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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목)

호텔&리조트

[남재철의 의전 노하우_ 마지막회] 백악관을 옮겨다 놓았던 45시간

마음을 담은 서비스 통해 한국 대표 호텔로


필자가 근무했던 S호텔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VIP호텔로 성장하는 데는 여러 곡절이 있었다. 그중, S호텔이 큰 명성을 얻게 된 일화를 하나 소개해 보려 한다. 1979년 6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일이다. 대한민국 1호 VIP 의전 서비스 전문 강사로서 그동안 기록해놓은 자료와 당시를 회상하는 관련 업무 담당자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내용을 정리해 본다.
1979년 6월 29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 카터 대통령은 S호텔에 묵지 않았지만 밴스 국무장관, 브르멘탈 재무장관, 브라운 국방장관, 브래진스키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 등 미국 수뇌급 각료 일행이 S호텔에 체류하게 됐다. 미국 대통령을 수행할 수뇌급 각료들의 체류호텔로 선정되는 과정은 까다로웠다. 백악관 조사팀은 미 대통령 방한 전 한국에 들어와 서울 시내 각 특급호텔을 면밀히 사전조사한 뒤 귀국했다. 얼마 후인 1979년 5월 24일, 미 대사관으로부터 S호텔이 미국 주요 각료들의 체류호텔로 결정됐다는 통보가 왔다.
그런데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내외적으로 홍보가 부족했던 S호텔이 다른 대형 호텔들을 제치고 미 대통령 일행의 공식 체류호텔로 선정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C호텔, W호텔, L호텔 등 기존의 유명 호텔들이 처음에는 S호텔보다 유력한 듯 보였지만, 경관이 수려하고 교통이 편리한 데다가 새로 개관했다는 점에서 결국 S호텔이 최종적으로 선택됐다는 것이다.
미 대통령 일행 도착에 대비해 미국 정부 측 선발요원들이 한 달 전부터 S호텔에 와 있었다. 그들은 호텔 구석구석을 점검했고, 특별 교환 시설과 경비포스트를 설치했다. 호텔 체류 시간은 45시간 정도로 짧았지만, 백악관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놓는 작업이 필요해 일이 어마어마하게 커 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호관계, 통신관계, 프레스센터 설치, 핫라인 설치 등의 작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철저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
작은 방송국을 하나 차렸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통신실을 비롯해서 2층 대연회장 홀에 설치된 프레스센터는 백악관 출입 기자를 포함한 외국 특파원 300여 명이 치열한 취재 싸움을 벌이는데 조금의 지장도 주지 않게 꾸며졌다. 또 22층에는 미국 정부와 즉시 연결 가능한 핫라인이 설치됐다. 장소를 막론하고 수행원들과 5분 내에 통화가 가능하게 만든 교환선도 마찬가지다. 카터 대통령 일행의 일거일동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RV위성중계 시설 역시 호텔 내 설치를 완료했다.
수행원은 전부 미국 정부의 중요한 인물이므로 경호문제에 특히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파견된 미 선발요원들은 안전과 보안을 위해 모든 호텔 시설물을 철저히 점검했다. 엘리베이터 기계실과 지하 보일러실 앞에서 24시간 경비를 서기도 했다. 심지어는 보일러에 쓰는 기름의 성분, LP 가스의 파이프까지 조사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위험물 탐지견까지 동원돼 호텔 곳곳을 샅샅이 살폈다.
송아지만한 탐지견 두 마리가 후각과 촉각, 청각을 곤두세운 채 각료들이 체류할 방들을 돌아다니자 그때까지 탐지견이라는 게 있는 줄 몰랐던 사원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실 과학의 발전으로 우주여행까지 가는 시대에, 게다가 그 우주여행을 실현시킨 미국 같은 나라에서 위험물을 탐지하는 데 첨단기계가 아닌 동물을 쓴다는 것이 호텔 사원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였다.
