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ism Feature] 전 세계적 영향력 과시하고 있는 K-컬처, 경쟁력 있는 콘텐츠 기반으로 K-관광 도모하다

2023.02.07 09:00:00

-관광, K-컬처와 콘텐츠를 만나다 ①

 

서울이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4위의 영예에 올랐다. 에어비앤비가 미국을 제외한 2022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이용자의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태국 방콕, 호주 시드니, 스페인 말라가에 이어 한국 서울을 네 번째로 가장 많이 검색한 것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소비되던 한류가 ‘K-컬처’, ‘K-콘텐츠’의 성장으로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와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 관광의 수요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물론, 단순한 머릿수만이 아닌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 VIP FIT 관광객들의 니즈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으로의 5년을 ‘국민이 함께하는 문화 매력 국가’라는 슬로건 아래 K-컬처를 핵심 추진 과제의 중심에 뒀다. 특히 본격적으로 인바운드가 재개될 2023년을 ‘관광대국으로 가는 원년’으로 천명, ‘K-관광’이라는 관광 브랜드를 내걸고 외래관광객 3000만 명의 꿈에 한껏 부풀어있다. 그러나 관광업계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그동안 한류관광이 어떻게 도태돼왔는지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자는 현재를 ‘한류 5.0’의 시대로 부르고 있다. K-컬처와 관광의 융합,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함께 보면 좋은 기사

[Tourism Feature] 한류를 넘어 K-컬처, 한류관광에서 K-관광으로! 콘텐츠 투어리즘, 그리고 문화관광마케팅을 이야기하다

 

 

K-컬처 중심이 된 제6차 관광진흥계획


“관광과 K-컬처(한국문화)의 매력적인 융합(Convergence),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 한국(K) 관광(Charming Attractions), 관광 기반의 재정비와 재도약(Convenience) 전략을 짜임새 있게 추진해 관광대국의 원년으로 도약한다.” 지난해 12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제6차 관광진흥계획」의 메시지다. 국가관광전략회의는 「관광기본법」에 따라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13개 부처 장관을 구성원으로 하는 회의체로, 관광진흥 관련업계 의견 수렴과 함께 계획을 수립·시행·조정하는 대한민국 관광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제6차 관광진흥계획의 골자는 △세계인이 찾는 관광매력국가 실현, △현장과 함께 만드는 관광산업 혁신,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국내관광, △독창적인 관광자원 육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 4대 전략별로 과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2027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관광수입 300억 달러, 국내여행일수 15일, 국내여행 지출액 50조 원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 단추로 2023~2024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 숙박을 포함한 항공, 쇼핑, 식음 할인 등 민관협력 공동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K-콘텐츠와 K-관광을 국가도약을 이끌 전략사업으로 육성한다고 나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K-콘텐츠의 경우 경쟁력 입증에도 자금 부족으로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적재산권(IP)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고, 콘텐츠산업의 연관산업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가적인 육성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관광의 회복과 경쟁이 동시에 이뤄지는 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컬처 융합을 통한 독보적 매력으로 관광산업 재도약 추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K-콘텐츠를 세계적인 콘텐츠 IP로 성장시키고, 제조업·서비스업 등 타 산업 수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총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신년을 맞이하며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전략은 크게 3가지로 △관광과 K-컬처의 독보적·매력적 융합, △다시 찾고 싶은 안락하고 편리한 나라, △헝클어진 관광생태계를 복원하는 재정비·재도약이었으며, 다시 △K-관광 로드쇼, △K-관광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경험, △문화유산 활용, △입국제도 개선, △관광교통·쇼핑환경 개선, △규제혁신을 통한 재도약 지원, △신시장 창출로 산업 흐름선도 등 11개 하위 과제로 나눴다. 그동안 한국 음악과 드라마에 대한 열풍으로 한류관광이 있었지만 이는 주로 동남아시아에 국한돼 있었던 바. 비단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게임, 영화, 웹툰, 뷰티 등 다방면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을 얻게 된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조직력을 갖춘 전략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관광에 접목될 K-컬처, K-콘텐츠는 무엇일까?

