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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석의 MICE Guide] 새로운 가치 창출, <MIX>

홍주석 칼럼니스트 기자  2024.12.23 11: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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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한민국 마케팅 분야 베스트셀러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책 <MIX>(안성은 저, 2022)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혁신 사례와 아이디어 융합을 다룬다. 이 책에서는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 기술, 문화가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성과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각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시각을 접목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MIX>는 융합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와 핸드폰을 섞었고, 코스트코는 슈퍼마켓과 창고를 섞었고,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과 인터넷을 섞었다. 이러한 믹스의 힘은 시대의 히트작을 만들고 혁신을 이끌어 냈다. 

 

MIX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책에서 나온 대표적인 MIX 사례로 시사잡지 <모노클>과 ‘루이비통 x 슈프림’을 꼽을 수 있다. <모노클>은 아프가니스탄 종군기자였던 타일러 브륄레가 창간했다. 타일러는 어느 날 <이코노미스트>와 <GQ>를 함께 읽는 사람을 목격하고, 이 둘을 섞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탄생한 잡지가 <모노클>이다. <모노클>은 <이코노미스트>가 다루는 비즈니스·정치·문화 이슈를 <GQ>스러운 패셔너블한 그릇에 담은 잡지다. <모노클>은 100년 이상 된 잡지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멋이 담겨있다(<MIX>(안성은 저, 2022)).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비통’이 2000년대 들어 보여준 행보는 하이패션이 스트리트 컬쳐를 받아들이는 단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루이비통의 수익 대부분은 기존의 VIP 고객을 중심으로 한 클래식한 라인에서 발생했다. 시대적 흐름의 변화와 함께 시장 확대를 꾀한 루이비통은 모든 유행이 ‘거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거리의 왕자인 ‘슈프림’과 컬래버를 진행,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매장 앞에는 어느 때보다도 긴 줄이 들어섰으며 리셀가가 3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루이비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루이비통의 패션쇼에 거리의 문화를 섞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디제잉을 하고 흑인 모델들을 대거 고용했다. 이를 계기로 루이비통은 2000년대도 여전히 핫한 브랜드로 남아있다(<MIX>(안성은 저, 2022)).


어두웠던 코로나19 시절 이날치와 현대무용 그룹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범 내려온다’ 컬래버로 대박 흥행에 성공했던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에서 한국관광공사는 유명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AOMG와 함께 힙합으로 민요를 새롭게 편곡하는 MIX를 시도했다. 민요의 멜로디와 리듬을 힙합 비트에 맞춰 재구성하거나, 랩을 민요 가락과 섞어 현대적으로 표현하며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했다. 예를 들어, ‘아리랑’ 같은 대표적인 민요 멜로디를 힙합 비트와 믹스해 새로운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전통의 고유함을 유지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국제회의 유치에서의 MIX


국제회의 유치에 있어서도 MIX가 성공적으로 작용한 사례가 많다. 2013년 보조공학분야 아시아 최고 권위의 국제회의인 ‘i-CREATe(International Convention on Rehabilitation Engineering & Assistive Technology)’는 태국과 싱가포르 보조공학기술센터 주관으로 개최하는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의 재활공학 및 보조공학 관련 학술행사다. 2007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방콕, 상하이 등 아시아 각지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이 행사는 2013년 우리나라 최대 종합복지산업전인 SENDEX와의 컬래버 개최를 내세워 인도와의 경합 끝에 유치할 수 있었다. 행사에는 태국 공주가 주빈으로 참석했으며 재활공학 관련 석학, 연구진, 바이어 600여 명 이상이 참가,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실버 및 장애인 보조기구산업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2023년부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은 24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조낙, 팸트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 168개 사가 참가하며 1만 1500여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이뤘다.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체 후공정 산업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산업전은 참가기업, 관람객, 해외 바이어 수 증가 등 국제화를 위한 기반은 마련되고 있었지만, 전시회의 빠른 안착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주최 측에서는 ISIG : International Semiconductor Industry Group(국제반도체산업그룹)과의 MOU를 통해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MIX하기로 마음먹었다. ISIG는 매년 ISES EU, ISES USA, ISES Japan 등 대륙별로 ISES Summit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 Summit에는 반도체 관련 기업의 C 레벨(임원)이 100여 명 이상 참석한다. 2025년부터 ISES Korea를 출범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과 함께 개최함으로써, 글로벌 MICE 행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더욱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수원은 올해 그동안 매해 개최하던 ‘수원 MICE 정책포럼’을 (사)한국MICE협회가 운영하는 ‘코리아 영마이스 앰배서더 총회’와 마이스테크 얼라이언스(MITA)가 운영하는 ‘마이스 테크 포럼’과 MIX했다. 매년 수원의 MICE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수원 MICE 정책포럼은 코리아 영마이스 앰배서더 참가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150여 명의 대학생 마이스 서포터즈와 마이스 테크 포럼 참가를 위해 몰려온 테크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행사의 규모를 키움과 동시에 지역-청년-테크라는 현재 가장 핫한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MIX의 대표적 사례이자 말 그대로 융복합 MICE였다. 

 

포화 시장에서의 경쟁력, MIX 전략


지금은 포화의 시대다. 상품도 브랜드도, 경쟁자도 너무 많다. 그 많은 것들 가운데 돋보이고 선택받으려면, 경쟁자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 MIX 전략은 특히 포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MIX 전략을 통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과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이면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또한 MIX를 통해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더욱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한쪽의 단점을 다른 쪽의 강점으로 채워 이상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네트워크와 고객층을 활용할 수 있어 더 넓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브랜드 MIX는 각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더해져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MIX의 백미를 꼽으라면 부산에서 열린 ‘페스티벌 시월’이다. 이 축제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융복합 행사 SXSW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그동안 따로따로 운영돼온 영화, 음악, 패션, 기술,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17개 개별 행사를 하나로 묶어 같은 시기, 같은 브랜드로 개최했다. 도시 한켠에서는 부산 시민과 관광객들이 문화콘텐츠를 즐기고, 다른 곳에서는 여러 기술과 산업 이슈를 논의하는 전문 행사들이 동시에 열렸다. 이번 통합 축제를 통해 다른 장르의 행사들을 연결해 시너지를 냈을 뿐 아니라, 부산시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국제영화제, 록 페스티벌 등 모든 행사의 방문객 수 증가와 함께 외국인 방문객 수 또한 눈에 띄게 늘어나 각 행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통합 행사를 통해 폭발했다는 평이다. 


MIX 전략을 통해 기존의 브랜드는 이미지 쇄신의 효과와 함께 시장 확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영역이나 주제,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MIX다. MICE도 관광도 이제 MIX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