1979년 6월 29일 밤 9시 30분. 드디어 카터 대통령 일행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미국 행정부 전체를 우리 호텔로 옮겨오는 듯 보였다. 호텔 주변에서 경비를 하고 있던 수백 명의 경찰관들은 더욱 긴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미 호텔 전 사원의 신원조회는 끝났지만 호텔을 출입하는 손님들도 통제를 해야 했다. 이런 경직되고 긴장된 분위기에 아직 경험이 미숙한 S호텔의 사원들은 잔뜩 얼어붙었다. 호텔 내부 곳곳에 사복 경찰관이 배치됐을 뿐 아니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소방차, 앰뷸런스 그리고 발전용 차가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옥상에는 비상시에 헬리콥터가 날아와서 앉을 수 있도록 헬리포트도 마련됐다. 영빈관에서 특별히 기자단을 위한 만찬을 베푸는 등 호텔 측에서는 수백 명의 공식, 비공식 수행원과 내외신 언론 관계자를 위해 간단한 식사를 제공했다.
카터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3박 4일이었다. 그 동안은 대통령 일행이 S호텔을 완전히 독차지하는 셈이었다. 세계의 이목은 S호텔에 집중됐다. 이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해서 호평을 받는다면 S호텔의 명성이 세계에 알려지게 될 것이므로, 호텔 전 사원은 침식을 미뤄가며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한꺼번에 밀어닥친 600여 명의 손님들로 호텔의 넓은 로비가 가득 차고 모든 식당이 초만원 사태를 이뤘다. 미대통령 일행이 머무는 동안 호텔 사원들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손님들이 도착해 그들이 가지고 온 짐과 가방을 객실로 운반하는 작업부터가 시작이었다. 자그마치 트럭 열 대 분. 로비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던 짐들은 꼬박 2시간이 걸려 모두 객실로 배달됐다.
S호텔이 생긴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단체손님이었지만 모든 서비스가 완벽에 가깝도록 순조롭게 진행됐다. 호텔 측은 정해진 일정과 정해진 행사의 순서에 따라 준비를 마쳤다. 손님들조차 사원을 도와가면서 일을 정리해 나갔다. 모든 행사가 정해진 시간에 순서대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호텔 전 사원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600여 명의 손님들이 하나같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당시 내외신 기자들은 “S호텔에서의 모든 준비와 행사는 아주 훌륭하게 진행됐을 뿐 아니라 미국 측 선발요원과 호텔 사원들의 호흡도 척척 잘 맞았던 것 같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기자들의 칭찬은 피로에 지친 호텔 사원들에게 활력을 줬다. 프레스센터를 이용해 취재활동과 세계 각국으로 향한 보도활동을 벌인 기자들은 저마다 S호텔을 세계적 호텔로서 손색없는 시설을 갖춘 호텔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호텔 측을 기쁘게 했던 찬사는 S호텔의 우아한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에 감명을 받았다는 말이었다. 기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처럼 마음을 다한 정성 어린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선진국의 일류 호텔에서 받는 서비스는 완벽하긴 하나 인간미가 없고 모든 게 너무 기계적이라는 것이다.
능숙한 서비스보다는 정성이 담긴 서비스, 기계적인 서비스보다는 인간적인 서비스로 미국 카터 대통령 일행을 맞이한 S호텔.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S호텔에서의 환대를 잊지 못한 미 대통령 일행은 귀국 후에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한국 방문 중 즐겁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 고마웠고 아울러 S호텔의 발전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 편지의 끝에는 카터 대통령의 사인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남재철의 의전 노하우가 이번 호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본 지면에 게재됐던 의전 노하우와 그 밖의 에피소드들은 ‘호텔&레스토랑 산업전(HOREX 2016)’ 컨퍼런스에서 10월 6일 오후 4시 30분에 진행되는 남재철 대표의 ‘호스피탤리티산업의 품격있는 VIP 의전서비스’ 강연에서 보다 자세히 들으실 수 있으니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남재철
(주)아이앤비컨설팅 대표/대림대 교수
남재철 대표는 20년 간 국내 최고 품격을 자랑하는 호스피탤리티 서비스업에서 경험한 VIP 환대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체 대상으로 행사 및 VIP 의전서비스 전문 대한민국 1호 강사로 왕성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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