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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월)

호텔&리조트

[Dynamic Hotel] 한옥의 멋스러움을 드러낸 락고재


문을 열고 발을 디디는 순간 삐그덕하는 나무 마루의 소리가 들린다.
내부를 둘러보기 전 잠시 앉아있었던 대청마루에서의 풍경은 어느 화가, 사진작가가 그려 넣은 풍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방 안에는 선비의 옹골찬 기와 절제된 삶이 녹아 든 문갑(文匣), 고비, 서안(書案) 등의 소품들이 놓여있다. 비 오는 날 대청마루에 앉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막걸리 한잔 하고 싶은 이곳. 바로 한옥호텔 락고재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품었다
‘옛것을 누리는 맑고 편안한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라는 뜻의 락고재는 전통기와, 담장, 정자, 굴뚝, 장독대 등이 소나무와 함께 파란 하늘을 이고 한옥의 참 멋을 조화롭게 빚어내고 있다.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짜인 락고재는 과거 양반들이 즐겼던 풍류를 곳곳에 녹였으며 특히 정자, 대청마루, 연못 등을 세심하게 되살리려는 노력이 깃들었다.



“한옥은 ‘선’의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산세와 선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하는 아름다움과 여유가 느껴지죠.” 한옥이 주목받고 있지 않던 90년대 중반부터 락고재 안영환 대표는 일찍이 한옥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한옥에 대한 레퍼런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버겁기도 했지만 약 10여 년 간의 연구 끝에 2002년 락고재 서울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안동 하회마을에 초가로 구성된 락고재 안동을 오픈, 현재는 약 3000평 규모의 거대 한옥 호텔을 안동에서 8년째 준비하고 있다. 남방과 북방의 문화가 혼합된 우리 한옥의 꽃, 대청마루와 구들을 들이고, 개별 찜질방까지 갖춘 안동 한옥 호텔은 2020년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한옥 호텔의 이면
흔히들 한옥은 힘들다고 한다. 건축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고, 유지관리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건물을 짓는 데에는 건폐율과 용적률이 적용된다. 건폐율은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을 말하며, 용적률은 대지 면적에 대한 연면적(각 층 바닥면적의 합계) 비율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통 한옥의 경우 누각을 제외하고는 1층 이상으로 쌓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용적률은 중요하지 않다.



“여유로움이 중요한 한옥의 건폐율은 18%이상이 되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건축법에서는 기둥과 기둥 사이의 면적을 따지는데 한옥의 경우 기둥에서부터 추녀, 서까래가 뻗어나가기 때문에 그 면적까지 고려하면 거의 36%까지 차지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죠.” 안 대표는 설명한다. 이 때문에 한옥은 겉으로 보이는 크기에 비해 방이 작을 수밖에 없다. 락고재 서울만 보더라도 200평의 넓은 부지에 객실은 단 4개 객실뿐. 단순히 수익성을 생각하면 한옥은 크게 메리트가 없다. 그래서 안 대표는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미국에서의 생활 덕에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고 여기에 한옥에 꽂혀 연구했던 시간들을 락고재에 고스란히 얹었다.



필요한 인재도 락고재‘안동 한옥학교’에서
한옥을 짓는 비용과 시간도 문제지만 가장 큰 장벽은 완벽한 한옥을 지을 훌륭한 목수를 찾는 일이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옥 건축이 20여 년간 단절되다보니 기술자들이 줄어들어 인건비가 올랐다. 그리고 한옥 건축에 대한 표준도 없어 문짝 하나를 달아도 처음 디자인부터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이에 안 대표는 한옥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목수를 직접 양성하기위해 ‘안동 한옥학교’을 9년째 운영 중이다.


안동 한옥학교에 입학한 수강생은 수공구 명칭과 사용법에서부터 시작해 바닥 난방 방법, 목구조 조립, 부재별 결구법 등 기초부터 심화까지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인턴 3개월까지 총 12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 안 대표가 지은 한옥은 대부분 안동 한옥학교 졸업생들이 지어냈다. 한옥에 있어 목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생 중에 20대임에도 불구하고 한옥에 대한 열정만으로 6년 전 졸업하고도 아직까지 한옥 짓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이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국내 고객들에게 한옥 호텔의 매력이 크게 어필되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일본의 료칸은 일반 호텔 가격의 2~3배에 달해도 응당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국내 한옥 호텔은 왜 한옥에서 이런 가격을 받느냐는 의문을 품는다. 다소 섭섭한 반응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한옥의 전통과 본질을 지키고 있는 락고재가 있어 2020년에는 또 어떤 모습의 아름다운 한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락고재는 세계 최고가 되려고 해요. 한옥은 한국에밖에 없으니 한국에서 최고가 되면 세계 최고가 되는 것 아니겠어요?”


