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On] 미래 먹거리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하는 호텔들 - 핵심 역량 기반으로 호텔 브랜드를 판매하다

2022.11.11 09:00:00

 

 

호텔들이 코로나19의 교훈으로 미래 먹거리를 키우고 있다. 근 10년 동안 의도하지도, 예측할 수도 없는 외부환경들로 인해 호텔의 주요 수입원의 발이 꽁꽁 묶이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여러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과 일본에 국한돼 있었던 인바운드 시장을 다변화해보자는 전략도 모색됐으나 개별 호텔이 나서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 이마저도 팬데믹 아래선 무용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호텔은 호텔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시작했다. 대체로 기존 호텔에서 진행해왔던 일부 영역을 확장해 사업화하거나 호스피탈리티산업의 큰 틀 안에서 그동안의 서비스 노하우를 유관 업종에 적용하는 모양새다. 호텔 본업과 부업의 세계, 그 생태계는 어떻게 구성되고 있을까?

 

브랜드 인지도 등에 업고 진출하는 신사업


호텔이 사업 확장에 나섰다. 기존에도 주요 대기업 호텔들은 호텔과 면세점, F&B와 같이 호텔업과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특정 분야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오고 있었다. 워낙 수익기반이 약한 호텔업인지라 흑자를 내는 사업에서 호텔의 적자 폭을 메우면서 이를 상쇄시키는 전략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의 호텔 운영 노하우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아도 약해진 호텔의 지반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호텔의 사업다각화의 영역 확장을 견인했다.


위키백과의 정의에 다르면 사업다각화란 기업이 단일 사업에만 집중하며 한 분야에 전념하기보다 주 사업 이외의 다른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장시키는 경영전략이다. 사업다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기업의 기존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에서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관련 다각화’, 그리고 기존 사업과 다른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비관련 다각화’다. 관련 다각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펩시가 콜라 위주의 상품에서 탈피, 다양한 음료수 제품군을 내놓으며 종합 음료 기업으로 변모한 것을 들 수 있으며, 비관련 다각화는 소비재 중신의 기업이었던 두산이 사업다각화를 통해 두산중공업 등의 성공적인 계열사를 만들어 중공업 중심의 사업체로 거듭난 것을 들 수 있다.


호텔업계의 외부사업은 그동안 호텔이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부대시설 혹은 서비스 노하우의 영역을 확장하는 관련 다각화의 경향이 짙었다면, 코로나19 이후로는 시니어 레지던스, 뷰티, 펫, 건물관리 등 신사업에 진출하는 비관련 다각화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 대외사업부 BM혁신팀 정상민 팀장(이하 정 팀장)은 “사업다각화를 실시함에 있어 호텔이 가진 장점은 무엇보다 ‘인지도’에 있다. 이는 결국 브랜드의 장점인데, 특히 5성급 호텔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신뢰도는 사업 진출에 있어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며 외부인들을 만나 보면 호텔의 경우 내부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호텔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귀띔하며 “이처럼 기존 로열티 고객군, 셰프 및 R&D 조직을 포함한 우수인력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반면, 단점은 브랜드 사업에 필요한 생산 및 물류의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생산설비, 유통채널, 물류운송시스템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프라가 부족하니 이 부분은 외부에서 소싱하고 연계하는 작업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 다이닝의 효자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HMR


사회적 거리두기로 호텔 방문객이 줄어들자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호텔들이 가장 빠르게 뛰어들었던 사업이 F&B다. 기존까지는 호텔 레스토랑을 외부 사업장으로 운영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소위 ‘찾아가는 고객 서비스’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호텔 김치나 갈비탕 등 호텔의 대표 메뉴들을 집에서 맛볼 수 있었지만 음식 종류와 제공 형태도 HMR, 밀키트의 형식으로 다양화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표 브랜드 상품인 ‘수펙스 김치’를 개발해 판매해왔던 워커힐은 1989년 호텔 최초로 자체 김치 연구소를 개설, 김치의 맛과 영양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그 결과 생산시설의 자동화 및 확장을 비롯해 위생관리 시스템을 도입, 품질과 안전 부분에서 최고의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으며, 수펙스 김치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명월관의 인기 메뉴인 갈비탕을 HMR로 개발해 첫 HMR 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한식당 온달의 육개장과 간장게장, 곰탕에 이르는 라인으로 HMR 사업이 확장했으며, 올해 6월에는 프리미엄 가정식 니즈를 겨냥한 ‘워커힐 고메 프리미엄 밀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년간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특히 F&B 부문에서 다양한 시도를 선도했던 롯데호텔은 ‘집으로 온(ON) 롯데호텔 레스토랑’이라는 슬로건으로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롯데호텔 1979’를 론칭했다. 1979년부터 이어온 롯데호텔의 파인다이닝의 철학과 노하우를 강조한 브랜드명이 돋보인다. 롯데호텔 셰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첫 상품은 ‘허브 양갈비’였으며 현재는 2호 상품을 구상 중이다.

