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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금)

한국음식평론가협회

[Dining Story] 와인을 찾아 떠나는 세계일주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세계일주


대륙 별 최고의 레스토랑과 와이너리들을 테마로 세계일주를 시작한 지 정확히 52번째 맞이하는 밤이다. 필자는 지금 최고의 리즐링 와인을 만드는 독일 모젤 지방 와이너리 마을 베른카스텔(Bernkastel) 호텔 방에서 잠시 여행에 쉼표를 찍고 있다. 밝고 따뜻한 빛깔의 원목으로 만들어진 복도와 문이 포근한 요람처럼 느껴지고 룸에 같은 톤의 원목책상이 갖춰져 있어 기억을 글로 남기기 좋은 시간을 선사하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세계일주나 짧은 여행이라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꿀팁이 하나 있다. 만약 당신이 73국 500도시 이상을 경험한 베테랑이고, 87일 동안 가고 싶은 16개국 100여 마을과 도시의 동선을 한 붓으로 이어지도록 연결시키는 미션을 마침내 성공했다고 하자. 8개월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 준비한 그 계획조차 출발하는 순간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다.”는 이상에 대한 현실의 반격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출발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항구에 정박한 배는 평화롭다. 하지만 그 배는 미지를 향해 나아가 낯선 이야기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다.

 

매일 펼쳐지는 새로운 에피소드 앞에서는 누구나 미처 생각지 못해 고민하는 시간과 ‘멍청비용’을 댓가로 지불하며 좌충우돌 한 발자국씩 내딛는, 겸손한 하룻강아지가 된다. 여행을 떠나온 곳에 멈춰진 일상이라는 시시한 이름의 시간은 어쩌면 모두에게 평범하고 모두에게 위대한 순간이라는 소중함이 느껴진다. 매일 새로운 공기로 숨쉬는 우리는 그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어제보다 좀 더 현명해지며 매일을 맞이하는 성과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행은 파도처럼 힘이 세다.

 

 

세계일주의 동기


어쩌다 살짝 귓가에 흐르는 것만으로도 전기가 흐르듯 짜릿하게 가슴 설레는 ‘힘센’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세계일주’였다. 2021년 겨울 밤, 후배와 한 잔하며 스쳐지나간 그 단어로 된 화살 한 발이 알고 보니 제대로 날아와 꽂혔다. 2022년 5월에는 배수의 진을 치듯 세계일주 항공권을 발권했다. 아직 북적이지 않던 9월 인천공항에는 꾹꾹 눌러 담은 캐리어를 끌고 앞으로 무슨 일들이 생길지도 모르면서 벌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며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필자가 있었다. 사각의 링 위에서 마이크 타이슨을 만나기 전까지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 종이 울리기 전까진 링을 떠날 수 없듯이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까진 땅을 디딜 수 없다.

 

결정


세계일주라는 마이크 타이슨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이유는 충분한가? 언제 갈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그 다음 가장 중요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고민이 있다. 중요한 점은 소나타를 사려는 데 벤츠를 권하는 강 건너 훈수꾼들에게 먹이를 던져주지 말고, 단호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콜롬버스의 달걀을 깨트리거나 스스로 퍼스트 펭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와인도 여행도 정답이 없고, 인생의 모든 결정은 마침내 옳다.

 

 

