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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리조트

[Hotel Tripper Interview] 호텔의 낭만을 이야기하다_ 떠남과 머무름 사이에서


김도훈이 17년 동안 쓴 칼럼을 모아 책을 펴냈다. 그가 처음에 생각한 제목은 ‘나는 포르셰를 사야 했다’였지만, 담당 편집자가 글 전반에 ‘낭만’이  관통하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김도훈이 직접 정우성을 인터뷰했을 때 들었던 답변이 제목으로 정해졌다. 물론 배우의 흔쾌한 동의하에.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해야죠.”라는 말이었다.
도시에 사는 이라면 누구든 김도훈의 글에 함께 냉소적인 웃음을 짓기도 하고, 때론 불편해졌다가, 정말이지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을 거다. 어쨌든 책에서는 결국 신경질적인 도시를 견디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로보다 낭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과연 시닉(Cynic)일까, 아니면 로맨티스트일까.
호텔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다행히도, “그럼요, 좋아하죠.”라는 답변을 얻었다. 그래서 김도훈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호텔의 낭만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드디어 첫 책을 내셨어요.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는 벌써 4쇄가 나오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렸을 텐데, 17년 동안 작업한 글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엮어낸 감회가 어떠세요?
스스로를 많이 드러내는 것 같아서, 책을 내는 일이 꽤 부끄러웠습니다. 에세이의 특성상 더욱 그렇죠. 게다가 요즘 에세이 트렌드라고 하면 위로나 힐링 같은 것들이에요. 그런데 제 글은 남을 위로하기 위해 쓰지는 않았어요. 못된 농담도 있고, 사람 속을 긁는 듯한 글도 있을 거예요. 스스로도 ‘도대체 이런 책을 누가 볼까’라고 걱정했지만(웃음), 제 예상보다 많은 분들에게 ‘낭만’이라는 키워드 가 닿고 있더라고요. 감사한 일이죠.


기존의 칼럼을 모아 책으로 구성하기 위해, 다시 편집하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부 자식처럼 아끼는 글일텐데, 단행본에 실릴 칼럼을 선정하는 게 어렵진 않으셨나요?
‘2019년 적’인 에세이를 지향했습니다. 동시대성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글의 선별 과정이 어렵진 않았어요. 아주 과감하게 쳐낼 수 있었습니다(웃음). 올드하게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다시 편집할 때 문장을 트렌디하게 바꾸기도 했네요. 소설보다 에세이를 펴내는 건 훨씬 개인적인 행동이죠. 그렇지만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덜 자아도취적으로 보일까도 많이 고민한 부분입니다. 이 책은 누군가 여름 휴양지에서 릴렉스한 상태로 읽은 다음에, 그냥 거기에 버리고 오는 책이었으면 좋겠네요(웃음).




국내 미디어 시장에 아직 인터넷 기반의 뉴미디어가 자리 잡지 않았을 때 등장한 <허프포스트코리아>는 큰 화제를 모았었죠. 벌써 론칭 5주년이 됐는데, <허프포스트코리아>는 현재 어떤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허프포스트코리아>가 다들 실패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국내에서 해외 미디어가 잘 됐던 사례가 많지 않았던 데다가,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도도 거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었죠. 다행히 <허프포스트코리아>가 초반에 미디어 시장에 던져준 메시지는 꽤 컸다고 생각합니다. 뉴스 소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충분히 소재가 될 수 있고, 그걸 소비하는 계층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고 자부해요. 이제는 메이저 신문을 비롯해, 대부분의 매체가 페이스 북을 기반으로 독자를 만나는 시대가 됐죠. 현재의 고민은, 처음 론칭 당시에는 ‘허프’가 새롭고 신선한 매체였는데, 이제는 ‘원 오브 뎀이 되지 않았나’하는 초조함이 든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항상 ‘허프’의 다음 방향성을 고민하면서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씨네 21>의 기자, <GEEK>의 피쳐 디렉터를 거쳐 현재는 <허프포스트코리아>의 편집장이십니다. 주제도, 플랫폼도 전혀 다른 매체로 옮겼을 때 겪은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직장을 바꿀 때, 가장 큰 동기는 항상 호기심이었습니다. 이를 테면, 영화 전문지에서 패션 매거진으로 갈 때는 패션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고,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내가 종이를 벗어나, 인터넷 뉴미디어에서도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이었죠. 반면, 개인적으로 종이라고 하는 물성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어요. 인터넷 매체라는 특성상 필연적으로 활자들이 빠르게 휘발돼버리는 데에서 오는 허무함이죠. 그래서 이번에 책을 낸 것도 어쩌면 물성을 잃어버린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따금씩 다시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해요.


