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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화)

칼럼

[이동화의 Special Tour] 북한관광_ 3부. 북한관광의 미래


Elephant in the room

카네기 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전산학과 교수였던 랜디 포시(Randy Pasuch)는 췌장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뒤, 학교를 떠나기 전 마지막 강의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표현을 했다고 한다.

“There is an elephant in the room.”

방 안에 코끼리 한 마리가 있다.


‘Elephant in the room(방 안의 코끼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백한 문제지만 관련된 사람 중에서 아무도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논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거대한 문제를 뜻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가까운 이웃에는 중국, 일본, 러시아가 있고, 멀지만 가까운 나라에는 미국이 있다. 이들 나라들은 극동지역이라는 방안에서 북한이라는 하나의 코끼리를 마주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가급적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코끼리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입장과 이념에 따라 코끼리를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코끼리를 바로 마주 보는 것, 그렇지 않다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돼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Hedgehog Dilemma(고슴도치의 딜레마),

不可近 不可遠


북한의 실체를 안다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일이다. 어쩌면 북한 스스로도 자신이 바라는 바를 모르는 것처럼 변덕스럽고 이해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곤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그의 저서 <부록과 추가(Parerga und Paralipomena)>에서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우화를 소개했다. 고슴도치는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떨어져 생활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고슴도치도 추운 겨울이 되면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가까이 모이곤 하는데, 문제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려고 다가서면 자신들이 가진 가시로 인해 찔린다는 것이다. 고슴도치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가시가 없는 머리를 맞대 체온을 나눈다.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고슴도치의 습성에 빗대 외부로부터 따뜻함을 구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내부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극명한 대립이 통합되지 않는 상황에, 전혀 다른 체제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일 수 없다. 우리의 판단과 결정에서도 그들은 일말의 가시를 느낄 수 있고, 그들의 살기 위한 발버둥조차 우리는 가시돋힌 도발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이라는 표현으로써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북한이 우리에게 이러한 관계일 것이다. 숨겨둔 가시까지 전부 파악하기 전까진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



28년, 31년, 40년, 75년, 65년



베를린 장벽 붕괴는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통일 당시 동독지역에서는 광범위하게 벌어진 민중항쟁이 있었는데, 동독 정부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고자 여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책을 발표한다. 해당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귄터 샤보브스키(Günter Schabowski)는 여행의 자유국에 포함되는 국가에 서베를린도 포함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고, 언제부터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가지 대답 다 원래 계획과는 다른 우발적인 실수였다. 응답을 들은 기자는 ‘여행 자유화’라는 기사 제목 대신 “베를린 장벽이 열렸다”라는 제목으로 속보이자 오보를 발표했다. 하나의 오보는 곧 해외 외신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로 이어졌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자 국경수비대조차 통제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가지고 온 망치로 베를린 장벽은 붕괴됐고 1년 뒤인 1990년 10월 3일에 얼떨결에 통일이 이뤄졌다. 만약 정치가들이 통일을 진행했다면 몇 년이 걸렸을까. 과연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이 이뤄지기는 했을까.

베를린장벽이 세워지고 1989년 11월 9일 무너질 때까지 28년이 걸렸다. 올해는 장벽이 무너진지 31년이 되는 해다. 31년 동안 무엇이 변했을까.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Fritz Kurt Schröder) 전 독일 총리는 독일이 지금까지 통일비용으로 2조 유로(약 2610조 원)를 지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통일이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만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19년 기준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이 약 469조 원정도였던 것을 감안하고, 독일과 우리의 산업구조의 차이 등 다양한 변수를 더해 생각한다면 31년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2018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옛 동독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옛 서독지역의 75%, 평균임금은 84% 수준이었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옛 동독출신 사람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독일의 2등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나치 시절의 과오를 기억하고 사과하며 청산하려고 노력하는 독일은 비록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기는 했지만,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만은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독일조차 분단됐던 민족의 이질감을 극복하는데 31년을 투자하고도 모자라서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광복 75주년인 2020년 현재까지도 친일파 청산이 끝나지 않았으며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는 과연 몇 년이 걸려야 통일 후의 북한과 사회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모세는 에굽(이집트)에서 430년 동안 노예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애굽땅을 탈출해 시나이반도 사막에서 40년간 광야 생활을 했다. 40년의 시간은 외부의 간섭 없이 노예생활로 인해 고착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시간이었으며, 노예의 경험이 몸에 밴 세대가 가고, 새로운 세대가 자유에 적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백이었다고 본다. 이처럼, 사회 체제의 변화는 그 이전의 체재에서 교육받고 자란 세대가 가고, 새로운 교육을 받은 세대가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가 돼서야 비로소 긍정적인 성과를 논할 수 있을 만큼 긴 세월이 걸리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30대 이상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삐라’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삐라란 말 자체가 일본어로 전단지를 뜻하는 ‘비라(-ビラ)’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다른 설들도 전부 일본어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는 동의하므로, 삐라는 일제 잔재가 있는 구식단어임에는 확실하다. 삐라는 본래 전단지를 뜻하는 단어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서 제조 및 발송된 불법 선전물이라는 의미로 굳혀졌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을 때 삐라는 북한사람이 아닌 흉악한 빨갱이가 만든 것으로, 발견하면 즉시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었다. 커서 알게 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도 북한에 지속적으로 삐라를 보냈다고 한다. 얼마 전, 6월 초에 북한이 갑작스럽게 연락사무소에서 취하는 연락에 응답하지 않고 우리나라와의 소통 수단을 단절한 이유도 우리나라의 한 단체가 보낸 삐라의 내용이 원인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삐라가 오고 갔다는 것이 의외였던 기억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북한은 우리의 적이었다. 1953년 휴전 후 65년이 되는 해인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2019년 국방백서에 최초로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고 하니, 아직은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이 쉽게 인식을 바꿀만한 시간은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또한 여전히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 아니라는 말에는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한다. 미사일이 아닌 발사체라는 표현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간극본능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그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 – 사실충실성)>를 통해 오해와 편견을 넘어 사실을 토대로 한 세계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팩트풀니스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는 ‘간극 본능’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세상이 둘로 나뉜다는 오해다. 사람들은 빈자와 부자, 서양과 동양, 선진국과 후진국 등 정형화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나누고, 그것이 진실이라 믿는다.