 

4단계 거쳐 성장한 한류
글로벌 무대로의 도약 준비해와


영국의 문화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영어에서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문화(Culture)’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화라는 용어는 그만큼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사용하는 사람마다 의미를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포괄하자면 문화는 사상, 언어, 종교, 의례, 법이나 도덕 등의 규범, 가치관과 같은 것들을 포함하는 ‘사회전반의 생활양식’이다.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이병민 교수(이하 이 교수)는 “콘텐츠는 ‘미디어에 담긴 내용물’을 의미한다. 여기서 미디어는 디지털 미디어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미디어, 신문, 잡지, 우편, TV 등에서부터 모바일, OTT, 메타버스까지 미디어 전반을 아우른다. 이에 국가승인통계인 '콘텐츠산업 조사' 분류기준에 따르면 콘텐츠산업은 출판, 만화, 음악, 게임 등 11개 산업분류로 나눠져 있다.”고 설명하며 “콘텐츠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 따라 ‘문화콘텐츠’와 ‘디지털콘텐츠’로 나뉘는데,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콘텐츠’”라고 부연했다.


이렇듯 문화와 콘텐츠의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문화콘텐츠는 우리가 기존에 ‘문화’, ‘한류’라고 지칭했던 콘텐츠를 의미한다.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는 K-컬처, K-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K-컬처는 보다 광의의 의미로 전반의 한국의 생활상, 혹은 문화를, K-콘텐츠는 K-컬처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저작물, 창작물의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어떻게 국제무대로 영역을 확장해왔을까?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류로 일컬어지는데 한국국제문화산업교류진흥원에서는 한류의 발전단계를 제1기부터 4기까지 4단계로 분류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양수영 주임연구원은 20여 년의 한류 발전의 배경을 *문화적 할인을 낮추기 위한 시도와 노력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류의 발전과정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문화권에 소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 노력, 한류 팬덤의 지지와 기술적 뒷받침, 정부의 산업 및 수출 기반 조성이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 전 지구적인 한류의 확산과 인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향후 글로벌 제작-유통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류의 전 지구적 확산의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방식이 가치사슬별 분업 확장 전략으로 진화함에 따라, 국내 산업의 글로벌 연계가 보다 확장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문화적 할인_ 문화권 간 대중문화의 교류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문화할인율이 낮다는 것은 한 나라의 문화상품이 다른 나라에 수용되기 쉬움을 의미

 

 

한류, K-컬처로 파급력 확대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K-콘텐츠들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 콘텐츠 수출 및 연관 파급효과도 비약적으로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수출 규모는 2005년 13억 달러에서 2020년 119.2달러로 9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지난 15년간 연평균 증감률(CAGR)은 15.9%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아직까지 중화권에 대한 수출 의존도(2020년 기준 39.9%)가 높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북미, 유럽, 기타 지역의 수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2020년 기준, 한류의 직간접 수출효과는 105.2억 달러, 생산유발효과는 21조 8466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GDP의 0.52%인 10조 185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13만 6503명으로 조사됐다.


한편 해외문화홍보원의 <2020년 국가이미지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국가 이미지에 대한 연상 또한 한국음식(50.4%), K-Pop(49.1%), 영화(44.4%), 등 문화와 관련된 이미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의 <2021 지구촌 한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전 세계 한류 팬 수는 1억 5660만 명으로, 조사를 시작한 2012년(926만 명)과 비교했을 때 약 17배 불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K-컬처의 성장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기와 생태계 매칭이 이뤄낸 결과”라고 강조하며 “실제로 북미나 유럽에 가보면 그 영향력은 한국에서 전해들은 것보다 대단하다. 2021년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한류가 미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능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제는 넘어설 수 있겠다는 전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이렇게 독자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성과”라고 덧붙였다.

 

 

