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이 시대의 관광이 주는 의미

2021.12.20 09:40:32

 

1년 7개월 만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땅을 밟았다. 물론 2020년, 2000만 외래관광객 비전을 세웠던 2019년 과는 입국객수나 관광객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11월 15일, 올해 상반기부터 논의됐다 무산되기를 반복했던 싱가포르 트래블 버블이 드디어 체결됐다. 120명 남짓, 많은 수는 아니지만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싱가포르 관광객의 미소는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인바운드 재개의 기조가 보이기 시작하자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분주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월 12일, 제6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2025년까지 외래관광객 2500만 명 유치의 포부를 밝히면서 당분간 각종 국제관광 기반 인프라를 정상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15일부터 19일까지 싱가포르 여행안전권역 환대주간으로 설정하고 해당 기간에 입국하는 싱가포르 입국객을 대상으로 환대행사를 펼쳤으며, 방한 일본시장을 겨냥해서는 대규모 캠페인 ‘2021 코리아페스타, 다카라코리아(그러니까 한국)’를 10월 말부터 2주간 진행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이외에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내 콘텐츠에 열광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며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하늘길만 열린다면 한국 인바운드 관광은 빠르게 재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위드 코로나 대응이 늦어지면서 인바운드 관광에 대한 움직임이 한정적으로 진행, 아직 인바운드 수용태세가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의 늦깎이 정책들이 결국 또 다시 여행업계를 답보상태에 놓이게 한 것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호텔을 포함한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왔다. 물론 가장 시급한 금전적 지원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호텔, 여행사, 항공사 등 관광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의 바람은 결국 지원금이든, 보상이든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됐다.

 

관광을 무시하지 말고 산업으로 인정해달라는 것. 비단 놀고먹는 것만이 관광은 아니라는 것. 관광을 한 나라의 기간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도 있다는 것. 다양한 산업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관광은 융·복합 산업이자 외화벌이의 핵심이며, 도시나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이라는 것.

 

이번 좌담회를 통해서는 호텔은 관광 및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공공시설이기에 단순히 관광 인프라로만 보는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에 공익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도 호텔이고, 호시절일 시기에 국가적 위상을 드높인 것도 호텔이었다며 말이다. 싱가포르 트래블 버블 인터뷰를 하면서도 싱가포르가 자국의 관광산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게 돼 인상 깊었던 답변이 있었다.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은 비단 여행객들의 이동뿐만 아니라 팬데믹으로 무너졌던 두 국가 간의 무역, 투자 등 사회기반시설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이번 트래블 버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1년 7개월 만에 제주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찾았다며 기사가 우르르 쏟아졌다. 15일 방한한 120명 중 4명의 관광객이 카지노를 찾은 것이다. 고작 4명가지고 이렇게 기사까지 날일인지 혹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그만큼 관광의 영역은 고작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작 드라마 한 편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폭발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고작 바이러스 하나로 유기적으로 얽힌 관광 생태계가 붕괴되기도 했다. 국제관광 재개의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엿보이는 요즘, 팬데믹으로 무너진 이 시대의 관광이 주는 의미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앞으로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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