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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The Chef] 진심은 通한다 에드워드 권 셰프


2010년에 한 행사장에서 에드워드 권 셰프를 처음 만났고 거의 7년이 지나서야 다시 한 번 그를 만나게 됐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더욱 유연해 졌다고 해야 할까. 그의 안색은 한결 편안해 보였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고든램지와 견줄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로 세간에 주목을 받았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셰프라는 타이틀을 마련했던, 그만큼 세간을 떠들썩했던 그는 여전히 선구적인 자리에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을 두고 수류탄 핀을 뽑아 쥔 채 적진으로 뛰어든 심정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갈급함은 어쩌면 그가 셰프로서 걸어온 삶을 대변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진심은 통한다고 할까. 얼마 전 세계적인 권위의 레스토랑 랭킹 ‘라 리스트’에 3년 연속으로 전세계 TOP 1000개의 레스토랑 명단에 랩24의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인 셰프 최초로 엘리제 궁에 초청받아 마크롱 대통령 앞에서 전 세계의 별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자신의 신념이 담긴 레스토랑을 7년째 운영하며 여전히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셰프! 당신이 전하려는 진심을 알고 있소.’라는 신호인 듯 꾸준히 자신의 요리를 찾아주는 손님을 향한 그의 진심이 메아리로 맴돈다.


한국인 셰프 최초로 엘리제 궁에 초청 받아
몸살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레스토랑이 가장 바쁜 12월에, 바쁜 스케줄을 쪼개 무리해서 프랑스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랐으니 몸이 버텨내는 것도 용하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랭킹, 라 리스트(LA LISTE)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린 한국의 레스토랑은 몇 되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에드워드 권 셰프의 랩24가 국내 프렌치 레스토랑 중 탑 랭킹에 이름을 올리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있는 엘리제궁에 한국인 셰프 최초로 초청 받았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몸살이 날 정도로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 내고 돌아온 에드워드 권 셰프를 만난 기자는 그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느라 온몸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정도로 다부진 셰프의 열정을 써내려갔다.


라 리스트는 수백 개의 가이드 북과 수백만 개의 온라인 리뷰를 기반으로 음식 평론가와 전문가 가이드를 식별해 전세계 165개 국 최고의 글로벌 레스토랑 1만 6000개의 레스토랑 가운데 1000개의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이다. 지난 12월 4일 프랑스 파리의 외무성 관저에서 라 리스트 2018을 공개하는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은 라 리스트의 전세계 TOP 1000 레스토랑에 11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날 세레모니에 전 세계 40여 명의 셰프들이 초청된 가운데 한국에서는 3년 연속 1000위권 안에 든 랩24의 에드워드 권 셰프가 공식 초청됐다. 리스트에 오른 한국의 레스토랑 명단은 라연, 서울신라호텔(92점), 정식(86.25점), 밍글스(85.75점), 가온(85.75점), 랩24(83점), 권숙수(81.75점), 라미띠에(81점), 도림, 롯데호텔서울(80점), 스시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80점), 테이블 34,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80점), 모모야마, 롯데호텔서울(80점) 이상 총 11곳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가슴이 뭉클했다. 3년간 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랩24는 줄곧 한국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많은 고객들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이해해줬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만감이 교차했다. 라 리스트 2018의 세레모니가 열리는 미식의 도시 파리, 세계의 별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행사장은 빛났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셰프들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그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 연설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미식 국가의 면모를 실감케 했다. 음식에 대한 중요성을 모른다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런 나라가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부러움을 넘어 이번 행사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인식시켜야겠다는 의욕이 불탔다. 승부욕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쟁쟁한 셰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교류의 장에서 셰프 내면의 심지에 불이 붙고 있었다. “이제는 세계 속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때입니다. 라 리스트는 기존의 가이드북 뿐 아니라 온·오프 상에서 고객들이 주는 점수를 총망라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모든 고객 테이블에 포커스를 맞춰 불특정 다수인 고객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이번 결과를 보면 올해 3위를 일본에서 가져갔을 정도로 아시아에서도 일본은 미식 강국으로 자리 잡았어요. 이제는 중국, 베트남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리스트에 오른 레스토랑의 수가 작년에 비해 4개나 줄었어요. 최근 다이닝을 보면 너무 평점에 치우쳐 고객 포커스에서 빗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스토랑의 점수는 소수의 절대적인 점수가 아닌, 고객 한 명 한 명이 주는 점수가 더욱 가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선망의 대상 혹은 공공의 적, 셰프가 뭐길래
9년 전, 두바이 6성급 호텔 총주방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셰프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때에 셰프가 단순히 직업을 떠나 지위를 나타낸 데는 권 셰프의 영향이 컸다. 쿡방의 시대를 열며 흔치 않은 타이틀로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지만 셰프 시장을 만들기 위해 3년간 바위에 계란 치듯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민도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를 두고 말도 탈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해명을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소모적인 싸움일 수밖에. 셰프로서는 최초로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던 만큼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리며 힘든 시절도 겪었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어려운 고비도 수없이 넘어왔던 터라 이제는 초연했을 법도 하지만 “핀을 뽑은 수류탄을 쥐고 적진으로 뛰어 가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고 에드워드 권, 자신을 표현한다. 셰프가 뭐라고 꼭 그렇게 불모지를 자초해 뛰어들었나 싶을 정도다. 언제 자폭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달에도 몇 번씩 꼭 쥔 손을 놓아버릴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여러 번, 그 때마다 셰프의 신념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물꼬를 트였어야 했어요. 저는 단지 제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입니다. 셰프로서의 사명감이었다고 할까. 스타가 되고 싶었다면 그 때 그 길을 쭉 걸었겠죠. 셰프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이미지를 어필해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변화되길 바랐어요. 셰프시장은 고객의 경험에 비례해 성장하며 이것이 극대화 됐을 때 식문화는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미디어에서 셰프라는 단어를 줄 곧 노출시키며 어감이 주는 힘을 믿었습니다. 바로 ‘존중’이죠”