한스 로슬링은 우리의 판단이 사실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하며, 간극본능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극단값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국가로 나누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분법으로 북한에 있는 사람들 전부를 하나로 묶고, 우리와 그들의 입장을 칼로 자르듯 두 개로 나눠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견, 남북관계는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두 간극의 사이 어디쯤에 있으며,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해결책 또한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 그 사이에 있을 것이다.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

북한관광의 미래라는 타이틀로 쓰는 글이지만, 이 글에는 북한관광의 미래가 담겨 있지는 않다. 다양한 채널의 ‘신뢰할만한 소식통’들의 정보가 틀려서 김정은의 생사여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해프닝이 벌어지는 마당에 당장 내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지, 또 어떤 도발을 할지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현상을 겪으면서, 전 세계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경제·문화·의료 및 보건·관광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방향으로 모두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가장 크게 놀랐던 두 가지가 있다. 선진국이라 인식하고 있던 나라들이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것과,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더 괜찮고 좋은 나라라는 것. 이처럼, 코로나는 전 세계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시작한 일들이 세계 표준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관광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서론이 길었다. 결국 통일은 1차적으로는 돈의 문제고, 2차적으로는 인식의 문제다. 관광이 통일 전이 되든, 후가 되든 큰 문제는 아니다. 통일 전이라면 직·간접적으로 북한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와 북한의 사회 인프라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고 통일 후라면 막대한 비용을 채울 수 있는 하나의 투자 방식이자 사회 대통합을 위한 실행모델이 될 것이다. 북한관광의 미래는 구체적인 관광상품의 형태에 대한 예측이나 정책 혹은 제도에 있지 않다. 관광상품이나 제도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하고 창조될 수 있는 문제고,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와, 그로 인한 관광업계의 타격은 비록 아무도 예상하고 준비하지 않았지만, 현재 어떤 형태로든 자구책을 만들어내고, 이겨낼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던 우리의 인식, 그들의 인식, 우리 주변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늘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소개할 때 OECD나 ASEAN, G7 등 세계를 단위별로 묶인 프레임으로 나누고, 그 속에 속한 나라들은 마치 우리의 지향점인 것처럼 모범사례로 규정지으며, 그 속에서 우리가 따라야 할 길을 찾는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를 경험했는지는 모를 일이며, 그들의 해법이 정답인지 확신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집단 면역실험이라는 소름끼치는 시도를 한 스웨덴은 우리가 제도 도입을 할 때 맹목적으로 따르던 여러 선진 국가들 중 하나였다. 우리가 코로나에 대처할 때 만약 관습적으로 해외 사례를 따랐으면 어떻게 됐을까?

다시 말해서, 현재 남북통일의 롤 모델로 꼽히는 독일조차도 우리와 분단 상황이라는 것만 공유할 수 있을 뿐, 사회 구조나 문제, 해결방안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일 사례를 끌어와 근거 없는 희망을 이야기 하거나, 남북한을 설명하는 다소 부정적인 숫자들로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겠다. 추정은 또 다른 의미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만의 새로운 표준, New Normal(뉴 노멀)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팩트는 문제없는 사회가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건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며, 그것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으로 결정된다. 코로나를 훌륭히 극복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자평하길 ‘국난 극복이 취미인 민족’ 이라는 표현을 쓰며 한민족이라면 공감할만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것과 비슷한 뉘앙스의 대사를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고 오래도록 좌우명처럼 되뇄던 적이 있다. 다음의 명대사로 3개월간 연재한 북한관광에 대한 필자의 사견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자료출처

- 노컷뉴스(2020.6.10.). 남북소통 끊은 대북 ‘삐라’… 무슨 내용 담았길래

- 한국경제(2019.11.11.) 베를린장벽 붕괴 30년… 경제 격차 여전한 ‘미완의 통일’





이동화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겸임교수 / (사)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 이사
rhied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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