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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목)

레스토랑&컬리너리

[HR Review Issue] 기로에 서 있는 호텔 레스토랑_ 안방마님, 새로운 자리찾기 - ①




레스토랑, 그중에서도 호텔 레스토랑 하면 왠지 모르게 설레는 구석이 있다. 전통적으로 호텔 레스토랑은 사교의 장이기도 했으며, 비즈니스가 성사되던 곳이기도, 은밀한 정치적 만남의 장소기도 했다. 국내 호텔 역사가 긴 것은 아니지만 그간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다양하게 변해왔다. 호텔의 대표 부대시설로 위용을 떨치던 안방마님에서 로드숍 외식업계로 분가(分家), 점잖기보다 캐주함을 선택한 이후 이제는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고 있다. 짧은 새 부침이 많았던 호텔 레스토랑은 어느덧 한 사이클을 돌고 돌아 호텔 레스토랑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매출 효자 노릇하던 그 시절

국내 최대의 4개 특급호텔의 매출 중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식음료 업장 매출로 전체 매출액 중 식료 34.7%, 음료 11.3%로 총 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 매출은 전체의 37.9%로 식음료와 객실 매출을 합한 비율은 83.9%다. 그 다음으로는 봉사료 수입이 7.9%, 헬스, 사우나 등 최근 들어 한층 강화된 휘트니스 센터 매출이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대료나 세탁료, 전신 전화, 주차 등이 각각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략)


식음료 업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가장 높은 46%고 식음료 부분 종사원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가장 많은 4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 총원가가 식음료 수입의 75.6%에 달해 타 분야에 비해 그리 높은 마진을 창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료와 음료로 나누어볼 때 식료수입이 음료수입보다 월등히 높은 75%고 재료비는 식료 부분이 33.4%, 음료 재료비의 경우 19.4%다.


-1996년도 7월호 ‘호텔매출 중 식음료 비중 46%로 가장 높아’ 中


본디 호텔은 사람들에게 숙박과 음식 제공의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숙박이 음식보다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그동안 호텔의 경영전략은 많은 투숙객을 유치하는 데 치중돼 있었다. 식음료서비스는 단순히 호텔 투숙객들에게 숙박과 더불어 편의를 제공하는 어메니티에 불과했고, 호텔에서 객실 부문이 ‘FOH’로 불렸던 것에 비해 레스토랑을 포함한 식음료 부문은 ‘BOH’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게 인식됐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호텔 레스토랑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식음료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식음료사업이 호텔에 있어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졌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커피숍, 바, 연회, 단체급식 등을 포함한 식음료 부문이 객실 부문과 더불어, 혹은 더 많은 비중으로 호텔의 주요 수익원이 됐다. 동시에 투숙을 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만남의 자리로 자리매김, 지역사회에서의 사회적 기능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텔 레스토랑은 호텔의 심장으로서 호텔의 지속적인 이미지 제고와 이윤 창출의 내부적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장소이자 외식산업의 양적, 질적 발전의 선도자로서 외부적 기능까지 갖춰갔다. 그러나 당시에도 매출 퍼포먼스에 비해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실질적인 수익은 크게 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불황 속에도 호황이었던 호텔 레스토랑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도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경제상황에 닥쳐도 헤쳐나갈 방법은 있다. 지난 연말 우리나라 경제에 찬바람을 일으켰던 IMF를 극복하기 위한 호텔들의 필사적인 전략과 전술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업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일부 몇몇 업장들은 오히려 전년대비 매출이 신장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업장은 대부분 특성화되거나 대중적이면서 고정고객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1998년도 11월호 ‘차별화, 대중화 업장 불황 모른다’ 中


그렇게 호기를 이어가나 싶었던 호텔 레스토랑은 이듬해인 1997년 IMF를 맞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국가적 경제 위기로 사회 각계각층의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사치와 낭비의 장소로 여겨지던 호텔과 레스토랑에 대한 눈총이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당시 한 호텔 관계자는 본지 1998년 1월호 기사를 통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과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는 좋으나 호텔과 레스토랑이 마치 과소비를 조장하는 사치의 온상인양 속죄양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수입식자재를 국산품으로 대체하고 원가부담을 고객에게 돌리지 않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이때에 전 호텔 종사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현실이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시기여도 정치와 사회 중심지로서 역할을 지켜낸 호텔 레스토랑들도 있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하바나’는 1997년 6월 국내 최초로 개장한 ‘시가 바(Cigar Bar)’로, 시가의 소비가 1년 새 300% 이상 증가하던 시기와 맞물려 시가 애연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외국인들의 기호품인 시가를 상품으로 한 마케팅이 적중해 미출 신장으로 이어졌고, 내국인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해 단골 고객을 확보했던 것이다.