관광, 방문의 심리 자극하는 K-컬처
인바운드 활성화의 마중물로 기대돼


영화, 드라마, 웹툰 등 특히 한국이 배경이 되는 콘텐츠의 노출은 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실제로 방문해보고 싶은 관광의 니즈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1 잠재 방한여행객 조사> 분석에 따르면 주요 방한 21개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남녀 1만 2836명 중 95.9%가 향후 3년 내 한국 여행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이유의 1순위가 ‘문화/체험 즐길거리가 많아서(K-pop, 한류스타 관련 즐길거리 포함, 30%)’였으며, 그 뒤로 ‘볼거리가 많아서(14.3%)’, ‘먹을거리가 많아서(12.8%)’, ‘과거 방문 경험이 좋아서(11.5%)’가 꼽혔다. 세부적으로는 아시아중동 거주자의 경우 ‘한류 콘텐츠/스타 관련 뮤직비디오, 예능, 드라마, 영화 촬영지 등 방문(37%)’과 ‘한류 스타 관련 팬미팅 참석(33.5%)’을, 구미대양주 거주자는 ‘한국 드라마, 영화 등에서 본 한국문화 체험(전통놀이, 게임 등, 41.3%)’과 ‘한류 콘텐츠/스타 관련 공식 굿즈 구입(37.8%)’에 대한 희망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단순한 희망뿐만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 발을 딛는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방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은 총 45만 9906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87.4% 늘어났다. 전년대비 증감률이 100% 이상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경으로 이후 꾸준한 회복세로 외래관광객들이 내한하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관광업계에서는 K-컬처와 콘텐츠를 접목할 수 있는 상품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찍이 에어비앤비는 2021년 1월, K-Pop 스타들의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을 엮어 만든 ‘인사이드 케이팝’ 캠페인을 펼쳤고, 2022년 7월에는 인더숲 BTS편 ‘평창’ 촬영지에서의 특별한 휴식이 있는 하루 캠페인을 통해 한국의 매력을 해외에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한국의 전통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수출 역군’의 역할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1월 공개한 겨울 업그레이드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보다 쉽게 한옥 숙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한옥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앞서 2021년 10월에는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한옥체험업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했고, 동시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7인과 협업, 한옥에서 살아보는 여행의 일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인사이드 한옥’ 캠페인을 벌였다. 올해 4월에는 ‘인사이드 헤리티지, 경주’ 캠페인으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의 한옥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가주도의 한류관광
민첩하지 못한 대응이 성장의 걸림돌


앞으로 K-컬처를 매개로 한국 방문을 희망하고 한국에서 K-컬처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니즈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수용태세 점검이 필요한 가운데 기존의 한류관광에 대한 소구력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터, 그동안의 한류관광행태를 돌아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정의하는 ‘한류관광객’은 ‘한국문화를 선호하며, 한국문화에 대한 선호가 한국관광 결정에 영향을 미친 방한 여행객’이다. 또한 <한류관광시장 조사 연구>에 의하면 2018년까지 한류관광객은 가까운 동북아 지역인 일본과 중국, 그리고 중화권에 집중돼 있었으며, 이외에도 6시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한 LCC 취항 지역인 동남아시아와 방한 관광 규모가 큰 미국에서 활발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류관광의 시초이자, 대표 성공사례로 불리는 ‘남이섬’은 인기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라는 후광효과 이외 독자적인 스토리텔링 구축 및 이색서비스(나미나라 공화국 공포, 연간 600회 가량 문화 이벤트·전시회 개최, 이슬람 기도실, 가톨릭 미사 등 종교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 등)를 꾸준히 기획·제공하면서 일본 및 동남아 관광객의 필수 여행코스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한편, 한류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경기도, 강원도 등의 지역도 급부상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들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영상콘텐츠 로케이션 유치 사례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장 소구력 높았던 콘텐츠는 역시 K-Pop으로, K-Pop과 연계된 한류 관광은 콘서트 관람과 숙박을 연계한 공연 패키지 상품 구매가 일반적이었으나, 댄스 아카데미 수강, K-Pop 녹음 체험 등 단순 관람 차원에서 벗어나 한류관광객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인기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한류관광이 주로 국가 단위에서 주도되면서 빠르게 변하는 관광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고 흥미 유발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바, 공급자 측면에서의 국내 여행업자들은 한류관광의 지속가능성에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트래블디퍼런트 홍윤하 대표는 “K-컬처가 대세고 인기인 것은 맞지만 이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정도로 한국을 방문하는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문화유산, 자산, 생활 방식 등에 대한 경험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이야기하며 “콘텐츠는 트렌드도 자주 바뀌고 대체될만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높지 않다. K-컬처와 콘텐츠가 호황인 것이지, 이것이 바로 관광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접근은 전체 관광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얄라코리아 박상원 대표는 최근 중동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K-컬처 열풍에 대해 “아직 한류는 한국에 대한 브랜딩, SNS 마케팅 시 호전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좋아도 실제 입국까지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하며 “아무래도 한류를 좋아하는 층은 젊은 여성층인데,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젊은 여성만이 여행을 오기에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K-Pop과 연계된 공연도 상시적이지 않은데다 오랜 체류를 유도할만한 콘텐츠도 부족하다. 제주도의 ‘Play K-Pop’이나 ‘코엑스 아티움 SM TOWN’이 장기적인 콘텐츠 부재로 문을 닫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융합 없는 K-관광 정책
각 산업의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해야


