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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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 Culinary

[The Chef_이건호 편]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샘표 지미원 이건호 원장

푸드트럭에서 떡볶이를 팔던 청년이 청와대 대통령 취임 국빈만찬을 총괄하는 셰프가 되기까지 그의 버킷리스트에는 언제나 비우고 채워진 꿈들로 가득하다. 꿈을 꾸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인생에서 몸소 실천했다. 마치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처럼, 셰프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열정을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고찰로 결실을 맺는다. 식재료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자세로,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을 탐구하는 구도자의 자세로 나를 개척하는 것. 이건호 셰프의 뜻은 늘 그러하다.




“진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맞은편 차량에서 빗속을 뚫고 헤드라이트를 쏘아대고 있었다. 중앙선 너머로 그 빛이 가깝게 느껴질 즈음 가냘픈 와이퍼의 움직임이 빨라진 심장박동 만큼이나 바쁘다. 삶과 죽음 그 불분명한 경계, 분명 나는 거기에 있었다.”  


그날따라 밤이 늦도록 축축한 비가 많이 내렸다. 여느 때처럼 주방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지인이 개업한 가게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 도와주러 갔다. 배달용 티코를 몰고 강남역 사거리에 다다랐을 때 4시 방향에서 택시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차의 뒷부분을 받고 도주했다. 내 차는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BMW에 돌진했고, 아스라이 살아온 과거가 주마등처럼 흘렀다. ‘그동안 내가 잘 살아왔는가?’ 스물일곱 청년이 생사의 기로에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오래 남는 일을 하자’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가 있은 지 두 달이 넘도록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건강도, 마음도, 돈도, 한 순간에 쌓아온 것이 한줌의 재로 변해버린 것처럼 허무함과 공허함에 견딜 수 없던 나날이었다. ‘과연 내가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타인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항상 목표점을 위에 두고 살았어요. 목표를 쫒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나를 쉬게 하지 않았죠. 바쁘게 살아왔지만 쫓겨 살았던 거예요. 이끄는 삶이 아니라.”
요리를 할까 말까 고민을 거듭했다. 테이블, 도구, 공간, 사람... 내가 서 있는 주변의 모든 것에 요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때 오래도록 가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셰프가 되기로 결심했다.


주어진 삶이 아닌, 스스로 개척하는 삶
아버지는 사극에 나오는 방송소품을 제작하는 일을 하셨다. 갑옷, 화살, 창, 칼, 상투, 거북선까지 한 땀 한 땀 공들여 작업하시는 것을 보면서 자랐고, 자연스레 그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러던 중 방송국 소품팀 정식 직원으로 입사를 앞두고 돌연 다른 길을 걷겠노라 방송국 자리를 털고 나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요리와 인연이 계속 닿았고 재미 삼아 시작해본 일이 평생의 업이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부지게 일을 찾아서 했다. 공항 기내식, 레스토랑 홀 서빙, 주방 보조 등 일을 가리지 않았고 두려움도 없었다. 한 달에 40만 원 남짓한 월급을 받아가면서도 10시간 이상 일을 했다. 제대하고 나서는 꼭두새벽부터 하루 480부씩 신문을 돌리고 나서야 레스토랑으로 출근했을 정도로 고삐를 더 꽉 쥐었다. 주방에서 일을 마치면 저녁에는 포장마차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게 보냈다.     
“직장만 바라보고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빨리 돈도 벌고 싶었고 무엇보다 내게 주어진 삶이 아닌 스스로 개척하며 살리라며 물불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살았지요.”


내 인생의 푸드 트럭, 떡볶이 파는 청년
스물넷에 푸드 트럭을 시작했다. 떡볶이를 만들어 첫 개시하던 날, 다 만들어진 떡볶이를 앞에 두고 30분 동안 문도 열지 못할 정도로 떨렸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내게 떡볶이 트럭을 넘겨주던 아저씨는 젊은 청년이 트럭을 몰고 다니며 떡볶이 장사를 한다니 기특했던지 함께 영등포 뒷골목 시장을 돌며 이것저것 노하우를 전수해주셨다.
“내가 이거 해서 집도 사고 떡볶이 가게도 차리고 다 했어. 요즘 사람들 힘든 거 잘 안 하려고 하는데 떡볶이 장사를 한다니, 젊은 친구가 참 기특하네!”
양재동 사거리 지하철 입구에 둥지를 틀고 손님을 맞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하루 15~25만 원 가량 순수익을 냈다. 나중엔 입소문을 타고 포장 손님도 많아져 40~70만 원까지 이윤을 남겼고 동원훈련이 있는 날에는 2시간 만에 100만 원을 손에 쥐어 보기도 했다. 찾아오는 손님 중에는 간혹 떡볶이 만드는 꿀팁을 알려주고 가는 분도 계셨고 나름 잘되는 목을 찾아 상권을 만들어 놓는 데도 감각이 있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푸드 트럭을 몰고 다니며 일을 해보니 아무래도 직장은 있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잘 되던 푸드 트럭을 처분하고 다시 주방에 섰다.