비행과 숙박


오대양 육대주의 목적지들을 연결시켜 한 번에 여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대륙을 이동할 것인지 거점도시들의 동선을 원하는 대로 연결하고 항공사에서 발권이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고서 수차례 여러 시간을 맞춰가며 발권을 완성해야 한다. 필자는 대륙간 항공권 총 9회를 최종 확정받고 발권하기까지 3주가 걸렸다. 세계일주는 여행스타일의 격을 높여 완성하고 싶었기에 좌석 수가 많지 않은 비즈니스 항공권을 선택해서 더 확정받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컨디션으로 여행을 다니며 최고의 경험을 얻는 데 집중하고 싶었기에 한 선택이었고, 숙박도 그 지역만의 색깔을 가진 곳들을 우선으로, 서비스가 훌륭하고 이름난 호텔리조트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긴 여정을 뒷받침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수개월의 고심 끝에 선택한, 숙박이 매력적인 호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뉴욕 W 호텔은 타임스퀘어에서 가장 좋은 위치와 객실전망, 정신없는 뉴욕에서 붐비지 않아 프라이빗한 서비스가 가능한 큰 장점과 힙한 로비 라운지 ‘WOOBAR’를 가지고 있다. 역시 뉴욕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잊지 못할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가능한 최상급 호텔 중 하나다. 객실 전화기에 버틀러 호출 버튼이 따로 있어 도심 속에서 궁전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비현실적인 럭셔리 체험이 가능하다. 또 같은 라인에 멀지 않는 웨스트하우스 뉴욕 호텔은 뉴욕 마천루를 바로 눈앞에 펼쳐주는 초고층 발코니 라운지 바가 있는 전통적인 5성급 호텔이다. 아틀란타 근교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와이너리 리조트, 샤토 엘란(Chateau Elan)이 있다. 뉴욕과 애틀란타, 샤토 엘란으로 이어지는 호텔과 파인다이닝, 와이너리 리조트 체험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정말 대단한 럭셔리 호스피탈리티를 체험할 수 있는 여정이다.

 

 

지구의 동쪽, 북미대륙부터


87일 여정의 출발지로는 북반구 와이너리들의 수확시기인 가을에 출발하기에 ‘파리의 심판’ 주인공으로서 세계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증명하고서 계속해서 명성이 커지고 있는 나파밸리의 북미대륙부터 여정을 시작, 지구의 동쪽으로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와인산지인 남미대륙의 칠레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300년이 넘는 와인역사와 구세계와 신세계를 연결하는 와인문화를 가졌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못한 아프리카대륙 남아공 와인산지를 집중적으로 여행했다. 이제는 가장 많은 여정을 차지하는 유럽대륙을 여행 중이다.


북미대륙 여정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나파밸리, 소노마밸리, 몬테레이를 지나 신대륙 최고의 피노누아를 만드는 오레곤 포틀랜드, 던디힐을 방문하고서 워싱턴주 시애틀을 거쳐 세계의 수도 뉴욕과 와인산지 핑거레이크, 조지아 주 애틀란타와 와인산지 브래슬턴을 방문했다.

 

 

남미대륙과 아프리카를 지나다


남미대륙 여정은 칠레 산티아고를 거점으로 산타크루즈, 마이포밸리를 방문하고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로 선정된 보데가 주카르디(Bodega Zuccardi)가 있는 아르헨티나 멘도자와 아르헨티나 5대 호텔 중 하나인 파에나 호텔(Hotel Faena)이 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지나 브라질이 자랑하는 세계 3대 미항이자 코파카바나 해변을 가진 리우 데 자네이루, 남미대륙 최고의 미식도시 상파울루를 지나왔다.


아프리카대륙에서는 이미 적어도 360년 이상 와인을 만들어 세계저인 와인산지를 가진 남아공에서도 글로벌 Top 10 와이너리이자 아프리카 최고의 와이너리로 선정된 크리에이션 와이너리(Creation Winary)가 있는 워커베이, 아프리카의 보르도로 불리는 스텔렌보시, 와인산지이자 최고의 파인다이닝 경험을 할 수 있는 콘스탄시아를 여행했다.

 

 

 

남은여정, 유럽과 태국


이제 세계 와인의 수도인 프랑스 보르도, 세계 최고의 리즐링과 어쩌면 세계 최초의 와인등급체계를 갖춘 독일, 와인의 요람으로 불리는 조지아, 오렌지 와인의 메카인 슬로베니아, 세계 최고의 토착품종들을 가진 이탈리아와 지구 온난화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뉴 래티듀드 와인(New Latitude Wine)을 만드는 태국에서 마침표를 찍는 여정이 남아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여정은 파도처럼 힘차게 몰아쳐 오겠지만 세계일주를 선택한 열정은 파도타기를 즐기기에 충분한 것 같다. 아마 누구라도 한번쯤 선택해도 괜찮은 여행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엔데믹을 맞이한 우리를 위해 선물 같은 여행으로 세계일주 한 번 떠나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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