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의 Wine in Art] 와인 레이블, 그 재미난 Story Ⅱ

2016.10.06 14:24:11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와인, Chateau Petrus, or Petrus
“Oh god! I hope I get some more Chateau Petrus before I die!(오 하느님! 죽기 전에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를 좀 더 마실 수 있게 해주세요!)"
이 말은 뉴욕의 유명한 가십 칼럼니스트인 리스 스미스Liz Smith의 외침이다. 1960년대 초 페트뤼스를 처음 미국에 수입한 장본인이자 뉴욕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라 꼬트 바스크와 라 파비용의 주인으로 유명한 앙리 쑬Henri Soule에게서 받은 샤토 페트뤼스를 닭튀김과 함께 별 생각 없이 마셔버린 것에 대한 회한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적포도주는 샤토 페트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페트뤼스의 생산량은 4000 케이스 정도라 판매도 배당제로 진행하며, 부르는 게 값이다. 페트뤼스가 최고의 숙성도를 나타낼 즈음엔 경매나 거간을 통해 상자 단위로 구입하는 방법 외에는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페트뤼스는 빈티지에 따라 병당 400, 600, 800, 1000만 원이 넘어가는 고가다.
베드로Petros, Peter라는 이름은 '돌, 바위'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트라Petera에서 비롯됐다. 베드로를 영어로 하면 페트뤼스Petrus, 1대 교황인 (갈릴리) 베드로의 초상이 라벨에 새겨져 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샤토 페트뤼스라고 표기했지만 그 이 후에는 그냥 페트뤼스만 표기해 오고 있다.
페트뤼스의 비결은 토양에 있다. 길 건너 라푸르 페트뤼스Lafleur Petrus의 토양은 부분적으로 자갈이다. 그리고 뽀므롤의 어디에서나 모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페트뤼스의 토양은 기묘하게도 엷은 푸른빛을 띤 진흙이다. 이 진흙 바로 밑의 하층토는 자갈이고 이 자갈 밑은 딱딱한 철분 토양의 불침투성층이다. 이러한 토양에 심는 포도나무의 비율도 특이하다. 페트뤼스의 와인은 보르도에서 유일하게 메를로 품종만 100% 사용한다. 포도원에 5%의 카베르네 프랑을 재배하기는 하지만, 이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은 페트뤼스의 최고급품 와인 Grand Vin에 배합되는 것이 아니라 작황이 특별히 좋은 해에만 선별적으로 사용된다. 1960대 중반까지는 80%의 메를로와 20%의 카베르네 프랑을 배합해 양조했지만, 점차 카베르네 프랑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배합, 생산한다. 오늘 날의 페트뤼스는 이처럼 독특한 토질과 100% 메를로 품종에서 육중한 맛을 이끌어내는 멋진 와인이다.
메를로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이라 메독의 와인보다 덜 떫고 항상 약간 달콤한 끼가 있다. 샤토 페트뤼스 포도원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45년에서 50년이며 일부는 80년이 된 것도 있다.
이런 와인을 수집해 뜻 깊은 기념일 멋진 이를 초대해 와인 잔을 기울이면 이보다 좋은 낭만이 있을까?