아직까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사랑받는 다이닝펍 ‘오킴스’도 1989년 12월 오픈 이후 종합오락사교장의 명소였다. 특히 인근의 타 호텔들이 경비 절감의 이유로 초청 가수나 악사들을 없애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밴드로 교체하던 행보와 다르게 고유의 아일랜드 분위기를 조성코자 매번 아일랜드 본토에서 실력 있는 음악가를 초청, 호텔 레스토랑으로서의 자존심을 유지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일폰테’도 정통 이태리식당의 대명사로 명성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순수 이태리식만 추구하는 일폰테는 본고장의 맛을 내기 위해 오픈 초기부터 현지 조리장을 초빙, 이태리 정통음식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레스토랑이었다. 주 고객층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인지 IMF 여파의 우려보다 오히려 영업매출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소개된 호텔 레스토랑 중 오킴스와 일폰테, 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에이트리움,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델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남아있지 않다. 지금까지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폰테, 중식당 타이판과 함께 1983년 오픈 이후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비즈니스고객은 물론 가족단위 레스토랑 단골고객이 많은 호텔이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식음료팀 홍석일 상무는 “레스토랑의 생명은 구전을 통해 이어진다. 역사 있는 레스토랑에는 3대가 함께, 또 따로 방문하면서 그동안 우리 레스토랑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줬다.”고 이야기하며 “우리 호텔에는 장기근속자들이 많아 그만큼 단골고객과의 궁합이 찰떡이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레스토랑들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단골고객들이 대를 지나도 계속 방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좁아지는 입지 속 뿌리내린 중식당

호텔의 전문 레스토랑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상반기 호텔들은 한식 레스토랑을 비롯해 수익성 없는 레스토랑을 과감히 폐쇄하는가 하면 호텔 밖 전문 레스토랑들을 벤치마킹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한식당과 여타 전문 식당들이 대부분 경영상을 이유로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중식당도 레노베이션이나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중식당 근무자 현황을 살펴보면 홀과 주방 각각 10여 명씩 20여 명 안팎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가격은 코스요리 기준 4만 원에서 30만 원대의 가격을 보이고 있다. 중식 메뉴하면 다채로운 정탁요리, 테마별 건강 보양요리, 계절별 요리 등으로 비즈니스 고객 뿐 아니라 가족단위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밖 전문 중식당을 살펴보면 점포가 대형화되고 음식과 서비스의 차원을 높여 고객에게 다가가는 고가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2004년 11월호 ‘특급호텔의 영원한 동반자, 중식당’ 中


더 플라자 호텔 ‘도원’, 밀레니엄 힐튼 서울 ‘타이판’, 신라호텔 ‘팔선’,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호경전’, 호텔롯데, 롯데호텔월드 ‘도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서궁’,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홍보각’,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아시안 라이브’, 스위스 그랜드 호텔 ‘여향’, 그랜드 워커힐 서울 ‘금룡’. 오픈 년도는 상이하겠지만 2004년 기사를 기준으로 최소 15년 이상 호텔에서 입지를 지켜왔던 중식당들이다. 호텔 레스토랑의 영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중식당도 예전처럼의 명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하지만, 그래도 중식당만큼은 최근 활발한 호텔 식음업장 외주화의 기로에서도 꿋꿋이 호텔 레스토랑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당시 특급호텔 중식당의 가격대는 코스요리를 기준으로 4만 원에서 30만 원대까지, 지금과 물가를 비교해 봐도 비교적 높은 단가로 책정돼 있어 쏠쏠한 매출을 담당하기도 했고, 비즈니스 미팅, 가족 모임장소로 단골고객이 많다는 점도 호텔 입장에서 중식당만은 놓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다.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찰리 정(Charlie Jung) 셰프는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식에 대한 니즈는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내국인의 해외 경험이 많아지면서 한국식 중식이 아닌 본토의 중식으로 옮겨졌다. 이에 광동요리가 호텔 중식당의 주 메뉴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 성장의 초석이 됐다.”고 설명하며 “중식은 일식과 다르게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남녀노소가 선호하는 메뉴가 많다. 또한 술과 함께 즐기기에 일식이나 양식보다 부담이 덜하다. 이런 이유로 50~60대 남성, 비즈니스나 정치인들의 모임에서 주로 중식당을 찾았다. 프라이빗한 룸에서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중식 문화도 이런 회동의 장소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지 않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내일 기로에 서 있는 호텔 레스토랑_

안방마님, 새로운 자리찾기 - ②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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