 


이외에도 신라호텔은 ‘집에서 즐기는 호텔 파인다이닝’을 모티프로 한 프리미엄 밀키트 ‘신라 다이닝 앳 홈(SHILLA DINING at Home)’을 선보였으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을 통해 ‘셰프레이블(Chef Labels)’를 론칭하고 HMR 사업을 확대했다. 셰프레이블은 대부분의 호텔 HMR이 2~3인분을 위주로 한 것과 다르게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간편 요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자체 PB 숍, 외부사업장 운영 통해 고객에 더 가까이


집에서도 호텔의 품격을 느끼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호텔 특유의 브랜드 컬러가 묻어있는 PB 상품의 소구력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호텔들은 상품화 할 수 있는 제품들의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숍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온라인 숍 ‘롯데호텔 이숍’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 UI/UX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총 7개 체인 호텔에서 이용 또는 구매 가능한 100여 종의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숍은 드라이브 스루, 푸드, 라이프 스타일, 프리미엄 베딩, 레스토랑 이용권 등 5개 카테고리로 분류된 상품을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수령 방법 또한 구매 목적에 따라 매장 픽업, 택배 발송, 문제 메시지 또는 카카오 선물하기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오프라인에는 워커힐이 지난해 7월 워커힐 굿즈 스토어 ‘스위트홈 바이 워커힐(Suite Home by Walkerhill)’을 오픈했다. 그랜드 워커힐 1층에 마련된 숍에서는 워커힐 객실에서 사용하는 침구, 배스 로브, 타월 등의 용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워커힐은 스테디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침구를 포함한 객실용품이나 HMR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자체 제작한 ‘워커힐 호텔 피크닉 에코백’과 ‘시그니처 디퓨저’, ‘워커힐 시그니처 맥주’ 등 다양한 PB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호텔의 PB 상품 개발과 자체 숍 운영은 그동안 호텔 방문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제품을 상품화, 호텔 브랜드와 서비스를 각인시키고 소비자의 ‘오감(五感)’을 사로잡고자 하는 전략이 녹아든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39년 전통을 지닌 한식당 낙원을 포함해 6개의 F&B 업장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토대로 마곡 중심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캘리포니아 아메리칸 비스트로 라셰즈(RACHEZ)는 팜투테이블을 지향하는 캘리포니아 퀴진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약 20년 동안 직영으로 운영한 농장의 식재료를 사용, 자연 친화적이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메뉴로 내추럴한 캐주얼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 김영문 대표(이하 김 대표)는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호텔이 밀집돼 있는 서울 중심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 보니 접근성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다이닝의 경우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골고객은 물론, 최근 호텔 HMR 제품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신규고객들 또한 메이필드호텔 서울 다이닝에 기대하는 바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호텔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메이필드를 느낄 수 있도록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사업다각화에 있어 호텔 레스토랑은 기존에 해오던 대로 수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한편, 레스토랑 운영을 통해 메이필드의 브랜드 가치도 꾸준히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니치마켓 찾아 서비스 노하우를 발휘하기도


상품 이외 서비스 노하우를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녹인 호텔도 있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해비치)는 오피스빌딩의 서비스 위탁운영을 맡아 진행 중이다. 해비치는 2019년부터 종각역의 센트로폴리스 3층 입주사 전용 라운지에서 컨시어지 서비스와 피트니스의 운영을 맡아온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남대문로의 프라임 오피스빌딩인 그랜드 센트럴의 빌딩 서비스도 제공하게 됐다. 특급호텔에서 제공하던 영접, 컨시어지, VIP 의전, 케이터링 등의 서비스를 오피스 환경에 접목시켜 고품격 오피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해비치 관계자는 “특급호텔을 운영하며 축적한 당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성장 동력인 ‘서비스’ 역량을 외부 사업으로 확장해 고품격 오피스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호텔과 골프장, 외식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호스피탈리티 전문 기업으로서 사업 영역 확대는 물론, 해비치만의 브랜드 역량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사업다각화에 대한 비전을 전했다.


