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엽의 Hotel Notes] 제주 능선의 풍광에 접하고 싶을 때, 제주 롯데아트빌라스
선택과 집중의 어려움 책을 읽을 때나 음악 들을 때 괴로운 것은 강박이다. 서문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은 지루하고 읽고 싶은 부분은 눈길을 잡아끄는 소제목 몇 단락이다. 음악도 그렇다. 빠른 1악장, 통통 튀는 3악장이 내가 좋아하는 소나타인데 지루한 2악장은 날 괴롭게 한다. 이어령 작가는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챕터만 골라 읽었다. 밴드 뮤즈의 보컬 메튜 벨라미도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소품 몇만 골라 들었다. 쇼팽 에튀드를 들을 때 op.10~1부터 12번까지 다 들어야 할 필요 없지 않은가. 물론 책의 저자는 논리와 맥락을 고려해 챕터를 배치한다. 작곡가도 마찬가지. 그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서사가 템포와 조성을 입고 차례로 기다린다. 그래도 우리가 고등교육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닌 이상 강박에 젖어 독서와 감상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끌리는 것부터 읽고, 듣자. 뭐 연구자도 아닌데 전체의 구조, 체계정합성에 천착할 필요 없다. 그리고 설령 연구할 의지가 나중에 생기면 그때 순서를 고려해도 전혀 늦지 않다. 어느 연주자가 파가니니 랩소디 카덴차만 앵콜로 했던 것처럼 클래식 공연 앵콜 역시 꼭 완곡을 다 해야 하나. 그러니 힘 빠지고 지치니까 느린 소품
- 남기엽 칼럼니스트
- 2022-02-17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