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호텔 업계. 특히 최근의 다양한 정치/경제적 변화는 호텔 업계에도 큰 지각변동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호텔산업이 나아가야할 길에 대한 포럼이 대대적으로 개최됐다.
9월 5일 수요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과 한국호텔업협회가 주최하는 ‘호텔산업 발전포럼’이 개최됐다. 호텔업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결속을 위한 이번 포럼은 2017년에 시작돼 올해 2회 차를 맞았다. 이번 포럼에 앞서 한국호텔업협회의 유용종 회장은 “기회와 함께 위기가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 호텔산업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이번 포럼을 통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오늘 이 자리가 변화의 시기에 우리 호텔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는 개회 소감을 전했다. 호텔앤레스토랑 서동해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남북 화해분위기가 우리 호텔산업의 미래에 장밋빛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반면 현실적으로는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져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호텔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며 지속적인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산, 학, 연, 관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호텔이 나아갸야할 방향
포럼의 첫 주제발표는 백석대학교 호텔경영학과의 권봉헌 교수가 진행, 변화의 시대에 호텔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로, 호텔산업이 맞닥뜨린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먼저, 권봉헌 교수는 호텔산업 현황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 현재 호텔업의 매출은 여행업보다 호텔업이 높지만 실질적으로 이익이 낮은 상황이라고 전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관광 숙박업 수의 증가에 비해 매출액은 정체를 보이고 있으며, 숙박업 1개소당 평균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텔의 부대시설 매출액과 F&B 이익이 현저히 낮다. 증가하는 관광숙박업의 수 상용근로자수 및 종사자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호텔의 이름보다 중요한 별 등급. 권봉헌 교수는 변화된 호텔 산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등급심사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로비의 꽃 장식 항목, 기복이 많은 종사원의 서비스 항목 등 주관적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많아, 객관성을 높여야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중소호텔이 늘어나는 추세에 모든 호텔에 같은 등급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호텔별로 차별화되고 세분화된 등급심사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4차산업혁명 물결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따라 호텔 산업이 어떻게 바뀔지 이야기했다. 빅데이터, IoT, AI, AR이 호텔에게 중요한 영향과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견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을 호텔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 특히 전통적 숙박형태가 여전히 많지만, 곧 호텔 숙박에 관해 한층 기술적으로 진보된 패러다임이 우리 삶과 인식에 깊이 스며들 것이라 강조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호텔업에서도 남북 교류에 따른 관광 산업이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권봉헌 교수 역시 남북한 호텔업의 교류에 대해 긍정적인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오해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도 고려호텔, 서산호텔, 양각도호텔 등 여러 특급호텔이 존재하고 있다. 그가 호텔업이 남북 교류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협력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일단 남북한 서비스에 대한 인식 차이의 극복, 호텔협회 및 학회의 인적교류확대, 그리고 수요조사 및 타당성 분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히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노동환경의 변화와 호텔 산업
두 번째 발표는 ‘노동환경의 변화와 호텔 산업’을 주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김희수 연구위원이 맡았다. 김희수 연구원은 가장 먼저 호텔이 맞닥뜨린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서술했다. 큰 골자는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인상, 그리고 주52시간 근무에 관한 노동 이슈였다. 특히 호텔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주52시간 근무에 대해서, 호텔업계는 현행 3개월인 탄력적 시간 근무제를 최대 1년까지 연장해 비수기와 성수기를 나눠 노동시간을 상황에 맞추어 적용할 수 있게 정부에 건의할 것을 제안했다.
