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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화)

칼럼

[류태환의 Local Food] 사과먹인 돼지 항정살, 예산 인스피레이션 2016

예산은 2016년도 예산에서 키워진 돼지고기와 사과를 주재료로 한 요리를 선보여 왔다. 예산의 돼지 항정살을 먹는 순간 육즙이 팡팡 터지면서 깨끗한 돼지기름이 흘러 나왔다. 돼지는 기름 맛으로 먹는다고 하지만 사과먹인 돼지는 지방이 너무 깨끗했고 수분으로 가득 찼으며 예산 사과의 향긋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과와 돼지의 직관적 조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Yesan Apple Salad, New Onion Egg Plan

예산 사과 샐러드, 햇양파 계란찜
예산 사과를 2% 소금물에 일주일간 발효시킨 뒤 마요네즈와 마늘, 딜을 넣고 함께 섞은 뒤 소금 간을 한다. 단호박을 쪄내고 믹서기에 곱게 갈아 이소말트 파우더를 넣은 후 직사각형모양으로 펴 바른다. 그리고 오븐에 말려 동그란 몰드에 말아 실린더 모양의 칩으로 만든 뒤 사과 샐러드를 채운다. 생크림과 계란, 우유를 섞은 다음 진하게 우려낸 고기 국물을 넣고 후추간을 하고 찜통에서 천천히 익힌다. 양파를 슬라이스한 뒤 후라이팬에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주면 카라멜화된 양파가 탄생한다.

물과 함께 갈아준 뒤 채에 걸러내고 젤라틴을 넣은 다음 굳힌다. 남은 찌꺼기는 건조기에 넣고 말린 뒤 갈아서 파우더로 만든다, 굳힌 계란찜에 양파 젤리를 올리고 가니시로는 예산의 꽈리고추를 올려 완성시킨다.

 

 

Eel, Burdock

민물장어, 우엉
민물장어를 깨끗하게 손질하고 장어 뼈와 머리를 바싹 구운 다음 간장, 미림, 정종, 설탕을 넣고 함께 졸여내 끈적하고 감칠맛 가득한 장어간장소스를 만든다. 장어를 찜통에 넣고 기름을 뺀 뒤 민물장어의 표면에 장어소스를 발라가며 천천히 앞뒷면을 굽는다. 민물장어가 부드럽게 구워졌으면 숯불에 다시 올려 향을 입힌다. 사우어크림과 오징어먹물을 섞어 회색의 타우린 사우어크림을 만든다. 우엉은 껍질을 벗겨내고 스낵처럼 바삭하게 튀기니 마치 나무껍데기를 연상시킨다. 우엉 속은 간장, 미림, 설탕 등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졸인 뒤 오징어 먹물을 발라 검은 숯처럼 만든다. 민물장어와 우엉의 조화는 단순하지만 맛의 밸런스가 좋고 담음새도 특이하다.

 

 

Beef Noodle, Omija Chillie 2016
비프 누들, 오미자 칠리
광시면의 짝갈비를 손질해 다진 갈빗살과 살치살 부분을 분리시켜 놓는다. 오미자액과 식초를 섞어 새콤달콤한 드레싱을 만든 다음 다진갈빗살은 샬롯과 소금, 후추를 더해 간장으로 간을 하고 토치로 그을린 뒤 접시 위에 올린다. 삶은 예산국수를 오미자 칠리 드레싱에 버무린 뒤 고기 위에 올리고 슬라이스한 예산 사과와 살치살을 함께 국수 위에 덮어 플레이팅한다.2016년도 류니끄 시그니처 디시를 예산에 맞게 다시 만들었고 오미자의 새콤달콤한 맛과 예산에서 온 고기, 사과, 국수가 삼위일체가 됐다.

