장애물에 의해 통신이 단절되기 쉽다. 대부분의 IoT 솔루션들이 Wi-Fi와 블루투스 통신 기반인데 모두 2.4GHz 대역 주파수로써 통신단절과 간섭현상이 심해 안정적인 통신연결 방식으로 쓰기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다른 통신 방식을 써서 연결성을 개선시킨다 하더라도 운영상의 편의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커피전문점 매장당 IoT 센서와 원격제어기기 20개가 설치된다고 가정하면 이를 초기 세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이 부분이 기술력을 증명하는 부분인데 필자의 경험으로 보통은 4시간, 길게는 10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초기 세팅을 30분 만에 완료한 업체가 있었는데, 통신방식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오토매틱 멀티 페어링(Automatic Multi Pairing, 기기 간 연결 자동화) 기능 구현을 통해 전원 공급 시 자동 연결되는 안정적인 연결 기능을 증명했다.


또한 PoC 기간 동안 하나의 AP로 1, 2층 복층 구조의 매장 전체를 통신 연결해 안정적인 원격제어 기능을 제공했다. 도시, 농어촌 및 도서산간 지역 1만 개소의 시설물 원격제어를 담당하는 솔루션의 역량이 한눈에 확인 되는 순간이었다.



기업의 시간은 곡선, 개인의 시간은 직선
좋은 솔루션을 고르는 선명한 기준, 이미 실존하고 있으며(Be There), 시장에서 널리 유용하게 사용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며(Be Useful), 신속한 업무적용이 가능한 솔루션(Be Quick). 이 말을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기업의 자원이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그 사업은 언제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잘못된 솔루션의 도입으로 인해 사업의 시기를 놓치게 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과 구성원들이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 분기별, 계절별, 연도별, 연대별로 사업의 흥망성쇠가 반복된다. 곡선 형태의 주기에 따라 기업이 발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을 놓치면 그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직원 개인은 직선으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시간의 화살성(Arrow of Time)인데, 기업보다 생산가능 기간이 짧은 개인은 흘러간 시간을 다시 잡기 어렵다.


순간을 살아가는 개인의 사려 깊은 솔루션 검토와 선정은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직원 개인으로 인해 기업은 장기간 기회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1980년 금성하이테크 칼라비전 TV 광고에서 처음 사용된 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지금 호텔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은 선명한 기준을 가지고 선정해야 좋은 결과를 장기간 가져갈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가 호언장담과 유려한 설명에 현혹되지 말고 개발돼 존재하는 것만을 평가하며 레퍼런스가 풍부해 내가 속한 기업을 실험대상으로 만들지 않는 솔루션을 찾아가는 2018년 한해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