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보니 찬바람에 낙엽이 뒹굴고 옷깃을 한껏 여민 사람들이 총총 걸음으로 서둘러 퇴근한다. 늦가을로 접어들며 수은주가 뚝 떨어진 밤에는 거실 따뜻한 소파에 몸을 푹 맡기고 한 잔의 포트 와인을 마셔 보자. 향긋한 바닐라 향과 감미로운 캐러멜 맛이 화끈한 알코올에 실려 목젖을 뜨겁게 통과하면, 추운 날씨에 떨었던 하루의 긴장이 부드럽게 풀리며 편안한 숙면이 찾아온다.
최고의 디저트 와인, 포트
근세 이래의 전통 귀족들과 산업 혁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영국과 북유럽의 신흥 부르주아 계급들의 생활상을 담은 영화들을 보면, 만찬을 마친 사람들이 한 손으로는 시가 담배를 피며, 다른 손에는 와인 잔을 잡고 있는 모습이 종종 연출된다. 그들은 손바닥을 펴서 부드럽게 잔 아래를 감싸 안아 손의 체온으로 발산된 와인의 향을 즐긴다. 진하고 스파이시한 시가 담배 연기가 가득한 방에서도 눌리지 않는 강한 향을 가진 와인, 입안이 진한 니코틴으로 코팅돼도 맛을 느낄 수 있는 강한 맛을 가진 이 와인은 무엇일까? 바로 포르투갈산 포트(Port) 와인이다. 포트 와인은 알코올 강화 와인(또는 주정 강화 와인 Fortified Wine)의 한 종류에 들어간다. 알코올 도수가 20%vol 정도로 매우 높고 맛이 달콤한 스위트 레드 와인이다.
식후에 입맛을 정돈하고 달콤한 디저트 음식과 함께 먹으려면 스위트 와인이 제격이고, 소화를 도우려면 약간의 고 알코올 주류가 좋은데, 포트 와인은 바로 이 두 가지 필요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술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포트 와인이 이런 형태인 것은 아니었으니, 포르투갈의 뽀르뚜(Porto) 항구로부터 선적된 초기 와인은 보통 일반 레드 테이블 와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포트 와인이 언제 발명됐는지는 기록이 확실하지는 않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1678년 영국 리버풀(Liverpool)의 한 와인 상점으로부터 파견된 직원이 도우루(Douro)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휴가를 즐기던 중, 인근 도시의 가톨릭 신부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이때 나온 와인을 맛봤는데, 그 맛이 매우 부드럽고 달콤했다. 궁금해 하는 직원에게 신부는 “와인의 발효 중에 브랜디를 넣었다.”고 알려줬고, 직원은 그 와인을 모두 사서 영국으로 보냈는데,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됐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발효 후 선적 직전에 브랜디를 넣지 않고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넣음으로써, 와인을 달콤하고도 과일향이 풍부하며 강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마도 16세기 말이나 17세기 초를 통해 인근에서 행해지기 시작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포트의 생산과 다양한 스타일
포트 와인은 생산지와 숙성지가 다른 특별한 생산 시스템을 가졌다. 포르투갈의 북부에 있는 해안 도시 뽀르뚜는 스페인 중북부 산악지대에서 발원한 도우루(Douro, 스페인명 Duero) 강이 포르투갈 동쪽 국경을 지나 서쪽으로 흘러 내려 대서양으로 빠지는 하구에 있다. 포트 와인은 도우루 강의 상류 지역에서 생산돼 항구 도시 뽀르뚜와 강 건너 위성도시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에서 숙성, 선적된다. 도우루 강의 상류 지역은 화강암 지대의 급경사 계곡이 발달해 포도 재배에 최적 떼루아를 갖춘 곳이다. 다섯 종의 토착 적포도인 또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또우리가 프란카(Touriga Franca), 띤따 호리쓰(Tinta Roriz), 띤따 바로카(Tinta Barroca) 그리고 띤따 까웅(Tinta Cão)이 핵심 품종들이다.
