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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Dining Veteran] 불의 화려한 예술, 중식 - 벨레상스 서울호텔 ‘가빈’ 박병일 셰프


때로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또는 한 곳을 보고 가다 잠깐 외도를 했는데 그것이 내 길이 되기도 한다. 10년 이상 한 분야에 일하다 뒤돌아보니 나의 선택이 드라마틱 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는 벨레상스 서울 호텔의 박병일 셰프. 일식만 하고자 했으나, 우연치 않게, 순탄하지만은 않은 중식의 길로 들어서게 됐지만 지금은 중식의 매력에 푹 빠진 그의 요리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서현진 기자 | 사진 조무경 팀장


Q. 벨레상스 서울 호텔 중식당 ‘가빈’에서만 13년간 근무해 왔습니다. 이직이 많은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원래 전공은 컴퓨터 그래픽이었습니다. 그러다 군대에서 조리를 하게 됐고 적성에 맞아 진로를 고민하다가 일식 셰프로 방향을 잡고 일식 레스토랑에서 배우기고 하고 배낭여행도 일본으로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다 혜전대를 졸업했고 르네상스 호텔에 실습생으로 일식 주방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중식 주방에 자리가 나서 우선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일식 주방으로 옮길 예정이었습니다. 일식과 중식은 전혀 다른데 호텔이라는 큰 곳에 계속 있고 싶었고, 일식 주방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위의 충고로 우선 중식으로 옮긴 것입니다. 사실 중식 주방은 쉬운 곳이 아닙니다. 지금은 모두 웃으며 함께 일하고, 또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화교와 보이지 않는 서열이 심했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이라 필요 없는 기술은 없으니 중식을 배워 놓으면 일식으로 가도 퓨전을 더 잘할 수 있고 일식 주방으로 옮길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며 일하기도 하고, 또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아 방황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4~5년차부터는 더 이상 기대하지 말고. 중식이 내 갈 길이라 생각하며 터닝 포인트로 삼아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후 2010년 전북 과학대에 강의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에 출강하며 중식에 대해 더욱 애정을 갖게 됐고 세종대 외식경영학 석사 과정, 각종 요리 대회에 참가, 수상하는 등 끊임없이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특급호텔 중식당에서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10년 이상 근무함으로써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Q. 당시 선택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중식이 아주 인기입니다.
6, 7년 전만 해도 학교에 강의를 나가면 학생들에게 일식, 이탈리안, 양식에 비해 중식에 대한 인기가 정말 없었습니다. 다른 요리가 깔끔하고 화려한 반면 중식은 좀더 투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매스컴을 통해 셰프가 주목받고 이연복 셰프와 중식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중식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Q. 벨레상스 서울 호텔의 가빈도 오래된 단골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지금은 호텔명이 바뀌었지만 1988년 르네상스 호텔과 함께 오픈한 가빈은 지난 27년간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어 단골고객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50대 중후반의 고객들은 향수를 가지고 또 습관처럼 가빈을 찾고 계십니다.
가빈은 처음 싱가폴 셰프가 론칭, 중국 향이 적절히 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한 광동식 요리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중국 요리 중 으뜸으로 여기는 광동요리와 사천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강한 신맛과 매운맛, 그리고 독특한 향기를 기본으로 미각을 일깨우는 독특한 향의 허브와 향신료를 절묘하게 믹스해 기존에 국내에서 흔히 접하지 못했던 특별한 맛의 중국요리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Q. 일식에서 중식으로 전향한 만큼 중식의 매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설명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식의 매력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넓은 국토에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이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하나를 뽑자면 단연 중식은 불의 예술입니다. 중식에서는 식중독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문을 받아 바로 웍과 센불에서 빠르게 조리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만큼 중식은 단순하지만 화끈하고, 정열적이며, 또 화려합니다.


Q.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셨는데, 요리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식이나 양식이나 요리의 기본은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식재료가 좋아도 혹은 건강을 담았다고 해도 맛이 없다면 음식으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담기는 조리법을 좋아하는데 중식은 다른 요리에 비해 향이나 간이 전체적으로 좀 쎈 요리입니다. 중식이라고 해서 중식의 틀 안에 갇혀 있다면 절대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맛은 정성과 끊임없는 메뉴개발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또 요즘 호텔 밖에는 좋은 중식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호텔 셰프가 더 많은 스킬과 지식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외부 레스토랑들이 호텔 레스토랑을 뛰어넘는 곳도 많습니다. 이제 장소의 차이가 아니라 얼마나 더 노력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매스컴에 국밥집 장인을 보면서도 호텔 셰프라고 안주하기 보다는 항상 부단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중식이 한/양/일식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중식의 다양성을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요리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 조리사들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도전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매스컴에서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셰프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직업입니다. 조리를 공부하는 많은 조리학도들이 대부분 셰프를 선망하지만 그게 쉽지 만은 않습니다. 또 조리사의 세계는 드라마처럼 환상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견뎌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도전하는 이들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박병일 셰프의 단호박을 곁들인 전복 왕새우 스테이크
재료 : 전복, 왕새우, 단호박,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마늘, 생강

1. 전복을 소금, 후추, 파기름으로 마리네이드 한 후 오븐에 1분 찐다.
2. 왕새우는 마늘, 생강chop, 소금, 후추, 파기름으로 마리네이드한 후 오븐에 6분 찐다.
3. 단호박도 오븐에 6분 찐다.
4. 아스파라거스는 기름에 살짝 데친 후 다시 물에 데친다.
5. 달궈진 웍에 마늘chop과 시금치를 살짝 볶아준다.
6. 웍에 파기름을 두른 후 간장, 소홍주로 향을 낸 후 육수를 넣고 굴소스로 간을 맞춘다.
7. 전분으로 농도를 조절한 후 소스를 완성한다.


<2016년 2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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