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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남기엽의 Hotel Notes] 지친 삶에 매직 모멘트가 필요할 때,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서울신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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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이 어렵지만 평론은 특히 그렇다. 주관이 들어가는 예술은 더더욱. 그래서 쓰기 어렵지만 읽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식 음악평론이 잘 안 읽힌다. 일단 악평이 없다. 둘째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셋째 가장 큰 문제, 거기서 거기다.


먼저 악평이 없다. 중간에 연주 자체를 멈춘 피아니스트 윤디리의 ‘의도적 방임’ 정도가 아니면 어지간하면 극찬이다. 다시 말해서 호평이 아닌 극찬이다. 둘째,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용어 하나하나가 이해 안 간다는 게 아니다. 할말이 없으니 아티큘레이션, 프레이즈, 피아니시모, 비르투오소 이런 현란한 용어들이 본질을 감춘다. 애초 감춰진 그곳에 본질이 없음을 숨기기 위해서 혹자는 너무 많은 용어를 남발한다.

 

마지막으로, 거기서 거기다. 록 음악의 속지는 사실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준다. 드럼 하이햇의 활용, 베이스 리프가 끌어가는 밴드 사운드, 하이 보컬과 드럼의 조화 등 곡 자체의 특징이 그림 그려지듯 설명된다. 까닭은 모든 밴드의 곡은 연주될 뿐 아니라 작곡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새로운 그들만의 곡이니 새로운 연주일 수밖에 없다. 쓸 것도 건질 것도 많은 이유다.


반면 클래식은? 안타깝게도 18~19세기에 멈춰있다. 도발적으로 들리지만 영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상업적으로든 예술적으로든 현대음악보다는 고전음악과 낭만음악이 쉽다. 곡이 쉽다는 게 아니다. 그게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베토벤과 모차르트 그리고 쇼팽과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좀 더 나가면 프로코피예프와 바르톡 더 나아가면 알캉과 그라나도스. 어찌 됐건 청감(聽感)은 옛날에 머문다. 청중도 새로운 곡보단 같은 곡을 여러 연주를 통해 듣는 게 익숙하다.

 

베토벤의 피아노 곡만 하더라도 알프레드 브렌델, 다니엘 바렌보임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빌헬름 켐프, 타티아나 니콜라예바 등등 스페셜리스트는 많다. 이들을 연주만 듣고 구별해낼 수 있을까? 와인업계에서 비교 자체를 거부했던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치러진 ‘파리의 심판’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에 왕좌를 내줘야 했다. 당시 평론가들은 프랑스 당대 와인업계의 거물들이었다. 블라인드 리스닝은 우열을 취향의 문제로 바꿀 수 있다.

 

이거,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요약하면, 나의 경우 아무리 들어도 베토벤 음악의 심연은 알 길이 없고, 와인 역시 그렇게나 마셔도 쉬라와 메를로를 어떻게 구별하는 것인지 아직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할 수 있다.

 

호텔은 하나하나가 명백하게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낸다. ‘포시즌스’ 하면 그려지는 럭셔리한 컨디션이 있고, ‘신라스테이’ 하면 그려지는 컴팩트한 포지션이 있다. 오늘 이야기할 호텔은 일관된 품격과 컨디션을 고객에게 온연히 제공하는 서울의 두 럭셔리 호텔에 관한 이야기다.

 

 

표현보다 경험돼야 할 포시즌스 호텔 서울

 

서울 광화문 중심부에 호텔이 자리한다는 것은 핸디캡을 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청와대-경복궁 인근이라 까다로운 건축규제가 따르며 지대가 비싸니 공간활용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하 포시즌스 서울)은 포시즌스 LA가 로데오거리에, 포시즌스 파리가 에펠탑 인근에 있는 것에 맞춰 서울 광화문을 부지로 선정했다. 그것도 꽤 큰 규모로 건물을 올렸다.

 

 

좁은 공간에 포시즌스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처음부터 저들의 숙제였다. 해서, 입구부터 고민이 체감된다. 1층 문을 통과하면 이곳이 로비인지 알기가 어렵다. 입구에 직원은 있지만 그렇게 호텔 내부사정을 잘 아는 것 같지는 않다(클럽층으로 안내해 달라 하니 이 호텔엔 클럽이 없다고 했다). 몇 번 헤맨 끝에 로비 비슷한 곳에 도착하면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체크인을 기다려야 한다. 광화문 입지지만 퀄리티는 유지해야 하니 뭔가 빽빽하게 채워 넣은 느낌이라 특급호텔 특유의 공간감, 개방감을 느끼기 힘들다. 이 점은 아쉽다.

 

 

하지만 객실에 들어서면 생각이 바뀐다. 개관한지 7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세련됐고, 아늑하다. 특히 칸칸이 이어진 통창은 더 넓은 공간감을 주고 베딩 역시 세심한 투숙객 취향을 반영한다. 클럽라운지는 28층에 위치하는데 크지 않다. 음식 종류는 적절하고 술 종류도 나쁘지 않은 수준. 큰 특색은 없고 편안한 휴식 분위기를 제공한다. 저녁을 대신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조식은 클럽라운지 또는 지하에 위치한 뷔페 ‘더마켓키친’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뷔페가 더 많은 음식 선택지를 주지만 오히려 클럽층 조용한 분위기 속 경복궁을 바라보며 약소하게 먹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헬스장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데 여러 최신식 기구 및 사용해본 적 없는 기구들이 도처에 즐비하니 편안하게 사용하면 된다. 수영장 역시 포시즌스 컬러에 부족함이 없으며 뷔페 ‘더마켓키친’은 석식이 매우 괜찮아서 다시 찾게 된다. 포시즌스 서울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바로 부대업장이다.

