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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리조트

[Hotel Tripper Interview] 소도시 여행자 & 포토그래퍼, 백상현의 호텔




Hotel Tripper Interview에서는 호텔업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호텔을 자주 찾는 이들을 만난다. 호텔 밖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되짚어보는 호텔의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 호텔을 통해 들여다보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 첫 번째 주인공, 소도시 여행자 & 포토그래퍼 백상현 작가를 만났다.

 

백상현 작가의 어릴 적 꿈은 시인, 아니면 문학가였다. 기질적으로 조용하고 얌전했던 그는 속으로 꿈을 품기만 하다가, 어른들 말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누구나 알만한 명문 대학의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군말 없이 취업을 준비해 IMF 직후였음에도 수월하게 대기업에 합격했다. 순탄하고 모난 것 없는 여정이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몇 년간 하던 그에게 주어진 가장 긴 자유시간은 여름휴가 5일뿐. 그때가 백상현 작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직장 생활 3년 차 즈음 됐을 때 였을까요. 갑자기 모험심이 생겨서 5일 동안 파리와 런던에 갔죠. 제 인생에 유럽에 간 건 처음이었어요. 여행 가서 좋았던 것도 맞지만, 돌아와서 직장생활 하는데 자꾸 그 여행이 떠오르는 거에요. 문득, ‘인생은 한 번인데 나도 행복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라면 옆의 과장님은 나의 5년 뒤, 부장님은 10년 뒤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고, 과감하게 사표를 냈어요.”


그에게 여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시간’과 ‘돈’이었다. 직장을 관두고 시간을 벌었으니 이제 돈을 벌 차례였다. “마트에서 생닭 손질하는 일을 했어요. 성실하게 일을 하니까 소문이 나 본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정규직에서 벗어나려고 사표를 낸 건데 말이죠. 그래서 보습학원 강사로 옮겼는데, 제 조건은 하나였어요. 여행을 가야 하니까 여름, 겨울에 한 달씩 오프를 달라고 말이에요.” 본격적으로 유럽 여행에 나선 백상현 작가는 독학으로 공부한 사진과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게 한 출판사 에디터의 눈에 띄어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렇게 2007년 백상현의 데뷔작 <유럽에 취하고, 사진에 미치다>가 출간됐고, 앞으로 여행 작가로서 그의 키워드가 정해졌다.

‘유럽’, ‘사진’, 그리고 ‘소도시’.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인터뷰 요청 드릴 때 혹시 해외에 계시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서울에 있을 때는 주로 문화센터에서 여행사진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체에 기사도 꾸준히 기고하는데요. 본업이 여행 작가니, 매년 1권의 여행 책을 발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당장 다음달에 인도 출사 여행이 계획돼있기도 합니다.


