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김준철의 Wine Story] 와인의 여왕, 화이트와인의 대명사 샤르도네(Chardonnay)

호텔&레스토랑 기자  2015.01.06 09:55:08

기사프린트

샤르도네는 ‘와인의 여왕’이라는 별명과 같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품종이며, “만약 샤르도네가 없었더라면 인간은 이것을 만들었을 것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화이트와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특유의 맛과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고급품은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거의 달지 않은 드라이 타입으로 다른 품종으로 만든 와인보다 숙성기간이 길며 좋은 것은 병 속에서 10년 가까이 보관하면서 숙성된 맛을 즐길 수 있다. 다른 품종에 비해 중성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동일한 샤르도네라 하더라도 바로 마시기 좋은 와인부터 장기 숙성으로 그 향미를 더해가는 고급 화이트와인까지, 테루아르와 양조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품종이다.


화이트 와인 품종 중 세계에서 가장 재배 면적 넓은 품종
샤르도네는 부르고뉴가 원산지로서,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중동지방에서 이슬람의 유럽 진출 때 소개되었다는 설, ‘머스캣(Muscat)’이 조상이라는 설, ‘피노 누아’가 조상이라는 설, 사이프러스의 토착 품종이라는 설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어서 명확한 근원을 이야기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DNA 검사로 ‘피노(Pinot, 피노 누아, 피노 블랑, 피노 그리 등)’와 우리한테 잘 알려지지 않은 ‘구에 블랑(Gouais Blanc)’의 교잡종으로 밝혀졌다. 이 두 품종이 옛날부터 부르고뉴 지역에서 오랫동안 함께 재배되다 보니 자연적으로 교잡 품종이 생긴 것이다. 또 유사한 클론도 많아서 2006년 현재 34개의 클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기후와 풍토에 맞는 클론 선택도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샤르도네는 토질과 기후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기 때문에 현
재는 영국과 뉴질랜드까지 퍼져 그 풍토에 맞는 독특한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화이트와인 품종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재배면적이 넓은 품종으로 기록되고 있다.


샤르도네, 그림 그리는 대로 된다
샤르도네는 다양한 기후대에서 자랄 수는 있으나, 그 재배지역의 테루아와 양조기술 등의 영향력을 그대로 표현하므로 그림 그리는 대로 된다는 ‘백지’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봄에 잎이 일찍 나오기 때문에 서리 피해만 조심하면 재배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열매가 잘 열리고, 수세가 좋아 왕성하게 가지를 뻗으므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많아서 가지치기를 과감하게 하여 성장을 억제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껍질이 얇아서 흰 가루병(Powdery mildew)도 조심해야 한다. 또 생산지의 기후나 토양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데, 따뜻한 곳에서는 열대 과일 향이, 서늘한 곳에서는 레몬이나 라임 등 감귤류 향이 섬세하게 나타난다. 토양을 가리지는 않지만,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석회암 토양에서 고급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품종에 비해 수확시기 선택이 중요한데, 이는 익자마자 산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와인 양조 - 와인메이커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 선보여
샤르도네는 와인메이커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보통의 것은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발효시키고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며, 아주 싼 것은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발효와 숙성을 하기도 한다.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킬 때는 단기간 숙성시켜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풍기면서 샤르도네 본연의 아로마를 덮어 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크 향이 너무 강하면 흔히들 ‘팝콘 향’으로 표현할 정도로 오히려 역겨운 풍미를 풍길 수 있다. 그래서 장기 보관용 고급 와인은 포도를 으깨어 반나절 정도 낮은 온도에 둔 다음에 조심스럽게 착즙하여 작은 오크통에서 발효시키고, 그 오크통에서 찌꺼기와 함께 숙성(Sur lie)시켜 오크 향이 살짝 우러나게 만드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 방법은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발효시키고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것보다 오크 향이 덜 우러나온다. 그리고 샤블리와 같이 서늘한 곳의 산도가 높은 포도는 말로락트발효(Malolactic fermentation)는 물론, 냉동 안정법(Cold stabilization, 냉각으로 주석 제거)으로 산도를 떨어뜨려서 좀 더 부드럽고 원만한 맛을 풍기도록 만든다.


재배지역 - 테루아 반영하는 독특한 맛 자랑
샤르도네하면, 부르고뉴 지방을 떠올릴 만큼 부르고뉴 지방이 원산지로서 샤블리(Chablis)와 코트 도르(Côte d’Or)의 퓔리니몽라셰(Puligny-Montrachet), 그리고 푸이퓌이세(Pouilly-Fussé)에서 고급 와인을 잘 만든다. 이들 와인은 샤르도네라는 품종 명칭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와인 스타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몽라셰(Montrachet)’의 경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드라이 화이트와인으로 일찍이 알렉산더 뒤마는 “몽라셰는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고 마셔야한다.”고 했을 정도다. 그리고 샴페인에 들어가는 품종으로 세계 어느 나라든지 스파클링와인에 샤르도네는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샴페인 중 Blanc de Blanc이라고 표시된 것은 샤르도네로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이 샤르도네는 프랑스에서 보르도를 제외한 전 전역으로 퍼져서 각각 테루아를 반영하는 독
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19세기부터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유럽 지역으로 전파되어 동유럽까지 재배지역이 확대되었으며, 20세기부터는 신세계에서도 샤르도네는 고급 품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샤르도네는 부르고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하였으며, 깊은 황금색으로 잘 익은 열대과일 향이 많이 나며, 여기에 진한 오크향도 뚜렷하게 풍기는 것이 많다. 호주에서도 진한 황금빛에 오크 향이 강한 와인으로 환영을 받고 있지만, 반면 오크 향이 없는 신선한 샤르도네 등도 대중적인 와인으로 인기가 좋다. 요즈음은 남아프리카, 칠레, 뉴질랜드의 샤르도네도 독특한 맛으로 프랑스의 것을 능가할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샤르도네는 짧은 기간에 세계인의 입맛을 지배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고급 품종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샤르도네, 그 자체의 향미 즐겨야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은 샤르도네의 향미는 흰 꽃 향과 레몬, 사과 향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숙성될수록 무화과, 헤이즐넛, 아몬드 향이 강해지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것은 바닐라, 캐러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트러플(송로버섯) 향으로 발전한다. 화이트와인하면 생선과 어울린다고 하지만, 이는 아주 비싼 고급 샤르도네를 두고 한 말은 아니다. 서늘한 곳에서 자란 샤르도네로 만들어 오크통 숙성을 거치지 않은 샤블리와 같이 산도가 높은 샤르도네는 간결하고 깔끔한 맛으로 굴, 새우 등 가벼운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지만, 오크 향이 진한 것은 훈제 연어나 크림이나 버터가 들어간 소스로 만든 육류도 잘 어울린다. 우아한 향으로 기품 있는 고급 샤르도네는 구운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과도 조화를 이룰 정도지만, 이런 고급 샤르도네는 어울리는 음식을 찾기 보다는 그 자체의 향미를 더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4년 11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