호텔에서 최초로 액티브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도 출시됐다. 롯데호텔이 올해 4월, 공식 론칭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은 시니어 레지던스 전문 브랜드로 맞춤형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를 주거단지에 접목했다. VL은 변화하는 세대상에 대응, 그들이 타깃으로 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에이지 프랜들리(Age Friendly)’ 서비스를 지향한다. 24시간 응대 가능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비롯해 주2회 제공되는 하우스키핑 서비스, 기사 동행 렌터카 서비스 등 입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더했고, 인근 대형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헬스케어, 문화 및 여가 서비스, 펫 프렌들리 정책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호텔 안세진 대표이사는 “국내 실버산업은 불과 10여년 만에 100조 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평가하며 “VL은 롯데호텔이 여가산업에서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이지 프렌들리 시대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신사업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한편 대명소노그룹은 2020년 7월, 천만 반려인구를 겨냥해 반려동물 프리미엄 복합문화공간 ‘소노펫클럽앤리조트(Sono Pet Club & Resort, 이하 소노펫)’를 오픈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 레스토랑, 놀이공간을 갖추고 있는 소노펫은 반려동물의 성향과 행동 동선 등을 고려해 보호자와 최적의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설계가 이뤄진 것이 특징이며, 식사 또한 반려동물 전문 셰프가 반려동물을 위해 만든 건강식 ‘Thinking Dog’을 구성해 세심한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소노펫 플레이그라운드, 소노펫 동물병원까지 갖춰 니치마켓을 정확히 타깃팅한 다각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전략적 접근 이뤄지고 있는 사업다각화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호텔 사업다각화의 영역이 확장된 데는 그 이전보다 호텔이 각자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을 집중적으로 살린 전략적 접근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작단계라 사업의 성패에 대해서는 누구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업다각화의 성공 조건이 기본적으로 기업이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호텔들의 신사업 아이템을 들여다보면 비교적 이를 잘 발전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사업다각화에 있어 내부적으로 전제, 혹은 준비돼야 할 것들이 필요해 보이는 가운데 정 팀장은 “단기적인 성과나 당장의 매출 목표를 위해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덥석 뛰어드는 것은 우선 경계해야 한다. 물론 이것저것 다 재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극단적 우를 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단순한 일시적 유행과 충분한 매출로 연결될 중장기적 트렌드를 구분하는 능력도 필수다. 이러한 사업성 판단을 위해서는 직접 관련 담당자를 찾아가보기도 하고 세미나도 접하며 부단한 공부도 뒤따라야 한다. 또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교류, 우리 사업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만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신사업 추진의 매력 중 하나가 기존의 틀에 얽매지 않고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호텔업의 본질 흐리지 않되
사업 확장의 목표 명확해야


본업이 어려운데 부업이 성과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사업다각화의 실패 원인은 대부분 전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발생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세계 굴지의 완구 메이커 레고(Lego)가 2004년, 컴퓨터 게임, 유아용품, 캠핑용품에서부터 신발까지 신규 사업을 확장했으나 2억 3000만 달러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 한편으로 오히려 의도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지 않아 본업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존재한다. 보유 자금도 풍부하고 자체 데이터센터도 있는데다, 클라우드 등 서버 기술도 보유하고 있지만 검색 산업에 진출하지 않는 애플(Apple)처럼 말이다.


정 팀장은 “사업다각화의 핵심은 케이스별로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트렌드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사업 또는 아이템을 통한 목적이 매출인지 브랜드 인지도나 위상 향상인지, 케이스마다 목적에 맞는 비중을 감안해 방향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출’ vs ‘브랜드 가치’와 같은 이분법적 프레임을 씌우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상충되는 경우가 다수 생기긴 하지만 흑백논리로 접근해 단정 짓다 보면 사업이 확장되기 어렵다. 따라서 개별적 상황에 따라 절충안을 찾으며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사업다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접근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표는 “호텔의 사업다각화는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호텔은 브랜드 판매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브랜드가 소비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따라서 단기적인 수익만을 위해 함부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공격적인 전략을 세우기도 어려운 것이 호텔의 사업다각화다. HMR만 해도 이미 레드오션인데다, 본업의 레스토랑 물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종목도 제한적이라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도기가 지나면 어느 순간에는 하나의 수익다각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에 맞는 적절한 품목을 적절한 퀄리티로 생산해내는 지속성”이라고 강조했다.