영화, 패션, 음악까지 전 방위적인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깊고 넓은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 역시도 호기심인데요. 전 새로 나온 건 전부 입어보고, 마셔보고, 느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에요.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그 다음 세대의 친구들이 향유하는 문화에 대해 배워야한다고 생각해요. 트렌드에 따라 사는 게 ‘필요’하기도 한데, ‘피로’해질 때도 분명 있죠. 하지만 귀찮다고 멈춰버리면 어느 순간 꼰대가 돼버릴 지도 몰라요. 제가 중년이 되면서 가장 중요하게 견지하려고 하는 삶의 원칙 중에 하나가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일’이기도 합니다(웃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호텔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오늘 홍대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뵙게 됐어요. 박여주 작가의 아티스트 스위트에서 촬영도 하셨는데, 호텔을 둘러보니 어떠세요?
처음에 로비에 들어선 순간부터 깜짝 놀랐어요. 기존 국내 호텔과 달리, 호텔에 투숙하지 않는 로컬 주민들도 편하게 커피를 마시고,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개방된 로비를 통해, 홍대 커뮤니티를 호텔에 적극적으로 끌어 오려고 애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르틴 베이커리를 비롯해서 브랜드 선정도 매우 신경 쓴 듯 보여요. 3층에 편집숍 웍스아웃이 입점해 있는 것은 에이스 호텔의 오프닝 세레모니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호텔의 패러다임이 잠자는 공간에서 체험하는 공간으로 점점 이동해가는 걸 제대로 인식하고, 호텔에 영리하게 적용했다는 인상입니다.


그간의 여행 스타일이나 패턴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궁금해요. ‘노마드’적 삶을 꿈꿨다고 언급하기도 하셨고, 스스로 ‘도시 여행자’라고 칭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고양이 ‘솔로’와 함께 살며, 예전에 비해 여행하는 것이 쉽진 않으실 거라 짐작해보기도 하는데요.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있어서 여행을 떠날 때 제 고양이 ‘한솔로’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웃음). 최근에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이 트렌드가 됐는데, 예전부터 행선지를 골라, 머무는 여행을 하는 게 제 스타일이었어요. 바뀐 점이라고 하면, 어릴 땐 많은 것을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면, 요즘엔 조금 릴렉스하고 호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물고 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유일하게 ‘내 공간’이 되는 호텔에서 안에서 누리는 시간을 더욱 즐기게 된 거죠.


그렇다면 호텔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체크 리스트를 알려주세요.
실은 호텔은 자고 싶은 공간이라기보다 ‘겪고 싶은 공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따로 아지트를 만들어 두지 않고, 매번 갈 때마다 다른 호텔을 찾아요. 베를린이나 뉴욕에 자주 가는데, 이 도시에는 매년 호텔이 끊임없이 생겨나요. 그래서 같은 호텔에 머무는 것은 어쩐지 나태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보통 일정 중에 절반은 호텔, 절반은 에어비엔비를 잡아두는 식입니다. 숙소를 선정할 때는 위치가 제일 중요한데, 도시 한가운데 있는 호텔들을 선호해요. 현대 소비자로서 주요 OTA도 꼼꼼히 체크하지만(웃음), 매달 여행 매거진을 사 모으며 유니크한 호텔 트렌드를 꼭 체크해 둡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에게 호텔의 로비 공간은 역시 주요 포인트에요.
 
로비 공간은 왜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최근 몇 년 간은 휴가 때 베를린만 갔는데, 클럽 베르크하인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자연히 그 클럽과 가까운 ‘미첼 베르거 호텔(Michelberger Hotel)’이라는 곳에 묵게 됐어요. 그런데 예상 외로 그 호텔의 로비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어요. 미첼 베르거 호텔의 로비는 개방형으로, 로컬 주민들도 편하게 와서 노트북 켜놓고 자기 할 일하고 있는,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에요. 투숙객으로 온 여행자와 로컬 주민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돼있는 거죠. 저도 그 로비에 앉아있는 시간을 즐겼는데, 로컬에게 다가가 ‘어디를 가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냐’, ‘멋진 곳 좀 알려 달라’, 이런 걸 물어보죠. 대화를 하다 마음이 잘 맞는 이와는 친구가 돼서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요. 여행자는 호텔에서 단순히 쉬려고 있는 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죠. 물론 로컬 커뮤니티에 들어왔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기도 하겠죠. 그러려면 무엇보다 호텔 로비 공간이 열려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주로 부티크 호텔이나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선호하시나요?
그건 아닙니다. 호텔을 고를 때 매번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네요. 도시에 새로 생긴 힙한 호텔에 가서 경험해보는 싶은 마음도 있는 반면,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만날 수 있는 럭셔리 체인 호텔에서 클래식한 서비스를 누리며 쉬고 싶은 니즈도 분명히 있죠. 그럴 땐 저도 하얏트나 메리어트 같은 곳을 골라요.


