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법의 시선으로 호텔업계를 읽어내는 법조인, Labor Law Note의 남기엽 변호사를 만나다

2023.05.23 09:00:00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은 2023년 4월로 32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이 업계에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진정성 있는 기사 뿐만 아니라 업계에 애정을 지니고 심도 깊은 글을 연재해온 기고자들의 노력이 있어서다. 


이에 2021년 8월호부터 연재해온 <Hotel Notes>를 마무리하고, 현재는 호텔의 노동자들을 조망하는 <Labor Law Note>를 7회째 연재 중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의 남기엽 변호사(이하 남 변호사)를 만났다. 남 변호사에게 업계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를 들어 보고, 법률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호텔업계의 이슈를 살펴봤다.
 

 

호텔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집안 대대로 기업을 운영했다. 호텔 사업을 운영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자주 방문하다 보니 호텔 직원들과 많이 친해지며 호텔에서 생기는 많은 에피소드들을 알게 됐다.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웃음). 그때부터 호텔과 호텔리어가 친숙했다. 


유럽에서 유학했던 시기에도 항상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며 공용 도미토리룸에 머물렀는데, 주말에는 친구와 어느 호텔에서 묵을지 고민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 호텔이 주는 편안함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비록 특급 호텔은 아니더라도 늘 안락한 느낌을 받았던 거다.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에 칼럼을 연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법조계에 몸 담기 이전에는 스타트업을 운영했다. 잦은 미팅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그만큼 잦은 출장으로 많은 호텔에 묵게 됐다. 무언가를 선택하기 이전, 특히 레스토랑의 경우 리뷰를 충분히 읽고 방문하게 되지 않나? 그런데 호텔은 홍보 외에는 특별히 참고할 만한 리뷰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블로그 상업 포스팅 외에는 컴플레인을 위한 악평 뿐이었는데, 자주 호텔을 방문하고 또 업계에 애정을 지닌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내가 호텔 공간에서 느꼈던 객관적인 경험을 남기고, 더 나아가 많은 호텔이 생기고 또 사라지는 시기에, <호텔앤레스토랑>과 같은 전문지에 리뷰를 담는다면 추후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재를 시작한 것이 <Hotel Notes>다. 

 

호텔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알고 싶다.
이전에 호텔을 인수하려는 해외 사모펀드 자문을 맡은 있었다. 유동인구를 굉장히 많이 들여다 봤다. 유동인구가 많아야 모든 서비스가 평균 이상이 되고, F&B 업장을 비롯한 부대시설이 발달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운동을 하니까 피트니스 공간의 완성도가 높아지더라.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자문 경험을 살려 해외나 도심 호텔을 방문할 때는 회원권이 있는 호텔을 방문한다. 그러면 보통 시설이 좋다(웃음). 자문을 하며 느꼈던 것을 소비자 관점에 이용 해본 셈이다.

 

현재는 호텔의 노동자를 법률 시각으로 읽어내는 Labor Law Note를 연재 중이다.
진정으로 연재하고 싶었던 내용은 호텔 노동법 노트, Labor Law Note였다. 노동권은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정보를 찾기도 편할 뿐더러, 이제는 슈퍼 갑도 애매하게 갑질하면 매장 당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서로가 더욱 조심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편의점 직원도 블랙컨슈머를 만나면 인터넷에 글을 올려 지지를 받는다. 물론 좋은 현상이지만, 항상 애매하게 낀 집단이 있다고 본다. 호텔 근로자와 승무원 등 항공 근로자다. 이들은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항상 친절해야 하고, 최전선에서 고객을 마주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예시처럼 행동하기가 어렵다. 노동법은 사업주를 배제하고서는 당연히 해석될 수 없는 성격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하고 싶었던 이유다.


다른 산업을 예시로 들자면, 중공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재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는 노동자들 덕분에 70년대, 80년대를 거쳐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서비스직에서의 노동법은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다. 호텔산업은 노동자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평가 받아 산업이 된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호텔리어 뿐만 아니라 호텔을 짓고 만드는 건설 노동자, 호텔에 식재료 등을 납품하는 유통업자 등도 호텔 노동자라는 범위 안에서 다뤄보고 싶었다.  

