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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토)

칼럼

[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라면의 기수


한국인의 선호식품 탑 클래스를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고나트륨, 고열량, 고탄수화물 등 다방면의 영양학적 가치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것은 바로 라면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웰빙 열풍이 온 외식업계를 휩쓸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해로운 라면의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아니, 오히려 라면 시장의 트렌드 주기는 더욱 빨라져 마트의 라면 가판대는 신제품 격전지라 할만큼 다채로워 졌다. 


얼마 전 한국농식품유통공사가 밝힌 라면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라면 소비시장의 매출 규모는 2017년 기준 2조 979억 원으로 해마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2015년 대비 2017년의 봉지라면 매출은 0.8% 증가한 데 비해 컵라면은 20.1% 증가했을 정도로 컵라면의 매출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1인 가구의 증가. 즉, 소비패턴의 변화에 기인한다. 1인 가구의 증가로 간편식 시장이 커진데다가 이를 견인하는 라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라볶이, 짜파구리 등 라면의 다양한 조리법이 유튜브에 소개되며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한국 라면의 반응이 뜨겁다.


라면을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의 설문조사에서는 밥하기 귀찮을 때, 출출할 때, 음주 후 숙취 대용으로 간편하게 라면을 찾는다고 밝혔으며 평균적으로 주 1회 라면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해 라면 전문점도 생겨났지만 그 보다는 저렴하게 가벼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이 간편식 시장을 점유하며 간이식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라면업계의 변화를 살펴보면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눈에 띈다. 라면을 웰빙 식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간의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는 식품·외식산업의 흐름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2015년부터 짬뽕, 자장, 깐풍 등 중화풍 라면이 인기를 끌었다면 2016년부터는 쫄면, 비빔국수, 미역국, 순두부 등 한식풍 라면이 출시돼 다양한 제품군을 라인업 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품들이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서민형 식품에서 벗어나 좀 더 업그레이드 된 한끼 식사를 대용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트렌스 지방을 줄이기 위해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면의 식감을 충분히 살린 생면 등 면발의 진화도 각양각색이다.


라면업계의 신제품 전략에 따라 라면 시장이 들썩이더니 일찌감치 2위 자리를 거머쥔 오뚜기가 부동의 1위 농심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오뚜기의 신제품 진짬뽕의 성공이 한 몫을 했다. 게다가 대기업의 갑질이 여롯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 오뚜기는 기업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기업 이미지가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라면의 기수 자리를 놓고 불붙는 경쟁이 라면의 신제품의 출시 주기를 단축시키고 말았다. 지금도 열심히 변화의 쳇바퀴를 달리고 있는 다이닝 트렌드의 생리처럼 말이다. 오늘은 어떤 라면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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