에세이 속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관한 칼럼 ‘인간의 집’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무리 예술적으로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집이란 인간이 머물기에 편안해야 한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여기서 ‘집’을 ‘호텔’로 치환해서, ‘완강한 각오로 지은 예술품 같은 호텔’, 그리고 ‘인간이 머물기에 편안한 호텔’ 중, 투숙객으로 방문한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실 건가요?
집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호텔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이 머물기에 편안한 쪽으로 택할 것 같습니다. 부티크 호텔의 유행으로 실험적인 호텔, 혹은 예술가와 협업한 호텔이 많이 등장하고 있죠.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부티크 호텔의 장점이면서, 한편으로는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예술적 감성은 머무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어요. 저 역시 그런 부분이 버거울 때 안전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체인 호텔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도 다다오가 지은 예술품 같은 호텔이라면(웃음), 한번 방문해보고 싶긴 할 것 같네요.



출장 중에 종종 호텔에서 원고 작업을 진행할 때도 있으셨나요?
웬만하면 호텔에서는 일을 안 하고 넘어가려고 하지만, 마감 스케줄 때문에 노트북을 싸매고 갈 때가 있죠. 특히 칸 영화제 같은 곳에 가면, 머무는 호텔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호텔에 묵으면서 썼던 원고를 다시 읽어보면 스스로 놀랄 때가 있어요. 평소에 사무실이나 집에서 썼던 것과 다른 감각, 낯선 쾌감 같은 것이 글에 묻어나기 때문이에요. 저도 모르게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받은 특이한 영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장면에 등장한 호텔 중, 인상적으로 해석할 만한 곳이 있었나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속 호텔 공간입니다. 파크하얏트 도쿄에서 촬영됐는데, 실제로 찾아가 묵어봤을 정도로 인상 깊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신 중에 하나는 헐리웃 여배우가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장면이에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영화제 참여 차 해외 출장에 가면 영화 정킷 행사를 호텔에서 진행하곤 해요. 그럴 때 느꼈던 이질감 같은 것들에 많이 공감했어요. 호텔에서는 외롭기도 하고, 왠지 로맨스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죠. 어떤 호텔이든 집처럼 완벽하게 편안할 수 없고 결국 떠나야만 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이렇듯 호텔이 숙명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외로움, 혼자 남은 것 같은 적막한 공기를 영화에서 잘 잡아냈다고 봐요.


도쿄와 서울을 비교한 칼럼, ‘서울도 희망이 있었다’는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흥미롭게 읽힐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국내 호텔업계에서도 자주 도쿄 호텔 신을 본 받자는 논의가 나오기 때문인데요. 국내 호텔 신에 대한 견해, 그리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개인적으로 ‘집’에 애착이 강한 편이고 고양이도 매우 사랑하지만, 가끔은 나의 도시에서 낯선 공간에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막상 서울에 갈만한 호텔이 없거나, 혹은 있어도 어디에 가야할지 알기가 어려워요. 가까운 곳에도 니즈가 분명히 있으니, 호텔에 대한 홍보가 로컬 주민에게도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해요. 지금까지 한국의 호텔은 닫혀있고, 약간은 위압적이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투숙하지 않으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있죠. 조금 더 사람을 끌어들이고, 호텔이 도시의 일부분으로써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거기에 더불어, 호텔이 문화의 중심이 돼서 도시의 감수성을 마음껏 반영하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호텔은 수많은 사람들의 떠남과 머무름 사이에 존재하는 특이한 공간이죠. 김도훈 편집장이 생각하는 호텔의 낭만이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호텔의 낭만을 정의하기 보다는, 호텔 자체가 낭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에겐 자연스레 호텔의 기억이 여행의 기억이기도 해요. 여행을 설계하며 가장 먼저 고르는 것이 호텔이고, 가장 많이 머무는 곳도 호텔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모든 호텔이 낭만적이지는 않겠죠. 때로는 호텔 고르는 데 실패하기도 하고, 불쾌한 경험을 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에겐 낯선 곳에 머문다는 행위 자체가 낭만적이고, 호텔은 그 행위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에세이에서 100%의 택시와 티셔츠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처럼 신비로운 경험을 했거나, 김도훈 편집장에게 가장 잘 맞아 떨어졌던, ‘100%의 호텔’은 어디인지 궁금해요.
아쉽게도 100%의 호텔은 아직 못 찾았어요. 매번 100%의 호텔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내 마음에 더 맞는 호텔을 찾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여행을 설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100%의 호텔을 만난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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