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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남기엽의 Hotel Notes] 무엇이 좋은 호텔인가

-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그랜드 하얏트 제주

 

 

좋은 호텔이라는 착각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용어 하나에 인생이 바뀌는 재판 전장에 있으면 말의 의미에 집중하게 되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려운 정치수사를 위 말로 쉽게 풀어냈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무엇이 옳으냐 이전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것, 어차피 국민 뜻대로 하지 않을 것인데 뭘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좀 더 어려운 다른 정치인의 말들 가운데에는 이런 말이 있다. 

 

“비록 재판은 이러하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발견은 존재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아주 뻔한 문제조차 사실 정답을 모른다. 누군가에게 구름을 그리라 했는데 꽃을 그렸다면 그것은 구름이 아니다. 하지만 구름을 그릴 때 어떻게 그려야 참인가? 내가 그린 구름과 당신이 그린 구름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른 구름 중 무엇이 구름에 가까운지 선택하는 것. 그것이 구름 속 진실이자 명명백백한 구름 위의 진실이다.


이렇듯 진실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하는 것이다. 예술뿐 아니라 판결조차 (대부분의 경우) 기실 ‘상대적’이다. A는 했다 하고 B는 안 했다 하는데 둘 사이의 일을 당사자보다 누가 더 잘 알겠는가. 20세기 서양 실증주의가 다다른 결론은 불행히도 전 분야에 유효하다(필자가 ‘대부분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명백한 팩트는 부정될 수 없다. 다만, 사실에 관한 서로 다른 기억 또는 평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호텔은 무엇이고,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질문은 전제가 틀렸음을 이 글 서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다. 좋은 호텔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하는 것이다. 


이번 호로 정확히 1년(12달)이 되는 이 칼럼은, 그렇게 ‘내’가 선택한 좋은 호텔들을 다루는 ‘글’이다. 그 가운데 이 칼럼의 마지막을 장식할 두 호텔을 이제부터 이야기하겠다.   

 

 

영종도의 현대미술,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인천(이하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은 카지노 운영 중심인 파라다이스 그룹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옆 IBC부지에 1조 2000억 원을 들여 오픈한 공간이다. 그룹 전사 역량을 투입해 설계, 시공, 투숙객의 전체 경험까지 디자인한 이곳은 국내 프랜차이즈라고는 믿기지 않는 공간 경험을 투숙객에게 선물한다. 호텔의 랜드마크 야외 수영장 뿐 아니라 워터파크 ‘씨메르’, 놀이공원 ‘원더박스’, EDM클럽 ‘크로마’, 기타 야외 전시 작품까지 뭐하나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로비에서부터 펼쳐진 중국인 고객을 겨냥한 느낌이 충분한 인테리어는 과하고, 거대하고, 부담스럽지만 그 느낌이 싫지 않다. ‘페가수스’를 연상케 하는 말은 영국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고,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물방울’ 아티스트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특유의 야성적이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베이직 톤에 정갈한 그림을 배치한 객실은 아늑하고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중앙 냉난방 시스템인 점은 아쉬운 부분.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의 뷰는 호텔의 규모만큼이나 다양한데 바다와 비행기, 가든을 같이 조망할 수 있는 ‘골드윙’ 쪽 객실라인이 특히 좋다.

 


헬스장 역시 최신 테크노짐 기구로 무장해 투숙객의 운동을 반기는데, 서울 시내 위치한 호텔이 아님에도 이 정도 규모에 이 정도 공간을 만든 부분이 놀라웠다. 수영장 역시 실내, 실외 수영장이 있는데 여러 자쿠지까지 함께 갖추고 있으므로 햇살과 함께 태닝을 하든,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몸을 녹이든 여러 선택지 중 당신의 취향대로 마킹하면 된다.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하면 역시 부대시설일 것이다. 필자가 투숙했을 당시에는 RC카 레이싱 트랙, 캐릭터 페어 등 여러 행사가 있었는데 같이 해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씨메르’는 그 성격을 ‘캐리비언베이’ 같은 워터파크가 아닌 ‘거대한 수영장’으로 이해한다면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고 온도뿐 아니라 물의 색깔마다 다른 자쿠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제주도의 도심큐레이팅, 그랜드 하얏트 제주


규모와 시스템의 거대함 측면이라면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제주(이하 그랜드 하얏트 제주) 역시 밀리지 않는다. 제주도의 부촌 노형동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지상 38층, 지하 5층, 높이 169m 고층 쌍둥이 호텔로 시공됐는데 당연히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로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기는 파라다이스시티 인천과 마찬가지(단, 파라다이스시티 인천과 달리 그랜드 하얏트 제주 로비에 설치된 미술품은 모두 국내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것만 인내하면 객실의 통창이 주는 넓은 채광과 생경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치 높은 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내려오며 담는 듯한 이런 뷰는 어디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데 까닭은 그랜드 하얏트 제주 외에 다른 그 어떤 건축물도 하얏트보다 절대적으로 낮은 탓이다(제주도는 스카이라인이 생각보다 매우 잘 관리돼 있다). 거기에 비행기까지 왔다 갔다 하니, 여기에선 객실 내 리클라이너에 홀로 앉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D.960)을 듣기만 해도 시간이 절로 간다.

 


F&B 역시 각양각색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채비를 했으며 헬스장 역시 크진 않지만 스미스머신 등 필요한 모든 기구를 구비해 놓아 근손실을 대비할 창구를 마련해놓았다. 8층에 위치한 야외 풀데크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영장인데 인피니티 풀, 어린이 전용키즈 풀, 자쿠지, 카바나, 데이 베드 등이 구비돼 있고 특히 야간에도 운영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큰 풀이 온수풀이라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제주도 끝자락에서 바다와 채광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수영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제주도에 방문할 이유를 추가한다.

 

 

좋은 호텔을 찾는 이유


이번 칼럼을 끝내면서 나는 당연히 취향을 담아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뷰’다. 호텔, 특히 국내 호텔에 왜 가는가. 필자의 경우, 다른 시선을 경험하고 싶어서다. 방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지하철에서, 달리는 차 안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곳에서의 산, 바다, 노을, 빌딩, 스카이라인이 주는 생경함과 그 균형을 깨트리는 비행기의 이륙 등을 보고 있으면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홀로 앉아 음악을 틀고,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는 느낌, 내가 좋아하는 온도의 욕조 안에 앉아 눈을 감는 그 느낌이 주는 편안함, 거기에 생경함이 주는 긴장감, 이 둘의 조화 덕에 찾는 것이다. 

 

그렇게 선택하는 것이다. ‘진실’이라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