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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목)

투어리즘&마이스

[Column] 한국 관광, 자존심은 있나?

남이섬 전명준 사장


북한강 상류에 반달처럼 떠있는 남이섬. 연간 130개국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매년 330만 명이 방문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국민관광지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가 곧 도래할 것 같은데, 우리 관광 현실은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은 중국의 장가계, 황산, 계림, 만리장성 같은 장대한 절경도 없고 유럽처럼 수천 년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또 동남아시아와 남미처럼 자원부국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찾아올까?


세계가 한류 열풍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사실 그 진앙은 남이섬이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남이섬이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게 아니다. 시설물이나 물질적 상품판매에 앞서 다름의 감성체험을 제공하려 했고 설렘과 추억의 이미지를 매일같이 생성해 왔다. 지금의 정부가 창조경제, 문화융성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기 십 수 년 전부터 창조, 상상, 문화, 예술의 혁신사례로 주목받았다. 
먹고 살기도 어렵던 60~70년대, 관광이라는 용어도 낯설던 그시절, 북한강 상류에 모래톱이 방치돼 있었다. 홍수에 강물이 차오르면 고립되고 무성한 수초에 쌓여있던 황무지 남이섬은 한 금융인에 의해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1965년 정부의 금융외압에 맞서 싸우다 한국은행 총재직을 사퇴한 민병도(2006년 타계) 선생이 섬을 사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왜 황무지를 사느냐며 극구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의 문화쉼터가 필요한 날이 올 것이오.”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불모의 땅에 주민들과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황폐한 모래밭은 심는 족족 말라죽었지만 잣나무,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고 또 심었다.
묘목을 심고 잔디와 꽃을 가꾼 사람들 가운데는 지금까지도 남이섬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있다. 민병도 선생은 2006년 “푸른 동산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유지를 남기고 타계했지만 400여 명의 직원들은 정년 없는 평생직장으로 살고 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남이섬은 청춘들이 일탈하는 유일한 탈출구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직후 손님이 찾지 않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잘 나가던 디자이너 강우현이 2000년 가을, 사장에 취임했을 때 관광객도 직원도 돈도 없었지만 소주병, 나무토막, 유리조각 등은 남아 있었다. 그는 남들이 쓰다 버린 보도블록, 화장품 병, 타다 남은 소나무, 떨어진 은행잎을 가져다 쓰며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유일하다시피 평생직장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 남이섬이다.
연공이나 직급과 같은 기존 관념적 인사제도를 없애고 순환근무방식을 통해 80살까지 일하도록 하는 평생 정년 제도를 정착시켰다. 유니세프홀, 환경학교, 녹색가게와 같은 시민단체에게는 체험활동 공간을 제공했고 국제 안데르센상을 공식 후원하며 사회적 동반자로 나가고 있다. 노래방은 공연장으로 바뀌었고 술판을 벌이던 건물들은 전시관이 돼 연간 600여 회의 공연과 전시가 끊이지 않게 했다.
요즘 부정청탁금지법으로 혼란스럽지만 남이섬은 여행사 수수료를 없애고 관광 콘텐츠 자체에 감동하는 고객층을 구성한지 오래다. 광고나 홍보비용을 안 쓰는 정직한 마케팅과 임직원들의 밤낮 없는 손끝 정성은 매일같이 새로움을 쏟아내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고 난 재는 도자기 재료로 쓰이고 가을 낙엽은 하트조형물로 새롭게 태어난다. 세계 각국의 옷을 입은 눈사람과 이슬람 기도실, 할랄음식은 다른 문화에 대한 배려이고 정성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관광이 쇼핑이나 K-POP에만 쏠리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은 경제도약을 기적처럼 이뤄낸 곳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정성이 전달되지 못하는 홀로서기 성향이 강한 민족인듯 하다. 뭉치면 헐뜯고 혼자서는 강하고 잘난 모습을 보인다.
인천공항을 통과한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에게 ‘한국에 갈 만한 곳 추천해 주세요?’라고 물어오면 대답할 수 있을까?
외국인에게 한국관광 설렘의 창을 열긴 했지만 이를 수용할 준비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불국사, 설악산을 추천하기엔 거리도 멀지만 연계 관광이 어렵고, 쇼핑만 하라고만 할 수 없는 현실을 타계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감성 콘텐츠로 다가간 최근 십여 년이 한류의 원동력이었고 이는 한국적 감성의 다름 문화 체험을 기대케 했기 때문이었다. K-pop이나 드라마 열기가 식게 될 몇 년 후를 걱정하긴 커녕 너도 나도 울궈먹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한국 관광이 암울한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북한강. 화천에서 발원해 춘천 가평을 지나 서울로 흐르는 강줄기. 계곡과 산, 강물과 호반이 앉혀진 천혜자연위에 공업형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아름답고 순박한 북한강 700여 리.
청평-가평-남이섬-춘천-화천을 잇는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에 산재된 관광지의 콘텐츠들을 하나로 묶어 특화된 관광자존심벨트를 만들어 가려 한다. 정부와 지자체, 관광지,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동반성장의 관광콘텐츠를 실현하는 것, 이는 곧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이기도 할 것이다. 청정 특산물과 체험형 상품으로 1000만 외국인에게 설렘 속에 찾아와 추억을 가져가게 할 수 있는 곳. 대한민국의 관광자존심, 쇼핑이나 드라마가 아닌 100년을 내다 보는 문화융성의 시작, 북한강 관광벨트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관광품격, 북한강에서 찾게 하는 데 남이섬의 감성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손끝 한 번 더 지나가는 진정성이 국제관광지 품격의 기준이 될 것이다. 


남이섬 전명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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