 

관심 있게 보는 호텔업계의 이슈는 무엇인가?
일회용품 문제다.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 사용을 기점으로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없앴다. 전 세계적인 이슈다. 그런데 이 종이 빨대가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종이 빨대는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할 수 밖에 없다. 물에 닿으면 종이가 다 녹으니까. 여기서 문제는 코팅을 하면 재활용이 안 된다는 거다. 일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앨 게 아니라 선택권을 주고 논의를 진행시킨 후 정책을 시행해야 됐다고 보는데, 이는 호텔업계의 일회용품 규제도 마찬가지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사치재다. 일회용품을 줄이겠다고 샴푸와 린스 등 어메니티를 공용으로 바꾸는 게 과연 호텔의 본질에 적합한 일일까? 만약 그런 공용 용기에 불상사가 생긴다면, 입법자들의 책임은 지워지고 당연히 호텔 노동자와 사업주들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온갖 럭셔리 가구와 오브제들을 장식하고, 또 마케팅을 위해 각 브랜드들과 협업해 프로모션을 만드는 호텔업계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충분히 합의된 규제일까? 공적인 공간이라면 당연히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만 편하게 쉬기 위해서, 혹은 개인적인 업무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호텔에까지 진행하는 것은 의문이다. 결국 리스크는 법을 만든 입법자가 아닌 노동자의 몫이다.

 

향후 법률안의 변화에 따라 호텔업계에 생길 이슈도 궁금한데.

공유 숙박이 무법지대다. 내국인은 불법이고 외국인은 합법인 어설픈 샌드백스 안에 많은 법적 쟁점이 있지만, 현실은 플랫폼은 놔두고 호스트만 단속한다. 기준도 모호한 불법성을 설정해놓고 글로벌 플랫폼은 놔둔채 호스트만 잡는 게 실효성이 있을까? 숙박은 기본적으로 안전과 위생이 생명이므로 그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 현실은 법 지키는 이들만 피해보는 구조다. 때문에 입법 동향 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측된다. 숙박의 가장 큰 쟁점 중에 하나가 안전성이다. 공중위생관리법, 관광진흥법 등 법적인 쟁점이 다양하게 흩어져 있으며 법령 자체도 많기에 하루 빨리 정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연재 계획에 대해서 한 마디 부탁한다.
노동법 노트를 호텔 노동자들, 더 나아가 호텔산업 관련 전반에 관련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법률과 사례에 기대서 연재할 예정이다.목숨의 가치를 정하는 문제는 굉장히 불편하지만 동시에 필요하기도 하다. 법에는 목숨값이 정해져 있다. 그걸 법원을 통해 해석하는 것이다. 기업이 발생가능한 모든 사고에 대해서 100% 대비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때문에 사고 확률과 희생자의 목숨 값을 산출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 과정에서 소외될 소수의 희생자들의 인권과 권리 뿐 아니라 사업주의 권리와 의무, 더 확장해서는 형사법까지 다루고 싶다. 


여태 법률과 호텔, 레스토랑은 접점이 없는 게 아니라 논의될 일이 적었다고 생각한다. 법은 자기를 잘 알아주는 사람의 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에서 법률과 호텔의 접점을 읽어내는, 업계의 법적 아젠다를 조망하는 글을 기고할 계획이다.

 

[Labor Law Note]
#1 이직 알아봤다며 일방적 해고 통보, 어떻게 다투나?
#2 장시간 서있어야 하는 호텔리어의 직업병, 산재 처리될까?
#3 잘 나가는 위스키 끼워팔기, 법적으로 문제 없나
#4 너무나 저렴한 노동자의 목숨값
#5 “저 직원 뽑지 마세요”
#6 악소문 낸 전 직장 동료, 무죄 받은 사연
#7 고객이 준 팁, 최저임금에도 포함될까?
#8 고객의 지속적인 ‘악평’ 리뷰, 호텔은 방법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