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투숙 목적과 지역에 따라 혜택 달리해야
한편 장기투숙은 투숙 목적이나 지역적 특징에 따라 고객이 호텔에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달라 호텔마다 유연한 혜택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심지 호텔의 경우 확실히 직장인들의 수요가 높았다. 오 총지배인은 “명동 일대 오피스텔만 보더라도 작은 규모임에도 월세가 150~200만 원 정도인데 여기에 에너지 비용과 같은 별도 부과금까지 생각하면 일반 직장인들이 시내에서 월세로 살기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며 “호텔은 보증금과 에너지 비용 같은 부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고, 1년 단위가 아닌 한 달 단위의 계약이 가능하다. 게다가 호텔은 보안의 수준도 높으니 다른 숙박업소에 비해 확실히 비교우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부장은 “장기투숙객에게 호텔은 곧 ‘집’이다. 이에 따라 호텔에 살아보기 전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집처럼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표적으로는 주차가 되는지부터 시작해 인터넷은 원활히 이용 가능한지, 취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이 있다. 서울드래곤시티가 두두 라운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유”라고 도심 장기투숙객 니즈를 전했다. 여기에 다른 숙박업소와 다르게 여러 부대시설이 한 건물에 갖춰져 있다는 점도 투숙객들에게 큰 메리트다. 특히 따로 이용권을 끊을 필요 없이 피트니스, 사우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라운지나 미팅룸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 어필되고 있다.
제주도와 같은 휴양지는 또 다른 패턴이다. 주로 일상에서 벗어나 휴양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제주 한 달 살기 숙소도 위치가 숙소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됐는데 접근성보다는 뷰나 호텔 부대시설에 대한 기준이 높다고 한다. 범섬과 올레길을 앞마당으로 둔 더 그랜드 섬오름은 7일 연박 패키지 ‘제주 더 세븐(Jeju the 7)’을 선보여 인기몰이를 했다. 더 그랜드 섬오름 판촉팀 김명한 부팀장(이하 김 부팀장)은 “지난해 제주도는 시니어 부부들이 주 단위로 투숙 장소를 옮기면서 한 달 살기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보통 해안가 근처 가정집(공유숙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1주일 정도 호텔에서 묵는 식이다. 한 달 살기 동안에는 주로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고 필요한 때에만 렌터카를 빌려 이동하는 패턴”이라고 귀띔하며 “코로나19로 의도치 않은 휴식기를 얻게 된 직장인들은 한 달 살기까진 여건이 안 돼 일주일 살기를 선호한다. 이에 일주일 살기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객실가의 10% 정도 금액을 낮춰 장기투숙 할인 혜택과 1인 조식 쿠폰 6장, 커피 쿠폰 8장, 바솔트 레스토랑 바우처 및 할인권 등이 있다. 도심과 다르게 휴양지에서는 일주일 내내 조식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적 부담을 낮추기 위해 쿠폰으로 제공했다. 코로나19로 지금은 제한이 있지만 실내수영장과 사우나에 대한 니즈가 크다.”고 이야기했다.
호텔 한 달 살기 플랫폼, 호텔에삶
숙박 예약 플랫폼 위메프투어에 따르면 지난 7~8월 두 달간 7박 이상의 장기투숙 예약률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000% 늘었다. 또한 한 달 살기로 3차 프로모션까지 진행한 신라스테이가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조사한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장기투숙객의 투숙률이 전년 동기대비 약 2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객실 니즈에 호텔들은 앞 다퉈 장기투숙 프로모션을 내걸고 있다. 이에 도심 호텔의 한 달 살기 상품을 연계하는 플랫폼도 주목받고 있다. 바로 커스텀 여행 플랫폼 트래블메이커의 ‘호텔에삶’이다.
호텔에삶은 3성급 이상의 도심 호텔 객실을 일주일 살기부터 시작해 한 달 살기까지, 여행자가 원하는 기간만큼 장기투숙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한 달 살기 상품을 연계하는 채널과 다른 점은 기존 예약가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고, 입주자 간의 네트워킹 모임, 멤버십 커뮤니티 등 거주 이외 다양한 활동들도 연계한다는 데 있다.
