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할리곤스, 딥디크, 몰튼브라운, 록시땅. 평소 접하기 힘든 고급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호텔 객실 서비스의 정점은 어메니티다. 국내외 호텔로의 잦은 출장으로 호텔에서 챙겨온 것들이 많지만 써버리긴 왠지 아까워 화장실 한편에 나란히 줄 세우고만 있는 어메니티. 호텔에서 경험했던 서비스들이 향기에 담기는 것일까? 세상에 이렇게 많은 향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가지각색의 향을 머금고 있는 어메니티를 보고 있노라면 다시 호텔에 가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호텔 어메니티에는 호텔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녹아져 있다. 어메니티의 은은한 잔향만큼 고객이 호텔에 대한 기억을 보다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호텔들은 최고급,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어메니티를 들여다 놓기도, 자체 제작한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게 호텔의 품위를 나타내주는 어메니티가 친환경 바람을 타고 그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그동안 호텔에서 방출되는 플라스틱 양이 어마어마했기에 이런 움직임은 긍정적인 흐름이라 생각하는데, 어느 호텔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특급호텔에서 친환경 어메니티의 대안으로 디스펜서나 재생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호텔의 ‘격’을 떨어트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
호텔산업 전문지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호텔에 대한 질문들을 종종 받고 있는데 그동안 받았던 질문 중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던 물음이 있었다. 업계지 기자로 매달 호텔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가장 순수한 물음에 대한 답을 할 수 없었던 것. 호텔과 모텔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내용을 기사로 다뤘다면 일반숙박업이니 관광숙박업이니, 숙박업의 분류가 어떻게 돼 있고 등급별 관광호텔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정리했겠지만 이런 전문적인 내용까지 알 필요가 없는 친구에게 ‘호텔과 모텔은 이래서 다른 것이다’라고 명쾌하게 답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 부티크,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며 힙한 숙박업소들이 늘어나 취재를 하면서도 여기가 관광호텔인지, 모텔인지(사실 우리나라에 자리 잡고 있는 모텔도 잘못 들어온 개념이긴 하지만) 헷갈릴 때가 많다. 그렇다면 호텔은 뭘까? 단순히 숙박업소라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호텔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 이건희 대표는 호텔이 장치산업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호텔 개발사들은 호텔의 부동산적 가치를 어필한다. 물론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호텔사업만한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은 호텔을 운영함
'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련돼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 자부심에 대한 뜻이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스스로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늘 가치는 남이 판단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 옆에 있는 경쟁자들과 비교하기 바빴고, 나 자신에 대한 물음표는 마침표로 바뀌어갔다. 가수 이미자가 데뷔 60주년을 맞이해 소감을 밝히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의 노래는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면서 반주 맞춰 부르는 노래, 천박한 노래였다. 한때 발라드를 부를까 생각했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전통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도 이 소감에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부심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미자처럼 60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지켰을 때야 비로소 자부심을 가졌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업계는 3D 업종이다. 몇 시간이고 서서 듣지도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열심히 설명을 해줘야하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손님이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아파서 운다. 불과 칼을 다루며 한순간의 실수로 피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