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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Bar

[Beverage Issue] 주류시장에 부는 새바람, 유행을 넘어 문화가 된 ‘혼술’


뭐든지 혼자 하는 시대다. 혼자 여행하고, 혼자 살림하고, 혼자 밥 먹는 것도 모자라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TV 예능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제는 혼자 마시는 술까지 ‘혼술’이라 해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예전에는 청승맞음의 대명사였던 ‘혼자 술 마시기’가 젊은 층이 선도하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식할 때 “몇 분이세요?”라는 질문을 더 이상 듣지 않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식당이든 술집이든 혼자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 동행 유무를 묻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밥먹기(혼밥)’는 이미 ‘함께’가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도 공공연한 일이 됐다. 이제는 ‘혼술’이 뒤를 이어 싱글족 행동양식에 가짓수를 하나 더할 전망이다.


남 눈치 보지 않는 합리적 소비
‘혼자’ 문화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참고할 점이 많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에 따라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1인 식사, 1인 음주 문화가 확산됐다. 한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부담이 덜한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풍토가 생겼다. 술이나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혼술 환영’ 팻말을 내건 술집이 늘어나고 있다. 혼술족은 보통 대학생부터 30대 직장인으로 구성된다. 1인 가구 시대에 접어들며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층이다. SNS상에 혼술하기 좋은 곳을 공유하고, ‘혼술 인증샷’ 올리기를 즐기기도 한다.


주류시장을 흔드는 혼술 문화
혼술의 한 갈래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긴다는 뜻인 ‘홈술’역시 인기다. 맥주나 RTD에 과자나 건어물 등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혼술족을 의식한 여러 주류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일본의 외식, 식음료업계가 나 홀로 문화에 대응한 메뉴와 제품을 경쟁적으로 시장에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추하이(CHU-Hi)’다. 일본식 소주에 탄산과 다양한 맛의 과즙을 첨가한 제품으로, 일본에선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술의 대명사가 됐다. 수 년 전에도 국내에서 일본을 벤치마킹해 시험적인 RTD(Ready To Drink, 가볍게 마시는 술) 제품을 몇 가지 내놨지만 판매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혼술’이 하나의 문화로 조명되는 현 시점에서 저도·과실주 RTD 시장은 전과 다르게 혼술족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며 주요 상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집에서 혼술하기 좋은 제품]

1. 해리브롬튼, 홍차와 보드카 블렌딩 음료
주류 수입 회사 올웨이즈앤트레이드가 아이스티 알코올 음료 해리브롬튼 2종을 출시했다. 해리브롬튼은 블랙티와 보드카를 블렌딩한 음료 브랜드다. 해리브롬튼 오리지널은 도수 4%의 저알코올 음료로, 고급스러운 홍차향과 옅은 단맛이 저탄산과 잘 어우러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베리·큐컴버는 크랜베리와 라즈베리, 오이향을 첨가해 칵테일 느낌을 살렸다.
가격은 4300원이며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 전점과 SSG푸드마켓, 롯데호텔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2. 피코크 377바, 무알코올 칵테일 음료
이마트가 선보인 피코크 377바(bar)는 무알코올 칵테일 음료다. 민트와 시트러스 두 종류로, 다른 주류와 섞어 마실 수 있다. 칵테일용 음료를 내놓은 이유는 혼술 트렌드로 믹싱주 인기가 높아져서다. 지난해 음료 매출은 2014년 대비 3.1% 감소한 반면, 토닉워터와 레몬토닉 등 믹싱 음료 매출은 9.3% 증가했다. 칵테일 음료 5종 개발에는 국내 바에서 활동해온 바텐더가 참여해 전체적인 상품 생산 과정을 총괄하며 품질을 높였다. 피코크 377바 민트·시트러스는 1280원에, 토닉워터·진저에일·클럽소다는 각각 6개 세트로 4380원에 판매한다.


3. 미니스톱 ‘미니포차’, 혼술족을 위한 간편 안주
편의점 미니스톱이 선보이는 간편 안주 2종은 정통 탕수육과 치즈 소시지 야채 볶음으로, 퇴근 후 간편하게 혼술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안주를 직접 만들기 번거로워하는 직장인, 양 많고 비싼 가격의 배달음식이 부담스러운 1~2인 가구에게 적합하다. 간단한 전자레인지 조리만으로 맛있는 안주를 즐길 수 있다. 전국 미니스톱에서 판매하며, 가격은 2종 모두 3500원이다.



