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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orum] 육식대강국 대한민국에서 비건으로 살아남기

- 국내 비건 다이닝의 성장과 미래를 논하다

안수진 기자 기자  2024.10.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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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동물권, 환경보호 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비건 다이닝 시장은 해외에 비해 아직 저변이 약한 편이지만, 지난 10년 간 가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호텔앤레스토랑> 11월호에서는 육식대강국 대한민국에서 비건으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해 온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비건의 잠재력과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조무경 팀장

 

좌담회 참석자

유니레버코리아 김용찬 한국 총괄 셰프 

‘요리하는 도시농부’ 박선홍 셰프

레귬 성시우 셰프

꽃밥에피다 송정은 대표

리틀갱스터 유지영 셰프

 


 

시작에 앞서 간단히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운영 중이신 업장에서는 주로 어떤 메뉴를 선뵈고 있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송정은  인사동에서 ‘꽃밥에피다’라는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23일에 오픈했어요. 인사동 ‘꽃밥에피다’에서 10분 거리에 ‘꽃밥에피다 북촌’ 그로서란트(그로서리와 레스토랑 개념)까지 총 두 군데를 운영 중입니다. 또한  2004년에 설립한 ‘네니아’라는 농업회사 법인에서 제가 전무로 일하면서 인사동 ‘꽃밥에피다’를 처음 기획했습니다. 네니아는 친환경 가공식품을 만들어서 전국 학교와 유기농매장, 생협들에 납품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특히 무농약 우리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화학 첨가물이나 GMO 원료 없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꽃밥에피다’는 2020년부터 ‘주식회사꽃밥이야기’로 법인을 독립해 운영 중입니다. 비건 김치, 유기농 채소 중심의 한식 요리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통 간장과 발효 음식을 활용한 비건 한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선홍  저는 ‘요리하는 도시 농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10년 정도 비건,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 발효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계속 공부하다 클래스까지 운영하게 됐고요. 수업은 비건이면서 발효에 중점을 두고 진행됩니다. 최근에는 발효를 전문으로 하는 그로서리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온라인으로는 비건 바질 페스토, 비건 브라우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성시우  신사동에 있는 ‘레귬(LÉGUME)’이라는 레스토랑을 작년 4월에 오픈했습니다. 저희는 ‘플랜트 베이스 퀴진’과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시작했는데요. 100% 식물성 음식을 기본으로 하며,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부터 직원들의 에이프런까지 업사이클링 제품을 적극 사용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선뵈는 메뉴는 주로 제철 채소와 과일을 이용한 창작 요리인데요. 예를 들어, 멜론이나 파인애플처럼 평소에 접하기 쉬운 과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해 제공합니다. 그래서 메뉴명도 자세하게 써놓지 않고 있어요. 주제만 간단히 적어두고 셰프가 직접 설명을 해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지영  경의선 숲길 쪽에서 ‘리틀 갱스터’라는 비건 레스토랑을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리 쪽으로 들어온 지는 10년 정도 됐습니다. 현재는 서울시의 비건 인증 식당 매뉴얼 제작에 자문 참여를 하고, 대체육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비건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화이트 라구 불고기 파스타 같은 대중적인 음식을 비건으로 해석한 요리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용찬  저는 유니레버(Unilever)라는 글로벌 기업에서 대체육과 비건 소스를 개발하는 셰프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크노르(Knorr) 브랜드의 비건 소스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학교 급식용 비건 메뉴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네슬레(Nestlé)에서 근무하며 배양육과 대체육 개발에 참여했고, 지난 10년간 대체육과 비건 관련 업무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희 업계의 경우 코로나 이후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면서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요. HMR이나 OEM 소스 개발도 공동으로 하는 편입니다. 현장에서 요리하는 것보다는 호텔이나 프랜차이즈, 케이터링 업체 등에 비건 메뉴를 제안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비건 다이닝과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송정은  저는 약 20년 전부터 유기농 재료들로 음식을 하고 먹고 살아왔습니다. 거의 모든 생활을 친환경 중심으로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레 이 길로 오게 됐어요. 처음 시작은 저희 아이의 아토피 때문이었습니다. 병원을 다녔지만 치료 방법이 별로 없었어요. 약을 장기 복용하면 내장기관이나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유기농, 자연식을 알게 됐습니다. 화학적합성첨가물이나 일체의 가공식품, GMO 원료를 배제하고, 통곡식과 친환경 재료들을 자연을 거스르지 않게 조리하고 섭취해 건강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비건에 가까운 식생활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성시우  제 경우는 어머니가 채식주의자세요. 어렸을 때부터 고기 반찬 같은 것을 잘 접하지 못했죠. 그래서 오히려 고기에 대한 갈망 때문에 요리사가 됐습니다. 원래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한 10년 정도 일했는데, 돌이켜 보니 가족들이 함께 외식을 할 때 갈 곳이 없는 겁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쪽으로 나름 수요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속가능한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를 레스토랑 경험에 접목해보고 싶었습니다. 완전식물성 음식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다이닝 경험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지금의 레귬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박선홍  저는 비염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비염에 유제품이 안 맞다고 해서 채소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면서 건강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직접 채소를 키워보고 싶어 도시농업을 시작했는데, 지금 13~14년 정도 됐네요. 그러면서 그동안 제가 먹었던 음식에 얼마나 많은 약품이 들어갔는지 알게 됐고, 깨끗한 식재료에 관해 흥미가 생겼습니다. 매크로바이오틱을 더 심도있게 공부하기 위해 작년 2월부터는 일본을 오가며 매크로바이오틱 메디컬 과정도 밟고 있습니다.