“한옥은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진정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곳”
락고재 안영환 대표



오래전부터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한옥에 빠지기 전에는 1980년대에 10년 동안 미국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가장 기본인 0과 1의 머신 코드로 솔루션을 만드는 일을 했는데 어느새 정신적으로 지치는 순간이 왔죠. 그때, 디지털의 발전이 지금보다 더 급격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아날로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의 아이덴티티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중국의 거대함과 웅장함, 일본의 디테일과 섬세함과 비교해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 한국도 한국다운 것이 있었습니다. 무언가 있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이들에게 설명해주고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관련된 자료들을 찾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초반에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고택체험을 운영했었습니다. 8년 정도 운영해보니 고택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보이더군요. 대표적으로 이부자리와 화장실이 그랬습니다. 한옥은 화장실이 방과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이부자리 또한 익숙지 않기 때문에 한옥을 숙박시설로 했을 때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없었던 레퍼런스들을 고택체험을 운영하는 8년 동안 나름대로 쌓았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콘텐츠도 넣어보고 여러 시도를 거듭해온 결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북촌에 현재의 락고재 서울을 오픈하게 됐습니다.


한옥이 갖춰야할 필수 요소가 있다면?

또, 한옥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대청마루’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옥은 지을 때 필수적으로 뒷마당에는 꼭 나무를 심고, 앞마당에는 아무것도 심지 않은 채 백마사(굵은 모래와 같은 흙인 마사토 중 하얀빛이 나는 흙)를 깔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공기의 대류를 따르기 위함이죠. 여름에 대나무를 많이 심어놓으면 뒷마당 온도가 2~3도 가량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앞마당은 햇볕이 내리쬐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죠. 따라서 앞마당과 뒷마당의 온도차에 의해 자연 대류가 이뤄지고 그렇기 때문에 대청마루에는 늘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옥은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건축물입니다. 


락고재의 주 타깃 고객은 어떠합니까?
처음 한옥을 지었을 때 의도도 그랬고, 아직까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다수입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는 일본인들이 투숙객의 98%를 차지할 만큼 많았습니다. 이유는 객실 수가 4개인데 일본인들은 빠르면 1년, 늦으면 6개월 전부터 예약을 했기 때문이죠. 현재는 일본인보다 유럽 사람들이 많이 방문합니다. 한옥이 품고 있는 풍류와 선비정신 등의 철학적인 면이 물질만능사회에 물들어 있는 이들에게 명품으로 어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보고 싶은 산이 있을 때, 내 집안으로 들여오는 중국과 이를 분재로 만드는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담을 낮추고 그저 앞에 놓인 산을 내 산이려니 생각하는 것이 그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지요.


진정한 한국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풍류와 멋, 여유를 전달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를 위해 락고재가 차별화하고 있는 서비스 요소가 있다면?
락고재는 박물관 호텔입니다. 객실마다 20여 년간 모아온 고미술품이 배치돼 있고 박물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골동품 속에서 잠을 자는 것과 마찬가지지요(웃음). 또한 락고재에 들어서면 서울 도심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고요함과 장작을 떼는 불향, 새소리, 그리고 산들거리는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락고재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한복입기 체험이라든지, 월컴 티 서비스, 천연 황토 찜질방, 우리 술, 우리 차 시음 체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의 풍류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풍류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청마루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달을 보는 것이 아닐까요?


2020년에 안동 락고재 호텔이 오픈 예정입니다.

안동 락고재 호텔의 운영 계획과 앞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은 무엇입니까?
처음 안동에 락고재 호텔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다들 왜 하필 안동이냐고 물어왔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안동에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문화가 보존된 것입니다. 안동에는 어마어마한 문화자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구슬을 꿰지 못하고 있죠. 이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락고재 호텔은 지금까지 운영해온 락고재와는 다른 재미난 시도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외에도 락고재를 론칭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우리 세대 때는 힘들 것 같지만 본디 ‘락고재’라는 개념이 ‘옛것을 즐기는 집’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즐기는 락고재가 한옥의 모습인 것이지, 락고재가 곧 한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태국의 락고재는 태국 전통의 가옥으로, 일본의 락고재는 일본 전통의 가옥으로 콘셉트를 따른다면 얼마든지 락고재는 해외로도 진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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