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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The Chef]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쌓아올린 40년" 고재길 아워홈 수석조리장

세계미식가협회의 유일한 한국인 정회원이며,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 기업인, 외교 수장 등 각계의 주요 인사들이 그의 요리를 맛봤다. 국가 만찬의 수장으로 크고 작은 행사를 진두지휘 했고, 서재를 가득 채운 각종 훈장과 상장, 65권의 책으로 묶인 1만여 개의 레시피가 땀 흘려 살아온 셰프의 발자취를 말해준다. 셰프의 원동력은 열정이 아닌가. 세계 35개국을 돌며 오감으로 맛보았던 경험이 지금의 토대가 됐다. 실력이 아니면 승부하지 않는 대쪽 같음도 있으리. 여전히 40년 전의 열정으로 살고 있다는 고재길 셰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인이다.



깊게 패인 손 주름에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셰프의 인생이 배어 있는 듯 하다. 긴 세월이 주는 연륜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세대를 초월해 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셰프로서 주어진 삶에 충실히 오늘을 살았노라. 굳게 다문 입술 너머 올곧은 자부심과 고집이 느껴진다.


요리하고 싶소!
제대하고 나서 무작정 호텔을 찾아가 총주방장을 만났다. 70년대 초반, 그렇게 입사하게 된 웨스턴 아메리카나 호텔이었다. 가진 것 없이 열정 하나로 버텼다. 군대에서 장성들을 모시는 취사병이었으니 호텔 주방일이라는 게 무서울 것도 없었다. 취사병으로 있을 때 장군들의 만찬도 많았고 대통령의 저녁 만찬도 숱하게 올렸던 그였다. 물 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성격 탓에 험한 주방일도 쉽게 적응됐고 일도 잘해 나름 인정받는 조리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와의 마찰 끝에 요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집에 와 있는데 글쎄 총주방장이 집까지 찾아온 게 아닌가. 그 때 찾아와준 총주방장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의 그도 없었을는지 모른다. 그 때문인지 누구보다도 후배들을 길러내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배워가려는 사람에게는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요리에 대한 갈증, 35개국 다양한 요리 경험해
지금은 웨스틴 조선호텔이지만 고재길 셰프가 입사할 당시에는 웨스턴 호텔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25년 간 조선호텔에서 근무하면서도 요리에 대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고 새로움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내제돼 있었다. 호텔에서 있으면서도 벤치마킹 등으로 외국을 견학하거나 교환 셰프로 해외를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부인과 함께 일식집을 운영하게 됐는데 하루 평균 60~70명의 손님이 줄을 이을 정도로 성업했고 그 밑천으로 전 세계 35개국을 돌며 요리를 공부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요리 공부하느라 아마 강남 아파트 몇 채 값은 날렸을 걸.” 허허 웃음 지으며 이야기를 잇는 그에게서 후회나 아쉬움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국의 존슨 앤 웨일즈 대학에서 마케팅 과정을, CIA 요리학교에서 프렌치를 연수했고, 그것도 모자라 프랑스에 가서 정통 프렌치를 공부하고 독일에서는 햄, 소시지, 아이스크림, 치즈, 초콜릿을 견학했다. 이탈리아에 가면 파스타를 배웠고 일본에 가면 도너츠 공장을 견학하고 베이커리, 케이크, 고로케 만드는 법을 배웠다. 덴마크, 네덜란드, 호주,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그가 밟는 땅 어디든, 셰프로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를 오감으로 익혔다.
“평생 다른 나라를 경험하고, 외국인들과 일하다보니 80%는 외국 사람이고 20%는 한국 사람으로 살고 있지 뭐야.” 농담 섞인 웃음 속에 진심어린 열정이 배어났다. 호텔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다보니 영어를 배우는 것도, 요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함 없이 행동으로 옮긴 그였다.


   


나아가 주방을 호령하는 수장으로...
조선호텔과 워커힐 외식사업부를 거쳐 아워홈의 요리 수장이 된 지 10년이 됐다. 세계 많은 요리를 섭렵했으니 한식의 장점을 부각시켜 세계무대로 올리는 일은 그의 내공을 집약하는 작업이었다. 고 셰프는 세계 한식요리대회 총괄 운영업무팀장이자 심사장을 역임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페스티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불고기, 비빔밥, 파전 등의 한국요리를 선보여 하루에 3800세트씩 판매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때의 인연으로 2008년도 뉴욕에서 열린 UN총회 때 각국 대사와 영사 3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의 밤 만찬에 총괄 셰프로 임명돼 한국 코스 요리를 선보여 박수갈채도 받았다. 또한 하얏트 호텔에 머물면서 총주방장과 셰프, 홀 직원들에게 복분자, 소주, 막걸리 등을 활용한 한국식 칵테일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셰프라는 직업은 대통령, 회장님 부럽지 않은 직업이야. 세계의 좋은 음식과 최정상급 호텔을 경험하는데다가, 수장으로서 주방을 호령하고 각자 주어진 위치에서 주방의 기능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것을 볼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지.”