완숙된 포도가 수확되면, 2~3일간의 짧은 알코올 발효 기간을 마치고, 잔당을 확보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 77%vol의 증류주 아구아르덴트(Aguardente)로 강화시킨다. 효모는 죽고 발효는 멈추게 돼 상당한 양의 잔당이 남아, 와인은 매우 당도가 높고, 자연스럽게 알코올 도수는 19~20%vol 정도로 상승한다. 그곳 킨타(Quinta 양조장)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이면 쪽배(Rabelos)를 타고 도우루 강을 내려와 해안가에 있는 빌라 노바 데 가이야 시에 몰려 있는 네고시앙 메종(포트 하우스)들에게 원액을 판매한다. 이후 포트 원액은 대형 포트 하우스의 숙성 창고(Lodge)에서 바닷가의 습한 기운이 주는 혜택과 효과를 보며, 장 기간 숙성 과정에 들어간다.
어느 정도 숙성이 되면, 셀러 마스터는 숙성된 포트의 원산지, 품질, 숙성 정도 등을 파악해 최종 블렌딩과 상품 등급을 결정한다. 포트는 대부분의 숙성 기간을 어디에서 보내는가에 따라, 오크통 숙성 포트와 병 숙성 포트로 크게 구분된다. 또한 숙성 기간에 따라 포트의 등급과 스타일이 나눠진다. 시판되는 포트 중 가장 기본 품질은 ‘루비(Ruby)’ 포트다. 보통 2~3년간 스테인리스 탱크나 드물게 커다란 오크조에서 숙성해 맑은 루비색의 기본 품질 포트로, 신선하고 가벼운 스타일이다. 한 등급 위는 ‘리저브(Reserve)’ 포트로, 기본 3년 이상 오크조에서 숙성시킨다.
품질이 뛰어난 원액은 작은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이 경우 커다란 오크 탱크보다 산화가 촉진돼 더욱 빨리 색상이 변해서 갈색이나 브라운 칼라를 띤다. 3년 이상 숙성하면 ‘파인 토니(Fine Tawny)’라고 부르며, 가장 상급인 ‘Aged Tawny’는 10년 단위로 구분된다. 보통 10년, 20년, 30년, 40년 숙성 토니가 가장 많이 시판된다. 감미로운 너트향, 버터 스카치향, 섬세한 오크 풍미, 특유의 산화미, 조화미와 원숙미를 가진다. 대부분의 포트는 여러 해의 원액을 블렌딩해 병입하기 때문에 연도 표시를 하지 않는데, 특별히 뛰어난 빈티지 해에는 그 해만의 원액만으로 포트를 최종 병입, ‘빈티지 포트(Vintage Port)’ 라고 부른다. 레이블에 수확연도가 적혀 있으며, 매우 진하고 강렬한 농축미를 가지고 있어, 수십 년 장기 숙성과 진화가 가능한 포트다.
가장 오래된 포트 하우스 ‘Real Companhia Velha’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포트 하우스인 ‘헤알 꼼파니아 벨야’는 1756년 국왕 조세 1세(D. José I)에 의해 왕령으로 설립됐다. 때문에, 보통 ‘루아옐 오뽀르뚜 와인 회사(Royal Oporto Wine Company)’로도 불린다. 그런데 어떻게 일반 상인이 아닌 국왕이 직접 주류 회사의 설립을 지시했을까? 유럽의 18세기는 스페인 계승 전쟁(1701~1714)의 포화와 함께 시작됐는데, 이 전쟁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다시 한 번 적대국이 됐다. 이에 영국은 와인을 비롯한 여러 물품들을 다른 곳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었고, 영국과 포르투갈은 1703년 메듀엔(Methuen) 조약을 맺어 친분을 돈독히 다졌다.