트래블메이커스 김병주 대표(이하 김 대표)는 “호텔에삶은 커스텀 여행 플랫폼 트래블메이커에서 론칭한 두 번째 브랜드다. 호텔에삶은 2019년 4월부터 베타서비스를 준비하며 서비스를 선보였다. 트래블메이커는 여행자가 원하는 여행 스타일이나 조건을 입력하면 가장 최적의 현지 전문가가 여행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제 가이드도 해주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여행객들의 니즈를 가장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니즈가 호텔에서의 삶”이라고 운을 떼며 “고객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직장인은 직장과 가까운 집에 대한 니즈가 있고, MZ세대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집단은 여행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라 여기며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두 가지 니즈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도심 속 호텔들이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공실률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 달 살기라는 콘텐츠라면 호텔도, 고객들도 만족할만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호텔에삶 론칭 배경을 소개했다. 특별한 날에만 찾던 호텔을 이제 일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호텔 장기투숙 문의는 장기투숙객 못지않게 호텔에서도 입점 과정에 대한 많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현재 호텔에삶 입점 호텔은 글래드 호텔 전 지점,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용산과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등 국내 유명 브랜드 호텔이 입점해 있고, 올 1~2월 론칭을 앞두고 있는 호텔까지 포함하면 약 20~30개 호텔이 입점 준비 중에 있다.
“호텔 한 달 살기 통해 호텔에 새로운 온도,
호텔에삶 플랫폼 론칭 배경과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소개 부탁한다.
플랫폼 서비스 이후 고객 이용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실제 서비스를 운영해보며 체감한 장기투숙 니즈가 있다면?
많은 숙박업소 중 왜 호텔이라고 생각하나?
호텔에삶에서 제공하는 한 달 살기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비전과 이를 통해 만들어가고 싶은 호텔 한 달 살기 문화는 무엇인지 이야기한다면? |
코로나19 이후 운영 여부에 대해서는 글쎄….
한편 내국인을 상대로 뜨고 있는 장기투숙이 호텔 운영에 있어서는 계륵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코로나19 이후 만들어낸 장기투숙 상품은 객실 운영이 어려운 호텔들이 단가를 최대한으로 낮춰 비어있는 객실을 가용하자는 차원이 대부분이다. 즉 생존을 위한 것일 뿐 순이익이 전혀 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호텔은 단순히 객실뿐만 아니라 인건비, 시설관리비, 유지비 등 전체적인 운영에 소모되는 비용이 다른 숙박업소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롱 텀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객실당 8~9만 원대의 객실을 3~4만 원대로 낮추면 당연히 수지에 안 맞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객실에 어메니티나 객실 정비와 같은 부분을 줄이면서 단가를 최대한으로 맞추고 있지만 정상가를 받을 수 있는 고객이 유입된다면 지금과 같은 가격 정책의 장기투숙은 아무래도 후 순위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다른 총지배인은 “장기투숙객이 계약 전 많이 물어보는 것이 부대시설이나 본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호텔이다 보니 당연히 호텔 서비스를 원하는데 여기서 호텔과 고객 간의 괴리가 생길 때가 있다.”고 운을 떼며 “호텔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장기 객실은 객실당 BEP가 맞지 않으니 당연히 호텔 서비스가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부 투숙객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마치 호텔의 모든 시설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입주 전 이러한 부분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하지만, 버젓이 제공하고 있는 시설, 서비스들을 특별히 요청하는데 장기투숙객이라고 제한하기가 애매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생긴다.”고 토로했다.