“학교에 갑니다.” 늦깎이 신입생,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모 한식당 주방에서 주임으로 일할 때, 번번이 승진에서 제외되며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맛봤다. 주방이라는 작은 조직에서 조차도 대학을 나와야지 승진의 기회가 주어졌다. 한편으론 뒤늦게 공부하는 게 막막했지만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터라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그 해 27살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 교통사고 후 한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요리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학문에 대한 탐구일까. 열정일까. 4학년에 재학 중이던 무렵,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코네티컷 주에 있는 호텔에서 일을 시작했다. 상명하복인 엄격한 주방에서만 있던 그에게 미국에서의 경험은 주방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 놓은 계기가 됐다.      


“경력과 커리어를 쌓은 셰프들이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서 상호 의견을 존중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유롭게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끊임없는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더할 줄 아는 주방 분위기는 감동이었죠. 후에 시화담의 헤드 셰프로 근무할 때에도 하나의 메뉴를 완성하는데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메뉴가 직원들의 숨결로 수놓아진 결정체인 셈이죠.”  



손끝에서 피어나는 아트, 카빙플레이트의 선구자
손재주는 타고 났지만 그리는 것에는 영 소질이 없었고 오히려 칼을 다루는 게 더 쉬웠다. 필름에 펜이 아닌 칼을 들고 스케치 하듯 오려내면 카빙플레이팅을 위한 본이 하나 완성된다. 어두운 바탕의 접시 위에 본 뜬 필름을 덧대어 슈거파우더를 뿌려낸 작품이 바로 카빙플레이트이다. 사람의 얼굴이나 글귀, 사물을 접시 위에 새겨 음식과 함께 서빙하면 식사분위기는 금세 화기애해질 수밖에. 이런 카빙플레이트는 시화담에서 근무할 당시 유명세를 떨쳤고, 이후 청와대 국빈 만찬을 비롯한 각종 한식 행사에서도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았다. 이건호 셰프가 개발한 카빙플레이트 데코레이션 기술은 현재 국가기술자격 민간 부문에 등록돼 있다.


더하지 말고 빼기, 요리에 대한 과학적 접근
식재료에 다양한 조리법을 대입하면 수없이 많은 요리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흔히 요리할 때 맛을 내기 위해 양념 등을 첨가하지만 조리법에 따라 재료에 쓴맛, 단맛, 신맛 등이 달리 표현된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활용하면 특정한 맛을 최소화하거나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양파를 볶으면 단맛은 50배로 증가하니 첨가되는 설탕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많은 한식 셰프들이 메인요리에만 집중한 나머지 나물류는 간과하기 일쑤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마지막 맛에만 집중한 결과다. 조리의 각 과정에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는가. 이 셰프 자신뿐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많은 셰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꿈을 시각화 하라’
20대의 교통사고를 경험하고 찰나에 죽음이란 것을 생각한 후 노트에 버킷리스트를 하나 둘 적기 시작했다. 80%는 이뤘지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오늘도 한 줄 올린다. 허무맹랑한 꿈일지언정 꾸어보지 않으면 현실에서의 가능성은 0%에 지나지 않기에 사진을 붙여두기도 하고 꾸준히 한 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꿈은 현실이 돼 있다. 그렇게 시작한 요리 관련 자료집도 수십 권에 달한다. 방송, 책, 경험에서 얻은 것 중에 요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마케팅, SNS, 의학에 이르기까지 핵심만 모아놓은 일종의 서머리이다. 심지어 대장금 드라마 55편을 보면서 추려낸 용어나 음식에 대한 정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을 정도다. 좋은 재료가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좋은 자료는 요리에 아이디어와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준다.