 

 

Fish Porridge
어죽
예산의 예당저수지 주변에서 어죽을 맛 봤는데 붕어와 민물고기를 갈아서 걸죽하게 만든 빨간 느낌의 어죽이었다. 맛은 좋았지만 민물생선은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방식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참돔은 생선 중 가장 향이 우아하고 비린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참돔머리와 뼈, 다시마, 향미채소를 천천히 열을 가해 뽀얗게 우려낸다. 채에 거른 뒤 도미육수를 식힌다. 빨간 피망과 빨간 고추를 썬 다음 약불에서 천천히 볶은 후 슬라이스한 양파, 월계수잎, 타임, 마늘, 도미육수, 찹쌀을 넣고 천천히 다시 익힌다. 찹쌀이 익을 정도가 되면 믹서기에 갈아 고운 채에 내린 뒤 다시 졸여 소금, 후추 간을 한다. 가니시로는 민물새우를 튀긴 뒤 몰초 덱스트린 파우더와 올리브오일을 넣고 섞고 크럼블 상태로 만든다. 빨간 고추와 파의 파란색 부분을 얇게 썰어 젓가락으로 링 모양으로 잡아 준 다음 얼음물에 담가 가니시로 사용한다. 기존 어죽보다 옅은 감칠맛과 예쁜 색감이 넓은 접시에 플레이팅돼 잘 어울렸고 납작한 소스스푼으로 떠서 먹을 수 있게 했더니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Apple Fed Pork Jowl, Yesan Inspiration
사과 먹인 돼지 항정살, 예산 인스피레이션
몇 년 전 예산 돼지고기를 맛봤던 기억을 살려 2016년 사과와 돼지고기의 조화를 이룬 디시를 만들고 싶었다. 몇 번의 테스트와 고심 끝에 만들어낸 것으로 화이트 와인과 좋은 매칭을 이루는 디시다. 돼지 항정살의 지방을 제거한 다음 진공해 저온에서 오랜 시간 수비드해서 강한 숯불에 돼지를 굽는다. 2주 이상 발효시킨 양배추를 잘게 다지고, 생강은 작게 자른 뒤 낮은 온도의 기름에 천천히 콘퓌를 한 다음 소금 간을 한다. 예산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갈아 시럽스톡에 레몬껍질, 타임을 넣고 끈적일 때까지 졸인 뒤 애플 처트니를 만든다. 양송이 버섯을 물과 함께 간 뒤 고운 천에 짜고 설탕, 식초를 넣은 다음 90% 이상 졸이면 버섯 케첩이 만들어진다. 구워진 돼지 항정살에 처트니와 소금, 후추 간을 한 생강 콘퓌, 발효한 양배추를 올려 토치로 태운다. 접시 위에 버섯 케첩으로 세 개의 점을 찍은 뒤 돼지를 올린다. 돼지와 사과의 조화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예산에서 영감을 얻은 디시로 표현됐다는게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난다.

 

 

Ysean Beef Broth

예산 쇠고기 국밥
예산의 광시 한우국밥에서 맛을 보고 나주곰탕의 맑고 진한 느낌의 곰탕이 생각 났다. 살코기로만 국물을 내 잡내가 없고 깨끗했다. 예산에서 먹은 국밥은 가게의 개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싫어하는 내장도 들어가지 않았고 사골의 느낌도 아니었으며 곁들인 채소도 숙주와 파를 넣어 씹는 맛이 좋아 더더욱 맘에 들었다. 류니끄에 도착하자마자 식재료를 준비하고 만들었는데 국물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선 흥미로운 일이었고 동시에 자신이 있는 메뉴였다. 간 쇠고기와 양파, 무, 당근을 넣고 압력솥에 넣어 짧은 시간 열을 가한 뒤 채로 걸러내고 다시 양지살을 넣고 끓인 뒤 후추를 잔뜩 넣어 다시 훅 끓인다. 고추장과 카놀라유, 양파, 파를 넣고 쎈불에 볶은 뒤 고추장 오일을 만든다. 예산에서 가져온 삼광미로 밥을 지은 다음 국물에 넣고 알알이 흐트린 후 다진 숙주와 쪽파, 고추장 오일을 올리고 마무리한다. 메인음식을 먹기 전 따뜻한 국밥을 내는 것도 재밌었지만 류니끄의 여러 가지 국물버전 중 예산 소고기로 만든 국밥은 밸런스가 좋았고 숙주가 잘 어울려 좋았다.

