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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수)

호텔&리조트

[남재철의 의전 노하우] 올림픽 본부 호텔의 자부심

88 서울 올림픽의 기억


전 세계인의 축제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의 슬로건은 ‘Viva Sua Paixao(Live Your Passion, 당신의 열정을 달구리라)’다. 2016 리우올림픽 개막을 불과 1주일 남긴 상황에서, 외신들은 리우 올림픽 준비상황이 60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평가했다. 리우 올림픽을 향한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걸 보니, 88 서울 올림픽 본부 호텔에서 경험했던 당시의 준비상황이 떠오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슬로건은 ‘Harmony and Progress(화합과 전진)’, ‘The World to Seoul, Seoul to the World(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였다. 경쟁 호텔들을 제치고 우리 호텔은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지정증을 수여받은 88 서울 올림픽 본부호텔이 됐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는 해당 지역이나 개최 국가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 개최 전후로 발생하는 정치 경제적, 사회 문화적 이익을 고려해보면 이를 위해서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능한 한 최고의 노력을 쏟아야 했다.
88년 6월, 드디어 서울 올림픽 준비 사무국이 발족됐다. ‘올림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가슴속에 각오를 단단히 새긴 채 그야말로 신발바닥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나는 날들을 이어갔다. 먼저 올림픽 준비 실무팀을 구성해 매주 목요일 오후 4시에 총지배인 주관으로 실무회합을 가졌다. 문제점을 계속 점검하면서 발견 즉시 고쳐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사무국에선 IOC와 SLOOC(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측의 무리한 요구를 설득하는 일부터 부서 간 갈등 해소 등 ‘해결사’ 역할까지 맡아 더욱 정신이 없었다. 쇠고기 수입이 정책상의 이유로 어렵게 됐을 때 해결책을 찾기 위해 SLOOC 위원장에게 수차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고, 총지배인은 시내 호텔 총지배인 회의를 소집해 강력하게 수입 요구를 전달했다. 결국 여러 해프닝 끝에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호텔인 하나하나가 모두 홍보요원이다. 으뜸가는 호텔로서의 자부심과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우리 호텔을 올림픽사와 세계사에 기록되게 하자.’는 취지의 교육을 실시하고, 각 부서별 임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본부호텔 매뉴얼을 작성해 나눠주기도 했다. 간이침대를 놓고 집에는 옷을 갈아입으러 사나흘에 한번 정도 잠깐 들르는 게 ‘본부호텔인의 24시’였다. 그 고된 기간에도, 왠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준비단계를 거쳐 1988년 7월 1일부터는 SLOOC의 경비요원 및 선발 요원들 약 1000명이 임시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식사 문제도 만만찮아 한 차례 우여곡절을 겪은 후, 전용 식당을 지어 해결하기도 했다. 이후 홍수와 같이 밀려드는 그들의 요구사항 때문에 사무국은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요구사항은 대부분 시설, 소모품, 비품류 등을 지원해달라는 것. 사전 요청도 없이 막무가내로 내놓으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지만 직원들은 올림픽 예행연습을 하는 셈 치고 미소와 여유로 빠짐없이 처리했다. 종국에는 그들도 머쓱해하며 마다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SLOOC 실무진의 입주에 이어 8월 15일에는 IOC사무국장을 비롯한 실무요원들이 시설이나 기타 준비사항 등을 점검해 숙박 관계 및 연회 관계 등을 확정해 갔다. 서로 이해관계가 어긋날 때는 SLOOC 측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했다.
88 서울 올림픽 관계 행사 중 가장 주목해야 할 행사로는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진행된 제 94차 IOC총회와 9월 15일 실시된 94년도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식이었다. 올림픽 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IOC 총회 준비를 위해 IOC위원회용 의자를 특별 구매했으며, 동시통역 부츠(Boots)를 특별 제작해 품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94년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 발표식은 우리 호텔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행사였다. 국내 및 전 세계로 중계돼 우리 호텔을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무국과 홍보팀은 방송 관계자들과 사전 접촉해 호텔 이미지 전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우리 호텔은 두 차례에 걸쳐 소개될 수 있었다. 국내 매스컴을 통해서도 여러 번 되풀이 되어 알려짐으로써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었다.
88 서울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투숙객을 올림픽 VIP만 받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객실료를 할인해 주는 등 좋은 조건으로 대우했다.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해외 홍보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좀처럼 오기 힘든 행운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사를 하면 시설 설비가 가장 골칫거리다.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설담당 관련자들이 보통 애를 먹었던 게 아니다. 호텔의 기능과 업무기능을 한꺼번에 만족시켜야 하니 형광등, 전기설치, 소파, 침대, 책상 설비 등에 있어서 ‘와 달라’, ‘바꿔 달라’는 주문이 연일 쏟아졌다. 각 방마다 걸려있던 그림을 떼 내고 올림픽 관련 포스터를 부착해서 분위기를 돋우고 커피숍 및 로비에는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 24시간 뉴스를 신속히 보고 들을 수 있게 했다. 또 큰 회의에 대비해서 14~17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회의용 테이블도 마련하는 등 구석구석까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원하는 방에는 VTR 설치를 했으며 배지, 티셔츠, 머플러 등 각종 기념품으로 조그만 정을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체크아웃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컴플레인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사무국에서 ‘체크아웃정보센터’를 비즈니스 센터 내에 운용했다. 고객의 불만사항을 사전에 해결했고, 이 자료를 토대로 사후 고객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가장 성실히, 가장 성공적으로 88 서울 올림픽 본부 호텔 임무를 수행한 호텔이었습니다. 언제라도 또 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호텔에 묵었던 수많은 VIP들이 호텔을 떠나면서 한 말이다.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리고 신속 정확한 서비스를 해온 우리 호텔 서비스 인들은 이때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함께 했던 우리 직원들의 자부심은 이후 모든 대형 행사를 완벽하게 치를 수 있는 세계적 호텔이라는 명성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남재철
(주)아이앤비컨설팅 대표/대림대 교수
남재철 대표는 20년 간 국내 최고 품격을 자랑하는 호스피탤리티 서비스업에서 경험한 VIP 환대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체 대상으로 행사 및 VIP 의전서비스 전문 대한민국 1호 강사로 왕성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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