백 작가님은 프로필에 소도지 여행자 & 포토그래퍼라고 소개돼있어요. 본인의 아이덴티티는 여행작가, 포토그래퍼, 어느 쪽에 가깝나요?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은 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행 에세이스트로서 글과 사진, 이 두 가지를 떼어놓을 수 없겠네요. 작업을 할 때는 글이 60%, 사진이 40%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집필한 저서를 살펴보면 주로 유럽, 그리고 각 국가의 ‘소도시’ 여행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요. 유럽 소도시에 매료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생긴 친구들 덕분이에요. 런던 윈저 성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있는데, 스위스에서 온 한 노부부에게 벤치 자리를 양보해 주려다 선의의 실랑이를 벌이게 했죠. 그렇게 친해지게 돼 주소를 교환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편지를 2년동안 주고받으며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어요. 제가 이후 그들이 살고 있는 스위스에 방문했는데, 할아버지의 고향 마을인 ‘졸로투른’라는 곳에 가게 됐어요. 당연히 일반적인 가이드북에 없는 곳이죠. 이런 소도시의 각각의 이야기 속에 특별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졸로투른은 ‘11’이라는 숫자를 의미 있게 여기는 도시였는데요. 스위스 연방에 11번째로 가입했고, 성당 계단도 11개, 분수도 11개, 시계의 시침마저 11개로 구성해뒀죠. 더불어 관광지로 굳어진 대도시에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쉽지 않아요. 소도시에서는 동양 사람이 관심을 가져 주기도 하고, 작은 마을의 모든 사람들과 친해지고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에세이와 가이드 북을 여러 편 집필하셨어요. 독자들에게 소개해줄 숙소와 호텔은 어떻게 선정하나요?
에세이와 가이드북이 다른데요. 에세이에 소개하는 숙소 리스트는 제가 직접 숙박까지 마치고, 좋았던 곳을 추천해요. 개인적으로 스텝들의 응대가 좋았던 곳은 시설이 부족해도 소개해요. 왜냐하면 여행지는 낯선 공간이기 때문에, 호텔에 사람의 교감이 없으면 불안하죠. 숙소 스텝들이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면 편안하게 긴장도 풀리고, 여행의 동력이 되니까 독자에게도 권하게 돼요. 반면 가이드북은 전투적으로 취재합니다. 한 권의 많게는 100여 곳의 숙소를 소개해야 하니까요. 90%는 직접 가는데, 숙박할 여유가 안 되면 방문 취재라도 꼭 해요. 사실 방문 취재만 해도 해당 호텔에 대한 평가가 대략 가능해요. 일단 가이드북을 쓸 때는 빡빡한 스케줄 탓에 몰골이 말이 아닌 채로 호텔에 들어가죠(웃음). 그렇게 갔을 때 나를 응대해주는 태도가 진짜라고 생각해요. 외적인 것에 구애 받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곳은 추천을 안할 수가 없죠.


이렇게 취재를 다녀온 곳 중에 특별히 기억 남는 곳이 있었나요?
한여름이었는데요, 가이드북 <저스트고 스위스> 작업을 하느라 스위스에 머물고 있었죠. 그날은 너무 바빠서 호텔에 미리 연락도 못하고, 땀 흘리면서 무작정 프론트로 들어갔어요. 취리히에서 가장 유명한 5성급 호텔이었죠. 사정을 설명하고 취재 요청을 했는데, 처음에 프론트 직원이 심드렁했어요.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주 나이든 직원이 다가오더니, 상황을 해결해줘서 호텔 구석구석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은 바로 ‘사보이 호텔’이었고 알고 보니, 그 노직원은 호텔의 GM이자 오너였습니다. 심지어 오너의 사무실은 프론트 바로 옆에 위치해 그가 직접 고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더라고요. 그를 통해, 서비스의 품격이 다르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닌, 백상현 작가가 호텔을 고를 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은 뭔가요?
위치는 주로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호텔을 찾습니다. 또, 야경을 찍을 수 있도록 높은 층의 룸을 잡습니다. 그리고 유럽 소도시에서는 숨은 이야기가 담긴 호텔과 만날 수 있는데요. 저는 주로 역사적 인물이 묵었던 곳, 도시의 설화에 등장했던 숙소들을 좋아합니다. 예를들면 스위스 체르마트의 마터호른산은 트래커들의 성지로 유명한데요. 그 산을 최초로 등반했던 에드워드 윔퍼가 묵었던 호텔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이곳에 머물면서 그의 기운을 받기도 하고, 윔퍼를 이후에도 세상을 떠난 많은 트래커들의 숭고함에 감동을 받기도 했죠. 이렇듯 스토리가 있는 호텔에 머물면 감흥에 젖으며 여행이 색달라집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경험한 흥미로운 호텔 문화가 있었나요?
페루 호텔은 인프라가 여러모로 부족해요. 시내의 호텔에 묵는 투숙객들은 마추픽추까지 먼 거리를 떠나야합니다. 그래서 호텔에서 손님들이 체크아웃을 하더라도 마추픽추에 다녀올 때까지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가 흥미로웠네요. 또,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교통비와 숙박비가 엄청 나잖아요? 그런데 스위스에서 잘하고 있는 게, 주요 관광 도시의 호텔은 프론트에서 투숙객에게 교통 패스를 줘요. 고객의 이름과 기간, 호텔 도장이 적힌 그 카드만 있으면 트램,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무료죠. 관광 인프라가 매우 세련됐어요. 또, 동유럽은 택시 요금에 바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하나 팁을 드리자면, 호텔 프론트에서 불러주는 택시는 바가지 요금이 없어요.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체크하면 좋을 팁이겠네요.


