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여행업계의 코로나라는 백신

2021.05.26 08:50:27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자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 관성을 일컫는 말로, 보통 관성은 질량이 클수록 그 힘도 커진다. 그리고 모든 변화에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당위성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동안 불려온 몸집만큼 당위성의 세기도, 이에 따른 고통의 정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몸집이 불어날수록 고통의 정도가 심해질 것을 알기에 갈수록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고, 경쟁에 소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말이다.


1996년, OTA라는 용어가 최초로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됐다. 모든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OTA는 여행업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할뿐더러 커진 시장만큼 팬데믹의 무게가 더욱 가중되고 말았다. 이에 이번 달 스페셜 포럼 주제를 OTA로 정하고 OTA의 현황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다뤄봤는데,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한켠에 계속 의문이던 것이 있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OTA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지 말이다.


좌담회를 진행하다 보면 기획기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정보 습득이 이뤄진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를 가진 패널들의 의견을 한 번에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좌담회 시점에서 만장일치로 모였던 의견도, 쉽게 좁혀지지 않던 의견도 한 흐름 속에서 정리하다 보면 결국 주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제 대부분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여행 상품을 검색하고 소비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의미가 없어졌다. 오프라인 여행사들도 온라인으로 사업을 하고, 중계 플랫폼이 되기도 하며, 항공, 숙박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담게 됐다. 굳이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하지 않아도 일상이 여행이 됐고, 단순히 예약의 여정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의 전 여행 과정에 개입하는 플랫폼도 생겼다. OTA의 범위에 대해 막연하기만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Online’, ‘Travel’, ‘Agency’라는 각각의 단어가 더 이상 어느 한 영역을 특정하기에는 어떻게 보면 더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더 복잡해진 의미를 담게 된 것이다.


이번 OTA 좌담회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부분이 있었다. 하나는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OTA에 미래가 있었나’라는 물음이었고, 하나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은 OTA의 미래는 2세대 OTA가 아니라 아예 다른 패러다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었다. 유난히 부침이 많았던 업계였고,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맞닥트려야 했던 변화였다. 오히려 코로나19가 그동안 미루고 미뤄왔던 숙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투여된 촉매제일는지도 모른다.


자그마치 25년이다. 하나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너무 많은 기업들이 경쟁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했다. 한편으론 OTA라는 단어가 여행업계를 가두리 쳐놓은 것은 아닌지, 지금의 위기가 도래하기 전부터 일찍이 다음 스텝을 준비해온 몇몇 기업들을 보면, 어쩌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새로운 25년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담회 기사를 마무리하고 변한 것 없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왠지 모르게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해결해야 했던 과제인 만큼 그 결과가 Fail이 아닌 Pass가 되기를, 그리고 코로나19가 변화의 시기를 앞당겼듯, 이러한 과제 해결의 노력들이 정상화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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