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지만, 호텔업계는 여전히 해가 바꿨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듯하다. 정확한 시점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2021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관측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도 관광산업은 외부의 다양한 충격에 주기적으로 영향을 받아 왔다.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사드(2016년) 등 외부 전염병이나 정치상황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고, 그 때마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극복을 해내곤 했다. 물론,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는 과거의 영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관광산업 및 그에 속한 호텔업계에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관광절벽의 시기는 올해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 위기로 인해 호텔업계는 많은 변화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이 위치한 지역별로도 편차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동안 관광산업의 메카로 호황을 누리던 서울지역 호텔들이 이번 코로나19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리조트나 펜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던 해안지역 호텔들의 경우 청정 공간 이라는 인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기획의 시대’가 도래한지는 오래됐다. 국내 역시 오랜 세월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가 서비스 기반으로 옮겨가면서 이러한 흐름은 어디에서 일을 하던 간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일례로 건축설계 분야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게 구현할지를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어떠한 사회적인 이슈가 시장에 필요로 하고 그 이슈를 어떻게 하면 선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모색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간삼건축은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로 호텔산업에 대한 다양한 리서치 및 스터디를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이슈나 콘셉트 등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려는 작업들을 몇 해에 걸쳐 지속하고 있다. 건축의 여러 용도 중에서도 유독 호텔분야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거나 며칠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띈 장소로 변모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일상과 다른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호텔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24시간을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많은 건축가들이 디자인해보고 싶
최근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호텔을 선택할 때 가장 선호하는 시설을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48%) 가까이가 ‘수영장’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호캉스’ 라는 신조어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수영장은 호텔에서 마케팅 및 이벤트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호텔 수영장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다양한 주제로 국, 내외 호텔의 수영장을 소개하는 포스트들이 인터넷을 꽉 채우고 있다. 5성급 호텔의 경우 실, 내외 수영장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시설이지만, 비즈니스 급(중규모) 호텔이 막 들어서던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부대시설 구성에서 수영장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몇 가지 제약조건이 항상 언급됐는데, 첫째, 그 당시 중규모 호텔들의 주 수익전략은 전적으로 외국 관광객(중국)들에 대한 객실 판매만으로도 수익이 형성된다고 판단했다. 부대시설들을 최소화 하더라도 객실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둘째, 초기 투자비 구성 시 수영장은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 역시 지속적으로 드는 관계로 프로그램으로 넣는 것에 많은 반대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셋째, 국내 기후와 연관돼 부족한 활용성에 대한 운
2016년부터 첫 공사가 진행된 광교 신도시의 컨벤션 컴플렉스가 2020년 드디어 전체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경기도청 신청사와 일산 호수공원의 2배 크기인 광교 호수공원을 연결하는 중심축에 위치한 본 사업부지는 광교 호수공원을 기준으로 우측에 컨벤션센터가 위치해 있고, 좌측에 백화점, 호텔, 아쿠아리움 등의 지원시설들이 자리 잡았다. 2019년 3월 1단계로 컨벤션센터가 오픈해 올 한해만 약 100만 명의 방문객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단계 지원시설은 2020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MICE 산업 육성 및 세계적 규모의 컨벤션센터 조성을 통해 글로벌 도시 수원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로 2000년 건립사업이 추진됐고, 전체 시설규모만 해도 약 12만 7000평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20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HOTEL BRAND&PROGRAM MICE 산업의 핵심인 컨벤션센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원시설 중에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시설이 숙박시설이고 이를 위해 초기부터 사업을 기획한 수원에서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유치를 사업조건으로 내세웠다. 글로벌 MICE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행사 관계자들이 한 곳에서
루이비통, 이케아, 까사미아, MUJI, 레고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명품가방, 가구, 라이프스타일 숍, 완구 등 분야는 다양하지만 하나 같이 호텔시장에 진출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호텔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런 브랜드들이 자체적인 호텔운영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직접적인 경험과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데 호텔만큼 최적의 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호텔이라는 용도는 고객들이 투숙하면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행위들이 일어나는 장소다. 잠을 자고, 몸을 씻고, 식사를 하고, 비즈니스를 하고, 놀 수 있는 장소. 그러한 행위 중에 무의식적으로 동일한 브랜드의 상품들을 접하고 느낄 수 있다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홍보 전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호텔마다 차별화된 콘셉트가 사업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인지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콘셉트를 베이스로 호텔을 계획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고객들에게 호텔의 아이덴티티를 어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종결합(Heterogeneity Integration)을 통한 새로운 유
