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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수)

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_강레오 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강레오 식음이사

전국 161개 산지별 식재료에서 찾아낸 최상의 맛


뜻하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를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평생의 업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그는 일 년 새 전국 방방곳곳을 누비며 4만 5000㎞ 이상을 달렸다.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떠날 준비가 돼 있었다.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스승의 가르침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목표를 줬다. 내가 걷는 길, 과거는 지나기 마련이지만 현재는 치열하다. 현재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미래는 묵묵히 나의 길을 가겠다는 셰프의 의지일까. ‘나는 셰프니까. 누가 뭐라든, 나는 강레오니까.’


넘버 원을 찾아 4만 5000km를 달린 산지 투어
강레오 셰프는 지난해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졸업했다. 언뜻 생소할 수 있는 이 학교는 농림수산식품부 제 2차관을 지낸 민승규 박사가 벤처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마케팅에 대한 실천적 교육을 통해 농업인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로 2001년에 설립한 학교다. 이곳에서는 농가 경영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농업의 미래를 고민한다. 셰프가 농업을 배운다니. 기자는 셰프가 직접 재배해 식탁에 올리는 팜테이블(farm table)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오. 농업과 농사는 다르죠. 단순히 생산 단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유통, 상품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이르는 것이 농업입니다. 셰프라면 식재료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나아가 최상의 식재료를 선별해내는 노력도 필요해요. 그렇다고 제가 농사를 짓기 위해 농업을 배우는 것은 아니고요. 농사는 농부가 지어야 제대로 된 농작물을 얻을 수 있잖아요.” 1차 산업인 농업이 2차, 3차 산업을 거치면서 여기에 강레오 셰프의 재능이 진가를 발휘한다. 그는 이 학교를 통해 전국에 있는 농가의 명인들을 만난다. 최상의 식재료를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특별한 방식과 노하우에 더해 강 셰프는 농가에 도움이 될 만한 레시피를 개발해 기부하고 있다. 게다가 실제 상품화 단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강 셰프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상호간의 교감을 통해 요리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전국 161개 시군을 탐방하면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해 개발한 레시피만 130여 가지에 이른다.


“식재료가 주방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재미있는 스토리가 깃들어 있는지 아세요? 농부가 씨앗을 뿌려 작물이 성장하는 과정은 사람이 자라는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재배자의 특별한 노하우와 철학이 깃든 식재료는 그만큼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관행에 의해 재배하는 작물이 아닌 농부의 스토리나 노하우 등 본인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재배한 식재료가 최상의 맛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열여섯, 재능의 발견
올해로 요리를 시작한지 만 25년이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다른 건 몰라도 요리 만큼은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조리사자격증을 땄고 호텔의 막내로 들어가 주방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던 중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한 날은 호텔에 프랑스 셰프가 초청돼 왔는데 난다 긴다던 주방의 모든 선배들이 그 셰프를 빙 둘러싸고 요리를 지켜보며 꼼꼼히 메모하는 광경을 봤다. ‘아, 저거로구나!’ 일순간 저 셰프처럼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리가 있는 유럽, 그중에서도 그 프렌치 셰프가 있는 영국으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떠났다. 결과적으로 그 순간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라며 3개월 있다가 돌아올 것을 예상했지만 5년 동안 단 한 번도 한국을 찾지 않았다.


“하루 4시간 자고 나와서 일하고 또 일하고. 매일이 같은 생활이었죠. 최대한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항상 집은 일터에서 멀지 않은 20~30분 거리에 구했어요. 길을 걷다가 졸기도 해 벽에 부딪힌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주방에서 보낸 100시간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이 떠난 런던행은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남겼고, 더 단단한 셰프로 연단시켰다. 처음 런던에 도착해서 무작정 서점에 들어가 책을 뒤졌다. 책과 지도에 나와 있는 주소만으로 50여 개의 레스토랑을 발품 팔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어렵사리 들어가게 된 주방에서 그는 일벌레처럼 파고들었다. 1주일에 100시간. 한 달이면 400시간이다. 주방에서 보낸 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지만 그 노동 강도를 생각했을 때, 보통 사람이라면 두 손 들고 나왔어야 했다.


대중적인 ‘스타’이기보다 ‘요리’를 하고 싶어
노력은 정직했고 헛된 시간은 없었다. 런던에 있는 동안 피에르 가니에르, 고든 램지, 쥬마 레스토랑 등을 거쳤고 두바이 고든 램지의 헤드 셰프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2년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독보적인 캐릭터로 인기도 얻었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섭외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대중적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했을 뿐. 방송을 하면서 의도와 다르게 비춰지는 것에 염증을 느꼈고 모든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말수도 줄고 책임감이 무겁게 밀려오던 무렵, 승승장구하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내려놨다.




