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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목)

칼럼

[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빙수의 계절

바야흐로 빙수의 계절이다. 야외 수영장도 개장하지 않은 시점에 빙수라니. 외투를 챙겨 다녀야 할 만큼 큰 일교차에 다소 의아한 반응도 있겠지만, 빙수를 좋아하는 마니아 입장에서 사계절은 고사하고 일정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빙수의 계절이 도래한 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빙수의 격전지 호텔업계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군침도는 빙수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호텔 입장에서 빙수는 겨울~봄 시즌 딸기를 잇는 효자 상품임은 분명하다. 매출은 둘째 치더라도 일단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고 나면 호텔을 상기할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이라는 애칭을 낳으며 업계 최초로 망고 빙수를 선보여 시그니처로 확고히 자리한 신라호텔 외에도 다양한 망고 빙수가 시즌을 알렸고 수박, 청포도, 멜론, 베리 등 다양한 제철과일을 활용하거나 영감을 담은 빙수가 속속히 등장했다. 오리지널 빙수의 핵심인 팥은 레트로 열풍을 타고 평범함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감성을 덧입었고 크렘 브륄레, 녹차, 쑥, 솜사탕 등 갖가지 소재가 더해져 빙수를 완성시켰다. 혼자 먹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사이즈가 고민이었다면 얼마든지 메뉴판을 펼쳐들길 권하겠다. 최근에는 1인 고객이 늘어나면서 1인 빙수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빙수의 자존심을 살리는 풍성함은 덤이다. 게다가 일부 호텔에서는 패키징에 차별화를 둔 테이크아웃 서비스까지 가능해 언제 어디서건 호텔 빙수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빙수도 심플함이 대세다. 카메라 셔터를 유발하는 분위기, 접시의 선택이나 플레이팅은 화려할지언정 맛은 주재료의 특징을 해치치 않는 것이 관건이다.


형형색색 과즙으로 색을 내어 눈처럼 소복하게 쌓인 빙수의 달큰하고도 풋풋한 향내는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더 말해 무엇할까. 일단 한 수저 떠 넣으면 가슴 속 까지 펑 뚫리는 시원함에 이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얼얼한 감촉이 혀끝을 자극하는 단맛을 한순간 옭아매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빙수를 맘껏 즐겼다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갈증을 경험해 본 뒤로 빙수를 먹을 때는 미리 물 한잔을 준비해둔다. 설탕은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 과한 가당이 오히려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빙수 만드는 법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이 단맛을 조절하는 데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다. 여느 디저트가 그렇듯, 빙수도 단맛이 가져오는 텁텁함을 씻어내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공적인 당은 최대한 적게 사용하되 과일 본연의 당도를 최대한 끌어내는데 노하우를 쌓고 있다. 빙수에서 과일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여름 디저트의 강자로 자리 잡은 빙수를 사계절 만나고 싶은 욕심에 길어진 더위가 반갑기도 하다. 문헌에 의하면 본래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먹는 음식으로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빙수는 조선으로 건너와 서빙고의 얼음을 잘게 부수어 화채 형태로 변형된 뒤 일제강점기에 차게 식힌 단팥을 넣어 먹은 것이 이어진 것이라 한다. 그동안 팥빙수로 대표되던 빙수가 해마다 변신을 거듭했듯이 앞으로 전개될 빙수의 이유 있는 변신이 기대되는, 지금은 ‘빙수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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