호텔이 아니더라도, 유니크한 숙소 형태를 많이 경험해 보셨을 것 같아요.
남부의 알베로벨로라는 도시에는 원추형 집 ‘트룰로’가 있어요. 원래 이탈리아 남부 쪽이 특히 낙후된 곳인데요. 트룰로는 과거에 이 지역 주민들이 세금을 낼 돈이 없어서 고안해낸 건축형태라고 해요. 주민들이 돌을 쌓아서 고깔형 집을 만들어서 생활하다가 관리들이 세금을 걷으로 오면 무너뜨리곤 했고, 돌아가면 다시 만들고.. 이게 트롤로의 기원입니다. 현재 관광객을 위한 숙소로 개조된 이곳에 투숙해본 적이 있어요. 매우 특이하고 신기했어요. 기본적으로 원추형 모양의 집을 독채로 쓰고 안에 침실, 주방, 거실이 모두 구성된 원룸입니다. 벽이 굉장히 두꺼워서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합니다. 마을에 이러한 트롤로 1300개가 펼쳐졌는데, 새벽에 나가서 산책을 하면 이 경치가 장관이죠. 불편한 점은 의외로 없네요.


숙박의 수단이 아닌, 호텔 자체가 목적이 돼서 여행을 떠나본 적도 있었나요?
이탈리아의 소도시 마테라의 동굴 호텔, ‘사시’를 방문하고자 찾았습니다. 암벽 가장자리에 세워진 마테라의 동굴들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기거했던 장소입니다. 사시 호텔에서 석회암 동굴 속 삶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산탄젤로 호텔은 이 지역에서 최초로 5성급을 획득한 럭셔리 리조트인데요. 이곳에서는 고대 동굴 사시를 리모델링한 객실에서 색다른 체험이 가능합니다.



지금껏 수많은 여행지를 방문했을텐데, 여행자에게 ‘호텔’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TRAVEL’의 어원에는 ‘고생하다’라는 의미가 담긴 걸로 알고있어요. 말그대로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거죠. 저 역시도 직업상 여행을 다녀야 하는데, 낯선 곳에서 항상 긴장을 하게 돼요. 그런 여행의 와중에 낯선 느낌이 없애줘야 하는 곳이 호텔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호텔은 낯설지 않는 공간, 긴장했던 끈을 놓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해요. 쉽게 말해 여행할 때의 ‘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호텔 스텝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죠. 호텔이란 저에게 여행 중에 쉼을 주는 공간, 그리고 다시 새로운 여행을 나설 동력을 주는 공간입니다.


모로코 사하라 사막 오아시스 텐트

호텔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모로코 사하라 사막 속 오아시스의 텐트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숙소다. 낙타꾼인 젊은 청년이 나를 데리고 두시간 반 사막을 가로지르면 거짓말처럼 야자수와 오아시스가 나온다. 그러면 청년이 만들어온 타짓 요리를 저녁으로 먹고, 차를 마시면서 밤을 기다린다. 그렇게 까맣게 어둠이 내리면 오로지 별빛만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사막 모래밭에 매트리스만 깐 채로 누워 청년과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다. 나는 현대인이니까, 무의식에 시계를 몇 번 보았나 보다. 지켜보던 청년이 나에게 한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당신은 좋은 시계를 가지고 있군요. 그렇지만 난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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