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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화)

남기엽

[남기엽 변호사의 Labor Law Note #3] 잘 나가는 위스키 끼워팔기, 법적으로 문제 없나

 

 

법정 안, Winner takes it all 


법은 따뜻하지 않다. 차갑지도 않다.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되, 기계적으로 적용된다. 따뜻한 가슴으로 내린 따스한 판결은 반대편 당사자를 잔인하게 말려 죽인다. 얼마 전, “한 번도 고통 받은 적 없는 사람이 아닌 인간미가 있는, 상처받은 적 있는 이의 판결을 받고 싶다.”라는 모 유명인사의 칼럼을 봤다. 위험한 발상이다. 상처는 관점을 바꾸고 그게 판결에 투영되면 또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된다.


법은 우리 생각만큼 합리적이지도 않다. A가 B에게 약정금 1억 원을 달라는 소를 제기하고 B가 여기에 줄 이유 없다고 항변하면, 판결은 1억 원을 주느냐 마느냐로 나온다. 중간에 A와 B의 관계에 따라 40%만 줘도 되겠다 등 여러 사정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런 것은 반영될 수 없다. 성추행도 마찬가지다. 추행이냐 아니냐에 대한 결론만 나올 뿐, 범죄는 아니지만 위자료 정도는 줘야 할 추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대통령 탄핵 역시 탄핵이냐 아니냐이지, “당장 탄핵시키긴 좀 그러므로 임기 1/2만 하는 것으로 하시죠.” 따위의 결론은 불가능하다. 수많은 의사면허 취소, 건축허가 취소, 그외 여러 정치적 사건까지 대부분의 결정은 All or Nothing이다.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의 전형이다.

 

위스키 대란, Winner takes it all 


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인기 있는 와인은 그 값이 미친 듯이 폭등한다. 오래된 역사적 서사로, 그렇지 않아도 비싼 와인들인데 여기에 무슨 지구온난화니, 환율이니 하면서 가격은 더더욱 치솟았다. 대세인 컬래버 열풍을 반영하듯 오퍼스원(Opus One), 알마비바(Almaviva) 등 유명 와이너리들의 합작품은 5년 새 2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인지도가 부족하면 인기도 없고,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는다. 


위스키도 사정은 같아서, 싱글몰트, 특히 스페이사이드의 일부 위스키는 나왔다 하면 품절로 주문경쟁이 치열하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면세점, 주류매장에서 쉽게 살 수 있었고 미니어처까지 사은품으로 증정했는데 많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특급호텔 바 중 상당수도 일부 싱글몰트 위스키들은 아예 없는 곳이 많다. 반면 다른 싱글몰트, 블렌디드 위스키들은 여전히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인기 있는 고가의 와인, 혹은 위스키를 인기 없는 고가의 다른 주류와 묶어서 파는 끼워팔기가 성행한다. 이를테면, 잘 나가는 위스키 A 12병을 사기 위해서는 재고도 많고 인기도 없는 다른 위스키 B, C를 각 24병씩 사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도처에서 목격된다. 최근 잘 나가는 포켓몬빵을 고가의 초콜릿과 묶어서 파는 현상이 그렇고, 몇 년 전에는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을 다른 과자들의 재고처리를 위해 묶어서 판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속칭 ‘끼워팔기’, 법적으로 문제없을까? 시장의 자유일까(Friedrich August von Hayek, The Constitution of Liberty).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끼워 팔기, 엄연한 불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은 ‘끼워팔기’를 금지한다. 우선 공정거래법 제45조 제5호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아래 법조항을 보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
2. 부당하게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
3.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4.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
5.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6.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7.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8.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9. ‌부당하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
10. 그 밖의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

 

그렇다면 위 5호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일까.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52조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끼워팔기’란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자기 상품을 강제로 사게 하는 행위다. 공정거래법 제52조 시행령은 아래와 같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쉽게 말해, ‘끼워팔기’란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자기 상품을 강제로 사게 하는 행위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2조(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  법 제45조제1항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별표 2]와 같다.

 

[별표2]
5. 거래강제
   가. ‌끼워팔기
거래상대방에게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사업자로부터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

 

위와 같이, 끼워팔기는 ‘품절 대란’ 수준의 인기 상품(주된 상품, Tying Product)을 팔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딱히 사지 않아도 되는 비인기 상품(종된 상품, Tied Product)의 구입을 강제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공정거래법에 따라 끼워팔기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공정위 심사지침」을 통해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규제 기준을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데, 끼워팔기의 경우 ‘경쟁제한성’을 위주로 위법성을 심사한다. ‘경쟁제한성’의 핵심은 시장의 경쟁기반을 훼손하는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다. 만약, 인기 상품을 다른 업체에서도 팔고 있다면, 시장의 경쟁기반은 훼손되지 않으므로 ‘경쟁제한성’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상 특정 회사가 인기상품의 판매를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제한성’ 요건에 충족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심사지침」의 판단기준은 아래와 같은 4가지로 볼 수 있다.

