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Real Companhia Velha
창밖을 보니 찬바람에 낙엽이 뒹굴고 옷깃을 한껏 여민 사람들이 총총 걸음으로 서둘러 퇴근한다. 늦가을로 접어들며 수은주가 뚝 떨어진 밤에는 거실 따뜻한 소파에 몸을 푹 맡기고 한 잔의 포트 와인을 마셔 보자. 향긋한 바닐라 향과 감미로운 캐러멜 맛이 화끈한 알코올에 실려 목젖을 뜨겁게 통과하면, 추운 날씨에 떨었던 하루의 긴장이 부드럽게 풀리며 편안한 숙면이 찾아온다. 최고의 디저트 와인, 포트 근세 이래의 전통 귀족들과 산업 혁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영국과 북유럽의 신흥 부르주아 계급들의 생활상을 담은 영화들을 보면, 만찬을 마친 사람들이 한 손으로는 시가 담배를 피며, 다른 손에는 와인 잔을 잡고 있는 모습이 종종 연출된다. 그들은 손바닥을 펴서 부드럽게 잔 아래를 감싸 안아 손의 체온으로 발산된 와인의 향을 즐긴다. 진하고 스파이시한 시가 담배 연기가 가득한 방에서도 눌리지 않는 강한 향을 가진 와인, 입안이 진한 니코틴으로 코팅돼도 맛을 느낄 수 있는 강한 맛을 가진 이 와인은 무엇일까? 바로 포르투갈산 포트(Port) 와인이다. 포트 와인은 알코올 강화 와인(또는 주정 강화 와인 Fortified Wine)의 한 종류에 들어간다. 알코올 도수가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