이 이전에도 이미 여러 유력한 회사들이 도우루의 와인을 수집하기 위해 현장 사무소를 설립했는데, 메듀엔 통상 조약으로 포르투갈 와인에 대한 특혜 관세가 영연방에서 통과되자, 많은 영국 상인들이 몰려와 회사를 설립했으며, 이때부터 영국인들이 포트 무역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포트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영국인들은 그들의 사업 본부를 도우루 강의 하구에 있는 뽀르뚜 시로 옮겼다. 이후 18세기를 통해 포트 무역은 엄청나게 성장하게 된다. 1727년 뽀르뚜의 영국인 포트 선적사들은 ‘팩토리 하우스(Factory House)’라는 조합을 결성, 단결된 구매력을 바탕으로 포도 재배자들에게서 와인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 1740년대까지 모든 것은 호황이었다.
그때 스캔들이 터졌다. 포트 와인의 인기가 급성장하게 되면서, 돈벌이에 눈이 먼 일부 부정직한 생산자들은 묽은 와인에 달콤함과 색상을 주기 위해 설탕과 엘더베리(Elderberry)를 넣기 시작했다. 포트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는 수요의 감소로 이어졌는데, 이미 생산은 과잉돼 포트의 가격은 추락했다. 결국 1756년 포르투갈 당국은 포트 생산의 전 단계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여러 불평, 불만들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 포르투갈을 철권 통치했던 수상 뽕발 후작(Marquês de Pombal)은 영국인들에 대한 특혜를 줄이고, 자국 회사인 ‘Real Companhia Velha’를 설립, 대항하게 했으며, 여러 가지 법규도 정비했다. 이러한 통제 규정은 세계 최초의 것 중 하나며, 이후 각국의 와인 규정의 모범이 됐다. 이로써 포트 와인의 품질을 현저히 증진시키고 영국의 독점 체제를 효과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었다. 새 회사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산량을 조절하고 거래 매매가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정했으며, 모든 분쟁을 중재했다.
바로 이 왕립 포트 하우스를 전신으로 삼고 있는 헤알 꼼파니아 벨야는 260여년 이상 포트 와인 생산 역사를 이어가며 세계인의 디저트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Silva Reis 가문 시대의 Real Companhia Velha
1960년부터 헤알 꼼파니아 벨야는 실바 헤이스(Silva Reis) 가문에 의해 운영돼 왔으며, 그들은 도우루 떼루아에 대한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면서 60여 년간 포트 와인과 도우루 와인 생산에 노력해왔다. 실바 헤이스 가문의 역사적 첫 발자국은 1953년, 마누엘(Manuel da Silva Reis)이 회사의 주력이며 가장 상징적인 양조장인 킨타 다쉬 까발랴스(Quinta das Carvalhas)를 인수함으로써 시작됐다. 7년 후인 1960년 마누엘은 헤알 꼼파니아 벨야의 지분 과반수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과감한 혁신과 도약을 시작했다.
1962년에 도우루 밸리의 페조 다 헤구아(Peso da Régua) 마을에 3600여 배럴에 달하는 현대식 양조 시설을 건축했다. 1963년에는 포트 와인 협회의 인가를 받아, 도우루 밸리의 포트 와인을 스테인리스 탱크 트럭에 싣고 최초로 도로 운송을 시작한 역사적인 해다. 이를 계기로 훨씬 빠르고 위생적으로 와인 원액을 숙성지로 운송할 수 있었다. 1965년부터는 영국계 회사 다음으로, 포르투갈 포트 회사로서는 생산량 1위를 달성했다.
