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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1 (일)

칼럼

[Hotel ColumnⅠ] 분양형 호텔의 위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20년 1월 말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영향은 국내 전 산업을 강타하고 있지만, 특히 호텔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휴업하는 호텔이 속출하고 있으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만료되면 무더기 폐업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도는 상황이다.


호텔업 중에서도 분양형 호텔의 문제는 심각하다. 주로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소유한 관광호텔과는 달리, 객실을 호수별로 각각 분양한 분양형 호텔은 수많은 개인 수분양자가 관련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공인된 통계는 없으나, 150여 개 소 이상의 호텔에 5만~7만 명의 개인 수분양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소지도 다분하다.



분양형 호텔 사업의 전개
일반적으로 분양형 호텔은 중국 관광객 등 입국객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급증, 비정상적으로 성장해왔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개발사들이 주도하며 호텔 운영에 알맞은 입지인지를 검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주중과 주말, 성수기와 비수기 영업에 대한 분석 등도 빈약하고 호텔업 특성상 고객과 직원의 동선 분리, 큰 면적의 종사원 업무 공간 등이 필요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와 시공도 무수했다. 개발사들은 분양 활성화를 위해, 초기 일정 기간 7%에서 12% 내외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즉 분양형 호텔 사업은 전장에 나가기 전에 이미 패배를 예약해 놓은 군대와 같은 것이다.



이미 지어진 분양형 호텔들의 미래
필자도 2개소 840여 실의 분양형 호텔을 운영하면서, 수분양자들에게 최선의 수익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 전문가로서 본다면, 분양형 호텔의 미래는 밝지 않다. 잘못된 입지를 선택한 호텔들은 유감스럽지만 이미 그 운명이 정해진 셈이다. 지나치게 분양가가 높았던 호텔들도 걸맞는 수익률 확보가 어렵다. 입지와 분양가가 적절했던 호텔들 중에서도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설계로 지어진 호텔들은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는 이익률 저하로 연결된다. 분양수익에만 연연해 객실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고, 조식당이나 회의실 등 필수 부대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호텔들도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이 없는 호텔들이라도 수분양자들간의 합의가 필요한 수선충당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 일찍이 시설이 노후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분양형 호텔 이해 주체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태생적으로도 어긋남이 있고, 미래도 밝지만은 않은 분양형 호텔 사업의 운명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5만~7만 명의 수분양자 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 만큼의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서 거의 유사한 이유로 대규모 손실을 맛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왕도는 없다. 이해 주체들이 합리적인 태도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수분양자들은 약속 받은 수익률을 빨리 잊을수록 손해를 절감시킬 수 있다. 애초에 지켜질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약한 모래성 같은 것이었다. 또한, 같은 호텔의 수분양자들간에는 서로 소통하고 힘을 합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서로 갈등해 한 호텔에 두 개의 운영사를 세운 경우도 많이 봤는데, 운영 비효율이 엄청나서 수익률은 더욱 하락하기 마련이다.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운영사에 대한 기대치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입지가 절대적인 호텔 특성상,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진 양 매출을 상승시켜주는 운영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운영사는 우선 투명해야 하고, 그 다음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달성하기 어려운 수익률을 강요한다고 해, 재무 안정성이 미흡한 운영사들이 달성하거나 보장할 가능성이 없다. 이러한 합리적인 게임의 룰이 준수될 때, 그 다음의 미래도 볼 수 있다.



분양형 호텔 위기 극복의 해법
사실 분양형 호텔은 그 태생 자체가 호텔업의 본질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호텔은 부동산 사업 중 가장 종사원이 많고 복잡한 사업이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시에 참여해 개발하게 된다. 또한, 운영이 중요한 사업이므로, 전문성이 뛰어난 운영사에게 전권을 부여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큰 호텔업 특성상, 주거나 오피스텔과 달리 매월 일정한 금액의 월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호텔업의 변동성을 이해하고 기간별 수익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투자자라야 유의미한 호텔 투자가 가능하다. 한 마디로, 호텔업은 개발자도, 운영사도, 투자자까지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분양형 호텔에 투자한 수분양자들의 고통 중의 하나는 보유 객실을 매각하고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해 주체들이 합리적 태도를 가지고, 시장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순환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난점들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해 주체들이 합리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분양형 호텔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하기 때문이다. 분양형 호텔을 인수해 활성화하거나, 호텔 외 용도로 전환하고자 관심을 가진 대형 투자자들도 봤지만, 현재는 그 불투명성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입지와 시설 상태에 따라 구입한 분양액을 인정받는 경우도, 할인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겠지만, 지금처럼 경매가 아니고서는 어떠한 수분양자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호텔의 개별 객실을 수익형으로 분양한 한국의 분양형 호텔과 같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불편한 진실이므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직접 분양형 호텔 운영사를 경영하고 있는 상황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처럼, 시장이 정상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훈
㈜스타일로프트글로벌 대표
hoon-Lee@stylel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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