 김용찬  저는 이전 회사인 네슬레에서부터 비건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습니다. 네슬레는 생명체가 먹는 모든 음식을 다 만드는 회사인데, 거기서 배양육도 하고 대체육도 하면서 비건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지금 유니레버로 이직하면서는 비건 소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비건이 이미 잘 알려져 있어서 다양한 소스가 있는데, 아시다시피 국내는 그러지 못 한 상황입니다. 


 유지영  조리학과에 입학해 제가 처음 요리를 배울 때는, 학교에서 비건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비건이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저 또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호주에 일하러 갔을 때, 어떤 식당을 가도 비건 옵션이 항상 있는 것을 봤습니다. 비건이 곧 한국에서도 시작될 새로운 요리문화겠구나 싶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3년 전에 비건 분야를 새로 공부하고 준비해 가게를 열게 됐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비건 식문화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김용찬  분명 비건식이나 레스토랑들이 조금 더 시각적으로 많이 보이고 발전된 것을 맞습니다. 이게 꼭 비건을 한 사람들을 위한 그런 게 아니라 내 건강을 위해 조금 발전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저 같은 경우, 셰프님들과 많이 미팅을 하지만 기업과도 자주 만나는데, 비건 식재료들이 저렴하지 않다보니 편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코로나19 이후에 밀키트나 채널이 많이 확산되면서 비건 제품의 매출도 많이 성장했어요.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계란 흰자나 우유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비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이런 인식 때문에 해외 대체육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건 제품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정은  변화가 있긴 하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하기에 좋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차츰차츰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비건을 내세운 식당들이 이전보다 많이 생겼고, 김 셰프님 경우처럼 대기업에서도 비건식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죠. 그러나 비건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운영하기 좋은 정도의 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선홍  저는 비건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비건 베이커리가 굉장히 인기였다가 지금은 좀 주춤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보단 집에서 비건 요리를 해 먹으려는 이들이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클래스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요리도 요리지만, 채소를 더 맛있게 먹고 싶어 다양한 조리법을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을 요하는 소스라든지 드레싱 같은 것도 직접 만들고 싶어 찾아오는 수강생들도 많습니다.


 성시우  저희 레스토랑 경험으로 봤을 때, 내국인 손님은 본인이 비건이라서 오는 게 아니라, 어떤 그룹에 한 명이 식이제한(Dietary Restrictions)을 가지고 있어 찾아오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예전에는 회식을 한다고 했을 때 한 명이 채식주의자면 그 사람이 감내하고 다수가 좋아하는 식당을 골랐는데, 요즘에는 반대의 상황으로 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 팀의 누구를 위해 비건 식당에 가보자.’ 하는 식으로요. 그런 것을 보면 확실이 인식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비건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여기는 것 같아요. 