1979년부터는 맏아들 마누엘 호세(Manuel José)가, 1982년에는 둘째 아들 뻬드로(Pedro)가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새로운 활력을 얻은 회사는 1990년대에 새로운 기술과 재배법을 채택해 포도 재배에 대한 현대적 접근에 초점을 맞춘 전반적인 운영을 재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와인 제품군을 창조해 갔다. 1993년에는 처음으로 킨타 데 시드로(Quinta de Cidrô) 농장에 국제적 품종인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까베르네 소비뇽 등을 심고, 테이블 와인 분과(Fine Wine Division)를 발족해 혁신적인 드라이 와인 생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96년에는 국제 품종 프로젝트를 다른 농장으로도 확대했고, 캘리포니아 출신 와인메이커 제리 루퍼(Jerry Luper)를 수석 와인메이커로 채용하며 2006년까지 진행했다.
1997년 뻬드로는 발로 밟는 오랜 전통의 화강암질 ‘라가레스(Lagares)’ 침용 추출 설비를 킨타 도 카잘 다 그란하(Quinta do Casal da Granja) 농장에 재도입해 빈티지 포트와 고급 도우루 드라이 레드를 생산하는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 해에 국제적 품종의 드라이 와인들이 1996 빈티지로 처음 병입, 출시됐다. 2001년에는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기 위한 위대한 기획으로, 도우루 밸리에서 가장 오래되고 거의 멸종된 포도를 되찾기 위한 대담하고 혁신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후페테(Rufete), 틴타 프란시스카(Tinta Francisca), 말바지아 프레타(Malvasia Preta), 꼬니페스토(Cornifesto), 사마리뉴(Samarrinho) 같은 고대 품종들이 회사 내 2개 메인 농장에 각각 1ha 이상씩 식재됐고, 이는 29개 정도의 멸종 위기 종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2년 뻬드로가 회사의 27대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2007년에는 42년간 회사를 위해 봉직한 마누엘 다 실바 헤이스가 82세로 영면했다.
21세기의 Real Companhia Velha
현재 회사는 킨타 다쉬 까발랴스(Quinta das Carvalhas), 킨타 데 시드로(Quinta de Cidrô), 킨타 도스 아시프레스테스(Quinta dos Aciprestes), 킨타 도 카잘 다 그란하(Quinta do Casal da Granja), 킨타 도 시비오(Quinta do Síbio) 등 5개의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총 포도밭 면적은 557ha에 달한다.
26종의 토착 품종과 9종의 국제 품종을 재배해 포트에서 드라이 와인까지, 양산되는 보급형 와인부터 부티크 와인까지 생산하는 유일한 포트 하우스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의 드라이 와인의 품질이 일취월장해, ‘Porca de Murqa Tinto 2013’ 와인이 2015년 Wine Spectator’s Top 100 Wines 리스트 39위에 기록됐으며, ‘Evel Tinto 2014’는 2016년에 50위에 올랐다.
도우루 강 하구 왼편의 빌라 노바 데 가이아 시에 있는 이 회사의 셀러는 포트 하우스 중에서 가장 오랜 셀러다. 가톨릭 대성당을 연상시키는 고요함과 엄숙함이 깃든 헤알 꼼파니아 벨야 의 지하실 100.000m2가 넘는 셀러에는 오크통에서 숙성된 포트 와인 토니와 빈티지 포트 등 다양한 종류의 포트 와인이 조심스럽게 보관돼 있어 260년 이상 이 하우스가 누려온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역사적인 포트 하우스의 방문객들은 방문 센터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며 포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익히고 관람하고 맛보고 구입까지 할 수 있다.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청각 홀에서 회사 소속 도우루 포도밭 농장에서부터 빌라 노바 데 가이아 셀러에 이르기까지의 전 생산 과정을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으며, 전 종류의 포트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있다.
특히 회사의 자랑인 ‘빈티지 뮤지엄’에서는 유서 깊은 오래된 양조장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 바로 오래된 ‘올빈(Old Vintage)’을 구할 수 있다. 매해 마다 그 해의 특성을 담은 가장 품질 좋은 포도로 만든 포트를 일부분 병입해 보관하고 있어, 심지어 이 회사 창립연도인 1765년 빈티지도 있으니, 아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들을 보관해 두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독자 여러분을 세월의 향기가 구수하게 녹아든 포트 와인의 시음기로 안내한다.