현 트렌드를 바라보는 셰프의 눈
혼밥족도 많아졌고, 밖에 나가서 밥을 먹더라도 집밥의 맛을 그리워 할 정도로 집에서 요리도 잘 해먹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눔의 문화가 많이 약해졌다고 봐야 하나. 이런 가운데 쿡방은 사람들에게 집에서 요리할 수 있게 자극을 불어 넣어 주는 것 같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라는 한자어 약식동원이 회자되는 것도, 방송에서 건강한 요리를 놀이로 끌어내 재미있고 쉽게 바꾸기 때문이다. “괜찮다. 나도 할 만 하다. 어렵지 않겠어.” 길고 어려운 요리 과정을 서넛의 스텝으로 끊어서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은 쿡방의 긍정적인 면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앞으로도 요리는 놀이로, 문화 콘텐츠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10년 후, 나에게...
샘표의 식문화연구소 지미원은 샘표의 발효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 음식의 맛과 가치를 연구하고 발전, 계승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미원에 와서 요리에 대한 공허함을 되돌아보고 요리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고 다시 정리하게 됐다. 뼈대를 알면 요리를 만드는 것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이론과 기술을 겸해 제대로 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두릅만 보더라도 참두릅, 땅두릅, 개두릅 등 종류에 따라 가격, 재배법, 먹는 방법이 다르다. 또 가시가 많아 버려지곤 하는 가시 윗부분은 술을 감싸고 있는 봉오리이면서 가장 많은 향을 담고 있는 특징이 있다. 두릅의 줄기는 잎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줘 줄기와 잎을 함께 보관하면 2~3일은 거뜬히 버텨낼 수 있다는 것도 사소하지만 요리에 필요한 지식이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리법을 시도해 재료 본연의 맛과 차이, 적합성을 연구한다. 그래서 지미원의 프로젝트는 항상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쌓아온 빅데이터로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것. 아마 10년 후에는 쌓아온 지식을 풀어가고 있지 않을까. 내 버킷 리스트에 적혀있는 ‘책 100권 출간’을 꿈꾸는 것처럼.




Epilogue#
셰프를 만나러 간 연구실, 긴 테이블 위에는 간밤에 작업한 카빙 플레이트가 여러 개 놓여있었다. 기자가 한 땀 한 땀 그려도 따라가지 못할 카빙 실력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밑그림도 없이 칼로 본을 떠 완성했다니 칼을 잡는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싶었다. 굴곡진 삶에 형체가 있다면 그의 인생은 접시 위에 어떻게 수놓아질까. 한 번의 오차 없이 칼로 그어 만든 필름처럼, 접시 위의 슈거파우더처럼, 인생 1막 1장에 아로새겨진 삶의 무게가 겹겹이 쌓여 곱디고운 작품으로 완성될 것 같다.   

 



이건호 셰프
모던 코리안 파인다이닝 ‘시화담’ 총괄 셰프(2008~2013)
㈜썬앳푸드 R&D팀 한식파트 팀장
現 ㈜샘표식품 우리맛연구중심 지미원 총괄 셰프(Director Chef, 2014.07~현재)


전문 경력 사항(외부행사 경력 및 방송 등)
세종문화회관 행사(각국 대사 및 국내 인사 참석 외 다수 진행
G20 Seoul Summit 2010(Crossover Concert ‘Beautiful World’)
국무총리공관 출장 요리 다수 진행
CNN 대한민국 10대 맛집 선정
Seoul Gourmet 2012 시화담 스타셰프 참가
청와대 출장요리 행사 다수 진행(한식세계화 관련 초청만찬 및 외빈만찬 등)
18대 대통령 취임 국빈만찬과 리셉션 행사 총괄 진행(청와대 영빈관)
니혼 TV, 중화 TV, 아리랑TV Korea Today, 캐나다&영국 등 TV 촬영
Food TV 박수홍의 푸드매거진
Tasty Rood3 13회 예술요리맛집
VJ특공대 음식과 그릇의 맛있는 궁합
SBS 드라마 ‘내 사랑 내 곁에’ 출연
SBS 생활경제 ‘봄이 느껴지는 요리’
KBS 2TV 생생정보통 ‘5월의 여왕 장미’
MBC 나누면 행복 희망일촌 8회
한식대첩 6회 일품식객 출연
한국관광공사 지면광고 한상차림안 촬영&홍보영상촬영(Touch Korea Tour)
CNN GO, 조선일보,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한국경제신문 등 다수 언론보도
시화담 화보집 요리 총괄진행(아름다운 한국음식 세계를 향해 날다)
한식재단(정부 추진사업 심사 및 자문위원)
한식의 날 추진 위촉위원&심사위원
대외 행사 자문위원(한일만찬 및 한중일 만찬 자문 2015.11)
“행복한 입덧” 출간(작가 한정열, 이건호 2017.02)


강의 경력&수상내역 ◆ 
우송대학교 외식산업 경영학과 기초조리기술 출강 외 다수
경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궁중음식연구 출강
국제한식조리학교 스타셰프 강의(2012.07/2013.08)
- 한식세계화를 위한 조리법 표준화와 메뉴개발/한식세계화를 위한 조리법 표준화& 한식 메뉴개발
국제한식조리학교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 스타셰프 특강(2012.10)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분자요리 특강 외 다수의 요리강의 진행
한식 스타셰프 과정 수료
서울국제요리대회 코스요리 부분 은상
서울국제요리대회 조각개인부분 동상
카빙플레이트 데코레이션 기술 개발(국가기술자격 민간 부문 등록)
농민의날 기념행사 2015 Gourmet week, Gala dinner, Culiary &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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