SHUTDOWN 2019.06.17 1992년 7월 처음 개관한 경주 보문단지 내 대표적인 5성급 현대호텔이 금년 6월 17일 전면 리모델링을 위한 셧다운(Shut Down)에 들어갔다. 27년의 역사에 일부 부분적인 개보수 등은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전면적인 리뉴얼은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경주 현대호텔은 기존 국내 특급호텔들의 설립배경과 마찬가지로 현대그룹이라는 대기업의 계열호텔로 시작됐다. 운영방식 역시 모기업의 행사, 컨퍼런스 등과 연계돼 비즈니스 수요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개관한 경주 힐튼호텔의 경우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와 더불어 2012년 전면적인 리뉴얼을 통해 레크레이션 시설들을 강화함으로써 최근 경주를 방문하는 주요 관광객인 가족, 연인들의 이용 빈도가 7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의 관광행태와 부합되지 않는 호텔의 프로그램 및 노후화된 시설의 환경개선을 위해 필자는 작년 5월 3가지 리모델링 사업 방향을 경주 현대호텔을 인수한 새로운 사업주에게 제안을 했는데 리포지셔닝, 시설 환경개선, 지역 명소화 전략이 그것이었다. Ⅰ. 리 포지셔닝(RE POSITIONING) 호텔 리모델링에서 리 포지셔닝
90년대 초 건축과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건축과의 경쟁률이 엄청 높아진 때가 있었다. 어찌 보면 필자도 그 시대에 건축과에 입학을 하고 설계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한 세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당시 건축설계는 지금 일반인들의 인식에 자리 잡고 있는 건축가의 모습과 동일하게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업무가 주였다. 건축주가 특정 용도의 건물을 짓고 싶다고 프로젝트를 의뢰하면 어떤 형태로 디자인할지 고민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건축주에게 제안 후 최종 계획안을 결정, 다음 단계로 인·허가를 진행한다. 그 이후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상세도면(실시설계)을 작성해 건축주에게 전달한다. 건축주는 그 상세도면을 가지고 건물을 지을 건설사를 선정하고 착공을 하게 된다.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건축가는 주기적으로 건설사 및 건축주와 실제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협의, 솔루션을 제시하며 최종적으로 건물이 완공되면 초기에 생각했던 디자인 의도에 맞게 지어졌는지 둘러보며 기뻐하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했다. 첫 호텔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할 때까지도 건축설계는 이전 방식과 동일하게 설계가 진행됐다. 호텔의 콘셉트 및 운영사가 초기 상품기획 단계에서 결
작년 5월에 오픈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담당이사와 식사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뉴스에 언급된 AI서비스 운반 로봇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오픈 이후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를 물어보니 다행히도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개인적으로 설계를 담당한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운영상의 몇 가지 애로사항에 대안 언급을 듣게 됐다. 실내수영장의 부재와 최상층에 위치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E.F.L) 규모가 운영을 하기에는 조금 작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성수기 시즌에 가족단위 고객 유치에 일부 애로사항이 있다는 내용에 결국 이런저런 변명을 하면서 식사 자리를 마치게 됐다. 2014년에 처음 설계가 시작된 코트야드 프로젝트는 마곡지구에 대단위로 들어서는 LG 사이언스파크를 지원하기 위한 비즈니스호텔로 시작됐다. 약 2만 명 정도의 연구인원이 상주하는 R&D 연구소의 특성상 국내외 비즈니스 출장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측됐고, 이를 위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객실 및 다수의 미팅룸 등을 보유한 호텔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초기 프로그램 구성 역시 비즈니스호텔의 콘셉트에 맞춰 객실 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A.D.D, 이
건축주들이 호텔을 처음 기획할 때 제일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운영방식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체인으로 갈지 독자적인 로컬 브랜드로 운영할지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와 수익성 분석 등이 이뤄진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체인을 선택하는 요인들은 호텔 운영에 대한 노하우 및 안정적인 시스템 제공 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외국 관광객들의 호텔에 대한 인지도 및 브랜드의 예약망 공유를 통해 객실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관광산업의 변화는 이러한 의사결정의 중요 요소들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첫째, 2012년부터 폭증한 신규호텔 공급의 주요 결정요인이었던 외국 관광객 유입의 다양한 변수들을 학습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메르스, 사드, 환율 변화 등에 외국 관광객들의 유입이 큰 영향을 받게 됐고, 이는 2015년부터 호텔업계가 영업에 고전을 하게 된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둘째, 국내 고객들의 호텔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광호텔을 기준으로 내국인 연도별 객실 점유율(한국호텔업협회 운영현황 기준)을 살펴보면, 2017년까지 내국인 비율이 55%를 넘어섰다. 2018년 호캉스라는
호텔 리모델링 시장의 변화 최근 특급호텔들이 연이어 리뉴얼 오픈하면서 호텔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리모델링 제도는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해 2001년 건축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로 해당 법에서는 15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에 대해 증·개축 등의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경우 건폐율, 높이제한 등의 건축 기준을 완화시켜 적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 리모델링 시장이 지금과 같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 호텔산업의 역사와 그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및 국제행사들의 유치와 맞물려 서울을 중심으로 현재 특급호텔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신라, 롯데 등 11개의 특급호텔이 연이어 오픈했고 이 호텔들의 물리적인 건물 수명이 다하면서 2010년 이후 본격적인 호텔 리모델링 시장이 주목을 받게 됐다. 현재는 특급호텔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동일한 시기에 서울에 공급된 비즈니스호텔(2~4등급) 역시 27개에 달하기 때문에 전체 호텔로 보면 상당히 큰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호텔 업계에서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디자인 트렌드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