셰프가 전하는 레스토랑의 중요한 경영 방침
요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는 하지만 외식업계는 여전히 일손 부족으로 고민이다. 40년을 요리와 함께 살아온 고 셰프가 외식업에 들어서는 청년들에게 들려주려고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를 깨알같이 적어 놓은 노트를 펼쳤다.
1. 스타메뉴와 인재 발굴
레스토랑의 중요한 경영 방침은 스타메뉴를 탄생시키는 것으로 이는 마치 생존전략과도 같다. 신선한 식재료의 맛, 상품성, 예술성이 모아져 스타메뉴가 탄생되는데 그 배경에는 가르침을 주는 훌륭한 스승과 열정을 갖고 배우려는 의지를 지닌 제자가 있다. 요리하는데 있어서 인재를 채용하는 기준에 학벌, 자격증, 면허증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프랑스의 도제식 교육처럼 폴 보퀴즈나 피에르 가니에르 등 훌륭한 셰프에게 배우며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학교에서의 배움보다 훨씬 값지다. 즉, 훌륭한 셰프에게서 받은 추천장 한 장이 유명 조리학교의 졸업장을 능가한다는 게 오랜 경험에서 체득한 결론이다.
2. 혁신을 통한 메뉴개발
단 한 가지라도 스타메뉴가 발휘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1만 원, 10만 원, 20만 원으로 시작되는 스타 메뉴가 한 달 새 1억, 10억, 20억 매출을 올려 100억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진취적인 메뉴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스타 메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메뉴 개발, 판매(마케팅), 고객이 삼위일체가 돼야한다. 또한 앞으로 한식, 중식, 일식 셰프의 분야를 구분 짓는 것도 무의미해 질 것으로 본다. 일식 셰프가 한식을 만들 수도, 중식을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요리의 각 분야에 각자의 개성을 살린 요리를 더해 내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3. 외식업 향한 정부의 관심 필요
외식업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 될 수 있다. 외식업이야말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큰 손이다. 외식산업진흥법이 있긴 하지만 오늘날 현실을 반영한다면, 관광산업과 연계된 외식업이 관광진흥법에 포함돼야 마땅하다. 그래야 관광 활성화와 함께 외식업이 발전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 될 수 있다.
4.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기술 장인이 돼야
외식업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리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기술을 습득하는 직업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기술을 배우는데 있어서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열정이다. 기술은 자신의 강점이 돼 어디를 가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년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대기업만 따르는 현상도 지양돼야 한다. 기술을 연마하면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마지막으로 조언컨대, 시작했으면 한 우물을 끝까지 파는 인내력과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아래에서부터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쌓아올려야 높이까지 쌓아 올릴 수 있지 않은가. 하찮은 일에도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이 시대의 젊은 셰프들이 되길 바란다.


Epilogue.
“문재인 대통령도 식사 후에 직원들이 앉았던 의자까지 다 정리하시잖아? 대통령도 낮은 모습을 보이시는데 하물며 내가. 솔선수범해야지.”
브레이크 타임이 시작된 매장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조금 전 테이스팅한 후 미처 치우지 못한 식기들과 물 잔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명색이 수석조리장인데, 높다란 셰프 모자를 잠시 벗어 놓고는 남은 음식이 담긴 접시들과 물 잔을 겹겹이 쌓아 손수레에 싣는다. 가만히 있기가 민망해 기자도 거들어보는데, 이런 모습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솔선수범’이란 말에 따뜻한 미소가 번진다.


요리의 배움에 들어서는 후배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눈 감는 날까지

더불어, 다 같이 잘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Chef. 고재길 아워홈 조리부장(조리 컨설턴트)

유엔외교사절 초청 만찬장 총괄 셰프
세계한식미국뉴욕 요리대회 운영업무팀장 겸 심사장
전국기능 경기대회 심사위원
서울지역 기능경기대회 심사장
부산지역 기능경기대회 심사장
제주지역 기능경기대회 심사장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대한민국 산업포장 수훈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자 선정(고용노동부)
민주평화통일(농업, 수산, 식품 부분) 대통령자문위원(헌법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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