 

① 주된 상품과 종된 상품이 별개 상품인지 여부(별개 상품성)
② ‌끼워팔기하는 사업자가 주된 상품시장에서 상당한 지위에 있는지 여부(사업자의 시장력)
③ ‌주된 상품과 종된 상품을 같이 구입하도록 강제하는지 여부(구입의 강제성), 
④ ‌끼워팔기에 의해 부당하게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공정거래저해성)


우선, ① 인기 위스키와 비인기 위스키는 명백하게 구분되므로 별개상품요건은 충족된다. ② 끼워팔기하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주된 상품의 유통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면 시장지배력(Market Power) 역시 충족된다. ③ 인기 위스키를 사려면, 비인기 위스키 수십병도 같이 사야 하고 ’바닥이 좁은‘ 위스키의 거래처 전환가능성은 높지 않으므로 구입의 강제성 역시 충족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④ 끼워팔기에 의해 ‘부당하게’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할까? 


법이 기계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선 먼저 문장을 분절해 각각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 ‘부당하게’는 ‘공정거래저해성’과 동일한 것으로, ‘경쟁제한성’과 ‘불공정성(Unfairness)’을 포함하는 개념이다[심사지침 Ⅲ. 1. 가. (2)(나)]. 또한 ‘경쟁제한효과’는 위와 같은 판매 행위로 인해 시장경쟁의 정도 또는 경쟁사업자(잠재적 경쟁사업자 포함)의 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어들거나 줄어들 우려가 있음을 의미하며[심사지침 Ⅲ. 1. 가. (2)(다)], 이를 개별 행위 유형인 끼워팔기 부분에서는 ‘끼워팔기로 인해 종된 상품시장의 경쟁사업자가 배제되거나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심사지침 Ⅴ. 5. 가. (2) (나) ⑤]. ‘불공정성’은 상품의 가격, 품질이 아닌 다른 바람직하지 않은 경쟁수단을 사용함으로써 정당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음을 의미한다[심사지침 Ⅲ. 1. 가. (2)(라)]. 마지막으로 끼워팔기의 경우 해당 행위가 당해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관행을 기준으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해당되는지, 거래관행에 해당돼도 끼워팔기에 의해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러 사정을 고려해 불공정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심사지침 Ⅴ. 5. 가. (2) (나) ④].

 

인기 위스키를 비인기 위스키 수십 병과 묶어 팔면, 인기 위스키를 취급하지 않는 다른 비인기 위스키 취급 업체는 필연적으로 영업의 자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비인기 위스키만 취급하는 업체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결국 인기 위스키를 인질로 잡은 업체만 남아 독점으로 ‘강매’하게 될 것이므로 경쟁수단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결국, 위와 같은 ‘끼워팔기’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동법 제125조는 위와 같은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Winner takes it all은 현실이나 
Winner는 끼워 팔리고 싶지 않다


희귀함에도 엄청난 품질을 자랑하는 모 와이너리의 경영주는 자신들이 생산한 와인이 ‘한정판’으로 취급돼 ‘리셀’의 대상이 되자 “이런 식의 취급은 받고 싶지 않다.”고 일갈했다. 승자가 독식한다 할지라도, 그 승자가 다른 이들과 함께 끼워팔리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품절 대란이 일어나는 일부 상품을 미끼로 한 끼워팔기가 성행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그리고 이렇게 ‘바닥이 좁은’ 업계일수록 자정도 어렵다. 누군가 용감하게 나서서 신고한다 할지라도 그 좁은 바닥에서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는 쉽게 예상된다. 공정거래법 제48조는 위와 같은 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공정위의 조사에 협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복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공정위가 정말 불이익 없이 그 곁에서 지켜줄 수 있을까. 우리 법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법정을 다니며, 밤새 서면을 쓰고 칼끝 위의 균형 속에 밤샘을 하고 나면 때론 보람도, 때론 회의감도 느낀다. 법이란 건, 대부분 잘 지킨다. 근데 대부분, 자신이 필요할 때 지키려 한다. 필요하지 않을 때, 안 지킨다. 그럴 땐 대가가 커야 한다. 수십 년째 지속돼 온 불법 끼워팔기 관행으로 발생되는 비용은 결국엔 소비자가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끼워팔기’의 적용 및 요건 완화를 검토할 때다. Winner takes it all은 현실이나, Winner는 끼워 팔리고 싶지 않다.

 

p.s. 편의점주가 포켓몬 빵을 안팔리는 과자 한무더기와 묶어서 파는 것도 ‘끼워팔기’로 봐 처벌할 수 있을까? 우리 법은 적당히 할 것을 요구한다. 편의점주가 무슨 거래강제할 ‘시장지배적 지위’가 있겠나. 동네 마트까지 건드릴 만큼, 우리 법은 그리 차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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