루아옐 오뽀르뚜, 루비 포트 Porto, ‘Royal Oporto’, Ruby
로얄 오뽀르뚜(국내 호칭) 브랜드는 헤알 꼼파니아 벨야 회사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에스테이트 포도밭에서 친환경 유기농법을 존중하며 키운 포도로 생산된 가장 뛰어난 포트 컬렉션이다. 주로 여러 세대 셀러마스터들에 의해 관리돼 온 포트 원액을 블렌딩해서 생산한 포트로서, 최고 정수 포트들이다. 필자가 시음한 루비 포트는 또우리가 나시오날, 또우리가 프란카, 띤따 호리쓰 품종을 블렌딩해서 생산했다.
알코올 강화 수준은 19%vol으로 적혀 있는데, 헤알 꼼파니아 벨야 포트 와인은 모두 19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부드럽고 조화로운 스타일의 포트 와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약 3년 가량의 짧은 숙성 과정만을 유지해 원액의 적자색 뉘앙스가 살아있는 짙은 루비색을 띠고 있다. 블루베리, 딸기, 다크 체리의 잘 익은 잼 향이 풍부하게 올라오며, 진한 당미와 함께 구수한 너트류 풍미와 캐러멜, 과일 잼 맛이 가뿐한 보디감과 함께 입안을 적신다. Wine Enthusiast Magazine 87점, CellarTracker 점수 79점을 받은 뛰어난 품질의 보급형 포트다. 매콤한 배달 치킨 음식, 햄버거 등과 무난하게 어울렸다. Price 4만 원대
루아옐 오뽀르뚜, 토니 포트 Porto, ‘Royal Oporto’, Tawny
‘타우니’로 발음해야 할까? ‘토니’로 발음해야 할까? 필자가 유럽에서 와인 공부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한국에서 교육할 때에는, ‘뽀르뚜’ 와인을 영국식 발음인 ‘포트’ 와인으로 부르기로 했으니, ‘타우니’도 영어식 ‘토니’로 부르도록 통일하자. 토니는 초기의 루비 색상이 오랜 오크통 숙성 기간을 거치면서 산화돼 갈변한 색상을 뜻한다. 적갈색, 벽돌색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고급 토니 와인은 이 색상이 매우 은은하고 신비롭다. 필자가 시음한 토니 포트는 또우리가 나시오날, 또우리가 프란카, 띤따 호리쓰, 띤따 바로카 4종의 토착 종을 블렌딩했다.
약 5년 정도의 숙성을 거쳐 우아한 자태의 색감, 바닐라와 정향, 감초, 호두의 향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멋진 부께를 연출한다. 짙은 당미는 산화돼 약간 사큼해진 산미와 조화를 이루며 당밀, 초콜릿, 누가, 말린 서양대추 풍미를 간직한 미디엄 풀보디 포트다. 록크포르, 고르곤졸라 등 블루 치즈, 과일쨈 타르트, 견과류 안주 등과 구수하게 아울린다. 검은색 보틀에 흰 글씨로 전사돼 있어, 멀리서 보면 마데리아 보틀처럼 보였다. 묵직하고 진중한 왕립 회사 이미지와 아주 잘 맞는 병이라 생각된다. <Wine Spectator> 매거진 점수 86점을 획득했다. Price 4만 원대
동 조세, 루비 포트 Porto, ‘Dom José’, Ruby