[혼술, 어디서 할까?]

1. 비노라르고
은은한 조명과 음악, 와인이 어우러진 와인바. 와인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비노라르고는 그런 편견을 깨고 부담을 덜고자 만들어졌다. 들어서면 편안한 분위기가 반긴다. 혼자 가면 사장님과 조용히 대화도 나눌 수 있다고. 끊임없이 바뀌는 연남동 상권에서 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다. 이미 혼술하기 좋은 술집으로 온라인에서 유명하다. 1인 운영 가게라, 스케줄 변동이 있을 수 있기에 방문 전 페이스북에서 미리 확인해볼 것. 흔히 접할 수 있는 맥주나 소주가 아닌 와인으로 혼술하고 싶은 날 추천한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254


2. 시그넷 드링킹 앤더슨
시그넷 드링킹 앤더슨(SIGNET Drinking Anderson)은 아지트 콘셉트의 바(bar)다. 친구의 아지트에 놀러 간 느낌으로 위스키, 코냑, 와인, 샴페인 등의 주류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싱글 몰트 위스키를 취급하는 것이 특징. 가로수길, 한남동, 경리단길, 홍대 등에서 인기를 얻은 스낵과 디저트를 큐레이팅해 위스키와 함께 제공한다. 혼자 가서 마시더라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게 중평이다. 인테리어 구석구석 신경 써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며, 여름에는 야외 공간까지 오픈해 여름밤을 만끽하며 술을 마실 수 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118


3. 링고
다양한 세계 맥주와 칵테일로 이름난 곳이다. 특히 이곳은 기네스 본사의 품질관리 심사인 ‘GUINNESS Perfect Quality Program’에서 ‘Master Quality’로 인정받은 가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가장 맛있는 기네스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세계 생맥주와 칵테일뿐 아니라 안주까지 저렴하고 맛있다고. 널찍한 테이블도 있지만, 바(bar) 좌석도 많아 혼자 가기도 부담 없는 곳. 실제로 맥주의 맛을 즐기려는 맥주 애호가들이 홀로 많이 찾는다. 1998년에 오픈해 지금껏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명소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로 85


4.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명동 바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 21층에는 아담한 라운지 바가 있다. 일본계 호텔인 만큼 바도 일본 스타일을 추구한다. 바뿐 아니라 칵테일 스타일도 일본의 것을 지향한다. 칵테일부터 위스키까지 다양한 주류를 즐길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서울의 중심 명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운 곳이다. 북적이거나 시끄럽기보다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야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날, 홀로 찾아봐도 좋겠다.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 8길 27


5. 라까사 호텔 ‘하우스 오브 알케미’
까사미아에서 만든 라까사 호텔 EAST관 9층에는 연금술의 집, 하우스 오브 알케미 바가 있다. 이곳에서는 한강과 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모던 빈티지 스타일의 예술 작품을 곳곳에 배치해 이를 감상하며 술을 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혼잡한 신사동 복판에서 살짝 벗어난 이곳의 분위기는 한적하고 고요하다. 바쁜 일상을 조용히 술 한잔하며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에게 권한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길 83



[최준영 기자의 혼술 체험기] 여의도 글래드호텔 바, Mark’T



‘바’는 내게 낯선 곳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건 아니다. 친구들에게 이끌려 서너 번 가본 적이 있다. 그래도 바에 대해 머릿속에 박힌 인식은 썩 긍정적이지 않았다. 당시에 '바' 하면 이 두 단어가 떠올랐을 정도다. ‘허식’과 ‘허세’. 바는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치들이 괜스레 잰 체하러 가는 곳 같았다. “내가 이런 걸 먹는다!”며 자랑하듯.