 유지영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소비층의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초반 캐주얼한 컨셉의 가게를 운영할 때는 친구와 함께 자유롭게 방문하는 느낌의 젊은 층이 많이 찾아 왔는데 최근에는 이제 식소수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모임 형태로 오시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더 좋은 마음으로 ‘우리는 좀 더 옳은 선택을 하자,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이런 생각으로 오는 손님들도 있고요. 심지어 유명인들이 콘텐츠로 비건 식당을 방문하는 경우도 생겼죠. 

 

비건 식당에 오시는 손님들의 특징이나 유형은 어떤가요?


 송정은  저희 레스토랑의 경우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합니다. 처음에는 40~50대 손님이 많았는데, 비건으로 전환하고 나서 20~30대 젊은 층의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비건을 검색하다 저희 식당을 발견해 오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재방문하며 50~60대 고객층도 늘어났습니다. 완전 비건인 이들은 소수지만, 이들이 시장을 끌고 가는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나머지는 채식주의자나 건강에 관심 있는 이들, 또는 호기심에 오시는 이들이 많고요. 그룹으로 오실 때는 누구 한 명이 비건이어서 다같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비건이 아닌 이들은 고기도 먹고 싶고 다른 것도 먹고 싶어 합니다. 저희 식당에서는 기본 메뉴가 다 비건이니까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묻지 않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지요. 


 성시우  저희 레스토랑은 외국인 손님이 60~70% 정도 됩니다. 한국 기업에서 외국인을 접대할 때 많이 찾는 편입니다. 특히 할랄이나 비건, 채식주의자인 외국인 손님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요. 한국 손님들 중에는 채식주의자들이 주로 오고, 건강에 관심 있는 이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커플이나 부부가 올 때는 여성 고객이 예약하고 남성 고객은 식당에 와서야 비건 레스토랑인 걸 아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건은 아니지만 호기심에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오는 고객들도 꽤 있고요. 

 

 

 박선홍  제 클래스에 오는 이들도 정말 다양합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오는데, 완전한 비건은 아니더라도 채식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유를 안 먹거나 생선만 먹는 등 부분적으로 채식을 하는 이들처럼요. 체질 때문에 오는 이들도 있고요.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찾다보니 그게 비건식이더라는 겁니다. 

 

 김용찬  저희는 주로 기업을 상대로 하다 보니, 일반 소비자보다는 영양사들이나 급식 담당자들과 많이 접촉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비건 옵션을 고려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또 박 셰프님 말씀처럼 체질을 고려해 채식을 하려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습니다. 이런 이들이 비건 제품에 관심을 갖고 연락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지영  저희 레스토랑은 처음에는 20대의 젊은 층의 소비가 주를 이뤘었으나 현재는 30대~40 대 손님들이 늘어났는데요. 특히 건강을 중요시하는 이들이 많이 방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신념과 선택에 의한 비건인들의 방문이 많았지만,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었어요. SNS나 유튜브 같은 콘텐츠 때문에 오는 이들도 있고요. 

 

비건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이나 오해가 있다면 주로 어떤 것들인지요?