력의 상징, 샤토 라투르 Chateau Latour
라투르Latour는 탑Tower이 심볼이다. 샤토 라투르의 스타일은 힘센 남성미, 강인함, 터프함으로 볼 수 있다. 부드럽고 여성적인 샤토 마고Chateau Margoux와 라이벌 와인이다. 샤토 라투르는 권력을 상징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라투르를 마신다는 것은 곧 부와 권력을 의미한다.
라벨에 그려진 탑은 14세기 중기, 요새로 세워져 연대기에도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은 곳이다. 탑 꼭대기에는 수호신처럼 보이는 사자가 포도밭을 지키고 있다. 이 와이너리 앞쪽이 바다였다는데 해적들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생산 직후에는 다소 딱딱한 맛이지만 천천히 20~25년 정도 숙성시키면 강한 힘과 풍부한 피니시, 원숙한 맛이 나타나 최고의 맛을 보여준다.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샤토 라투르를 권력의 와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비단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1855년 보르도 메독의 등급분류에서 처음부터 1등급을 받으며 ‘와인의 왕’이라고 불려왔다. 당시 라투르와 함께 1등급을 받은 와인은 라피트, 마고, 오브리옹뿐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찬 테이블에 내놓은 와인이 바로 ‘샤토 라투르 1982’였다. 1982년산 라투르는 2007년 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개봉해 다시 한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강하고 스파이시한 트라피체 말벡 Trapiche, Malbec
필자는 2007년 3월에 칠레와 아르헨티나 와인투어를 다녀왔는데 특히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에서 콘돌Andean Condo을 많이 봤다. 아르헨티나 와인 라벨에는 유독 안데스 산맥과 콘돌 사진이 많은 편이다. 콘돌은 3m의 긴 날개를 펴, 치솟아 오르는 더운 기류를 타고 보통 5000m 상공까지 비상한다. 그리고 그 높은 고도에서 지상의 먹이를 찾는데, 먹이를 찾을 때까지 보통 200km를 비행한다. 수명이 길어 보통 70년 이상을 산다. 온순한 콘돌은 아주 오래전부터 잉카인들에게 새 이상의 존재였다. 죽은 사람의 혼이 콘돌이 되기를 기원했고 실제로 왕이 죽으면 콘돌이 된다고 믿을 정도였다. 1970년대에 널리 유행했던 경음악 ‘엘 콘돌 파사El condor pasa’는 잉카인들이 부르던 한恨 많은 민요인데 우리의 아리랑 같은 노래다.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의 포도나무는 가파른 경사면에서 자라며, 강하고 스파이시한 말벡Malbec, 시라Syrah 그리고 템프라니오Tempranillo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따스하면서도 건조한 기후 아래 안데스산의 눈이 녹은 물을 마시면서 자란 포도나무들은 와인을 만드는 데 최상의 컨디션이라 하겠다.



도전, 희망, 나눔을 의미하는 You Raise Me Up
유레이즈미업 레이블은 17세기 프랑스 종교박해를 피해 남아공의 희망봉에 천신만고 끝에 상륙한 위그노들이 프란슈후크에서 일구어낸 와인 레이블이다. 레이블명은 도전, 희망, 나눔을 의미한다. 배뿐만 아니라 거친 바다와 희망봉이 다 내포됐다.
알콜 농도는 15.2%이며, 매우 깊고 진한 붉은색의 바디감있는 와인이다. 잘 익은 과일의 농익은 맛과 향이 풍부한 타입으로 산도와 탄닌이 조화롭다. 베리향과 어우러진 스파이시함과 허브의 느낌이 혀를 감싼다. 잔향과 여운이 길며 따뜻한 고기요리와 함께하면 더욱 좋다. 위그노의 후손인 와인메이커의 감각과 프란스후크의 떼루아가 물씬 풍기는 와인이다. 가격 대비 아주 좋은 와인으로 추천한다.



番外 1865의 스토리텔링을 만들다

필자가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에 근무했던 2004~2006년, 그 당시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때 모셨던 허태학 사장님이 자주 들렀는데 라운딩 전에 꼭 디캔팅을 부탁했다. 곰곰이 생각하다 현 골프클럽이 18홀임을 고려해 와인 디캔터에 디캔터 펜으로 ‘18홀에 65타 치기’로 기록해 뒀는데 이를 보시고 “말이 되는 스토리다.”라고 말씀하셔서 7언더 친 사람을 조사했으며, 1865는 골프장에서 아주 인기 있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 유명한 와인의 스토리텔링은 내가 처음 만든 작품이다. 이 덕분에 2007년 3월 아르헨티나, 칠레의 San Pedro사에 와인투어를 가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이재술
서원밸리컨트리클럽 와인엔터테이너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에서 와인소믈리에로 근무했으며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에서 <계층간 소비태도가 와인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로 관광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중앙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와인소믈리에 1년 과정, 프랑스 보르도 샤토마뇰 와인전문가 과정(Connaisseur)을 수료했다. 2004~2006년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 근무 때는 안양베네스트가 18홀임을 감안해 1865와인의 ‘18홀에 65타 치기’ 스토리텔링을 처음으로 만들어서 와인문화를 보급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와인으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와인소믈리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