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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남기엽의 Hotel Notes] 비즈니스호텔의 작은 변주,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

- 사진_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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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개념에 집착한다. 시간을 이해하고 측정하고 경험한다. 재판에서 중요한 것도 시간이다. 결국 모든 죄는 ‘시간’으로 환산된다. 돈 문제 역시 마찬가지. 액수 이상으로 시간이 중요하다. 복잡한 민사사건의 경우 1심, 2심을 거쳐 3심으로 확정되기까지 3~4년은 족히 걸리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연손해금 이율은 무려 연 20%에 달했다. 만약 10억 원을 청구하고 승소판결을 4년 뒤 받았다면 이자가 10억 7000만 원에 달해 원금 10억 원보다 많게 된다. 이런 큰 사건이 아니어도 시간은 언제나 중요한 화두다. 내가 지금 쓰는 이 원고도 며칠 늦는 것만으로 편집자님이 엄청난 고통을 직간접적으로 호소하시니,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시간은 우리에게 수수께끼다. 자연 현상일까 아니면 편의적 도구(발명품)일까. 유럽의 지성이라 불리는 알렉산더 데트만은 저서 <시간의 탄생>에서 “시간은 초침의 움직임으로 측정되고 초침의 움직임은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가능하다.”며 둘이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논증했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1882년 작곡한 오페라 ‘파르지팔’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더 극적이다. 늙은 기사가 전설의 성배를 사수하고 있었는데 어느 젊은 청년이 성배를 본 뒤 “걷지도 않았는데 성배에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며 찬양했다. 그 때 늙은 기사는 아인슈타인(E=mc2) 등장 이전임에도 이렇게 말한다.


“젊은이, 여기서는 시간이 공간이 된다네.”
Du siehst mein sohn zum raum wird hier die zeit.


호텔은 시간과 불가분 관계로 엮여 있으면서도 시간에 충실히 복무한다. 호텔의 모든 가치는 결국 ‘시간’으로 결정된다. 언제 체크인하는지, 몇 박을 투숙하는지, 과거에 얼마나 투숙했는지 기록된 ‘시간’은 그 고객의 가치를 결정한다. 모든 호텔 경험에는 시간이 든다. 호텔 경험을 위해서 우리는 재화 뿐 아니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투숙 즉시 시간의 통제 아래 놓인다. 체크인 즉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크인과 체크아웃만 완성하면 우리는 그 호텔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는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K. 467)의 시작과 끝만 들을 수야 있겠지만, 환상적인 2악장 안단테를 듣지 않으면 우리는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교향악적으로 하나되는 충실한 편성을 이해할 수 없다. 헬기를 타고 에베레스트 얄룽캉과 로체샤르에 올랐다 한들 이를 ‘등정’이라 할 수 없듯, 호텔은 시간을 공간에 할애해 경험해내지 않으면 결코 ‘경험’했다고 할 수 없다. 즉 호텔에서 역시, 시간은 공간이 된다(Abonnenten, in einem Hotel wird Zeit zu Raum). 

 

메리어트의 성공적인 정착,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


호텔이 투숙객의 가치(그들이 낸 돈, 그들의 tier, 그들의 기타 이력) 만큼 시간을 내어주듯, 투숙객도 호텔의 가치 만큼 시간을 낸다. 같은 맥락에서 내가 시간을 내는 호텔 중 하나는 흔히 말하는 ‘럭셔리 스테이케이션’에는 일견 부합하지 않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수원 호텔(이하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이다. 

 


같은 브랜드 산하 럭셔리 호텔인 ‘JW Marriot’보다 낮은 등급(특2급)이지만 룸레이트를 생각하면 투숙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는, 우리나라에선 보석 같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은 2020년 개관된 호텔로 광교 수원컨벤션센터에 위치해있는데 약 300여 개에 달하는 객실을 갖췄다. 처음 로비에 들어서면 영어에 능숙한 직원들이 친절하게 투숙객을 반긴다. 키를 받아 객실에 들어서면 모던한 네이비톤 인테리어에 부족함 없는 쿠션, UHD 55인치 TV가 안락함을 제공하고 침실 양쪽에는 전원 콘센트 및 USB 포트를 구비해 놓았다. 스위트룸에는 TV가 2개 있는데 같은 채널을 동시에 켜면 나만의 스테레오 사운드를 자체적으로 조성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 알프레드 브렌델의 ‘템페스트 3악장’을 꼭 들어볼 것을 권한다.

 


클럽라운지는 가장 높은 층인 23층에 있는데 탁 트인 뷰가 만족스럽다. 특히 음식이 상당히 세심하게 준비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겨울에 가면 따뜻한 어묵국물까지 마련될 정도고 나름의 소소한 이벤트 음식들도 많으니 들러볼 가치가 있다. 2층에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수원 키친이 있으며 3층에는 헬스장과 코인세탁실이 위치했다. 헬스장은 당연히 코트야드 메리어트 특성상 작을 수밖에 없는데 은근히 이용객이 많아 또 한번 놀랐다. 

 

작은 변주가 기억되는 공간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은 사실 내가 갈 동선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힐튼 부산이나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처럼 리조트 그 자체를 목적으로 갈만한 곳은 아닌 데다, 비즈니스호텔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가는 날은 다음날 오전 수원에서 재판이 있어 이를 편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을 때 뿐인데 그 덕분에 나는 이곳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굳이 수원까지 발걸음을 옮겼던 또 다른 이유는 지금껏 내가 경험했던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코트야드 메리어트 판교,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 등 같은 체인들이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경험을 제공해줬던 덕이 크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5개 코트야드 체인은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을 권할 수 있는 다른 이유도 많다. 생각하고 싶을 땐 도요천을 걸었던 키에르케고르처럼 광교 호수를 산책해도 좋고, 바이마르 시절 괴테가 그림에 쓸 물감을 고르듯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을 일이다. 

 

 


그리스 선법을 통해 장조로 된 음악은 밝은 음악으로, 단조로 된 음악은 슬픈 음악으로 인식됐다. 그리고 우리는 세 음 중 중간 음이 살짝 바뀌는 것만으로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은 이런 반응을 즐기듯, 마구 중간음을 자유롭게 변주한다. 작은 변주를 통해 특별한 여정이 되는 시간은, 지금까지 얘기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이라는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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