 

엔데믹의 호조로 업계가 간만의 기지개를 피고 있지만 ADR이 오르고, 호텔의 부가가치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호텔의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수익다각화를 위한 신사업 진출은 일부 대기업 호텔에 국한돼 있으나, 자금력과 인력이 제한돼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제한된 리소스를 한곳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성공을 이끌어낸 사례들도 많다. 핵심 역량을 다른 곳에 분산시키지 않고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 속, 새로운 캐시카우를 물색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호텔업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호스피탈리티산업의 정수에 있는 호텔로서 그 영향력과 진가가 발휘되는 사업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현재 워커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사업다각화를 실시하게 된 배경과 기대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워커힐은 다양한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한 상품을 기획, 제작해 사업화하고 있다. 상품 측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 리빙(리테일)과 고메(F&B)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다각화를 통해 신규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워커힐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궁극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어떤 채널에 어떤 구조로 판매할 것인가를 기획한다. 실제로 개발 초기에는 라이선스모델로 론칭했지만 이후 자체 판매로 전환 혹은 구독화 시키고, 경우에 따라 외부업체와 협업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중장기적 진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신규 사업을 통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고객과의 소통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객의 마인드에 지속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즉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역할을 기대했다.

 

기존 호텔의 노하우가 새로운 사업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시너지는 어떤지 설명해달라.
본격적인 사업을 론칭하기 전부터 워커힐은 호텔 조리팀 산하 R&D센터를 운영하며 이미 HMR(탕류)을 개발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또한 워커힐 브랜드 김치를 개발, 운영하는 별도 TF조직을 통해 현재 사업의 중요한 기반이 일찍이 형성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고메의 경우 워낙 오랜 서비스의 경험이 축적돼 있었던 터라 지속적으로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오고 있다. 


한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3년 동안 일상에서 ‘집’의 역할과 개념이 확장, 이러한 현상은 호텔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부상한 트렌드와 함께 홈캉스가 떠올랐고, 단순히 휴식의 시간이 아닌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높아진 기준이 워커힐의 프리미엄 전략과 맞물려 식품부터 리빙까지 다양한 상품군에 걸친 워커힐 브랜드 상품의 선전에 기여하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워커힐 브랜드 경험을 고객의 일상에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호텔 HMR의 선두주자였고, 이제 스테디셀러로 잡리잡은 명월관 갈비탕, 온달 간장게장, 육개장 등을 시작으로 다양한 상품이 호텔 고객을 넘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판매 채널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고객가치 측면에서 호텔업을 재정의해 본다면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이너로서 콘텐츠 제공자이자 경험 설계자라 할 수 있는데, 기존에는 호텔이라는 고정된 장소에 고객이 방문해 그 경험을 즐길 수 있었다면, 신사업을 통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든 호텔을 느끼고 호텔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제품으로 하여금 가져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워커힐만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있다면?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워커힐이 가지고 있는 핵심자산, 강점을 피보팅하는 것인데, 말 그대로 브랜드 인지도와 훌륭한 인적 자원의 네임 밸류, 그리고 오랜 기간 호텔을 운영하며 지켜온 고객 자산을 중심으로 시작 포인트를 잡았다.


두 번째는 자산 경량화를 통해 ‘아웃소서’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인데, 현재의 상황과 배경을 고려할 때 많은 투자비나 재고, 개발비 등의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호텔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원과 인프라 등은 외부에서 아웃소싱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지만 스타트업처럼 뛰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VUCA 시대에 맞게 규모보다는 속도로, 완벽보다는 적합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넘기기 위한 단기처방이 아닌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새로운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장기적으로는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다이렉트 채널에 구독 등 락인 형태의 비즈를 접목하는 것, ESG 경영에 발맞춘 소셜 밸류 연계 사업도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요소라 봤다. 

 

마지막으로 다각화 중인 현재 사업들의 비전 및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향후 전략은 O2O를 통한 D2C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자사몰을 확대, 여기에 구독모델, 멤버십을 얹어 선순환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다라서 고객경험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 스위트홈 바이 워커힐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외부 플레이어들과의 협업을 통해 팝업스토어를 열어보는 것도 기획 중이다. 이는 기존 호텔의 타깃 고객층에 추가할 수 있는 새로운 대상까지 염두에 둔 전략인데, 사실 호텔 내에서 시도하려면 시설 등의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거나 전략 수정 등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브랜드 사업에서의 타깃 다양화와 확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장점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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