 

 

서울은 외국과 달리 호텔 바(Bar)보다 2015년 즈음 우후죽순 생겨난 청담동, 한남동의 개성있는 스피키지(Speakeasy) 바가 인기가 많은 편인데 ‘Charles H’는 그 선입견을 깬 호텔 바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물론 처음 론칭할 때 위 스피키지 바의 스텝들이 대거 이동했지만). 중식당 유유안 역시 수준높은 서비스와 오차 없는 식감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니 더 부족할 게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높은 룸레이트, 그리고 ‘포시즌스’라는 브랜드 밸류에 비해 특별히 써놓은 게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포시즌스 서울은 다시 찾게 된다. 그 이유는, 포시즌스 서울의 핵심 경쟁력이 포시즌스 홍콩, 포시즌스 발리 우붓과 같은 압도적인 하드웨어 및 차별화된 경험이 아닌 호텔 전체를 휘감는 직원들의 프로페셔널리즘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롯데와 달리 과하게 친절하지 않지만 항상 적절한 선을 지키며 투숙객을 세심하게 살핀다. 가끔 부담스러울 정도로 뭔가 ‘Care’ 한다는 느낌을 주는 포시즌스 서울을 나는 그래서 1층 들어설 때마다의 당혹스러움을 안고서도 다시금 찾는 것이다.

 

 

경험 이전에 구전돼 온 서울신라호텔

 

서울신라호텔(이하 신라호텔)은 1979년 3월 남산 영빈관 자리에 문을 열었는데 2013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후 재개관했다. 인스타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너무도 많이 등장하는 로비를 비롯해 입구부터 신라호텔의 감각을 느낄 수 있고, 지하철 타고 온다면 운동의 중요성 역시 깨닫게 되며, 차를 갖고 온다면 발레파킹의 가치를 새삼 되새길 수 있다.

 

 

신라호텔의 객실은 가장 작은 평수가 11평으로, 웨스틴 조선 서울의 객실을 떠올리게 한다. 남산 자락에 자리잡아 즐길 수 있는 남산 또는 탁트인 시티뷰는 정갈하고, 조금만 나가도 창경궁에서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높은 룸레이트와 떨어지는 도심접근성을 감수하고 신라호텔을 찾아야 할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클럽라운지다. 23층에 자리한 클럽라운지는 호텔 자체를 클럽층 고객을 위해 포커싱했다고 평가해도 될 만큼, 많은 신경을 썼다. 자리배치가 널찍하고 환경도 쾌적하며 제한된 인원만 받아 휴식을 방해받지 않는다. 특히 클럽라운지의 음식은 항상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스페셜메뉴 형식으로 다양하게 제공되는데 이 정도는 ‘핑거푸드’의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것으로 롯데 이그제큐티브타워의 클럽라운지인 ‘르 살롱’과 함께 클럽라운지의 양대산맥이라 할 만하다. 와인 및 샴페인 역시 각별히 신경쓴 점도 특기할 점.

 

 

신라호텔을 찾을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야외 수영장(어반 아일랜드)에 있다. 물론 좀 더 나가면 파라다이스시티 등이 있지만 도심 속의 야외 수영장은 몇 없음을 감안할 때 신라호텔은 레저를 대체할 타당한 이유가 된다. 게다가 팔선, 라연 등의 식당들도 구색을 갖추고 있고 특히 고객들이 너무 밀려와 직원들조차 여유가 없는 1층 뷔페 ‘파크 뷰’ 역시 신라호텔을 찾을 이유라 할 만하다. 다만, 이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객실 컨디션, 불편한 입지, 원활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는 아쉽다. 그럼에도 베트남 다낭의 ‘신라 모노그램’을 하루빨리 방문하기를 기대하는 이유는 신라호텔에서의 경험 덕이다.

 

 

오늘 먹지 않은 사과


이로써 서울의 두 럭셔리 호텔을 알아보았다. 이 두 호텔은 사실 가격 자체가 비싸서 서울 사는 사람이 그저 즐기기 위해 가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실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다. 저축해야, 내일 소비한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또 저축한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 가장 좋은 사과는 내일 먹겠다며 많은 사과들 속 썩은 사과를 먼저 골라 먹는다. 가장 좋은 내일은 오지 않고 어리석게도 날마다 가장 나쁜 사과를 먹는다. 그렇게 매일 그 날의 가장 나쁜 사과를 먹는다. 가장 나쁜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사과를 먼저 먹으면 그 다음 사과가 가장 좋은 사과가 된다. 그렇게 그 날의 가장 좋은 사과를 먹으면 언제나 가장 좋은 사과를 먹을 수 있다.≫ 내가 <썩은 사과의 사람-최정란>의 시를 원용한 이유는, 아끼다가 결국 못 먹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다.

 

 

아직 늦지 않았다면, 생각을 바꿔보자. 가장 좋은 사과부터 먹는 습관을 가진 좋은 사림이 되고 싶었는데 어쩌다 날아다니는 사과탄 한쪽 모퉁이가 먹힌 사람이 됐을까 생각한다면, 새해 1월 하루는 생각을 달리해도 괜찮을 것이다. 오늘의 글은 그 중 대안이 될 수 있는 두 호텔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고.

사진_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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