현 정부가 2023년을 관광대국으로 가는 원년으로 삼으면서 가장 여러번 강조한 키워드가 ‘융합’이다. 지난 12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K-컬처와 융합된 관광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올해 총 199억 원+α의 사업비를 투자한다. 자세한 계획으로는 청와대, 경복궁, 미술관·박물관, 북촌·서촌 일대를 묶은 관광 클러스터,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K-미식벨트, K-관광 휴양벨트, 한류테마 투어 코스 등 대체적으로 비슷한 카테고리를 연계, 상호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융합’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접근으로 보면 콘텐츠산업과 관광산업간의 융합은 이뤄져야 하는 방향은 맞으나, 세부적인 전략이 기존의 관광 정책에서도 노상 이야기해왔던 수준이다. 콘텐츠-관광 융합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으며, “K-컬처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K-관광의 킬러 콘텐츠임은 확실하지만 과연 주요 관광 인프라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방문객들이 단순히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는 창출되고 있는 것인지,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등, 각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연구가 선행되지 않으면 5개년 전략은 무용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FNF Korea 김은숙 대표는 “융합이라는 개념에 앞서 콘텐츠와 투어를 혼동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여행 콘텐츠로 랜선투어 등을 지원했었는데 실질적인 효용이 없었다. 유튜브 조회수는 높았을지언정 ‘재밌다’에서 ‘가봐야겠다’로 연계되지는 못한 셈”이라면서 “K-컬처 관광이 완성되려면 기존처럼 단순히 K-Pop 공연을 보거나 드라마, 영화 촬영지를 둘러보는 형태로는 부족하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중심으로 지자체, 콘텐츠 공급자, 이외 여러 이해관계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투어’로 승화시키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속적인 투자 통한 IP 확장이 관건


기존 한류관광의 아쉬움은 보완하고 K-컬처, 콘텐츠와의 시너지는 극대화해야 될 때. 정부는 K-컬처와 관광을 본격적으로 융합시켜보겠다고 나선 만큼 홍보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방문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콘텐츠업계와 관광업계가 함께 전에 없던 영역을 창출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한 상황. 한 인바운드 여행사 대표는 “항공업, 여행업, 콘텐츠업, 엔터테인먼츠업 등 유관된 업종 관계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협의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보니 실제 운영에 있어 동상이몽인 모양새”라고 이야기하며 “정책도 정책이지만 업계 종사자들 간에도 서로의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이 교수는 “관광에 있어 콘텐츠는 매개 전략이다.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일본”이라면서 “일본은 ‘콘텐츠 투어리즘’이라는 영역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애니메이션 강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콘텐츠 투어리즘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콘텐츠가 슬램덩크와 슈퍼마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텐츠를 영원한 것으로 오해하는 인식을 경계하며 “두 애니메이션 모두 스테디셀러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자칫 식상한 콘텐츠가 될 수 있었지만, 슬램덩크는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시의 활성화에 기여했고,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슈퍼마리오관을 오픈했다. 결국 새로운 IP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콘텐츠 투어리즘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K-관광의 실현
넓어진 기회만큼 확장된 전략 요구돼