생애 최초, 나 홀로 호텔 바 입성
이런 내가 제 발로 바를 찾았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장소는 여의도에 위치한 글래드호텔 내 ‘Mark’T’. 호텔 정문으로 들어와 오른쪽으로 조금만 꺾어 들어가면 바로 있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이름도 그렇고 바 보다는 카페 느낌이 났다. 1층이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니, 휑뎅그렁하다. 도착시간은 일곱 시도 안 된 때였다. 내가 오픈 전에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보통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 사람이 없는 듯했다.


센스 있는 메뉴, 마크 트웨인과의 연결고리
그래도 당차게(사실은 당찬 척하며) 문을 열고 들어와 놓고서 도로 나갈 수는 없었다. 일단 바깥이 정면으로 보이는 스툴에 올라앉았다. 찬찬히 내부를 둘러보니 높게 진열된 술들과 사각형 카운터에 떨어지는 은은한 조명이 꽤 분위기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바텐더가 책을 한 권 줬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영어 원서였다. 어쩌라는 걸까 생각하며 책을 뒤적거렸다. 책의 정체는 메뉴였다. 한가운데를 펼쳐 보니 작은 메뉴 책자가 꽂혀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메뉴 맨 앞장에 쓰인 바 이름 아래 ‘싱글 몰트 위스키 바’가 영어로 작게 적혀있다. 위스키, 마크 트웨인(Mark’T), 허클베리 핀 등 소설가 마크 트웨인에 관한 몇 가지 연결고리를 콘셉트로 잡은 점이 신선했다.


바텐더! 뭘 마셔야 하죠?
주문을 할 차례다. 그런데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위스키를 별로 접해본 적이 없는데다 칵테일 종류도 잘 모르는 나다. 싱글 몰트 위스키 전문 바라니까 그걸 맛보고는 싶은데, 감이 오지 않았다. 뭘 주문하면 좋을지 바텐더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이렇다. “어떤 맛을 선호하세요?” 질문을 질문으로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위스키를 무슨 맛이라 표현해야 할까. “음, 스모키했으면 좋겠고 조금 센 느낌이어도 괜찮아요.” 알지도 못하면서 대충 아는 체 얘기했다. 그렇게 추천받은 위스키는 크래건모어 12년산. 속이 싸해지는 느낌을 좋아해 온더락스가 아닌 스트레이트를 택했다. 한 모금을 목에 흘려 넣으니 속을 후끈하게 훑어 내려가다 이내 스며들듯 화끈함이 사라진다. 내가 여태 여윳돈만 더 가지고 살았어도 진작 위스키의 맛을 알았을 텐데. 기본 제공되는 브레첼과 크래커를 씹으며 의미 없는 자조에 빠져 있다가 위스키에 관해 바텐더와 대화를 나눴다.


바의 매력을 깨닫다
흔히 저가형 스카치위스키를 싸구려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스타일의 차이지 좋고 나쁨을 가릴 수는 없단다.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는 스코틀랜드 속담이 이를 잘 보여주는 말이라 했다. 손님이 나뿐이니 바텐더와 거의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위스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점차 일상 이야기, 사는 이야기로 화제가 번졌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바를 찾으면 언제나 나를 호의적으로 대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바에서 혼자 마시는 술의 매력인 걸까. 잔을 마저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태 내가 가졌던 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잘난 체 좋아하는 사람은 김밥집에 가도 잘난 체를 할 테다. 이곳은 그저 혼자든 둘이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장소일 뿐이었다. 위스키든 칵테일이든, 언제 한 번 더 좋은 바에서 한 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다면 말이다.


[INTERVIEW] 개인적으로 혼술은 안타까운 현상이라 생각. 술은 함께 나눌 때가 더 좋지 않을까


<글래드호텔 Mark’ T 서성태 바텐더>


Q. 글래드 호텔 바 Mark’T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Mark’T는 위스키와 칵테일만 취급하는 바입니다. Mark’T라는 이름은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이름에서 따 왔어요. 마크 트웨인이 위스키를 특히 애호했다는 점에 착안해 위스키와 칵테일을 주로 취급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와인도 팔지 않아요. 마크 트웨인이니까요. 위스키를 사랑하는. 그래서 바에 와인이 왜 없냐며 화를 내는 손님도 더러 있어요.