 송정은  가장 큰 편견은 ‘비건은 맛이 없다.’와 ‘비건은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비건 음식도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저희는 전통 간장과 발효 음식을 활용해 맛있는 비건 한식을 만들고 있죠. 반면에 ‘비건은 건강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는, 이것이 항상 맞는 말은 아닙니다. 비건 가공식품 중에는 화학적합성첨가물이나 조미료가 들어간 제품도 많기 때문입니다. 화학적합성첨가물이나 조미료는 맛을 내기 위함도 있지만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덜 넣거나 안 넣고 만들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쓰여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도 다 건강하다고 생각하죠. 실제로 직접 요리하거나 신선한 재료로 만든 비건 음식은 건강할 수 있지만, 잘못 가공된 비건 식품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용찬  ‘완전한 비건’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강한 것도 편견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비건 버거 배틀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 L사에서 만든 패티와 외국계 N사에서 만든 패티로 배틀하는 콘셉트로 출시했는데, 조리할 때도 감자 튀기는 튀김기에서 패티를 튀기고 최대한 육류 조리 쪽과 분리를 했는데도 언론이나 댓글들을 통해 ‘이건 비건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와 결국 두 달만에 종료가 됐습니다. 비건 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들은 일반인들이 비건 음식에 거부감을 덜 갖게 하도록 처음부터 100% 비건 식품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락토-오보나 오보-베지테리안 종류의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들의 친숙도를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일반인 대상으로 비건이라 함은 야채만 먹는 사람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 비건 제품의 대중화가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박선홍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건 음식을 단순히 채소만 먹는 것으로 오해하곤 하는데요. 실제로는 다양한 곡물, 콩, 견과류 등을 사용해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비건이면 무조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공된 비건 식품들 중에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도 많거든요. 재료를 하나 하나 살펴보면 국산이 아니거나 GMO 제품인 경우도 많고, 다른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데 ‘비건’이니까, 또 동물성이 아니라 식물성이니까, 막연하게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먹게 되는 겁니다. 그중에도 더 저렴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인식들을 조금 고쳐나가고 싶습니다.  

 


 성시우  비건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은 특히 남성들이 강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나 여자친구가 비건 레스토랑을 예약했다고 하면 “왜 여기는 고기나 생선이 안 나와?”라고 말하며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비건 음식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데요. 실제로 좋은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채소로 만든 음식’이라고 생각해서 비싸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면 가성비를 너무 많이 따지니까 거기에서 경쟁력이 많이 밀리지 않나 싶습니다. 또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채식에 일단 거부 반응을 보이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깝게는 제 친구들만 해도 친구가 식당을 오픈하는데 비건 레스토랑이라 못 가겠다고 말을 해 버리니까요. 


 유지영  셰프님 말씀에 매우 공감하는 게, 저도 제 친구들이 조리학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큰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어떤 메뉴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요. 아마도 이것부터가 부딪쳐야 하는 첫 번째 장벽이구나 싶었습니다. 또 초반에 비건 레스토랑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즈음에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준 것이 스펀지 식감의 콩고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것과 함께 채소 샐러드만 비건으로 인식을 하다 보니 비건 음식은 영양가가 부족할 거라는 오해도 있는 것 같아요.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또한 비건 식품 개발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인가요?


 박선홍  제가 비건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좋은 재료인데요. 사실 이것은 금액대가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도 ‘이 정도는 내가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수작업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되도록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갈고 다듬는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 소비자들도 이런 점을 알고 있어서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다량으로 구매해 가는 이들도 있고요.  