한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 K-컬처, 콘텐츠와 관광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콘텐츠 부재로 지방소멸의 고민이 많았던 지역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본다면, 지방소멸은 물론, 관광의 지역분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수 정란수 대표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칼럼 ‘K-로컬 콘텐츠와 한류 관광’을 통해 “그동안의 한류관광이 크게는 K-Pop 공연이나 영화, 드라마 촬영지 관람, 한복, 한식 등의 체험이 주를 이뤘다면, 여행의 일상화 트렌드와 로컬 콘텐츠에 대한 관심 증대에 따라 한류관광은 보다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요구된다. 즉 한류관광이 로컬 콘텐츠와 결합돼야 지속가능하며, 다양한 관광객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K-컬처와 지역 관광이 결합되려면 지역만의 문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거대 담론 성격의 관광 콘텐츠가 아닌, 지역만의 콘텐츠나 다양성을 발굴해 관광객에게 소구력을 갖춰야 한다. 문화 체엄과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한류 관광객들에게 대한민국 공통의 요소가 아닌, 지역만의 요소를 결합한다면 그동안의 관광과 다른 차별화 요소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재방문 또한 유도 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K-컬처를 아우르는 콘텐츠 영역이 확장됐고, 타깃할 수 있는 관광객의 국가와 절대적인 수가 늘었다. 다양해진 콘텐츠만큼 K-컬처에 대한 입맛도 가지각색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엇보다 팬데믹이 바꿔놓은 여행의 뉴노멀 패러다임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계속해 강조됐던 것처럼 서로 다른 산업 간의 융합이 관건인 가운데, 다음 호에서는 K-관광 실현을 위한 상품 기획 및 마케팅 전략, 벤치마킹해볼 수 있는 사례와 함께 현재의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것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미국에서 성공적인 프로듀서로 자리 잡은 JYP가 관광을 포함한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 요건을 ‘ABC’, American Born Chinese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American은 주류시장을, Born은 언어를, Chinese는 타깃시장을 의미하는데, 이를 K-컬처에 대입해보면, 미국이 주류시장이었던 영화업계에서 봉준호 감독이 “헐리우드는 로컬”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주류와 비주류, 국가 간, 그리고 언어의 장벽이 플랫폼을 통해 붕괴,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콘텐츠 자체를 평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문화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은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에 있다. 한국적이면서도 심미적이고, 국가를 초월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강점이다. 즉 적절한 시기에 경쟁력이 충분한 한국의 문화콘텐츠들이 뒷받침이 돼 줬기때문에 K-컬쳐의 소구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K-컬처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문화적 파급력, 한국의 높아진 위상은 언어로 증명된다. 비근한 예로 2021년, 옥스퍼드 사전에 25개 한국어 영어가 등재됐다. 2013년까지 12개에 불과했던 한국어 단어가 한 해에만 25개가 등재된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한국어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 인구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영토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은 나라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K-컬처와 관광을 융합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을 제언한다면?
이번 계획의 골자는 ‘한국문화와 관광의 매력적인 융합’이고, 전략으로 신규시장 개척, 패러다임 전환 등이 거론됐는데 방향성은 맞지만 디테일이 부족한 듯 보인다. 이를 테면 ‘K-컬처 연수비자’가 K-Pop 등을 관련 기관에서 배우기 위해 방한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발급된다. 취지는 좋으나 대상이 아쉽다. 한국에 오는 청소년은 이미 K-컬처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이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잠재적인 인력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K-관광의 타깃도 기존에 인바운드가 많았던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위주로 설정돼 있다. 그런데 최근 인바운드 부가가치로 보면 중동이나 중남미 시장이 씀씀이가 크다. 물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광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실효성을 따져봐야겠지만 K-컬처의 범위가 한류에서 확장된 만큼 보다 새로운 시장의 도전도 시도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한류관광의 성장과정은 어떻게 평가하나? 지속가능한 K-관광을 위해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주로 정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돼 공급자 위주의 접근 방식이 더 큰 성장을 저해했다고 본다. 콘텐츠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고, 새로운 감각의 문화 소비자와 일반인 콘텐츠 생산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점점 생태계가 복잡해지고 있는데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


K-관광이 지속가능하려면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기획이 이뤄져야한다. 즉 IP가 다양해질 수 있는 치밀한 설계를 해야 한다.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김밥집이 수원 화성에 ‘우영우 골목’으로 들어서 있는데 이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은 이유가 수원 화성과 우영우 사이의 연결지점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IP는 성공하게 되면 ‘One Source, Multi Use’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실제로 일본에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때 펀딩을 하거나 제작에 투자하는 제작위원회를 둔다. 애니메이션 <명탐정코난>의 경우, 서일본JR과 협력해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코난 미스테리 투어’를 만들었다. JR 전철을 타고 명탐정 코난이 돼 추리부터 관광까지 즐기는 코스인 것이다. 투어를 마친 관광객들의 인증샷은 일본 내에서는 물론 한국 팬들에게도 바이럴이 되기도 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앞으로의 K-컬처 비전과 함께 K-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워싱턴포스트에서 한국의 비빔밥을 보고 융합시대에 가장 적절한 문화라고 소개했다. 비빔밥은 여러 식재료를 모으고, 수렴하고 섞는다. 혼합된 식재료들은 비빔밥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모양을 변형하고, 이를 적절히 나눠 먹으며 비로소 비빔밥의 가치를 창출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비빔밥 하나로도 스토리가 나오고 이러한 것들이 소구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가 아닌 IP, 즉 스토리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세계관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열광하던 페이즈 3가 끝나고 소재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이를 콘텐츠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라고 표현하는데 K-관광도 프랜차이즈가 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새로운 IP가 나와줘야 한다. 슬픈 이야기지만 한국 콘텐츠는 가잼비가 높다. 적게 투자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비용이 낮아 자칫하면 박리다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K-관광은 고품질, 고부가가치의 방향으로 나아가 새로운 한국 관광의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호텔앤레스토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