파인다이닝은 특권이 아니다
9년 전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을 때, 사람들은 그가 고가의 파인다이닝 시장을 넓히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파인다이닝의 문턱을 낮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계산대에서 이렇게 받아도 되겠냐며 레스토랑 운영을 걱정해줄 정도라니, 굳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레스토랑 비즈니스는 다른 영역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사업이다. 투자대비 가치가 서서히 오르는데다가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영리를 추구하기 마련이지만 사실상 자신의 요리세계에 빠져 수익성을 등한시할 때도 있다. 또한 레스토랑 비즈니스는 경제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한 때 셰프의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나기도 하고 또 그만큼 운영적자로 문을 닫은 곳도 많지 않았나. 그 때마다 오너십. 이 단어는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셰프 사이드와 수익창출의 합리성을 따져야 하는 오너 사이드로 나뉘어 수없이 갈등하게 한다. 지극히 샐러리맨적인 셰프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요리에 본인의 색을 입히는 작업이 우위를 차지하겠지만 비즈니스 논리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둘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레스토랑 비즈니스는 성공하기 힘들다. 권 셰프의 레스토랑에서도 번번이 오너사이드가 셰프사이드를 이기지 못해 5년간 적자를 면하기 힘들었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달려온 세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턱을 낮춘 파인다이닝을 고수한 이유가 뭘까?


“고객에 대한 다이닝의 경험. 그게 이유입니다. 파인다이닝을 대표하는 프렌치는 메뉴의 콘셉트, 식기 등이 지속적으로 변해야 하고 재정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므로 호텔들이 그 수를 압도적으로 채웠지요. 하지만 예전과 달리 고객들은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자신들이 쓰는 돈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결국 과거에는 파인다이닝이라고 하면 어느 특정계층에 국한해 누릴 수 있는 특권과 같이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험 중심적 가치로 변할 수밖에 없어요. 파인다이닝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나라의 식문화 수준도 높아집니다. 파인다이닝이 궤멸되지 않기 위해서는 10년, 20년 후이 시장이 남아있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죠. 잠재 고객, 바로 타깃층을 국한하지 않는 거예요.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써 고객의 가치를 추구하는 바, 랩24는 가격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젊은 고객층의 유입을 높였고 주말이 되면 고등학생 뿐 아니라 20~30대 젊은 고객부터 70~80대에 이르는 고객들로 테이블이 가득 찹니다. 저는 랩24가 파인다이닝의 식문화를 만드는 교두보 역할의 첫 계단이 되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인 셰프로 당당히 설 것

이번에 라 리스트 시상식에 참석해 느낀것은 프렌치 셰프의 레스토랑이 압도적으로 상위권을 휩쓸었다는 점이다. 한국에 있는 한국인 셰프의 레스토랑이 전세계 10위권에 들 날을 기대하니 어깨춤이 절로 나지 않는가. 에드워드 권 셰프도 고삐를 바짝 쥐고 향후 5년 안에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레스토랑으로 만들기 위해 심기일전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한 해도 힘들다는 파인다이닝을 7년동안이나 이끌며 증명하지 않았나.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가 영국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듯, 그 역시 해외시장에 진출해 미식 한국의 면모를 높이고 싶은 소망이 있다. 모스크바에 엘리멘츠로 모던 한식을 포지셔닝 했고 두 번째 프로젝트를 위해 르 메르디앙으로 둥지를 옮긴 엘리멘츠가 한국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전을 잇는다. 내년 3월 중국 셴젠에 엘리멘츠를 전신으로 오픈하는 어퍼 그릴을 포함해 향후 중국 내 4개의 레스토랑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인정하는 뿌리 있는 한식, 한식을 한식답게 그렇게.



에드워드 권 셰프의 레스토랑에 가면 메뉴 카드가 마련돼 있다. 고객이 최대한 레스토랑의 경험을 가져갈 수 있도록 소통하고 어떻게 정찬음식을 즐겨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교육적인 기능도 갖고 있다. 파인다이닝을 한결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배려 때문일까. 80%에 달하는 고객 리턴율을 자랑하며 네이버를 통해 예약하고 레스토랑을 직접 이용해 본 고객들이 준 점수(평점 9.4)로 전국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를 두고 비즈니스 색이 강한 셰프라고 말한다. 하지만 좀 더 시장 논리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면, 실리를 추구하지 않은 셰프의 예술성 추구는 불가능하다는 깨닫게 된다. 특히 그것이 파인다이닝이라면 1년 이상 버텨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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