헤알 꼼파니아 벨야 회사의 설립을 지시했던 포르투갈 국왕 동 조세 1세의 이름에 헌정된 포트 브랜드다(국내 호칭은 돈 호세). 레이블 왼편에는 국왕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어 권위를 내포하고 있다. 필자가 시음한 토니 포트는 또우리가 나시오날, 또우리가 프란카, 띤따 호리쓰 3종의 토착 품종을 블렌딩했다. 약 3년의 숙성 과정을 거쳤으며, 짙은 루비색에 풍부한 과일향이 특징적이며, ‘루아옐 오뽀르뚜’ 브랜드에 비해서 보다 신선하고 활기찬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맛에서의 산미 또한 상큼하며 높은 당도를 충분히 보듬어서 균형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 부담없는 알코올, 매끈한 타닌감, 적절한 농축도를 가진 미디엄 라이트 보디 포트로서, 한국식 고추장 불고기나 시골판 짜글이, 매운 닭발 등 음식과도 잘 어울렸으며, 당연히 견과류나 건과류와도 궁합이 좋다. Price 4만 원대
동 조세, 토니 포트 Porto, ‘Dom José’, Tawny
사실, 와인 시음의 묘미는 맛과 향에만 있지 않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레이블 디자인을 만나면 반갑고 놀랍고 찾아보면 문화적 소양도 늘어난다. 이 ‘동 조세’ 포트 레이블에는 국왕의 공식 초상화를 넣었는데, 필자는 이 포트 와인을 마시며 레이블을 감상해 봤다. 18세기 후반 열강 영국과의 경쟁에서 늘 약자였던 포르투갈의 입장에서 포트 무역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자 결단을 내려야했던 당시 국왕 동 조세 1세와 뽕발 후작 등 관료들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레이블 디자인과 그 각오가 읽히는 그림이다. 그림 속 국왕의 얼굴 볼은 붉게 상기돼 있고, 포트 와인을 생산하는 농민들에 대한 연민,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고자 하는 정치 철학이 읽힌다.
이렇게 해석하다보니 이 포트 와인이 더욱 맛있어진다. 4가지 전통 품종을 블렌딩해 5년을 숙성시켜 만든 토니 포트다. 매우 연하고 은은한 벽돌색이 당시 포르투갈의 운명처럼 애처로워 보인다. 그러나 향과 맛에서는 향긋하고 화사하며 진한 풍미가 알코올의 힘과 함께 치솟아 올라오는 것이 포르투갈의 저항 운동과 그 결과로서의 헤알 곰파니아 벨야 회사 성립을 보는 듯하다. 필자의 그림 해몽을 안주로 맛나게 마셔보기 바란다. Price 4만 원대
라그리마, 화이트 포트 Porto Blanco, ‘Lagrima’
말바지아 피나(Malvasia Fina), 돈젤리뉴(Donzelinho), 비오지뉴(Viosinho), 고우베이오(Gouveio) 등 이름도 생소한 청포도 품종을 사용해 전통적 포트 와인 생산 방식을 적용해 생산한 화이트 포트다. 일상적으로 알코올 강화하는 시점보다 이르게 개입해, 보다 강력한 당도를 뽑아낸 특별한 포트다. 마치 보르도 소떼른 스위트 와인에 알코올을 첨가시킨 느낌이다. 건포도, 캐러멜, 화이트 초콜릿, 농익은 황도 복숭아 등의 향이 매우 풍요로우며, 오크통에서 3년을 숙성시켜 감초와 아몬드, 개암 향이 저변에 깔려 있다. 연간 6000여 병 정도만 소량 생산되는 특별한 포트로서, 꼭 한번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마실 때는 8°C 정도의 차가운 온도에서 마시면 좋고, 코르크 마개가 T캡으로 병입돼 있으니, 남은 포트는 냉장고 날개 칸에 넣어 두고 몇 주에 걸쳐 디저트로 조금씩 마시면 산화돼 변화하는 추이를 즐길 수도 있다. 브랜드 명이 ‘Lagrima’인데, 포르투갈어로 ‘눈물’이라는 뜻이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맛있는 포트다. 묵직한 레드 포트와는 또 다른 묘미의 화이트 포트도 경험해 보자. Price 5만 원대
사진_ 동원와인플러스(T.1588-9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