역시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비용적인 면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호텔 한 달 살기가 유지되려면 내부적인 가격 정책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팀장은 “그동안 호텔의 장기투숙은 대부분 외국인들에 맞춰져 있었고, 룸레이트를 30일 기준으로 했을 때 데일리 단가는 기존 객실 요금에서 15~20% 낮춰 책정된다. 그리고 그만큼 제공되는 서비스에 제한을 둔다. 장기투숙객이 주 타깃 고객인 호텔들은 대부분 14일~21일, 21일~31일, 한 달, 세 달, 1년 이상의 요금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하며 “그렇게 계산해보면 사실 내국인을 상대로 해선 장기투숙 버젯이 맞을 수가 없다. 내국인 장기투숙을 멀리 본다면 어느 정도 수익구조의 개선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상이몽의 내국인 장기투숙
민첩한 대응으로 새로운 마켓셰어 확보해야
전에 없었던 내국인 장기투숙의 수요로 호텔들이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은 긍정적인 상황이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호텔과 고객 사이의 괴리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호텔도 장기투숙객실 운영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오 총지배인은 “호텔을 장기고객으로 채우는 경우, 아무래도 데일리 고객을 받는 것보다 서비스가 덜 제공되기 때문에 가용하는 직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호텔 미드시티 명동은 오픈 전부터 이 부분을 고려, 장기투숙 수요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직원 채용 단계에서 이를 조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업을 하고 있던 호텔의 경우 인력 운용, 즉 인건비에 대한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안정적 수익구조를 맞추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여러모로 살펴봐야 할 것들이 많지만, 주거의 의미를 더한 새로운 공간으로서 호텔 한 달 살기, 장기투숙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는 아직 높은 상태다. 최근 공유주거에 대한 소비자 니즈 확대로 공유주거가 질적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SK디앤디의 소셜 아파트먼트 ‘테이블 바이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성수 101’, ‘에피소드 성수 121’은 2020년 7월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 기업인 에스팀과 손잡고 공용공간에서 자체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패스트파이브의 공유주거 서비스 ‘라이프온투게더’도 입주자들의 인기가 높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홈오피스나 회사 근처의 ‘세컨드 하우스’를 이용하는 경향으로 앞으로 공유주거의 개념이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온라인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 김성진 이사는 “대기업 건설사에서 최근 많은 관심을 갖고 몰두하는 사업이 공유주거다. 호텔 서비스까지는 힘들지만 원룸보다는 호텔과 가까운 시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높은 임대료의 프리미엄 셰어하우스를 만들려는 목적”이라고 귀띔하며 “그러나 호텔은 이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원룸이 고급화되고, 그 과정에서 호텔식 서비스를 포함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과 서비스 우위를 가지고 있는 호텔이 주거에 대한 부분을 빠르게 선점한다면 새로운 마켓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앞으로는 원룸이 호텔로, 호텔이 주거로 중첩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설파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이 올 한해를 관통할 트렌드 중 하나로 ‘피보팅(Pivoting)’을 이야기했다. 피보팅은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 변환 전략 중 하나로 ‘축을 옮긴다’는 뜻을 지녔다. 코로나19는 많은 소비자들의 일상을 변화시켰고, 그 변화로 호텔이 한 달 살기, 장기투숙의 선택지에 들어섰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시류에 잘 편승할 수 있을지, 빠르지만 충분한 고민을 통해 얼마나 민첩한 대응을 하는지에 달렸다. 이전 호에서 다룬 데이유즈와 더불어 장기투숙, 정확히 말해서는 내국인 장기투숙의 시장이 어떻게 호텔업계에 활로를 개척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
“호텔, 오피스텔, 공유주거의 장점 아우르는
호텔 미드시티 명동은 오픈 초기부터 장기투숙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다.
장기투숙 시스템을 갖추는데 고려했던 사항은 무엇인가?
호텔 미드시티 명동만의 투숙객 유치 전략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장기투숙객들을 위해 호텔 미드시티 명동이 차별점을 두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호텔 입장에서 장기투숙객실 운영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앞으로 호텔의 장기투숙에 대한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이에 따른 호텔 미드시티 명동의 계획은 무엇인가? |
1편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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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떠오르는 내국인 장기투숙 니즈 -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