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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2 (월)

칼럼

[이재술의 Wine in Art]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살할 수 없다

 

“왈츠를 들으면서는 팔목을 그을 수가 없습니다. 왈츠는 삼박자니까요.”
김영하의 단편소설 <포스트 잇>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나는 이렇게 인용하고 싶다.
“와인을 마시면서는 자살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은 지금 OECD가입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과거에는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대부분 생활고나 병고 등 이었는데, 21세기에 들어서는 우울증 혹은 이유 없는 자살 등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성공한 CEO나 공무원, 학자들까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버린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40~50대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원인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회전체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처방하기도 했다.
자살 관련 소식을 접하다 보면 꼭 강한 술들이 4~5병, 혹은 박스로 나온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러나 와인병이 나왔다는 보도는 없었다.
독자 여러분들은 기자들이 자살현장을 보도할 때 와인 병이 나왔다는 얘기를들어본 적이 있는가?
호텔에 오래 근무한 덕분에 오랜 세월 알고 지내온 고객들이 많은데, 고객들 중 회사 중역, 사회 구성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 오다 은퇴 후에 공허함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가끔 내게 사는 재미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털어놓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잊지 않고 와인 공부를 해 보라고 조언한다. 나의 조언에 다들 와인은 이렇게 레스토랑에 들렀을 때 가끔 마시면 되는 것이지 이나이에 무슨 공부까지 하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와인공부를 시작하면 얻게 되는 이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 번째 이점은 와인을 자주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와인은 하루에 한두 잔 정도, 저녁식사에 반주삼아 매일 꾸준히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데 와인 공부를 하다보면 저절로 침이 고여 와인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적당한 양의 와인은 건강을 지키고 잔병을 다스려 준다. 파스퇴르가 ‘이제 와인으로 처방하라.’고 말했을 정도다. 와인은 100%의 자연 음료로 당분, 비타민, 미네랄 등 600~1000여 가지의 영양소가 함유돼 있고, 다른 술과 달리 산성이 아니라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다. 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심장질환과 고혈압 같은 성인병 예방에도 더없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와인이 이미 수세기 전부터 우울증 치료제로 쓰여 왔다는 점이다. 와인을 마시면 나도 모르게 우울증 치료를 하는 셈이니 은퇴 후 찾아오는 정신적 방황을 치유하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와인으로 인해 다양한 문화와 역사, 예술을 접하게 된다는 점이다. 와인을 공부하다보면 자연스레 유럽의 문화와 역사,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며, 신대륙의 지리를 공부하게 된다. 또 와인 투어는 의미 없이 떠나는 해외여행과는 달리 자연과 완벽하게 어울리고 자연의 산물을 경험하는 여행을 경험하게 해준다.
셋째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와인의 역사는 물론 와인 에티켓, 와인 라벨, 와인 품종 등을 익히고 외우다 보면 치매에 걸릴 시간이 없을 것이다. 각 나라별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그리스어 등을 공부해야하며 또한 와인은 다양한 성분도 있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호기심을 없어졌을 때 치매가 스며드는 법이다.
넷째는 대화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와인은 혼자서 조용히 마시는 술이 아니라 가족, 친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즐기는 술이다. 빨리 취하지 않으니 알코올에 깊이 빠져들 위험도 적고 다음 날 숙취에 대한 두려움도 적다. 평소 말이 없던 사람도 와인을 즐기기 시작하면 말이 많아진다. 마시면서 실수하고, 마시고 나서 후회하는 술이 아니라 마시면서 즐겁고, 마시고 나면 또 다음날을 기약하고 싶은 술이 바로 와인이다.
이외에도 수없이 꼽을 수 있는 장점들이 많지만, 요약하면 와인은 우리를 즐겁게 만들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술이다. 자살은 즐거움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니 혹시 삶이 우울로 가득 차 있다면, 자살에 대한 욕구가 가끔 치밀어 오른다면 지금 당장 와인 한 병을 사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한 병을 한 번에 마셔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한 잔 내지 한 잔 반정도만 마시면서 와인과 한번 친해져보기 바란다. 얼마 안 가 삶이 즐거워 질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소믈리에도 몰래보는 와인상식사전> 이재술 저 참조
La vita etroppobreve per mangiare e bere male!
값싼 와인을 마시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이재술
서원밸리컨트리클럽 와인엔터테이너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에서 와인소믈리에로 근무했으며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에서 <계층간 소비태도가 와인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로 관광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중앙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와인소믈리에 1년 과정, 프랑스 보르도 샤토마뇰 와인전문가 과정(Connaisseur)을 수료했다.
2004~2006년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 근무 때는 안양베네스트가 18홀임을 감안해 1865와인의 ‘18홀에 65타 치기’ 스토리텔링을 처음으로 만들어서 와인문화를 보급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와인으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와인소믈리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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