반얀트리! 다시 만나서 반갑다. 식음 이사로 컴백
2015년 12월, 강레오 셰프가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의 식음 이사로 부임했다. 사실 반얀트리와의 만남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말 반얀트리가 프리 오프닝 할 당시 오프닝 총괄 셰프로 맺은 인연이 있다. 그리고 다시 찾은 반얀트리에 식음이사로 발을 디딘 강 셰프는 반얀트리만의 색을 가진 여러 일을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중 하나가 식음업장 리노베이션이다. 현재 공사 중인 ‘페스타 비스트로 앤 바’를 시작으로 차츰 모든 식음업장을 리노베이션 할 계획이다. 페스타는 1월부터 4월까지 리노베이션 공사가 진행되며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반얀트리가 대중화된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전과 비교해 비회원 고객들에게 오픈된 공간이 늘었어요. 이런 공간을 많은 고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길 바라요. 대표적으로 기존에 회원 전용 공간이던 ‘페스타 비스트로 앤 바’가 대중적인 공간으로 바뀌면서 우리만의 특별한 색을 강조할 필요성을 느낀 거죠. 반얀트리만의 시그니처가 되도록 노력할겁니다.”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서, 테이스트 오딧세이 
강 셰프가 만들고 싶어 하는 반얀트리만의 시그니처는 최고의 재료를 통한 최상의 맛이다. 누구나 공급받을 수 있는 제철 식재료가 아닌, 그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의 식재료를 공급받아 반얀트리만의 요리를 완성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가를 직접 찾아다닐 발품이 필요하기에, 1~2주에 한 번은 전국 산지를 찾는다. 그 열성 덕에 축산 명인들을 다 만나봤을 정도이다. 그 중에서 강 셰프가 만난 한 명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백석환 명인. 그는 소를 농심으로 키운다고 했다. 우리나라 송아지 폐사율은 평균 20%이지만 백석환 명인의 송아지는 폐사율 2%를 넘지 않는다. 섬유질배합사료를 자체 개발하고 GMO(유전자변형농산물)사료와 항생제 남용을 지양하는 명인의 철학은 건강한 소를 키우는 것이다. 흔히 마블링이라고 하는 소의 지방분포도에 있어서도 소가 가지고 있는 좋은 지방의 비율이 중요하다. 풀을 먹는 소일수록 불포화지방산이 많은데, 명인의 소는 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1:4 정도이다.(식약처 권장 비율 1:10 이하 기준) 이런 최고급 식재료를 고객의 테이블로 올리는 것은 강 셰프의 자부심이며, 그가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테이스트 오딧세이는 반얀트리의 시그니처가 잘 드러나는 미식 프로모션이다. 매월 식재료를 달리해 현재까지 총 15회에 걸쳐 진행됐다.
“테이스트 오딧세이를 진행하면서 120가지 새로운 메뉴가 개발됐고 그중 85%가 요리, 15%가 디저트입니다. 1월의 주제는 굴인데, 2월에는 새조개, 3월에는 주꾸미를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껏 요리에 대해 단 한 번의 컴플레인이 없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요리의 민낯, 요리에는 답이 없다.
식재료와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누비면서 테이스트 오딧세이에 쏟아 부은 열성은 요리로 귀결된다. 매 순간 보완해도 언제나 빈틈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더 노력하는 게 아닌가. 끝나도 결코 끝이 아니다. 요리에는 답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고 노력하는 삶의 연속성을 소중히 여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요즘은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우리나라 음식의 카테고리 안에도 외국의 조리법이 있어요. 이름만 다를 뿐이지. ‘한식이다. 한식이 아니다.’를 구분해 편을 가르기보다 ‘세계의 요리에 우리의 색을 입혀 바꿀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동안 한식의 세계화를 강조하며 한식의 수출에 의존했지만 한국음식의 수출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는 자성해볼 필요가 있어요. 역으로 생각하면 ‘세계음식의 한국화’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그래서 서양의 것을 한국적으로 풀어보려는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요리로 빨리 성공을 거두고 싶어 일을 시작했고 내일의 발전을 위해 오늘을 살고 있지만 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지금이 아닌, 이 다음이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생의 마지막에 섰을 때가 가장 완벽한 순간이면 좋겠다.”


Epilogue#

피에르 가니에르, 고든램지, 마스터 셰프 코리아... 강레오를 수식하는 모든 것을 빼고, 담백하게 오늘을 살고 있는 셰프 강레오를 만났다. 사실 그를 만나고 보니 더욱이 무슨 수식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단지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셰프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인생에서 오늘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요리처럼, 무술처럼 세월의 흔적을 더하다 보면 언젠가 삶의 끝에서 최고의 삶을 살았노라 만족할 순간이 오지 않을까.



강레오 셰프의 무술과 검
가토리신토류. 60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검술로, 검술의 최고 경지라고 불린다. 강레오 셰프는 일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스가와라 테츠타가 선생을 사사했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다. 세월의 흔적에 따라 완숙미가 느껴진다는 면에서 요리와 검술은 닮은 데가 있다. 요리든 무술이든, 선생님을 쫓다보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선생님은 늘 거울이 된다.”


강레오 이사
現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식음료 이사
現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호텔외식조리제과계열 학부장
제1회 한식사랑 한식위크 홍보대사
도화 오너셰프
화수목 바이 강레오 오너셰프
런던 비비고 총괄셰프
대한합기도회 운영자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총괄셰프
두바이 고든 램지 헤드 셰프
런던 주마 레스토랑 수셰프
런던 고든 램지 수셰프
런던 스케치 피에르 가니에르 수셰프
런던 라 탕트 클레르 수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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