 송정은  좋은 재료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큰 숙제입니다. 질 좋은 친환경, 비건 식재료는 아직 유통망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품질 좋은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사용하는 단호박은 철원의 특정 농장에서만 공급받고 있어요. 저희의 경우 이런 식으로 각 재료마다 특정 농부들과 계약을 맺고 수급하고 있죠. 진짜 좋은 재료를 수급하지 않으면 맛의 등락이 크기 때문에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좋은 농부들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고, 원활하게 주문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 부분이 항상 과제인 것 같습니다. 재료를 수급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좋은 재료를 연결하는 유통의 중간 단계를 간소화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레스토랑에서 비건 재료로 음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구조 때문에 저희가 메뉴 단가를 낮추기 어렵다 보니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유지영  비건이 핫한 콘텐츠가 되면서 사업적 가치가 늘어남에 따라 비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식품들이 가끔 판매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비건이라 적혀 있어서 믿고 먹었다가 아니었던 경험으로 인해 손님들이 메뉴를 보면서 정말 비건 요리가 맞는지, 계란이나 우유, 버터가 안 들어간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잦은데요. 제 자신 역시도 비건을 아는 사람이 맞다고, 요리를 믿도록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원하는 걸 해줘야 되는 게 맞다고 보고요. 동시에 시장 변화에 맞춰 계속 메뉴를 바꾸고, 타깃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은 시즌 개념을 도입해 계속 메뉴를 바꿔왔는데요. 대중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계절감 있는 메뉴와 와우 포인트를 넣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성시우  저희 레스토랑의 경우 다양한 식이제한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웬만하면 그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비건 중에서도 글루텐프리를 원하거나 오신채를 먹지 않는 고객 등 각자의 니즈가 다양해서 그에 맞춰 메뉴를 구성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비건이면서 모든 과일을 먹지 않고 오신채를 빼달라는 손님이 있었는데, 그런 요구사항을 맞추는 게 정말 어렵죠. 하지만 고객의 요청 사항에 ‘노(No)’라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실례되는 것이라 다시 새로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저희 레스토랑은 요즘 무오신채용 소스를 따로 만들어두는 등 다양한 요구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 비건 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다양한 재료를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채소 종류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농부들과 협업을 주로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농부가 특별한 순무를 키웠다면, 저희가 써보고 피드백을 드립니다. 더 연하게 키울 수 있는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지 등을 요청하죠. 결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하려면, 재료부터 다양해져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마트에서 특별한 채소를 보고 ‘아, 이거 레귬에서 먹었던 그 당근이네!’라고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용찬  메뉴를 개발할 때 저 역시 식재료를 큰 난관으로 꼽고 싶은데요. 비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금, 설탕부터 주로 사용할 소스까지 모든 부분을 비건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모든 소금, 설탕이 비건이라고 생각하는 셰프들이 많이 있지만 설탕의 경우 비건이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소스 또한 사용하기 전 제조사에 직접 전화해 비건 여부를 파악하는데 이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요. 최근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유명 두반장 회사에서 두반장을 활용한 비건 요리 클래스를 열어 이를 보고 메뉴 개발을 하던 중, 비건 인증서를 본사에 요청했으나 성분은 비건이지만 인증은 없다고 해, 결국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못해 메뉴 개발을 처음부터 다시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호텔이나 케이터링 업체에서는 대부분 인증서를 요구하고 있어 100% 비건 식재료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게 가장 어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비건 식문화 확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또한 비건 식문화 발전을 위해 정부나 사회의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송정은  저희는 단순한 비건식만이 아니라 화학적합성첨가물과 수입된 GMO원료등을 배제한,친환경 식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기초교육을 통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왜 화학적합성첨가물을 많이 사용하면 배제하고 좋지 않은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면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농약이나 화학적합성첨가물이나 축산폐수 등이 우리의 삶과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배우는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입시 위주 교육에만 치중돼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다행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채식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는 수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해 급식에 채식 메뉴를 제공하고 있죠. 이런 비건을 경험하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는 비건 메뉴를 개발하는 식당에 설비 지원을 해준다든지, 냉장고나 조리기구를 교체해 주는 등의 현실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언론에서도 이런 부분을 자주 다뤄줬으면 하고요. 


 김용찬  송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들을 저희 회사가 조금이나마 실천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협력해 비건 교육과 급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서울의 한 예술고등학교와 협업해 축제기간 동안 비건 교육을 하고 비건 급식을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비건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이것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가르쳤고요. 이제는 그 학교에서 월 2회 ‘그린데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충청도, 전라도 교육청과도 협력해 비건 급식을 시험 운영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한 번 선뵌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대체육과 비건 크림소스, 토마토소스 등 다양한 소스도 개발해서 학교 급식에 납품하고 있는데요. 이런 교육과 제품 개발은 기업들이 함께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가르치는 건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선홍  저는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잘못된 인식이나 상식들을 고쳐보고 싶습니다. 집에서 건강한 식단을 차릴 수는 있지만 아이들은 가공된 음식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절제해 줄 수 있는 건 부모거든요. 그런데 부모가 이걸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으면 아이에게 교육을 해 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책을 두 권 냈는데, 책이나 제 SNS 계정을 보고 클래스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라는 브랜드를 믿고 오는 이들에게 최대한 그런 지식들을 올바르게 전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유지영  최근에 남미에서 ‘Fifty Fifty’라는 것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대체육과 일반 고기를 반반 섞어 패티를 만들어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것인데요. 이런 식으로 비건 옵션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힘있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비건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펼쳐야 합나다. 편의점에서도 비건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판매하면 좋겠고, 학교 급식에도 정기적으로 비건 메뉴를 넣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건 컨설팅 회사도 생기고, 시장도 커질 거예요. 비건인들의 가장 큰 바람은 어디를 가든 비건 옵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비건진흥원에서 지금은 서울 지역에 한해 비건 인증 식당을 안내하고 있는데요. 이를 네이버나 다음같은 포털 사이트의 지도에 써주기만 해도 찾아가는 것은 훨씬 더 쉬워질 겁니다. 이렇게 비건 소비가 늘어나면 결국 사업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죠.