Q. 혼술 고객의 비중과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열 명 중 한두 명 정도일까요. 솔직히 아직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호텔이다 보니 심리적인 거리감도 조금 있는 것 같고요. 보통 혼자 오는 분들 연령대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정도입니다. 단골손님도 물론 있고요. 40대나 50대 이상 손님은 잘 안 오셔요. 위치상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많이 찾으시는데, 저희 바는 그 중에서도 젊은 분들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Q. 혼술 고객이 방문하면 어떤 식으로 응대하시나요?
바에 처음 혼자 와 봤는지 쭈뼛대는 손님이 간혹 있어요. 바(bar)라는 곳 자체를 아예 처음 온 경우도 있고요. 그럴 땐 제가 응대하기 쉽게 바 카운터 스툴에 앉으라고 권유하죠. 안쪽 테이블 자리에 앉으면 제가 신경을 쓰기 어렵거든요. 그 다음, 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에는 어떤 맛과 향을 좋아하는지 취향을 묻고 몇 가지를 추천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요. 손님에게 ‘바(bar)가 혼자서도 이렇게 편안하고 캐주얼한 곳이구나’ 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Q. 혼술 문화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혼술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술을 마셔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마셨던 술이, 언젠가 혼자 마실 때면 같은 맛을 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술이란 함께일 때야말로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Q. Mark’T는 어떤 바(bar)를 지향하시나요?
‘바’라는 곳은 버리고 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승진에 대한 압박, 대인관계의 어려움, 연인과의 다툼, 돈 문제, 사는 문제 등 갖가지 고민과 상념 모두 술 한 모금에 녹여 없애는 공간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편안해야 합니다. 모든 바가 그렇겠지만, 저희도 손님이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 무거웠던 그들의 마음이 돌아갈 때는 한결 편해지고 나아지기를 늘 기대합니다.


[김유영 기자의 혼술 체험기] 이수역 오뎅 바 ‘이수오뎅’



혼술, 도전해볼까?
혼자에 익숙하다. 스무 살 때 서울로 올라온 이후, 혼자 살아내는 것은 숙명이었다. 혼자 밥도 잘 먹고, 영화도 잘 보고, 공연장도 잘 간다. 가끔 혼자가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술은 혼자 마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술을 싫어하는 편이 아니건만, 술은 언제나 좋은 사람과 함께 마셔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기획을 통해 혼술 체험을 하기로 했을 때도 달갑지 않았다. 혼자 술 마시면 한껏 감상적이 될 텐데, 취재는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술집으로 들어섰다.


눈치 보이지 않는 좌석, 가볍고 저렴한 메뉴
밤 열 시의 오뎅 바. 막상 들어가니 따뜻한 조명에 맘이 좀 풀어진다. 혼자 온 나를 포근히 감싸는 빛깔이다. 다행히 바 자리가 많다. 테이블 하나를 혼자 차지하긴 눈치 보이는데, 바 자리라니 부담이 준다. 소심하게 바 자리 맨 끝,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술집 내부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라 메뉴도 단출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메뉴가 많다! 직접 건져 먹을 수 있는 오뎅뿐 아니라 튀김도 종류가 다양하다. 양도 적당하고, 그만큼 가격도 저렴해서 혼자 시키기 딱 좋다. 심지어 1인 손님을 위한 세트까지 있다. ‘1인 치맥 세트’라니, 치킨을 혼자 먹는 것은 집에서 시켜먹는 것 외엔 상상하지 못했건만! 참 반가운 메뉴다. 1인 치맥 메뉴와 생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주위를 둘러본다.