관광호텔 운영 현황에 대해서는 2015년부터 호텔 산업 평균적으로 순손실이 발생한 곳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권봉헌 교수와 달리 김희수 연구위원은 종사자수가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낸다고 언급하며, 다만 인력의 유입/유출이 빈번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원인으로 호텔 근무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은 데 비해 임금이 낮으며 근무시간은 길어서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고용의 질은 고용 안정, 직무 성과와 연관이 있으므로 기업의 사회적 평판과 근무환경 개선 수립을 위한 정책 수립을 제안했다. 무엇보다 호텔업 인재 유치와 인재를 통한 기업 발전의 선순환 구조가 가장 바람직함을 언급했다. 미래의 전망은 여러 내생적 요인과 외생적 요인을 고려해 내다봤는데, 미래 기계화 추세로 노동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관광호텔 신축과 국민 여가활동 증가에 따른 관광 시장 확대로 긍정적인 가능성도 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희수 연구위원은 호텔산업이 호황을 되찾을 방법으로 제도적 발전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영세한 관광업자들을 위한 경영 컨설팅 지원, 혹은 공공부문이 관광산업에 직접 참여하는 공동펀드, 관광단지에서 호텔을 대표적인 수익 시설로 발전시키는 부동산 펀드, 호텔 전문운영사 육성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적극적인 패널토론으로 발표 내용의 깊이 확대
발표를 마친 후,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한진수 교수를 좌장으로 다섯 명의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 앞서 좌장 한진수 교수가 가장 먼저 앞선 발표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최근 이슈가 됐던 남북한 문제, 주52시간 등 다양한 내용의 발표를 잘 들었다. 무엇보다 호텔 등급을 만들었던 장본인이 바로 나다. 호텔이 현재 610개 정도로, 이전에는 상상 못할 규모가 됐다. 호텔 산업 자체가 규모의 차원에서는 안정적이지만 호텔 등급제도가 다양한 유형의 호텔을 인정할 토양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신등급제도는 지난 3년간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또, 지금이 바로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산업이다. 서비스 산업인 호텔산업이 제조업과 연계해 무엇인가 시너지를 내야 하지 않을까.”라며 문제 제기를 통해 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한양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조민호 교수는 “포럼 주제인 ‘변화의 시기’에 대해 잘 생각해야한다. 변화는 ‘왜’ 하는가 고려해야하는 것도 핵심이다. 일단 호텔 산업이 정말 변화의 시기가 맞는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다. 특히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호텔 측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부분 말고, 인력에 투자를 해본 적이 있었는지, 또 호텔은 편안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직장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서 문화체육광광부 유병채 과장은 “지난해 가장 경기가 바닥을 쳤는데, 그나마 호텔 업계는 회복되는 수준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노동환경의 변화로 호텔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모든 서비스업에서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남북 관광 교류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정부차원에서 사전 스터디 등을 진행, 여건이 조성됐을 때 행동할 준비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등급평가는 자문위원회를 통해서 관련 이슈들을 함께 개선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등급제도에 대해 호텔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을 갖기도 하지만, 서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지속적인 개선을 도모할 것을 언급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김현주 실장은 오늘 발표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책제안을 했다. “먼저 호텔업 수익구조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관광 산업에도 적용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소득공제를 포함시켜야하는 식이다. 또, 현재 정책 수단은 대부분 융자 정책인데 이를 타파하고 정부의 지원으로 변화를 꾀한 일본의 정책 사례를 참고해야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객실들을 커넥팅 룸으로 개조공사하거나, 마이크로 객실로 바꿨는데, 이는 업체들이 자체적인 노력이 아닌, 정부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의 정책 지원도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마무리했다.
이어 김영문 메이필드 호텔 사장은 호텔에 직접 근무하는 직업인답게,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그는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호텔의 생존방안에 대해 “콘셉트를 양분화 해야 한다. 인건비를 들여 완전한 럭셔리한 호텔로 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인력을 없애는 콘셉트를 보여주는 호텔이 돼야하는 것이다. 럭셔리 호텔은 최근에 유통산업에서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최근 오프라인이 아마존에게 밀리다가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전략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을 강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오프라인을 강화했다. 이처럼 럭셔리 호텔은 사람의 서비스를 원하는 하이엔드 시장으로 진출해야한다. 여력이 안 되면 아예 사람이 없는 무인호텔을 검토해, 호텔 전략을 양극화해서 결정하는 것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호텔의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 노무법인 더 월드의 김용호 대표는 “호텔이 감정노동이나 업무강도가 높은 청소 쪽에 구인난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호텔 업계에서도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한다.”면서 “또, 호텔이 계속 많아지는데 노동력은 한정돼 있으니, 호텔 대표들이 힘을 모아 인력풀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책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인다.”며 효율적인 인력운영 방안에 대해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호텔업계는 다양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진행된 발표와 토론으로 무엇보다 호텔 업계가 한 목소리로 의견을 모아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여겨졌다. 또, 호텔은 물론 관련 산, 학, 연, 관의 협력과 상생도 이어져야할 것이라는 게 현장의 의견으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