 

 

Lemon Cleanser
레몬 클렌저
레몬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로 레몬으로 메인 전 입가심은 클래식 중 클래식이지만 이번 메뉴에 써보고 싶었다. 레몬은 최고의 향과 산도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잘 아는 익숙한 맛이기에 더더욱 괜찮다고 여겨졌다. 레몬 껍질을 필러로 벗긴 다음 안쪽 흰색 부분을 칼로 도려내고 슬라이스한 뒤 설탕으로 캔디를 만든다. 즙은 따로 짜낸 뒤 설탕시럽과 젤라틴을 넣고 한번 끓인 후 얼린다. 얼으면 핸드 블렌더에 곱게 갈아 작은 유리컵에 담고 레몬 껍질, 레몬 타임을 올려 완성시킨다.

 

 

Beef Bottom Soirloin, Onion Variation
소고기 아랫등심, 양파 베리에이션
아랫등심을 2주동안 에이징해 부드럽게 만든다. 봄이 오면 많은 봄나물들이 나오지만 햇양파도 제철을 맞이한다. 양파의 단맛은 설탕의 단맛과 견줘도 지지 않는다. 양파로 여러 가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양파를 찜통에 오랫동안 껍질 채 찐 다음 손으로 꾹꾹 누르면 검은즙이 빠져나오는데 양파즙과 소고기 국물을 함께 섞어 졸이면 끈적한 양파비프주가 완성된다. 그리고 쪄낸 양파를 한겹 한겹 조심스럽게 깐 후 만들어둔 표고버섯 퓨레와 봄동을 켜켜히 쌓아 다시 합체시킨다. 햇양파를 슬라이스한 뒤 약 한불에서 색이 나지 않게 천천히 볶은 뒤 타임, 월계수잎,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졸인 뒤 믹서기에 갈면 아주 뛰어난 맛의 양파 퓨레가 된다. 숙성시킨 아랫등심을 두툼하게 썬 뒤 쎈불에서 색이나게 미디움 정도로 굽는다. 절반으로 자른 다음 표면이 보이게 플레이팅하고 양파퓨레를 올린 다음 양파가니시와 양파비프주를 뿌려 완성시킨다.

 

 

Eton Mass, Yesan Apple
이튼매스, 예산 사과
이튼매스는 영국에 있을 때 좋아했던 디저트였다. 이튼매스의 어원은 이튼스쿨에서 파티를 하러 가는데 비닐봉지에 머랭, 산딸기, 크림을 넣고 뛰어가다 넘어져 엉망진창이 된 내용물을 보고 탄생됐다고 한다. 이번 디저트는 이튼매스를 사과버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예산 사과를 정사각형으로 썬 뒤 휘핑크림과 섞어 모양을 잡은 후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처럼 얼린다. 밀가루와 녹인버터, 설탕으로 만든 샤브레를 만들고 이소말트를 가루로내 오븐에서 녹여 얼음과자처럼 만든다. 접시에 샤브레를 깔고 얼린 사과크림을 올린 후 이소몰트를 올려 완성시킨다. 간단한 조화지만 클래식에는 이유가 있는 법. 딸기 대신 사과로 만들어 봤았는데 다행히도 오리지날 이튼매스 이상으로 좋았다. 예산에서 받은 영감을 담아 요리를 하면서 느낀점은 새로운 요리에 끝은 없지만 때론 한정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클래식 요리를 한 번 더 곱씹어 봤으며 단단한 뼈대에서 응용된 요리들이 주를 이뤘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과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류태환 

류니끄 오너셰프
프로젝트 류니끄 셰프디렉터
일본, 호주, 영국에서 8년간 요리 수행을 하고 2011년부터 류니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지방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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