날 내버려두세요, 하지만 잊지는 마세요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술집, 두 명, 많아야 세 명씩 온 손님이 대부분이다. 두리번거리는 내가 어색해 보였을까? “조금 있으면 혼자 오시는 분들 많아질 거예요.” 하며 미소를 건네는 사장님 덕에 긴장이 누그러진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세심하게 나를 배려한다.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주는 손길에서 온정을 느꼈다. 샐러드를 입에 넣고 생맥주를 한 모금,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혼자 먹는 술도 나쁘지 않다. 내 술자리를 돌이켜보면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진짜 술과 안주의 맛은 늘 뒷전이었다. 분위기에 매몰돼 술이 술을 부르고 머리 아픈 적도 많았다. 혼자 술을 마시니 안주와 술 맛에 집중할 수 있다. 가벼운 요깃거리와 함께 하니,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되는 기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밤이 깊어갈수록 혼자 온 손님이 많아진다. 20대에서 4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단골인지 사장님과 얘기하며 술을 기울이는 사람들. 나도 그 이야기를 안주 삼아 엿들었다. 공시생은 고시원에 에어컨이 고장이라 시원하게 한잔하러 왔단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회사원도 있다. 누군가 사장에게 터놓는 이야기를 듣고, 옆에서 거든다. "화날 만하네!", "자, 마셔요. 마셔." 나도 혼자 술 마시며 이 공간에 있다 보니 왜 혼술이 인기 있는지 잘 알겠다.


혼술, 꽤 괜찮네!
외로운 도시다. 정겨운 사람들이 좋지만, 가끔 그 얼굴마저 버거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텅 빈 내 방에 바로 눕고 싶지는 않다. 그럴 때는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술집에서 혼술하자. 가벼운 안주에, 편안한 서비스가 있는 곳에서. 내 맘 터놓아도 날아가 버리는 곳에서.


[INTERVIEW] 혼술 고객이 많은 곳, 그 비결은? 편안한 분위기와 가벼운 안주, 부담 없는 서비스


<이수오뎅 이정희 사장>


Q. 이수오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수오뎅은 오픈한지 4년 된 오뎅 바입니다. 간편한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가볍게 들르기 좋은 곳이죠. 손님들 간에 소통도 많이 이뤄지고, 자연스레 친구도 사귀게 되는 동네 사랑방 같은 술집입니다.


Q. 혼술 고객이 많으신지?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네. 특히 밤 12시가 지나면 더 많아집니다. 아무래도 바(bar) 형태로 돼있어 혼자 오시기에 부담을 덜 느끼시는 것 같아요. 혼술 고객이 10~15% 정도 됩니다. 안주도 오뎅이 메인이라, 혼자서 한잔하시고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Q. 혼술 고객층은 어떤 분들이 많으신지, 어떤 분들이 주로 찾으시는지요?
다양합니다. 주로 20대 중후반부터 40대까지 폭넓습니다. 직장 회식 후 살짝 한 잔이 부족해서 혼자 오시는 분, 아니면 귀가하는 길에 들르시는 분도 많아요. 특히 이 주변에 가게가 많은데, 점주분들이 가게 정리하고 간단히 마시러 오시기도 하죠. 고객층 연령과 직군이 무척 다양합니다.


Q. 혼술 고객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나 메뉴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예 이름이 ‘치맥 1인 세트’인 메뉴가 있어요. 치킨 한 조각과 샐러드, 절인 무가 함께 나오는 메뉴인데 술 한잔하기 안성맞춤입니다. 가격도 5900원으로 저렴하죠. 혼술 고객을 위해 마련한 메뉴입니다. 이외에도 모든 메뉴가 무겁지 않아요. 오뎅 몇 꼬치 드시기도 좋고요. 먹태를 주력 메뉴로 삼은 것도 모든 분들이 부담 없이 들르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Q. 혼술집으로 유명한 이수오뎅의 사장님으로서, 혼술 고객 타깃팅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첫 번째는 인테리어입니다. 이수오뎅의 경우 바(bar) 좌석이 제법 있거든요. 혼술 고객은 테이블보다는 바 좌석을 편안하게 여깁니다. 또 바 좌석에서는 조리사와 고객 간의 소통도 더 쉽게 이뤄지기에, 단골 만들기도 좋습니다.
두 번째는 ‘가벼워야 한다’는 겁니다. 이곳에선 과음하는 분이 별로 없어요. 가볍게 즐기는 곳이니까요. 취하려고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 자체, 주(酒)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강점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소통 공간’으로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순적이게도, 사람은 혼자 있고픈 동시에 누군가와 닿아있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수오뎅에서는 그 심리를 충족할 수 있어요. 혼자 술을 마시면서도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이곳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사랑방 같은 곳이라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해요. 혼술 고객은 의외로 이런 특징에 매력을 느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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