 성시우  무엇보다 많이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단은 고객층을 내수시장에서 외수시장까지 넓혀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보통 돈을 제일 안 아끼는 고객이 여행객인데요. 그 여행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이게 외국으로도 많이 알려져야 되는데, 그런 것은 작은 식당의 오너들이 스스로 노력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에서 도움이 될 만한 사업들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비건 식품 개발이나 업장 운영을 해 나가고 싶으신지요? 


 김용찬  다시 강조하지만, 초중고 급식부터 비건에 대한 조기교육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성인이 됐을 때 부담스럽지 않게 비건 레스토랑에 찾아갈 수 있도록요. 이게 하나의 카테고리가 아니라, 한식이나 중식, 양식, 이런 분류 중 하나가 돼, 그냥 “오늘 비건 요리 먹으러 가자!” 하는 식으로 가야 된다고 봅니다. 지금은 마트만 가도 비건 카테고리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 제가 육수를 주제로 논문을 썼는데, 비건 코인 육수 시장이 최근 엄청나게 성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비건 육수는 비건 섹션이 아닌 일반 육수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죠. 최선책은 아니어도 차선책으로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다 보니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처럼 일반 식문화로 비건이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도록 조기교육에 힘을 써야겠습니다. 


 유지영  비건산업 안에서 앞으로 우리 리틀 갱스터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매일 고민을 하는데요. 새로운 것을 시도할때 사람들은 재밌고 즐거운 것에 마음이 먼저 열리는 편이라, 음식을 선뵈는데 있어서도 신념을 지키는 동시에 재밌는 비건 요리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난 할로윈 때는 3코스를 준비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비건 뷔페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도 이벤트를 많이 해서 손님들이 또 오고 싶게 하고, 리틀 갱스터뿐 아니라 다른 비건 레스토랑도 찾아가 보시게 됐으면 합니다. 비건 음식 컨설팅이나 메뉴 개발하는 콘텐츠도 해 보려고 구상 중입니다. 


 성시우  각 나라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비건 레스토랑이 있는데, 저는 한국을 대표하는 비건 레스토랑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항상 외수 시장에 관심이 많았는데, 외국의 비건인이 한국에 방문한다고 할 때 “레귬에 꼭 가 보라.”고 연결될 수 있는, 관광지와 같은 레스토랑이 되고 싶습니다. 비건 음식을 먹고 있는 게 아니라, “레귬에서 밥을 먹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해왔던 것을 유지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선홍  제가 클래스를 하다 보니, 클래스는 요리에 취미가 있는 이들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한정돼 있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요리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인 이도 있고, 어떤 이은 시간이 안 돼서, 혹은 여건이 안 되지만 이런 걸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요. 제가 그로서리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가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더 많이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통하면서 이게 얼마나 맛있고 건강하고 좋은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비건도 맛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게 되면 좋겠습니다. 


 송정은  저희는 사실 비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친환경 외식 문화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식문화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음식들이라,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계속 갈 것 같고요. 비건중심이겠지만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과, 메뉴에 계절감을 조금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가장 좋은 제철 식재료들을 잘 수급 해서 그것들을 선뵈고, 비건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식을 제대로 실천하는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장소 협찬_ 라까사호텔 서울